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마 리나 X 키타노 히나코
‘불 타 올라라! 폭탄 소녀여!’
‘폭탄 시대’
- 키타노상이 처음 2기생으로 들어 왔을 때, 어떤 이미지였나요?
이코마 (이하 ‘이’) : 처음에는 ‘얘 괜찮으려나~’하는 생각이 들어 내심 걱정했어요.
키타노 (이하 ‘키’) : 우후후후 (웃음)
이 : 저뿐만 아니라 1기생들 전원이 같은 생각이었어요.
- 어떤 면에서 ‘괜찮을 지 모르겠다’는 거였나요?
이 : 처음엔 ‘그렇게 말 하면 듣는 쪽 기분도 좋지 않다’는 얘기까지 했었거든요. 다들 키이쨩 대할 땐 겁내했어요.
- ‘얘는 폭탄발언을 하는 애구나’ 라는 느낌이었군요.
키 : 초반에 ‘폭탄’이라고 불리긴 했어요. (웃음)
이 : 키이쨩 같은 경우에는 솔직한 아이다 보니까 생각나는 걸 그대로 얘기 해 버리거든요. 선발 발표때처럼 다른 멤버들이 민감할 때에도 그러니까 다들 그 모습을 보며 ‘에? 그거 말 해 버리는건가?’ 싶었을 정도예요.
키 : 선발발표? 8번째 싱글 선발발표 얘기예요?
이 : 응. 그 때. 키이쨩이 처음으로 선발에 뽑혔을 때 말이야. 사실 선발 발표 직후에는 ‘선택을 받았다’는 말 한 마디가 참 조심스러워지거든요.
- 바로 곁에 ‘선택을 받지 못 한’ 멤버들이 있으니 말이죠.
키 : 이제는 저도 그 마음을 잘 알아요. 아무래도 계속 언더에 있었기에… 선발에 뽑힌 멤버가 ‘왜 나 같은 걸…’이라 말 하는 걸 들으면 속으로 ‘그럴거면 나랑 바꿔줘요’라고 생각하곤 했거든요. 지금이야 ‘선발에 뽑힌 사람들은 그만큼 긍정적으로 열심히 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 때는… 아, 그리고 같은 말이라 해도 말 하기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 것도 그 땐 몰랐어요. 그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을 그대로 하는 것 만으로도 벅찼거든요. 정말이지 여러 의미에서 ‘솔직함이 지나쳤’던 것 같아요. (웃음)
- 아무래도 가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까 별 수 없었다고 생각해요.
이 : 그건 그렇지만 정도란 게 있으니까요. 학교만 잘 다녔어도 알 수 있는 일이잖아요.
키 : 어! 잠깐만요! 저 학교 하루도 안 빠지고 나갔는데요.
이 :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잖아. (웃음) 그냥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단어를 골라서 이야기 한다고 해도 그에 대한 의견은 결국 ‘좋다’와 ‘싫다’ 단 두 가지로만 나뉘니깐 말이죠. 저 역시도 아직 그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다른 이들에게 ‘전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끼고 있지만 말이죠.
- 손이 많이 가는 후배가 들어왔구나… 싶었겠어요.
키 : 선배님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 지 전혀 몰랐어요. 9번째 싱글 활동 기간이 어느 정도 지났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언더 선배님들께서 저를 받아들여주셨던 때였지요. 그 때, 한 스태프분께서 ‘요즘은 선배들에게도 칭찬을 듣더라’라고 말씀 해 주셨지요. 아직도 기억이 나요.
- 받아들여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네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키타노상 같은 후배들은 선배들에게 사랑받을 것 같은데 말이죠.
이 : 음… (웃음) 사실 2기생들이 ‘후배’라는 감각이 별로 없거든요. 생각 해 보면 2기생들이 활동을 시작한 게 7번째 싱글 때니까, 저희랑 1년 반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잖아요. 오히려 2기생들과 함께 활동 해 온 시간이 더 길거든요. 솔직히 말하자면 2기생들이 가끔 ‘아뇨 저는 후배라…’고 하는 걸 그만 해 줬으면 싶을 정도예요. AKB에 비유하자면 1기생과 3기생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난단 말이죠.
