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l me it’s real
도쿄에 대해
- 오늘 취재에 참고를 해 볼까 하는 마음에 하시모토상의 블로그를 들어 가 보았어요. 그랬더니 세가와 아야카상과 함께 식사를 했다는 글이 올라 와 있더군요. 분명 세가와상은 아사히카와에서 보낸 고교시절 당시 동급생이셨지요?
하시모토 (이하 ‘하’) : 아, 세가와쨩이요!
- 홋카이도에서 청춘을 함께 보낸 동급생과, 그것도 연예계라는 같은 분야에서 함께 노력하고 있는 친구와 도쿄에서 재회하다니. 정말 멋진 일이네요.
하 : 세가와쨩은 고등학교 당시부터 학교의 아이돌격인 존재였어요. 저랑은 전혀 다른 타입이랄까, 저는 남자 아이들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거든요. (웃음)
- 후후후…
하 : 아, 사이가 안 좋았다고 하기보다는… (웃음) 애초에 엮일 일 자체가 거의 없었어요. 농구부 매니저였기에 농구부원 외에는 남자 아이들이 말도 잘 걸지 않았거든요.
- 고등학교 다닐 때에도 세가와상과 장래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나요?
하 : 아뇨. 진로에 대해 얘기 나눌만한 것도 없었고요. 상경 할 때 처음으로 ‘아! 도쿄 가는구나!’ 라고 이야기한 정도예요.
- 하시모토상은 도쿄를 동경했었나요?
하 : 처음엔 해외로 나가려 했었어요. 하지만 딱히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막연히 ‘해외에 가 보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지요. 뭐라 하죠… 살면서 한 번 밖에 할 수 없는 특별한 체험을 해 보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좁은 시골에서만 살았다 보니, 새로운 것들을 보고 느끼고 싶다는 마음은 나날이 커져만 갔지요. 하지만 해외에 가고싶다고 해서 바로 갈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렇다면 우선 도쿄라도’라는 생각으로 상경을 결심했습니다. 상경해서 ‘도쿄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들을 하면 해외에 대한 동경도 조금은 충족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들었고요. 제가 살던 아사히카와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도쿄에서는 볼 수 있을 것 같았고요. 그렇기에 이유를 만들기 위하여 ‘홋카이도에서는 배울 수 없지만 도쿄에서는 배울 수 있는 것’을 선택하여, 부모님의 반대도 무릅쓰고 상경 한 것이지요. 도쿄라는 도시 자체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기 보다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 했던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싶었다’는 게 더 정확하겠네요.
- 그렇게 상경하신 뒤 벌써 5년이나 지났지요.
하 : 네. 5년이나 지났지요. 올 해로 6년차예요.
- 도쿄는 어떤가요? 마음에 들어요?
하 : 좋아졌어요! 4년차쯤부터 좋아하게 되었어요. (웃음)
- 아무래도 초반에는 거리가 있었나요?
하 : 홋카이도에 갈 때 마다 ‘이대로 홋카이도에 있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거든요. 3~4년쯤 지난 시점부터 제 생활 사이클 속에서 도쿄를 즐기는 방법을 알게 되었어요.
- 하시모토상은 도쿄의 매력이 어떤 점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하 : 홋카이도로 돌아가면 항상 가족들과 함께 있지만, 도쿄에선 기본적으로 혼자지요. 그럴 때 마다 느끼는 게 ‘도쿄라는 도시는 외톨이들에게 참으로 친절한 도시’라는 점입니다. 아사히카와는 가게들이 대부분 저녁 8시면 문을 닫거든요. 술집 같은 데 말고 젊은 여성이 혼자 갈 만한 가게는 말이에요. 하지만 도쿄는 대부분 10시 정도까지는 가게들이 문을 여는데다가, 여성이 혼자 밤에 돌아다녀도 걱정이 안 될 정도로 밝기도 하고 말입니다. 가끔씩 외로워질때면 츠타야에 가면 어떻게든 되고 말이죠. (웃음)
- 아하하하하
하 : 가끔 밤에 외로울 때가 있는데 그럴 땐 밖에 나가요. 나가면 ‘아, 나처럼 혼자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지요. 바로 그런 점이 도쿄의 좋은 점이라 생각해요.
- 하시모토상은 쿠루리의 ‘도쿄’를 좋아한다고 들었는데요, 그 노래를 들으면서 홋카이도에서 상경 해 온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보곤 하나요? (쿠루리 - 도쿄)
하 : 네. 제 지론이기도 한데요, 노래 제목에 ‘도쿄’가 들어가는 곡 치고 나쁜 곡은 없다고 생각해요. YUI상의 ‘TOKYO’도 좋은 곡이고 말이죠. 음…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 쿠와타 케이스케상이나 이노우에 요스이상, 키노코제국, 긴난 보이즈… 후쿠야마 마사하루상 곡 중에도 제목에 ‘도쿄’가 들어 간 곡들이 있지요.
