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무대 연습이
시작된 것은 2017년 1월 6일부터였다. 첫 공연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타이밍이었던 것이다. 이번 '프린시펄'은 2012년 9월에 상연된 '16명의
프린시펄' 첫 공연때 열렸던 '1막 자기소개'를 기초로 하여 2013년 5~6월에
열린 '16명의 프린시펄deux', 2014년 5월에 열린 '16명의 프린시펄 trois'에서
호평을 받았던 즉흥극, 연기심사를 어우른 공연이었다. 다시
말 해, 1기생, 2기생들과 차별되는 3기생들만의 특징, 다시 말 해 '수가
적다'는 이점을 살려 3기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감, 매력을 어필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 된 공연이었던 것이다.
또한 2막에서는 미야자와 겐지의 명작소설을 노기자카식으로 어레인지한 '은하철도의
밤'을 상연하였다. 제 1막에서
멤버들이 각각 죠반니, 캄파넬라, 사소리(전갈) 역에 입후보 하고, 막간
휴식시간에 관객들의 투표를 걸쳐 각 배역과 2막 출연 멤버가 정해지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2막이 끝난 뒤에는 2막에
등장하지 않은 멤버들을 포함한 3기생 전원이 등장하여 스페셜 라이브를 열었다. 대략적인 구성면에서는 지금까지의 '프린시펄'들을 답습한 형태였으나, 지난 3번에
걸친 경험을 살려, 보는 맛이 있는 무대가 완성되었던 것이다.
2015년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 '슬픔을 참는법'을 통해 3기생 멤버들은 이미 '프린시펄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미타테회 회장에서 '프린시펄' 개최 소식을 들은 멤버들 중 대다수는 동요를 숨기지 못했다.
요시다 "영화에 나오는 선배님들이 힘들어서 우시거나, 서로 의견
대립을 하시거나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거든요. 이제 갓 결성된 저희들이 그런 무대를 해야 한다는 건
너무 이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3명의 프린시펄'의 각본 및 연출을 담당한 도쿠오 코지씨는 첫 연습날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도쿠오 "처음 만났을 때, 오오조노와 무카이가 울고 있더군요. 그 곁에 있던 야마시타는 그 둘을 보며 '왜 우는거야?'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어요. 그 광경은 잊혀지지가 않네요."
이와모토 "도쿠오상은 재미있고 좋은 분이셨어요. 첫 연습때는 누구
하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거든요. 그랬더니 '무대
위에서 대사를 말하려면 우선 부끄럽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라고 말씀 해 주시더라고요. 그 덕분에 저희도 성장 할 수 있었고, 부끄러움도 사라졌어요."
연습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첫 공연날이 다가오면서 점점 부담감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녀들이 외워야 하는 것은 '연극 대사' 뿐만이 아니었다. 연극 무대가 끝난 뒤 3막 때 열리는 미니라이브를 대비하여, 지금까지 외운 '생명은 아름다워', '맨발로 Summer',
'걸즈 룰'에 더해 '이리 와 샴푸', '구루구루 커튼', '달려라! Bicycle'도
새롭게 마스터해야만 했던 것이다. 이미 소녀들의 육처적, 정신적
피로는 극한까지 몰려 있었다.
그리고 2월 2일, '3명의 프린시펄' 첫 공연의 막이 올랐다. 첫 날,
2막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야마시티 (죠반니), 쿠보 (캄파넬라), 사카구치 타마미 (사소리)였다. 사카구치는 이 날, 사소리역에
지원한 유일한 참가자였기에 일정부분 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런 운은 이 날 하루뿐이었다. 두 번째 공연부터 사카구치는 3번 연속 캄파넬라에 도전하였지만 전부
낙선, 그리고 그 이후로는 계속 사소리역에 입후보 하였지만 쉽사리 2막에
출연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사카구치는 '첫 날 2막에 나간 건 운만이 아니야'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
했지만, 결과는 생각처럼 쉽게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카구치 "당시에는 정말 그냐야 집으로 돌아 가 버릴까 고민했었어요. (웃음)"
하지만 2월 9일, 10번째 공연
때 그런 그녀에게 반전의 계기가 찾아왔다. 그녀가 연기 심사에서 혼신이 담긴 사소리 연기를 보여주며
필사적으로 어필을 한 뒤, 마지막으로 '아, 참고로 저 전갈(사소리)자리예요'라는 한 마디를 남긴 그 순간, 회장의 분위기가 확 변해, 염원하던 '사소리'역을
따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사카구치 "정말 별 생각 없이 한 말이었거든요."