- 하긴, AKB의 1기생인 미네기시상과 3기생인 카시와기상의 사이로 바꿔 생각 해 보면…
이 : 그렇죠? 그러니까 저 개인적으로는 ‘선배님들이니까 어려워’라는 생각은 전혀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키 : 음… 아무래도 2기생들은 연구생 시기가 길었던 데다가, 아직 자기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질 정도로 뭔가를 이루지도 못 했기에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같은 그룹이라 해도 지금껏 함께 같은 시간을 보내왔냐 하면 그렇지도 않거든요. 같은 2기생들 조차도 걸어 온 길이, 보아 온 환경이 전혀 다를 정도. 그렇기에 ‘모두가 같다’는 의식을 갖기는 좀 힘든 게 아닐까 싶어요.
‘세컨드’
- 자, 그럼 지금은 키타노상의 이미지가 변했나요?
이 : 짧은 시간동안 급성장 했다는 이미지가 생겼어요. ‘아, 이젠 춤도 곧잘 추는구나!’랄까요. 언더 라이브를 겪으면서 단련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키 : 선배님들에게요? 덕분에 무럭무럭 자랐죠. (웃음)
- 이코마상이 생각하는 키타노상의 매력은?
이 : 매사에 굽히지 않고 직접 부딪히는 점이 매력이라 생각해요.
- 노기자카에는 어딘가 쿨한 이미지의 멤버들이 많은데, 그런 가운데 서투르면서도 우직하게 노력하는 모습이 키타노상의 매력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점은 이코마상의 매력과도 통한다고 보는데요.
이 : 그렇지도 않아요. 노기자카 내부에서라면 그런 식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실제로 비슷하냐 비슷하지 않냐로 나눈다면 전혀 다르죠.
- 그렇게나 다른가요?
이 : 키이쨩은 ‘아이돌’이거든요.
키 : 아뇨. 전 ‘폭탄’인걸요. (웃음)
이 : 태도도 그렇고, 행동거지도 그렇지만 ‘존재’ 그 자체가 정말이지 아이돌다워요. 보고 있는 모든 이를 미소짓게 하는데다가,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즐거워 지는 아이거든요.
- 키타노상처럼 천성적으로 밝은 성격은 노기자카에선 찾아보기 힘든 타입 같네요.
키 : 하지만 그런 성격이 ‘부등호’ 때까지 발목을 잡았어요. ’노기자카의 분위기가 아닌’ 저로는 안 되는 건가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죠. 이전까지는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않고 생각 나는대로 살아 왔지만, 최근에는 매사에 일단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랬더니 오히려 웃을 수가 없게 되더라고요…
- 웃는 방법을 잊어 버렸다… 그런 건가요?
키 : 잊어버린 건 아니지만, 발목을 잡고 있던 개성을 지워 볼까… 해서.
이 : 그런 거 무리야. 나도 지워 보려 했지만 무리였어. 행동거지를 나쨩이나 마이얀처럼 조숙하게 해 보는 게 나으려나 해서 따라 해 보기도 했지만, 결국 그럴 필요까진 없다는 걸 알게 되었지. 그렇게 자기 개성을 지우고 획일화 되는 사람이 많으면 그룹 전체가 재미 없어지잖아. 그러니까 나는 나다운 게 좋다고 생각하게 됐어.
- 하지만 키타노상은 그런 자신을 아직 긍정하기 힘들다?
키 :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목표도 있는데 이렇게 고민만 할 바에는 차라리 전부 내려놓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거의 포기상태였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게 14번째 싱글 선발 발표였거든요.. 미오나 혼자 새롭게 선발에 들어가고 그 외에는 아무도 바뀌지 않았던 그 때…
- ‘선발의 벽이라는 게 이렇게나 높구나’라고 느낀 건가요.