하 : 아, 맞아요. 제가 만들어 낸 가설인데, ‘상경 해 온 사람들은 제목에 도쿄가 붙은 곡들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 쿠루리의 ‘도쿄’에 빠지게 된 계기는 뭐였나요? 참고로 곡을 쓴 키시다 시게루상은 ‘교토에서 상경 해 와서 엄청 가난하고 불안한 시절을 보내던 가운데, 우연히 맞은 도쿄의 밤바람이 정말기분 좋아 이 곡을 썼다’고 말씀하신 바 있지요.
하 : ‘오늘 밤, 네게 전화를 걸고 싶어졌어’라는 가사가 있는데, 이 가사를 들을 때 마다 저기서 말하는 ‘너’는 내가 떠나 온 고향에 남아 있는 사람이겠지. 라고 생각하곤 해요. 그리고 ‘나’ 역시 얼마 전까지는 그 곳에 있었던 거고요.
- 아, 그렇군요.
하 : 그 당시 ‘나’와 함께 같은 시간을 보내던 ‘너’들은 당시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는 거잖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내’가 아직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고요. 저도 그런 ‘확인’을 자주 하는 편이거든요. 지금까지도 아사히카와를 떠나지 않고 계속 고향에서 지내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다행이다. 하나도 안 변했구나’라는 얘기를 들으면 저도 모르게 안심하곤 해요. 자신의 과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 해야하나, 당시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면 ‘아직 돌아 갈 곳이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곤 해요. 그렇게 보자면 ‘도쿄’라는 곡은 ‘아직도 내겐 돌아 갈 곳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해 주는 곡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 하시모토상은 라디오 방송 ‘Girls Locks’ (school of lock! 의 코너)의 진행도 하고 계시지요. 언젠가 ‘청취자들과 함께듣고 싶은 곡’이라는 앙케이트에 사이토 카즈요시상의 ‘예전부터 좋아했어’를 언급하신 적 있는데요. 그 때 이 곡을 고른 이유로 ‘이 곡을 들으면 예전 마음을 잊지 않을 수 있다’고 하셨었지요. 방금 전에 ‘도쿄’를 좋아하는 이유로 하신 말씀도 그렇고, 하시모토상에게 있어 ‘변하지 않는다’는 건 큰 의미를 갖는가봐요?
하 : 그런 것 같아요. 살면서 가장 즐거웠던 때가 언제냐 하면 중학생 때였거든요?
- 오, 고등학교 때가 아니라 중학교 때요?
하 : 자기 자신에게 가장 솔직했고, 자유롭게 행동했던 것이 중학생 때였거든요. 중학생 때는 정말로 제가 좋아하는 일밖에 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당시에 좋아했던 곡들을 들으면 그 때가 떠오르는데, 정말로 당시에는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한다’고 이야기 했었지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당당하게 ‘좋아한다’고 이야기 하는 게 어려워진다고 할까요... 아무래도 다른 것들마저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이런 말을 하면 다음부터는 이런 걸 하기 힘들어지겠지? 라던가 이런 일을 하면 이렇게 오해를 사겠지? 같은 것 말이에요… 그렇게 쓸데없이 너무 깊이 생각을 하다 보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어 버리죠. 그렇기에 앞으로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중학생때의 감각을 되찾아야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앞으로는 중학교때 그러했듯이 ‘좋아하는 것을 진심으로 즐기며’ 살아가고 싶어요. 어떻게 보자면 그 장시에 대한 동경이 있다고도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네요.
‘청춘의 추억’
- 올 해 4월이었나요. 블로그를 통해 고등학교 시절 친구가 보낸 메일을 소개하셨었지요. 하시모토상에게 있어 그렇게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단순하게 향수에 젖어 있다기 보다는 과거의 자신과의 접점을 확인하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하 : 네. 이런 세계에 있다보니 감각이 마비되어 가는 것 같았거든요.
- 네?
하 : 저라는 사람은 희노애락의 감정이 격한 편인 동시에 마음 한 구석에는 굉장히 냉철한 부분도 있거든요. 뭐라 하죠, 완전히 감정에 몸을 맡길 수가 없다 할까요. 엄청 화가 났을 때도 완전히 화를 내지 못 하고 마음 한 구석에선 ‘아, 나 지금 화 났구나’라고 스스로의 감정을 객관시해서 보곤 해요. 기쁠 때도 완전히 기뻐하기보다는 ‘이거 몰래카메라 아닐까?’라고 의심하게 되고. (웃음) 그렇게 ‘이 뒤에 뭐가 숨겨져 있을까?’라고 보는 건 그다지 좋은 버릇이 아닌 것 같지만 말이죠. 초등학생때부터 지금까지 일기를 쓰고 있는데, 초등학생때 썼던 일기장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어요. 가끔씩 다시 읽어 보면 정말 부끄럽지만, 동시에 제가 느꼈던 꾸밈없는 진심이 이런 거구나하는 생각도 들어요. 어디까지나 나만 읽을 생각으로 쓰는 것이다 보니 정말 솔직하게 써내려갔거든요. 이런 얘기를 듣고 감동을 받았다던가, 이런 일이 있어서 화가 났었다던가.
