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유미리(※1)가 말하는
케야키자카46 히라테 유리나의 매력
- 유선생님, 얼마 전에 본인의 트위터에서 케야키자카의 히라테상을 절찬하셨는데요. 이에 대해서 부디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인터뷰를 요청하였습니다. 우선 케야키자카와의 만남에 대해 여쭙고 싶은데요.
유미리 (이하 ‘유’) : ‘아, 이 노래 괜찮네’ 싶은 노래를 듣는다고 해도 바로 CD를 사러 가냐 하면 보통은 그렇지 않잖아요. 하지만 때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노래는 당장 손에 넣어야겠다’ 싶은 음악과 만나기도 합니다. 요 10년 동안 제게 있어 그런 노래들을 꼽아 보라면 맥시멈 더 호르몬 (일본 록밴드)과 케야키자카46을 들 수 있겠네요. 케야키자카는 MV를 보고 난 뒤, ‘이거 대단한걸’이라 생각했기에 CD가 발매 된 직후에 사러 갔었는데 매진이더군요.
- MV는 유튜브를 통해 보셨나요?
유 : 네. 그리고 그 뒤 ‘M스테’에서 라이브 무대를 본 뒤에 ‘이 그룹, 대단하다’라고 재차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 그럼 처음 케야키자카에 끌리게 된 건 어떤 부분인가요?
유 : 무엇보다도 히라테 유리나상의 존재였지요. 한 눈에 반했다고나 할까요. 처음 본 순간 충격을 받았다고 할까요. 사실 저 같은 경우에는 10대 때부터 남성 아이돌에는 관심이 없었고 여성 아이돌을 쭉 좋아해 왔거든요. 80년대, 다시 말 해 여성 아이돌 전성기 때엔 마츠다 세이코나 쿙쿙(코이즈미 쿄코)의 머리 모양을 따라 해 보기도 하고, ‘Olive’같은 잡지를 보면서 패션을 공부하다가 쿠리오 미에코(모델, 탤런트. 66대 요코즈나 이와노하나의 부인)를 알게 된 뒤로는 그녀가 나오는 잡지나 기사들을 하나하나 오려서 스크랩 북을 만들기도 하고, 쿠리오상과 같은 옷을 사 입기도 했었습니다만, 오랜만에 그런 존재를 만난 것만 같았어요.
- 히라테상에게 그 정도로 끌리셨다는 무언가가 있었다는 말인가요.
유 : 네. 있어요. 사실 AKB48에선 앗쨩 (마에다 아츠코) 오시였기에 잡지에 그라비아 같은 게 실려 있으면 사거나, TV에 나올 땐 녹화 하거나, 졸업 후에도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들은 챙겨 보고 있거든요. 앗쨩이 졸업 한 뒤에는 파루루가 눈에 들어 와 오시 삼고 있긴 합니다만, 히라테상에겐 그 둘을 처음 보았을 때 보다 더 큰 임팩트가 있었어요.
- 실제로 트위터에 ‘최근 30년간 보아 온 여자아이 중 가장 큰 임팩트를 준 아이라고 단언 할 수 있다’고 쓰셨지요.
유 : 트위터에는 스즈키 안(영화배우), 야기라 유야(배우)가 데뷔 당시에 주었던 것과 비슷한 충격을 받았다고 썼었지요. ‘야성의 증명’이나 ‘세라복과 기관총’을 통해 받았던 야쿠시마루 히로코(배우, 가수)상의 임팩트와도 비슷한 부분이 있고요.
- 그렇군요. 하긴, 히라테상이 준 임팩트는 최근 몇 년간 데뷔한 아이돌들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지요.