키 : 상에토 활동을 통해서도 그렇고, 저 나름대로는 그래도 결과를 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넌 여기까지’라고 선이 딱 그어진 것만 같았어요. 말하자면 길게 줄을 서서 메론빵을 사려고 기다렸는데 내 바로 앞에서 전부 팔려버렸을 때의 기분… 우리는 여기까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 음…
키 : 그 뒤로는 웃을 수도 없게 됐고, 2기생들과도 소통을 못 하고 고립되어 버렸어요. 그러던 어느날, 스태프분께서 ‘요즘 어떻게 지내?’라고 말을 걸어주셨는데, 때 마침 저스스로도 ‘나 자신을 위해서도 바뀌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기에 그런 얘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키타노 너는 일단 웃고 있으면 돼!’라고 말씀을 해 주셨어요. ‘그게 뭐예요!’라고 말 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런 조언도 들었으니 일단 웃어보자!라고 생각해서 웃기 시작했더니 기분도, 마음가짐도 달라지게 되었어요.
이 : 그거 다행인데!
키 : 그렇게 마음을 바꿔먹고 노력 한 결과, 15번째 싱글에서 선발에 들 수 있었습니다. 역시 이코마상이 아까 말씀하셨듯이 저라는 사람 역시 노기자카라는 그룹에 또 다른 색깔 하나를 더해주는 존재라는 걸 느끼게 되었지요.
이 : 다양한 형태와 다양한 색이 있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해.
키 : 초창기 노기자카를 만들어 오신 것은 이코마상이죠. 그 뒤로 시라이시상, 미오나, 나나세상, 이쿠타상… 센터에 서는 사람들이 바뀌면서 노기자카라는 그룹 역시 모습을 바꾸어가며 성장 해 왔지요. 하지만 아무래도 최근 들어 노기자카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노기자카라는 그룹의 컬러와 이미지가 정착되었던 것도 사실이고, 그 이미지가 너무나도 높은 벽이었던 것도 사실이었지요.
- 확실히 노기자카의 이미지가 정착되어 가고 있지요.
키 : 하지만 그런 부분을 뛰어넘어 제가 목표로 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그런 정착된 이미지에 새로운 색을 불어넣어야만 하거든요. 하지만 지금 프론트에 서 계시는 선배님들은 선배님들 나름대로 ‘우리가 여기까지 이 그룹을 키워왔다’는 마음이 있으실테니까…
이 : 그런 거, 부숴버려도 돼.
키 : 에?!?!
- 키타노상의 생각에 찬동 해 주시는 ‘선배님’이 바로 곁에 계신걸요. (웃음)
키 : 에~ 이코마상, 히나코가 또 폭탄 되길 바라시는 거예요?
이 :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이제 와서 내가 뭔가 바꿀 수 있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보거든. 내가 다시 센터에 선다 해도 새로운 건 없잖아. 그렇다면 2기생이나, 어린 멤버들이 더더욱 앞으로 나와 주었으면 좋겠거든. 나는 마라톤으로 비유하자면 ‘급수 장소에서 런너들에게 물을 주는’ 서포터, 혹은 뒷정리를 하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 아무도 뒷수습을 안 하면 방 안이 더러워지니까 말이야.
- 내가 뒤에서 수습을 할테니, 하고 싶은 만큼 날뛰어 봐라. 라는 얘기네요. 듬직한 선배군요!
이 : 물론 그런 걸 너무 티 낼 생각은 없어요. 뒤에서 조용히 뒷정리를 하는 사람이랄까. (웃음)
- 권투에서 말하는 ‘세컨드’ 역할이네요. 링사이드에 서서 ‘서! 서란말이야 키타노!’ (만화 ‘내일의 죠’)라고 격려 해 주는 역할이랄까.
이 : 네. 인터벌 때 정신 차리라고 물도 부어주고 말이죠.
키 : 아하하하하 재미있네요.
이 : 저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 분명 그런 길도 생각 해 볼만 할 것 같네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역시 이코마상이 ‘세컨드’가 아니라 ‘파이터’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요.
이 : 그 밸런스가 참 미묘해요. 파이터로서의 제 모습을 보고 싶어하시는 분들의 마음도 잘 알지만, 지금의 노기자카는 입는 옷도, 만들어 내는 작품도 제가 중심에 있던 초창기의 그것들과는 전혀 다르니깐 말이죠. 물론 그렇다고 제가 전부 포기했다는 건 아닙니다만.
