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재팬 특집 '스태프 인터뷰'
1. 아키모토 야스시의 시선
'운명을 이끌어 내는 것은 그녀들 자신이 갖고 있는 스타성이다'
- 어제 케야키자카의 홍백 출장이 발표되었지요. CD데뷔 한 지 겨우 8개월만에 이루어 낸 쾌거입니다. 그럼 우선 솔직하게 지금의 기분을 이야기 해 주시겠습니까?
아키모토 (이하 '아') : 홍백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지요. 그리고 그것은 그녀들이 정말 열심히 노력 해 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대단하게 '기쁘다'고 할만 한 정도는 아닌 것 같네요. 예를 들어 아무리 큰 상을 받아도, 제가 프로듀스 하는 그룹들이 아무리 대단한 그룹이 되더라도 그건 결국 전부 '결과'일 뿐이잖습니까. 이미 나온 결과에 대해서는 사실 그렇게 대단한 감정이입이 되지 않거든요. 그런 결과보다는 역시 아무래도 실제로 곡을 만들 때가 더욱 더 즐겁고 기쁜 것 같네요.
- 예를 들어 '사일런트 마조리티'가 여성 아티스트의 데뷔 싱글 첫 주 판매량 역대 1위가 된 일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아 : 물론 대단하고 감사한 결과이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저 개인적으로는 곡이 완성 된 순간이 더 기뻤어요. 케야키자카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노기자카가 되었건 AKB가 되었건 간에 결국 곡들을 한 곡 한 곡 만들어 갈 때가 제게 있어서는 가장 치열한 '싸움'이거든요. 싱글에 실리는 곡들을 골라내기 위해 데모곡을 1000곡 가까이 듣게 됩니다만, '사일런트 마조리티'를 예로 들자면 버그베어씨가 쓴 데모곡을 들은 그 순간, '아, 이 곡이다!'라고 바로 느낌이 왔단 말이지요. 처음으로 그 '곡을 찾아 낸 순간'의 그 감동, 그리고 그 곡에 가사를 입혔던 순간에 느낀 감동, 그리고 '메차카리'의 CM곡으로 확정을 '시켰을' 때 느낀 달성감… 아, 사실 CM곡으로 쓰이는 건 이미 곡을 만들기 전부터 정해 져 있었지만, 광고주측의 주문이 '밝은 곡으로 부탁한다'는 것이었기에, 밀어 붙여야 했거든요. 그런 감정들이 하나의 곡 안에 담겨 있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그곡이 완성되고 이 세상에 나와 얼마나 히트를 했는가, 얼마나 사랑을 받았는가 하는 건 사실 이미 제 손을 떠난 이후의 이야기기도 하고요.
- '히트곡'을 만들고자 했다기 보다는 그저 마음을 담아 '곡'을 만들고 나니 그 곡이 히트를 했다. 그런 말씀이시군요. 곡을 만드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곡'까지만이라는 말씀인가요.
아 : 말씀하신대로예요. 올 해 낸 결과가 아무리 좋은 결과였다고 해도 솔직히 앞으로 제가 좋은 곡을 만들지 못하거나 그녀들이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내년은 아무 것도 없을 수 있는 거니까요. 그렇기에 '결과'라는 것은 때로는 압박감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사실 저보다도 멤버들이 더 큰 압박감을 느끼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말 해 '사일런트 마조리티'가 좋은 평가를 받으면 받을수록 '다음 작품은 어떨까'라는 압박감이 생겨나고, 2번째 작품도 좋은 평가를 받으면 '자 그럼 3번째 작품은?'이라는 식으로 이어지기 마련이거든요. 올 해는 홍백에 출장 할 수 있었지만 결국 '반짝스타'로 끝나 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압박감도 그렇고. 그런 압박감들을 이겨내고 내년 한 해 동안 힘을 모아 어떤 작품을 만들어가느냐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녀들의 스타성이 운명을 끌어들였다'
- 지금 말씀하시는 것들을 듣다보니 새삼스레 든 생각입니다만, 케야키자카46의 진정한 '출발점'은 바로 '사일런트 마조리티'가 아니었나 싶어요. 일반적인 아이돌에게선 보기 힘든 '늠름함'과 '멋짐'을 겸비한 곡이었으니까요. 이 곡은 케야키자카의 데뷔곡에 어울리는 곡들을 찾던 도중에 만난 곡인가요?