유 : 히라테상은 ‘귀엽다’는 단순한 말 따위로는 다 표현할 수가 없지요. 그녀는 매사에 ‘수직’이라 생각해요. ‘어른이 된다’는 건 다르게 말하자면 ‘타협 한다’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러다 보면 최대한 접촉을 피하기 위해 매사에 ‘수평적’인 인간이 되어 버리죠. 평행선을 그리며 접촉을 안 하던가, 일체화 되어버리던가. 하지만 그녀는 ‘수직’적으로 날카롭게 찌르고, 뚫고 들어옵니다. 트위터에 ‘히라테 유리나는 나우시카(지브리의 영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주인공)이다’라고 썼는데, ‘싸우는 소녀’의 이미지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야성의 증명’의 주인공 요리코는 ‘음모’와 싸우는 소녀이고,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의 주인공 나우시카는 적국과 싸웁니다. 그럼 히라테 유리나라는 소녀는 대체 무엇을 지키기 위해 어떤 존재와 싸우는 것일까요? 그게 궁금해 지지요. 아, 그리고 야마구치 모모에(일본의 전설적인 아이돌)랑도 비슷해요.
-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무언가를 짊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도 그렇고, 문득 문득 눈에 띄는 ‘그림자’도 그렇고 비슷하네요. 아, 그리고 눈빛이 강렬하다는 것도.
유 : 그 강렬한 눈빛을 보면 야마구치 모모에상밖엔 떠오르지 않아요. 때마침 작년즈음부터 새삼 모모에상이 다시 좋아져서 옛날 영상들을 돌려보곤 하고 있었거든요. 모모에상이 갖고 있던 ‘빛 한 가운데에 서 있지만, 어둠을 끌어 모으는 듯 한 깊은 눈빛’을 히라테상도 갖고 있어요. 동시에 어떤 면에서는 모모에상을 뛰어 넘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보이기에 크게 기대 하고 있습니다. 아마 아키모토 야스시상이 가사를 쓸 때, 그녀가 가진 ‘어둠의 표현력’을 의식하셨을 것이라 생각해요. ‘사일런트 마조리티’의 가사를 가만히 읽어보면 부정적인 뉘앙스의 단어들이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 눈빛은 죽어있어’라던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태어난 것인가?’처럼 말이죠. 그 뿐 아니라 히라테상의 솔로곡인 ‘야마노테선’에도 ‘깨진 거울’이나 ‘슬플 때 마다 전철을 탄다’, ‘나는 어째서 이 세상에 태어난 걸까’, ‘고독에서 내리는 법을 가르쳐주세요’ 같은 가사가 있고요. 그런 가사들을 다용한다는 것은 다른 아이돌 그룹과는 전혀 다른 특징이지요. 아이돌을 지향하는 소녀들 중 대부분은 아마도 남들이 자신을 ‘귀엽다’고 생각 해 주길 바랄테지만, 히라테상의 의식은 그런 데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 정도로 귀여운 말투나 행동을 하지 않는 여자 아이도 보기 드물 거라 생각해요.
- 더 재미 있는 건, 평소의 히라테상은 자기 나이 또래로 보인다는 점이지요.
유 : 네. 그렇죠. 라디오 (여기는 유라쿠초 별하늘 방송국)도 빼 놓지 않고 듣고 있습니다만 (웃음) 히라테상은 매번 빼먹지 않고 그 날 그 날 자신의 MC를 채점하곤 하지요. 보통 보면 1점이라던가 2점이라는 등 웃음이 나올 정도로 점수가 짠데요, 그게 튀어보이려고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는 게 재미있지요. 3회였나, 한번은 이시모리 니지카상이 히라테상에게 ‘별똥별에 소원을 빈다면 무슨 소원을 빌 거냐’는 질문을 했었거든요? 그 때 히라테상은 아무 망설임 없이 ‘안 빌어’라고 대답했어요. 그게 정말 웃겼지요. 보통 라디오에서 그렇게 대답을 할 땐, 다음 질문에 준비를 하거나 그 뒤의 이야기를 어떻게 이어가야겠다는 계산 하에 대답을 하기 마련인데, 히라테상의 경우에는 계산이나 꾸밈이 전혀 없어요. 마치 배구공처럼 통통 튀는 대답을 순간 순간 내 놓는 점이 정말 재미있고,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포인트지요.
- 케야키자카46의 개성 중 하나가 TAKAHIRO상이 짠 안무지요.