키 : 이코마상의 입장은 그룹 내에서도 정말 특수하니까요. 간단히 공감 하기도 힘든데다가, 아무리 멤버들이 ‘도와 주고 싶다’고 생각해도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니깐 말이에요.
이 : 키이쨩 정말 상냥하구나… 울 것 같아. 하지만 이런 식으로 키이쨩 처럼 이야기 해 주는 멤버들이 있고, 스태프분들이나 멤버들도 많이 이해를 해 주시기에 정말 많이 도움을 받았어요. 그 덕분에 이렇게 이 그룹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한참 전에 그만 뒀을 것 같거든요. 정말이지 감사하는 마음 뿐입니다.
‘두려워 해 주었으면’
- 15번째 싱글에선 두 분 모두 선발멤버에 뽑히셨지요.
키 : 네. 지금 선발 3열에서 즐기고 있어요.
이 : 3열, 정말로 재미있어요.
키 : 정말 시시한 장난 치면서 놀곤 하죠.
이 : 진짜 시덥잖은 일들만 하죠. (웃음)
- 선발 중에서 가장 자유도가 높은 포지션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 : 네. 쟈켓사진 촬영이나 MV 촬영 때도 정말 자유로워요. 처음엔 ‘모든 개는 천국에 간다’에 참가했던 당시 3열 멤버들이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하자’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그 뒤로부터는 그런 자유로운 분위기가 3열의 독특한 전통이 되었어요. 그런 데에 키이쨩이 왔으니… ‘웰컴’ 이었죠 (웃음)
- 그런 분위기에 딱 맞는 ‘키타노 히나코’라는 인재가 들어 온 거네요.
키 : ‘폭탄 소녀’가 온 거죠. (웃음)
이 : 하지만 키이쨩은 더욱 더 기세 좋게 치고 올라 갔으면 좋겠어요.
키 : 아까도 말 했듯이 3열에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어요. 그리고 전 지금 선발 멤버들의 분위기를 그런 3열의 분위기로 바꾸어 나가고 싶어요. 물론 ‘10복신’은 손도 안 닿는 존재이긴 하지만…
이 : 확실히 ‘거리’는 있을 지도 모르지. 내 눈에는 보이는 거리지만 그래도 결코 가깝지는 않은 거리.
- 그리고 ‘프론트’라는 벽은 더더욱 높고 말이죠.
키 : 하지만 전 그 벽을…
이 : 오!!
키 : 아, 아녜요. (웃음)
이 : 얘기 해, 얘기 해 버려!!
키 : 이대로 2기생들이 활약을 못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게 두려워요. 실제로 현재의 2기생들은 힘이 부족하고, 여기까지 오는 데만 해도 오래걸렸기에 더더욱… 게다가 곧 3기생들도 들어오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대로 2기생들이 없던 일이 되어 버리는 건 싫어요!
이 : 응. 나도 그런 건 싫어.
키 : 선배님들께서도 저희를 예뻐 해 주시고, 저희도 선배님들을 따르지만… 한 편으로는 저희를 좀 더 ‘두려워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 ‘요즘 키타노의 성장세가 엄청나다’ 라는 식으로 선배들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건가요?
키 :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하면 서로서로 자극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데다가, 그룹 자체를 더더욱 변화시켜 나가고 싶거든요.
- 역시나 폭탄 소녀는 폭탄 소녀군요.
이 : 그거 좋은 생각이다. 기폭제가 되어 줘.
키 : 하지만 정말로 ‘폭발’해서 한 번에 끝나버리는 건 싫은데요.
이 : 폭발 한 뒤 오랫동안 후폭풍을 남기면 되잖아!
키 : 자, 그럼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여러 개 준비 해 둘게요. 하나가 폭발 한 뒤, 곧이어 다음 게 폭발하고, 또 다른 게 폭발하고… 이런 식으로… (웃음) 정말 위험한 폭탄 소녀라고요!!
이 : 야 그거 무섭네. 키이쨩이 날려 버리러 올 거야~
키 : 날려 버리진 않아요~
이코마 리나 X 키타노 히나코
‘불 타 올라라! 폭탄 소녀여!’