- 그 때 그 때 느낀 점을 상세하게 쓰셨나 보네요.
하 : 전력으로 매사에 부딛히는 자신의 모습이 일기 안에 적혀 있는 것을 보며 ‘나도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예전에도 이랬으니까 언젠가 다시 그렇게 될 수 있을지도 몰라’라생각하곤 해요.
- 얘기가 좀 바뀌는데, 중학교 때 부터 고등학교 때 까지 ‘청춘’을 만끽했다고 생각하나요?
하 : 아뇨. 그 정도로 만끽은 못 했던 것 같은데요. (웃음)
- 아하하하
하 : 고등학교에 다닐 때엔 그래도 그럭저럭 만끽했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중학교 땐 음… 그 땐 정말 엉망이었지만, 솔직했던 때였던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에게 혼 나는 게 일상이었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았으니 말이죠. 음… 그렇네요. 후후후
- 어떤 식으로 보내셨길래…
하 : 항상 인터넷에 빠져있었어요. (웃음) ‘와! 큐슈는 요즘 이런 게 유행이구나!’라던지 말이죠. 인터넷을 통해서 자신이 모르던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것이 정말 즐거웠어요. 그 외에는 몇 시간이고 친구랑 공원에서 떠들어 댄다던가…
- 크! 달콤 쌉싸름한 청춘이네요.
하 : 당시 친구가 좋아하는 선배가 있었는데, 그 선배가 매일 아침마다 공원에서 조깅을 한다는 소문을 듣고는 친구랑 둘이서 새벽부터 공원에서 죽치고 있기도 했죠. (웃음) 공원에서 그 선배가 오길 주구장창 기다렸어요.
- 하시모토상은 그런 ‘청춘 스토리’를 좋아하는 편인가요?
하 : 네. 좋아해요. 이런 거 있잖아요. 이거 제목이 뭐더라… (조용히 오쿠 하나코의 ‘가넷’을 흥얼거린다)
- 아, ‘시간을 달리는 소녀’ 말인가요?
하 : 아!네! 그리고 ‘귀를 기울이면’도 좋아해요.
- 그렇다면 그런 달콤쌉싸름한 세계에 자신이 들어 가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하 : 음… 제가 그 세계에 들어가는 건 좀 아닌 것 같긴 하네요. 그 당시에는 몰랐어도 시간이 지난 뒤에 문득 되돌아보았을 때 ‘아, 그땐 청춘이었구나’라고 깨닫는 것 정도로 충분해요. 스스로가 그런 세계에 들어 가는 것 보다는 나중에 되돌아 보며 ‘아, 내게 있어서는 그런 시절이 그 때였구나’라고 떠올릴 수 있는 정도가 딱 좋다고 생각해요.
- 그럼 시간이 더 지난 뒤에 떠올려 봤다고 쳤을 때, ‘2016년의 하시모토 나나미’는 청춘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 할 수 있을 것 같나요?
하 : 어떨까요… 음… ‘청춘’이라 느끼지는 않을 것 같아요. 애초에 힘든 때나 괴로울 때의 기억은금방 잊어버리기도 하고. (웃음)
- 그럼 ‘노기자카46’의 멤버로 활동 해 온 지난 5년간은 어떨까요?
하 : 음… 아무래도 저는 제가 나고 자란 곳에서의 기억이 ‘청춘’인 것 같아요. 노기자카는 어느 쪽이냐 하면 ‘수행의 장소’랄까요. 노기자카46에 있는 동안 어떤 것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 저 나름대로는 명확하게 설정을 해 두고 있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그런 목표들을 하나하나 클리어 해 가고 있는 중이고요. 예를 들자면 ‘학자금 대출을 다 갚는다’는 것도 그런 목표 중 하나고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저 스스로가 쌓아 온 마이너스요소, 그리고 지금까지 짊어지고 왔던 책임들을 하나씩 해소 해 나가기 위하여 이곳에 있다는 느낌이지요.
- 하시모토상이 노기자카에서 활동을 하는 동기는 다른 멤버들에 비해 좀 특수하고, 현실적인 것 같네요. 그런 하시모토상이 ‘청춘’이라는 것에 대해 어떤 거리감을 갖고 계시는 지 이전부터 궁금했어요.
하 : 하고 싶은 일에 몰두 할 수 있는 것이 청춘이라고 생각해요. 19살 때, 20살이 되는 것이 정말두려웠어요. 이전까지는 ‘미성년’이라는 것에 일정부분 보호를 받았었던 것이, 갑작스레 제약이 없어 져 버리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정작 20살이 되고 보니 제 생각만큼 큰 변화는 없더군요. 그리고 실제로는 중, 고등학생 때 보다 더 심하게 제약을 받고있고 말이죠. 이렇게 여러 일을 할 기회를 받으면서 스스로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만 하는 경우도 늘어 나게 되고, 그럴 때 마다 ‘제약’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곰곰히 곱씹어 보게 되더라고요. 물론 그 덕분에 배울 수 있는 것도 참 많지만 말이죠. 아까 한 ‘청춘’의 정의와는 조금 다른 얘기긴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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