유 : 사실 2010년 8월에 방영된 ‘정열대륙’을 통해 안무가 TAKAHIRO 선생님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 뒤, 2011년 4월에 방영된 ‘다케시 아트☆비트’의 탭댄서 세비앙 글로버가 나왔던 회에서 TAKAHIRO상이 탭댄스를 잠깐 선보였던 적이 있는데, 그 방송을 보고 TAKAHIRO상의 춤이 마음에 들었기에 주목 해 왔었거든요. 마돈나의 투어에 댄서로서 함께 하셨다던지 하며 세계적으로도 활약을 하고 계시는 TAKAHIRO상에게 갓 데뷔하는 그룹의 안무를 부탁한다는 발상 자체가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 안무의 테마가 ‘거친 파도를 헤치며 나아간다’는 것도 팀 분위기와 정말 잘 맞는 것 같고, 그 선두에 히라테상이 서 있다는 것 역시 그런 테마를 잘 살려주는 것 같아요.
유 : 히라테상은 절대적인 주인공이지요. 그런 ‘절대성’은 아무리 만들어 보려 해도 쉽사리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렇기에 어떻게 보자면 그런 절대적인 주인공이 홀연히 ‘출현했다’고 표현하는 편이 더 알기 쉬울지도 모르겠네요. 시부야강에서 자켓 사진을 찍을 때도, 카메라가 자신을 향하자 마자 테치코는…. 아, 테치코라 해 버렸네요. (웃음) 히라테상은 단화를 신은 채 그 더러운 시부야강에 들어가는 걸 주저하지 않았어요. 물론 ‘조금 기분이 나쁘다’고 농담을 하긴 했지만, 그것도 카메라가 향하자마자 표정이 순식간에 변하지요. 그건 말하자면 ‘재능’입니다. AKB48 그룹에 속해 있는 배우 지망 멤버들은 졸업 후에 연기 일의 폭을 넓히는 것이 방침이라는 것 같습니다만, 히라테상 같은 경우에는 졸업 전부터 연기를 병행하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해요. 14살일 때밖에 하지 못 하는 역할이라는 것도 있기 마련이고 말이죠. 야마구치 모모에상도 노래를 주업으로 삼으면서도 영화, 드라마를 병행했고, 그런 연기 경험 덕분에 노래의 세계관도 더욱 더 깊어졌으니까요.
- 그러고 보니 모모에상도 데뷔 당시에 14살이었지요.
유 : 그렇죠. 14살이었어요! 이전에 NHK에서 방송했던 ‘죽음을 바라보며 살다’에 나갔을 때, 심리학자이신 카와이 하야오상과 대담을 했거든요. 그 때 거론 된 키워드 중 하나가 ‘14살’이었어요. 때마침 14살짜리 소년이 주인공인 ‘골드러시’라는 장편 소설을 출간 한 직후였지요. 카와이상께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 줄리엣은 14살이었다’라고 말씀 해 주셨어요. 상식이나 논리라는 것을 ‘말’로밖에 표현 할 수 없다면 14살이라는 나이는 그런 ‘말’들이 통용되지 않는 나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것이 바로 14살이라는 나이가 갖고 있는 무서운 점이라고.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직감이라던가 ‘계시’같은 것들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그런 결정적인 연령대가 바로 14세라는 얘기였습니다. 예를 들어 줄리엣은 로미오에 대한 사랑을 관철하기 위하여 스스로의 가슴을 단도로 찔러 죽음에 이르게 되고, 잔 다르크가 대천사 미카엘로부터 ‘너는 조국 프랑스를 구하기 위하여 선택 받았다. 남장을 하고 프랑스군을 이끌거라’라는 계시를 받은 것도, 성모 마리아가 대천사 가브리엘에게 수태고지를 받은 것도, 안쥬와 즈시오마루의 주인공, 안쥬가 동생 즈시오마루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른 것도 전부 14살을 전후하여 일어난 일입니다. 케야키자카의 센터인 히라테 유리나는 그렇게 될 운명을 타고 난 것일지도 몰라요.
- 히라테상은 그룹 내에서 최연소임에도 불구하고 센터가 되어 케야키자카를 이끌어 가고 있지요. 그런 결의는 대단한 것이리라 생각하는데요, 애초에 그녀가 오디션을 받기로 마음 먹은 이유가 ‘스스로를 바꾸기 위해서’라고 하더군요.