‘폭탄 시대’
- 키타노상이 처음 2기생으로 들어 왔을 때, 어떤 이미지였나요?
이코마 (이하 ‘이’) : 처음에는 ‘얘 괜찮으려나~’하는 생각이 들어 내심 걱정했어요.
키타노 (이하 ‘키’) : 우후후후 (웃음)
이 : 저뿐만 아니라 1기생들 전원이 같은 생각이었어요.
- 어떤 면에서 ‘괜찮을 지 모르겠다’는 거였나요?
이 : 처음엔 ‘그렇게 말 하면 듣는 쪽 기분도 좋지 않다’는 얘기까지 했었거든요. 다들 키이쨩 대할 땐 겁내했어요.
- ‘얘는 폭탄발언을 하는 애구나’ 라는 느낌이었군요.
키 : 초반에 ‘폭탄’이라고 불리긴 했어요. (웃음)
이 : 키이쨩 같은 경우에는 솔직한 아이다 보니까 생각나는 걸 그대로 얘기 해 버리거든요. 선발 발표때처럼 다른 멤버들이 민감할 때에도 그러니까 다들 그 모습을 보며 ‘에? 그거 말 해 버리는건가?’ 싶었을 정도예요.
키 : 선발발표? 8번째 싱글 선발발표 얘기예요?
이 : 응. 그 때. 키이쨩이 처음으로 선발에 뽑혔을 때 말이야. 사실 선발 발표 직후에는 ‘선택을 받았다’는 말 한 마디가 참 조심스러워지거든요.
- 바로 곁에 ‘선택을 받지 못 한’ 멤버들이 있으니 말이죠.
키 : 이제는 저도 그 마음을 잘 알아요. 아무래도 계속 언더에 있었기에… 선발에 뽑힌 멤버가 ‘왜 나 같은 걸…’이라 말 하는 걸 들으면 속으로 ‘그럴거면 나랑 바꿔줘요’라고 생각하곤 했거든요. 지금이야 ‘선발에 뽑힌 사람들은 그만큼 긍정적으로 열심히 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 때는… 아, 그리고 같은 말이라 해도 말 하기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 것도 그 땐 몰랐어요. 그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을 그대로 하는 것 만으로도 벅찼거든요. 정말이지 여러 의미에서 ‘솔직함이 지나쳤’던 것 같아요. (웃음)
- 아무래도 가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까 별 수 없었다고 생각해요.
이 : 그건 그렇지만 정도란 게 있으니까요. 학교만 잘 다녔어도 알 수 있는 일이잖아요.
키 : 어! 잠깐만요! 저 학교 하루도 안 빠지고 나갔는데요.
이 :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잖아. (웃음) 그냥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단어를 골라서 이야기 한다고 해도 그에 대한 의견은 결국 ‘좋다’와 ‘싫다’ 단 두 가지로만 나뉘니깐 말이죠. 저 역시도 아직 그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다른 이들에게 ‘전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끼고 있지만 말이죠.
- 손이 많이 가는 후배가 들어왔구나… 싶었겠어요.
키 : 선배님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 지 전혀 몰랐어요. 9번째 싱글 활동 기간이 어느 정도 지났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언더 선배님들께서 저를 받아들여주셨던 때였지요. 그 때, 한 스태프분께서 ‘요즘은 선배들에게도 칭찬을 듣더라’라고 말씀 해 주셨지요. 아직도 기억이 나요.
- 받아들여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네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키타노상 같은 후배들은 선배들에게 사랑받을 것 같은데 말이죠.
이 : 음… (웃음) 사실 2기생들이 ‘후배’라는 감각이 별로 없거든요. 생각 해 보면 2기생들이 활동을 시작한 게 7번째 싱글 때니까, 저희랑 1년 반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잖아요. 오히려 2기생들과 함께 활동 해 온 시간이 더 길거든요. 솔직히 말하자면 2기생들이 가끔 ‘아뇨 저는 후배라…’고 하는 걸 그만 해 줬으면 싶을 정도예요. AKB에 비유하자면 1기생과 3기생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난단 말이죠.