도쿠오 "정말 인상깊은 공연이었어요. 객석이고 무대고 긴장감이 팽배한
가운데 갑자기 '참고로 저는 전갈자리예요'라는 한 마디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지요. 사실 그 날은 자기PR 자체도
굉장히 잘 했어요. 정말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죠."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데 익숙치 않은 요다 역시 첫 3공연동안 고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4일째 밤공연 때 처음으로 캄파넬라역에 뽑인 그녀는 이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크게 변할 수 있었다.
요다 "첫 3공연동안 엄청 고전했기에 어찌 해야 할 지 감을 잡을
수 없었어요. 회장에 가는 것이 무서울 정도였지요. 저보다
연기 잘하는 애들도 많고… 무대에 서고는 싶지만 긴장도 되고, 많은
아이들과 경쟁해서 무대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큰 일인지도 알 수 있을것 같았고요. 게다가 자기 PR때도 제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는 게 무서웠어요. 하지만 처음으로
이름이 불린 날, 사실 저를 응원하러 친구 두 명이 일부러 후쿠오카에서 와 주었었거든요. 그런 중요한 때에 주연인 죠반니를 연기 할 수 있었어요. 그 때
처음으로 '2막에 더 많이 나가고 싶어'라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도쿠오 "프린시펄이라는 공연은 열정적으로 어필 하는 아이가 지지를 받기 쉽지요. 그렇게 보면 요다는 그런 면과는 거리가 있고 드라이 해 보이기 쉬워요. 실제로
본인 역시 스스로가 의욕 없어 보이는 건 아닐까 민감하게 신경을 쓰고, 적극적으로 1인 만담 같은 것도 하며 사실 적극적인 아이라는 걸 어필 해 왔어요. 그렇기에
그런 요다에게 '지금 보면 너 자기 PR 끝나면 '감사합니다'라 얘기 한 뒤 바로 몸을 돌려서 퇴장하는데 말이야, 인사를 끝낸 뒤에도 1초라도 더 몸을 무대 위에 남기고, 객석을 향해 어필하는 것도 중요해'라고 이야기를 해 줬어요. 그 조언이 조금은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요?"
무카이는 전 15공연중 '감투상'을 10회 획득한다는 위업을 달성했다. 매 회 자기 PR 때마다 보는 사람들을 미소짓게 하는 개그 포인트를 집어 넣었다. 그녀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순식간에 회장 내의 분위기가 밝아지는 것이 느껴 질 정도로, 3기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무드메이커격인 존재이다.
사카구치 "무카이는 그냥 걷고있는 것 만으로도 재미있고, 그 자리에
있는 것 만으로도 웃음짓게 해 주는 아이입니다."
이와모토 "취미도 독특하고 신고 오는 양말도 초밥 무늬처럼 독특한 게 많아요.
(웃음)"
그렇게 '재미있는' 멤버인 무카이 역시 무대 위에서 연기 심사를 받을 땐
분위기가 일변, 다이나믹한 움직임으로 보는 이를 매료하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무카이 "매일매일 인상을 남기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생각했어요. 그
결과, 자기PR은 매번 다른 것으로 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그렇게 했더니 좋게 평가 해 주신 것 같습니다. 사실 연기 자체는
그렇게 잘 하는 게 아니니까 모자란 부분은 박력으로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지요. 그랬더니… 어느 사이엔가 여기 저기 멍이 들어 있더라고요. (웃음)"
다이나믹함 안에 섬세한
감정표현이 살아 있는 것 역시 무카이의 매력이다.
도쿠오 "사실 잘 모르고 보면 까불까불거리는 것 처럼도 보이지만, 실제로는
함께 공연했던 다카하시 히로오상이나 사카이 토시야상이 '무카이가 연기하는 죠반니는 사람 감정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어'라고 말씀하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감투상'을 열 번이나 받았음에도
2막에 진출했던 것은 불과 2번에 불과했다.
무카이 "감투상에 뽑아 주신 건 정말 기뻤습니다만, 감투상에는 뽑히고 2막에는 떨어지는 일이 여러 번 이어지다 보니 '왜 감투상에는 뽑아주시면서
배역에는 뽑아주질 않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어 괴롭기도 했어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배역은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감투상만은
양보하고 싶지 않아!'라 생각하게 되었지요. 그 때부터 마음이
편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