유 : 저는 15살 때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도쿄 키드브라더스라는 극단의 연구생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도 당시에 극단 최연소 멤버였지요. 키드의 연구생들은 ‘사랑반’ ‘꿈반’ ‘연대반’ 세 반으로 나뉘어 져 있어서, 그 세 반이 서로 경쟁하면서 졸업공연을 준비 하는데요, 제가 졸업을 할 때는 제가 ‘사랑반’의 주인공, 다시 말 해 ‘센터’에 서게 되었었어요. 저는 워낙 몸치라서 변박조차도 허둥댔었거든요. 그 모습을 보고 안무가 선생님이 연출가셨던 히가시 유타카 (극작가, 연출가, 도쿄 키드브라더즈 주최자. 대만 출신) 선생님께 ‘왜 쟤를 센터에 세운거예요?’라고 항의를 하실 정도로 춤을 제대로 소화 해 내지 못했지요. 춤을 오래 춰 온 연구생들도, 잘 추는 연구생들도 있었기에 그런 제 모습을 보며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평등’하고 ‘공평’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었던 학교 생활이 정말 지긋지긋하고, 질식 할 것만 같았던 제 입장에서는 그런 ‘불공평’하고 ‘불평등’한 상황이 압박감인 동시에, 그나마 한숨 돌릴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어요.
- 히라테상은 높은 이상을 갖고 있는 듯한 느낌이 있어요. 아까 라디오 얘기를 하시면서 ‘자기 자신에게 점수를 매길 때 매우 짜다’고 하셨는데, 그것 역시 그런 맥락이 아닐까 싶어요.
유 : 사실 처음에 1점이니 2점이니 하는 것을 듣고, ‘10점 만점이라 해도 점수가 짜구나’ 했는데, 알고 보니 100점 만점이더라고요. (웃음)
- 작년 연말에 있었던 FNS 가요제때 처음으로 퍼포먼스를 한 직후에 히라테상과 인터뷰를 했었는데, 첫 퍼포먼스에 대한 감상을 물으니 ‘정말 달성감이 들지 않았어요.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만 남습니다’라고 이야기 하는 게 정말 인상 깊었어요.
유 : 아마도 그건 테치코가 타고난 ‘표현자’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글을 쓰는 것도 그렇습니다만, 무언가 ‘표현’한 뒤에 자신의 결과물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가 바로 그 표현자가 프로이냐 아마추어냐를 가르는 선이라 생각해요. ‘기분 좋게 노래 했다’나 ‘틀리지 않고 춤 추었다’정도에서 만족 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 항상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는 또 다른 자신을 갖고 있느냐 말이죠. 히라테상은 그런 ‘또 다른 자신’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또 다른 자신’의 존재를 언제부터 의식하게 되었는 지 질문을 해 보고 싶을 정도네요.
- 그 정도로 스스로를 엄격하게 평가 하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 해 가고 있으니까 말이죠. 요 몇 달 사이에 정말 눈부시게 발전했죠.
유 : 단순히 부정적인 성격이어서 자신에 대해 짜게 평가를 하는 게 아니란 것이겠죠. 부정적인 성격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부정적인 면에 발목이 잡히기 마련이거든요.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끌어내린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녀는 정 반대죠. 자신에 대해 내린 낮은 평가를 디딤돌 삼아 더욱 더 높이 도약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 도약력이 엄청나다는 것 역시 대단한 점이죠. 그렇게 높이 뛰어오를 수 있다는 건 결국 스스로가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있다는 얘기겠고요. 그런 면에서 보면 그녀는 절대 부정적인 사람이 아니에요. 오히려 엄청나게 긍정적인 사람이라 해야겠지요. 아,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라요 정말.
- 지금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아직 다 표현 해 내지 못 한 숨은 매력이 많아 보이죠.