- 하긴, AKB의 1기생인 미네기시상과 3기생인 카시와기상의 사이로 바꿔 생각 해 보면…
이 : 그렇죠? 그러니까 저 개인적으로는 ‘선배님들이니까 어려워’라는 생각은 전혀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키 : 음… 아무래도 2기생들은 연구생 시기가 길었던 데다가, 아직 자기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질 정도로 뭔가를 이루지도 못 했기에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같은 그룹이라 해도 지금껏 함께 같은 시간을 보내왔냐 하면 그렇지도 않거든요. 같은 2기생들 조차도 걸어 온 길이, 보아 온 환경이 전혀 다를 정도. 그렇기에 ‘모두가 같다’는 의식을 갖기는 좀 힘든 게 아닐까 싶어요.
‘세컨드’
- 자, 그럼 지금은 키타노상의 이미지가 변했나요?
이 : 짧은 시간동안 급성장 했다는 이미지가 생겼어요. ‘아, 이젠 춤도 곧잘 추는구나!’랄까요. 언더 라이브를 겪으면서 단련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키 : 선배님들에게요? 덕분에 무럭무럭 자랐죠. (웃음)
- 이코마상이 생각하는 키타노상의 매력은?
이 : 매사에 굽히지 않고 직접 부딪히는 점이 매력이라 생각해요.
- 노기자카에는 어딘가 쿨한 이미지의 멤버들이 많은데, 그런 가운데 서투르면서도 우직하게 노력하는 모습이 키타노상의 매력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점은 이코마상의 매력과도 통한다고 보는데요.
이 : 그렇지도 않아요. 노기자카 내부에서라면 그런 식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실제로 비슷하냐 비슷하지 않냐로 나눈다면 전혀 다르죠.
- 그렇게나 다른가요?
이 : 키이쨩은 ‘아이돌’이거든요.
키 : 아뇨. 전 ‘폭탄’인걸요. (웃음)
이 : 태도도 그렇고, 행동거지도 그렇지만 ‘존재’ 그 자체가 정말이지 아이돌다워요. 보고 있는 모든 이를 미소짓게 하는데다가,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즐거워 지는 아이거든요.
- 키타노상처럼 천성적으로 밝은 성격은 노기자카에선 찾아보기 힘든 타입 같네요.
키 : 하지만 그런 성격이 ‘부등호’ 때까지 발목을 잡았어요. ’노기자카의 분위기가 아닌’ 저로는 안 되는 건가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죠. 이전까지는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않고 생각 나는대로 살아 왔지만, 최근에는 매사에 일단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랬더니 오히려 웃을 수가 없게 되더라고요…
- 웃는 방법을 잊어 버렸다… 그런 건가요?
키 : 잊어버린 건 아니지만, 발목을 잡고 있던 개성을 지워 볼까… 해서.
이 : 그런 거 무리야. 나도 지워 보려 했지만 무리였어. 행동거지를 나쨩이나 마이얀처럼 조숙하게 해 보는 게 나으려나 해서 따라 해 보기도 했지만, 결국 그럴 필요까진 없다는 걸 알게 되었지. 그렇게 자기 개성을 지우고 획일화 되는 사람이 많으면 그룹 전체가 재미 없어지잖아. 그러니까 나는 나다운 게 좋다고 생각하게 됐어.
- 하지만 키타노상은 그런 자신을 아직 긍정하기 힘들다?
키 :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목표도 있는데 이렇게 고민만 할 바에는 차라리 전부 내려놓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거의 포기상태였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게 14번째 싱글 선발 발표였거든요.. 미오나 혼자 새롭게 선발에 들어가고 그 외에는 아무도 바뀌지 않았던 그 때…
- ‘선발의 벽이라는 게 이렇게나 높구나’라고 느낀 건가요.