아 : 왠지는 몰라도 '어쿠스틱한 분위기로 가 보고 싶다'는 이미지는 갖고 있었기에 그런 방향성으로 모은 데모곡들 중에서 한 곡을 골랐지요. 물론 그 이후로도 어레인지를 여러 차례 거쳤어요. 곡 중간중간에 박수 치는 부분을 넣어 본다던가 하는 등 여러 가지로 시도 해 봤지요. 완성 된 곡은 그렇게 수 많은 어레인지를 거친 결과물입니다.
- 곡이 정해 진 뒤 가사는 금세 완성하셨나요?
아 : '소녀들의 반항'이라는 막연한 이미지는 갖고 있었지요. 뭐랄까요, '우린 어른들과는 달라!'라는 소녀들의 마음을 써 보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아마도 그런 이미지는 오디션 때 멤버들을 만났을 때 느낀 이미지에 영향을 받았던 것 같네요.
- 멤버들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아 : '다들 얌전하네' 정도였어요. 오디션 때 마음을 확 끄는 멤버가 있었던 사람도 있을 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까지 눈길을 끄는 멤버는 없었어요. 오디션 단계에선 딱히 명확한 이미지는 갖고 있지 않았지요. 하지만 그렇게 얌전한 아이들이었기에 '사일런트 마조리티'같은 곡을 준다면 확 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아티스트'라 부를 수 없는 사람이거든요. 어디까지나 '직업 작사가'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저 자신의 말을 쓰는 것이 아니라 멤버들의 '말'을 대신해서 써 주는 것이 제 일이라 할 수 있겠지요. 케야키자카46의 멤버들이 어떤 표정으로 어떤 곡을 부르는 게 가장 듣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 지를 생각 해 보았을 때,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바로 '어른들에게 반항하는 모습'이었던 겁니다.
- '사일런트 마조리티'는 MV도 그렇고 CD자켓도 그렇고 전혀 '웃음기'가 없죠. 어떻게 보자면 아이돌의 상식을 정면으로 부정했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아 : '아이돌은 웃어야한다', '아이돌의 데뷔곡은 밝고 귀여운 곡이어야한다'라는 편견에 대해 '그렇다면 정반대로 해 보자'라 생각하고 연출 한 것은 아닙니다. 제 말버릇 중에 '예정조화(신에 의해 미리 정해 진 조화)를 부순다'라는 말이있는데, 이 말은 단순히 그런 '예정조화'를 일부러 반대로한다는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아이돌이라면 이래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 일부러 반대로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이런 건 하면 안 된다'는 제약을 일절 두지 않는다는 의미예요. '사일런트 마조리티'라는 곡을 만들고 난 뒤, 다른 것보다 중요시했던 것은 '어떻게 해야 멤버들이 이 곡을 부를 때 가장 좋아보일까', '이 곡을 통해 그녀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무엇인가'였고, 그 결과 취한 선택이 다름 아닌 '웃지 않는다'는 것이었던 것이죠. 그리고 그 결과 '아이돌계의 이단아'라는 이미지가 생겼고요. 물론 그런 이미지를 처음부터 노리고 했던 건 아닙니다. 두 번째 싱글 '세상에는 사랑뿐이야' 역시 단순히 '다른 아이돌이 안 할 것 같은 기발한 일을 해 보자'라는 생각에서 포에트리 리딩을 택한 것이 아니라 그녀들에게 어울리는 곡을 찾고, 실제로 곡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포에트리 리딩이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어 채용 한 것 뿐이었지요.
- 모든 것이 멤버들의 '존재감'이 아니고서는 성립되지 않았다. 그런 말씀이군요.
아 : 멤버들의 존재감, 그리고 좋은 곡과의 만남 이 두 가지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 3번째 싱글인 '두 사람의 계절'은 케야키가 아닌 다른 그룹에서도 부를 법한 곡인데요.
아 : 그럴 수도 있었지요. 사실 그 곡을 쓸 당시, 노기자카 곡을 먼저 써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하시모토 나나미의 졸업곡인 '작별의 의미'를 조금 강한 곡조로 쓰고, 비슷한 시기에 손을 대기 시작한 AKB곡을 '연말'에 어울리는 화려한 이미지의 곡으로 쓴 뒤 케야키자카의 곡을 써 볼까 했던 때, 때마침 만난곡이 바로 '두 사람의 계절'이었어요. 때때로 '케야키에 좋은 곡들을 몰아준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데, 어디까지나 곡들을 만나는 타이밍이 그랬던 것 뿐입니다.