유 : 배우로서 어려운 역할에 도전 해 봤으면 좋겠어요. 테치코라면 ‘이 세상 어디에도 자신이 있을 곳이 없는 사람’의 외로움과 괴로움을 잘 표현 해 낼 것 같거든요. 소설 중에 ‘10대 중반의 아이가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자신의 살아 갈 길을 찾아낸다’는 소재는 아주 흔한 소재이지요. 하지만 그런 소설을 영상화 한다고 했을 때, 그런 주인공의 고통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표현 해 낼 수 있는 배우는 정말로 적어요. 히라테상은 존재감이 강한 동시에 자신의 그런 존재감을 지울 수 있다고 할지, 투명감이 있다 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양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요. 그녀라면 이 세상에 떠도는 ‘유령’역할마저도 리얼하게 소화 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예를 하나 더 들어 보자면 5살 때 행방불명이 되어 다른 세계로 떨어졌다가 10년 뒤, 15살이 되어 집으로 돌아 온 소녀라던가. 그녀는 이야기를 환기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어요.
- 그거 재미있어 보이는데요. 그런 존재감을 가진 사람은 매우 적지요.
유 : 그 뿐 아니에요. 기모노도 엄청 잘 어울리니까 그 점을 살려 아케치 미츠히데 (오다 노부나가의 오른팔이었으나 배신, 혼노지의 변을 일으켜 오다의 몰락을 불러들인 장본인)의 딸, 호소카와 가라샤 (미츠히데의 딸이자 호소카와 타다오키의 부인. 원래 이름은 타마코였으나 카톨릭으로 개종한 이후 세례명인 그라치아를 이름으로 썼다.)도 잘 어울릴 것 같고, 라쿠고 ‘타치키리’에 나오는 ‘코이토’나 ‘목련등롱’에 나오는 ‘오츠유’처럼 스스로의 신념을 관철하는 여성 역할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 존재감 뿐 아니라 목소리도 매력적이지요.
유 : 매력적이죠. 어제 이동중에 내내 자동차에서 케야키를 들으며 ‘이 목소리는 누구랑 닮았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얼마 뒤에 깨달았어요. 이 목소리는 유일무이하다라는 걸. 야마구치 모모에상의 예를 들어보자면 ‘토시고로’나 ‘파란 과실’때는 사실 그렇게까지 표현력이 풍부하지 못했지만, 아키 요코(배우, 작사가)와 우자키 류도(배우, 가수. 아키 요코와는 부부) 콤비를 만난 뒤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지요. 히라테상의 목소리는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귓가에 남는 목소리예요. 본격적으로 트레이닝을 받는다면 어떤 목소리로 성장 할 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 14살 소녀 특유의 앳된 목소리 안에 어딘지 사람을 끌어들이는 부분이 있지요. ‘사일런트 마조리티’ 역시 그녀의 솔로로 시작되기에 그 정도로 임팩트가 있는 노래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유 : 한 마디로 정리하면 ‘리얼한 목소리’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슴 깊숙한 곳에서 우러난 감정을 그대로 자신의 목소리로 표현하고 있다고 할까. 그거, 듣기엔 쉬워보여도 그렇게 할 줄 아는 사람은 정말 적거든요. 그리고 그녀 특유의 ‘감정을 끌어내는 법’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음… 그 목소리는 정말로 신비한 울림이거든요. ‘리얼’하면서도 ‘날 것’이라기보다는 ‘무기질’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
- 아이돌의 목소리라 하면 보통 톤이 높은 목소리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히라테상은 톤도 낮은 편이지요. 그리고 그런 톤을 잘 살려 준 노래가 바로 ‘사일런트 마조리티’고요. 생각 해 보면 아이돌 노래중에서 도입부의 톤이 그렇게 낮은 노래는 찾아보기 힘들어요. 그것도 그게 데뷔곡인 경우는 더더욱 보기 드물죠.
유 : 야마구치 모모에상은 밝은 곡과 어두운 곡을 번갈아 가며 내셨죠. 의상도 곡의 분위기에 따라 맞추어 냈었고. 그런 면에서 보면 케야키의 다음 싱글이 어떤 분위기일지 엄청 기대 됩니다.
- 그렇죠. 서서히 다른 멤버들의 컬러도 확립되어 갈 테고, 그런 멤버들의 개성과 컬러가 작품에 어떻게 영향을 줄 지 기대가 되네요. 실제로 케야키자카는 지금까지 48그룹이나 노기자카에게 관심을 느끼지 못 했던 사람들을 흡수하고 있지요.