키 : 상에토 활동을 통해서도 그렇고, 저 나름대로는 그래도 결과를 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넌 여기까지’라고 선이 딱 그어진 것만 같았어요. 말하자면 길게 줄을 서서 메론빵을 사려고 기다렸는데 내 바로 앞에서 전부 팔려버렸을 때의 기분… 우리는 여기까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 음…
키 : 그 뒤로는 웃을 수도 없게 됐고, 2기생들과도 소통을 못 하고 고립되어 버렸어요. 그러던 어느날, 스태프분께서 ‘요즘 어떻게 지내?’라고 말을 걸어주셨는데, 때 마침 저스스로도 ‘나 자신을 위해서도 바뀌어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기에 그런 얘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키타노 너는 일단 웃고 있으면 돼!’라고 말씀을 해 주셨어요. ‘그게 뭐예요!’라고 말 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런 조언도 들었으니 일단 웃어보자!라고 생각해서 웃기 시작했더니 기분도, 마음가짐도 달라지게 되었어요.
이 : 그거 다행인데!
키 : 그렇게 마음을 바꿔먹고 노력 한 결과, 15번째 싱글에서 선발에 들 수 있었습니다. 역시 이코마상이 아까 말씀하셨듯이 저라는 사람 역시 노기자카라는 그룹에 또 다른 색깔 하나를 더해주는 존재라는 걸 느끼게 되었지요.
이 : 다양한 형태와 다양한 색이 있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해.
키 : 초창기 노기자카를 만들어 오신 것은 이코마상이죠. 그 뒤로 시라이시상, 미오나, 나나세상, 이쿠타상… 센터에 서는 사람들이 바뀌면서 노기자카라는 그룹 역시 모습을 바꾸어가며 성장 해 왔지요. 하지만 아무래도 최근 들어 노기자카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노기자카라는 그룹의 컬러와 이미지가 정착되었던 것도 사실이고, 그 이미지가 너무나도 높은 벽이었던 것도 사실이었지요.
- 확실히 노기자카의 이미지가 정착되어 가고 있지요.
키 : 하지만 그런 부분을 뛰어넘어 제가 목표로 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그런 정착된 이미지에 새로운 색을 불어넣어야만 하거든요. 하지만 지금 프론트에 서 계시는 선배님들은 선배님들 나름대로 ‘우리가 여기까지 이 그룹을 키워왔다’는 마음이 있으실테니까…
이 : 그런 거, 부숴버려도 돼.
키 : 에?!?!
- 키타노상의 생각에 찬동 해 주시는 ‘선배님’이 바로 곁에 계신걸요. (웃음)
키 : 에~ 이코마상, 히나코가 또 폭탄 되길 바라시는 거예요?
이 :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이제 와서 내가 뭔가 바꿀 수 있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보거든. 내가 다시 센터에 선다 해도 새로운 건 없잖아. 그렇다면 2기생이나, 어린 멤버들이 더더욱 앞으로 나와 주었으면 좋겠거든. 나는 마라톤으로 비유하자면 ‘급수 장소에서 런너들에게 물을 주는’ 서포터, 혹은 뒷정리를 하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 아무도 뒷수습을 안 하면 방 안이 더러워지니까 말이야.
- 내가 뒤에서 수습을 할테니, 하고 싶은 만큼 날뛰어 봐라. 라는 얘기네요. 듬직한 선배군요!
이 : 물론 그런 걸 너무 티 낼 생각은 없어요. 뒤에서 조용히 뒷정리를 하는 사람이랄까. (웃음)
- 권투에서 말하는 ‘세컨드’ 역할이네요. 링사이드에 서서 ‘서! 서란말이야 키타노!’ (만화 ‘내일의 죠’)라고 격려 해 주는 역할이랄까.
이 : 네. 인터벌 때 정신 차리라고 물도 부어주고 말이죠.
키 : 아하하하하 재미있네요.
이 : 저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 분명 그런 길도 생각 해 볼만 할 것 같네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역시 이코마상이 ‘세컨드’가 아니라 ‘파이터’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요.
이 : 그 밸런스가 참 미묘해요. 파이터로서의 제 모습을 보고 싶어하시는 분들의 마음도 잘 알지만, 지금의 노기자카는 입는 옷도, 만들어 내는 작품도 제가 중심에 있던 초창기의 그것들과는 전혀 다르니깐 말이죠. 물론 그렇다고 제가 전부 포기했다는 건 아닙니다만.