- 그리고 그 결과, 3곡 연달아 '카미곡'이 케야키자카에게 주어지게 되었지요.
아 : 케야키자카의 팬분들의 코멘트 같은 것들을 보다 보면 '나는 아이돌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케야키의 곡에 끌려 팬이 되었다'는 분들이 엄청 많아요. 어떻게 보자면 지금까지 제가 손대왔던 그룹들과는 그런 면에서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 케야키 멤버들과 곡간에는 어떤 운명적인 것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곡' 그 자체란 얘기겠지요. 전용극장을 갖건, 지금까지 시도해 본 적 없는 참신한 시도를 하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곡을 들고 대중 앞에 나서느냐'니 말입니다.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곡을 만드는 것'이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 멤버들에게 취재를 해 보니, 가사를 엄청 깊게 해석하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케야키자카의 특색이라 해도 좋을 것 같은데요.
아 : 그것 역시 일종의 '운명'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TAKAHIRO씨와의 만남이 그렇지요. TAKAHIRO씨는 안무를 짤 때 우선 가사의 세계관을 해석 해서 녹여내는 분이거든요. 물론 의상도 좋았고, MV도 좋았고, 심지어 시부야역 앞의 재개발지대를 단 이틀동안 쓸 수 있었다는 운명도 있었고요. '세상에는 사랑뿐이야' MV촬영 때에도 운명적인 사건이 있었어요. 며칠동안 계속해서 비가 오다가 촬영이 시작 된 뒤 갑자기 맑아져서 푸르른 하늘을 찍을 수 있었다던가. 말이죠. 그렇게 '운명'을 끌어들이는 것은 다름아닌 그녀들이 갖고 잇는 '스타성'이라 생각합니다.
- 데뷔 8개월만에 눈부시게 성장하고, 강해지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지요. 그런 이유 중 하나로 '가사가 갖고 있는 메세지'를 자신의 것으로 한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 : 어쩌면 그렇게도 이야기 할 수 있을 지 모르지요.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게 있다면 말로 해라'라는 잔소리를 듣는 것 보다는 역시 '이 가사를 어떻게 전달 할 것인가', '이 가사를 어떤 안무로 표현 할 것인가'를 생각 하고 곱씹다 보면 서서히 그 안에 그녀들만의 무엇인가가 나타나게 되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그런 점도 있긴 있을 듯 하네요.
'다음 한 수'로 이어지는 힌트가 필요하다.
- 작사 이외의 부분에서, 프로듀서로서 멤버들과는 어떻게 소통하고 계신가요?
아 : 레코딩 때나 TV 녹화 때 찾아가서 직접 이야기를 듣거나 하는 건 기본적으로 하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그런 데에는 잘 찾아가지 않습니다. 뭐랄까, 삼촌이 오랜만에 조카들을 만나서 '얘가 벌써 이렇게 컸나?', '이렇게 똑부러지는 아이였구나'라고 놀라는 느낌이랄까요.
- 매일 만나는 것 보다 가끔씩 만나는 편이 성장을 실감 할 수 있다는 얘긴가요?
아 : 무엇보다도 제게 필요한 건 '다음 한 수'로 이어 질 힌트거든요. 멤버들이 성장하고 있다, 혹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어디에 있을 지 그것을 매일같이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그런 '증거'는 히라테 유리나가 MV에서 보여 준 표정일 수도, 눈빛일 수도, 나가하마 네루의 재미있는 목소리 일 수도 있지요. 아직 제가 찾아내지 못 한 그런 '힌트'들이 그녀들 안에 아직도 많이 숨어 있을 거라 생각해요.
- 케야키자카의 첫 단독 라이브 때 그런 '힌트'를 많이 찾아 내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아 : '그룹'으로서 굉장히 많은 기대를 받는 가운데 하게 된 첫 단독
라이브이기에 그녀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승부처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 라이브가 끝난 뒤에는 '홍백'이라는 중요한 무대에서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 줄 수 있을까라는
큰 과제도 남아 있고요. 그녀들이 느끼는 압박감도 클것이라 생각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많이 기대가 돼요. 이번 '두 사람의 계절'은 프론트 멤버를 히라테 이외는 전부 바꾸었는데, 그런 실험이 가능 한 것 역시 케야키자카의 재미있는 점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말 해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그룹이랄까요. 저 역시 팬 여러분과 함께 그녀들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힌트'를 얻어 갈 수 있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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