요 : 48그룹이나 노기자카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케야키에는 빠져 든 사람이라고요?
- 네. 지금까지 아이돌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이 ‘사일런트 마조리티’의 MV, 혹은 곡을 통해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단한걸’이라며 흥미를 보이는 경우가 의외로 많거든요.
유 : 오 그렇군요. 가사나 곡조, 의상이나 안무에도 사람의 시선을 끄는 요소들이 있지만, 케야키의 경우에 그런 모든 요소들을 능가하는 ‘히라테 유리나’라는 존재가 있으니까 말이죠. 관심 없던 사람들이 흥미를 보인다는 말도 납득이 되네요. 비슷한 예로 마에다 아츠코상을 들 수 있겠지만, 그런 앗짱조차도 처음엔 센터에 서기 싫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반해, 히라테상은 처음부터 센터의 중압감을 받아들이고 있지요.
- 그렇네요. 마에다상도 그렇고 이코마 리나상도 그렇고 처음엔 ‘왜 내가 센터야?’라는 질문에 갈등하면서 센터 자리에 서 있었지요.
유 : 물론 히라테상 역시 그런 갈등은 하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케야키자카를 짊어지고 더 높이까지 가야한다’는 사명감과 함께 그런 갈등마저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겠지요.
- 그리고 케야키자카의 경우에는 다른 아이돌그룹들에 비해 처음부터 여성팬 비율이 높죠.
유 : 케야키자카를 보며 ‘내 마음을 대변해준다’고 생각하는 여성 중, 고등학생들이 많은 거겠죠. 라디오에 여중생이 사연을 보내 연애 상담을 한 적도 있었고요. 아마 앞으로도 동세대 여자 아이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그룹이 될 거라 생각해요.
- 수 많은 아이돌그룹들이 있는 가운데, 케야키자카가 다른 그룹들과 차별되는 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유 : 저는 그룹이 갖고 있는 ‘소녀성’이 그것이라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소녀’란 삶을 즐기며 매 순간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인 동시에, ‘죽음’과 등을 맞대고 있는 위태로운 존재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위태로움’, ‘덧없음’, ‘막막함’을 이 정도로 구체화시킨 그룹은 지금까지 없었거든요.
- 하긴, 최근에는 그런 ‘소녀성’을 아이돌에 접목시키는 것이 금기시 되기도 했네요.
유 : 케야키자카는 말하자면 ‘사춘기’예요. 사춘기의 불안정함을 체현화한 그룹. 의상도 그렇죠. 치마 길이가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잖아요. ‘요즘 아이들’다운 요소는 없지만 그런 부분이 풋풋한 ‘소녀’를 떠올리게 하죠.
-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유 : 테치코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 갈 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소녀들이란 10대 중반부터 20대에 걸쳐 급격하게 변해가거든요. 하지만 제 생각에 테치코는 ‘영원한 14살’이라고나 할까요, 그 특유의 ‘소녀성’을 그대로 가진 채 성장 해 나갈 것 같아요.
- 저도 히라테상은 지금의 솔직함을 잃지 않고, 주변에 물들지 않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자라온 것 같고요.
유 : 저도 동감합니다. 사실 복잡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그런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연예계에 들어왔다는 사람들은 많잖아요. 하지만 히라테상은 사랑을 받고 자랐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아, 그리고 히라테상은 수영복이나 미니스커트보다 반바지, 청바지 등 보이쉬한 의상이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사실 ‘소녀’들은 정말 짧은 시간동안 남자도, 여자도 아닌 미묘한 시기를 보내거든요. 하지만 히라테상은 정말 절묘하게 그런 찰나와도 같은 순간에 살고 있는 거예요. 그런 시간은 언제 사라져 버릴 지 모르는 일이기에, 히라테상에게서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것이죠. 테치코를 보고 있을 땐 눈을 깜빡거리는 시간조차 아깝다고나 할까요.
유미리 : 재일 한국인(한국 국적) 소설가. 카나가와현 출신. 1997년 ‘가족 시네마’로 116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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