키 : 이코마상의 입장은 그룹 내에서도 정말 특수하니까요. 간단히 공감 하기도 힘든데다가, 아무리 멤버들이 ‘도와 주고 싶다’고 생각해도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니깐 말이에요.
이 : 키이쨩 정말 상냥하구나… 울 것 같아. 하지만 이런 식으로 키이쨩 처럼 이야기 해 주는 멤버들이 있고, 스태프분들이나 멤버들도 많이 이해를 해 주시기에 정말 많이 도움을 받았어요. 그 덕분에 이렇게 이 그룹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한참 전에 그만 뒀을 것 같거든요. 정말이지 감사하는 마음 뿐입니다.
‘두려워 해 주었으면’
- 15번째 싱글에선 두 분 모두 선발멤버에 뽑히셨지요.
키 : 네. 지금 선발 3열에서 즐기고 있어요.
이 : 3열, 정말로 재미있어요.
키 : 정말 시시한 장난 치면서 놀곤 하죠.
이 : 진짜 시덥잖은 일들만 하죠. (웃음)
- 선발 중에서 가장 자유도가 높은 포지션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 : 네. 쟈켓사진 촬영이나 MV 촬영 때도 정말 자유로워요. 처음엔 ‘모든 개는 천국에 간다’에 참가했던 당시 3열 멤버들이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하자’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그 뒤로부터는 그런 자유로운 분위기가 3열의 독특한 전통이 되었어요. 그런 데에 키이쨩이 왔으니… ‘웰컴’ 이었죠 (웃음)
- 그런 분위기에 딱 맞는 ‘키타노 히나코’라는 인재가 들어 온 거네요.
키 : ‘폭탄 소녀’가 온 거죠. (웃음)
이 : 하지만 키이쨩은 더욱 더 기세 좋게 치고 올라 갔으면 좋겠어요.
키 : 아까도 말 했듯이 3열에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어요. 그리고 전 지금 선발 멤버들의 분위기를 그런 3열의 분위기로 바꾸어 나가고 싶어요. 물론 ‘10복신’은 손도 안 닿는 존재이긴 하지만…
이 : 확실히 ‘거리’는 있을 지도 모르지. 내 눈에는 보이는 거리지만 그래도 결코 가깝지는 않은 거리.
- 그리고 ‘프론트’라는 벽은 더더욱 높고 말이죠.
키 : 하지만 전 그 벽을…
이 : 오!!
키 : 아, 아녜요. (웃음)
이 : 얘기 해, 얘기 해 버려!!
키 : 이대로 2기생들이 활약을 못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게 두려워요. 실제로 현재의 2기생들은 힘이 부족하고, 여기까지 오는 데만 해도 오래걸렸기에 더더욱… 게다가 곧 3기생들도 들어오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대로 2기생들이 없던 일이 되어 버리는 건 싫어요!
이 : 응. 나도 그런 건 싫어.
키 : 선배님들께서도 저희를 예뻐 해 주시고, 저희도 선배님들을 따르지만… 한 편으로는 저희를 좀 더 ‘두려워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 ‘요즘 키타노의 성장세가 엄청나다’ 라는 식으로 선배들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건가요?
키 :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하면 서로서로 자극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데다가, 그룹 자체를 더더욱 변화시켜 나가고 싶거든요.
- 역시나 폭탄 소녀는 폭탄 소녀군요.
이 : 그거 좋은 생각이다. 기폭제가 되어 줘.
키 : 하지만 정말로 ‘폭발’해서 한 번에 끝나버리는 건 싫은데요.
이 : 폭발 한 뒤 오랫동안 후폭풍을 남기면 되잖아!
키 : 자, 그럼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여러 개 준비 해 둘게요. 하나가 폭발 한 뒤, 곧이어 다음 게 폭발하고, 또 다른 게 폭발하고… 이런 식으로… (웃음) 정말 위험한 폭탄 소녀라고요!!
이 : 야 그거 무섭네. 키이쨩이 날려 버리러 올 거야~
키 : 날려 버리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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