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드디어 맞이한 마지막 공연. 둘만의 세계
지금까지 여러 멤버들의 증언을 통해 프린시펄을 되돌아 보았다. 그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멤버를 이야기 하자면 두 명의 멤버를 뽑을 수 있다. 이번 '3명의 프린시펄'공연을 실질적으로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두 멤버, 쿠보와 야마시타이다. 첫 공연 때부터 2막 멤버로 뽑힌 것을 시작으로 총 15공연 중 쿠보는 11번, 야마시타는 10번이나 2막에 진출했던 것이다. 두 사람 모두 1막이 시작 될 때에는 특유의 네거티브한 모습을 보이며 불안을 느끼게 하기도 하였지만, 연기심사가 시작되면 마치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 된것 처럼 당당하게 자신만의 연기를 보여주며 입후보한 역을 손에 넣곤 했다. 그것도 분명 연기 경험이 없었던 그녀들은 공연이 진행되면 될 수록 깊고 섬세한 연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하였다. 그런 두 사람의 강점은 무엇이었는 지 도쿠오씨에게 여쭈어 보았다.
도쿠오 "제일 핵심적인 건 아무래도 그 둘이 엄청나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는 거겠죠. 사실 그 둘이 자주 뽑히다 보니 일부 관객들은 다른 아이들의 연기를 보겠다고 일부러 그 둘을 배제하기도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면에서 압도적인 차를 보여주며 그런 역경을 뛰어 넘었습니다. 사실 쿠보같은 경우에는 워낙에 네거티브한 아이다보니 무대 뒤에선 연신 '아, 이 이상은 무리예요. 오늘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라고 자신 없이 이야기 하곤 했거든요. 자주 '저는 주역이 아니예요'라고 이야기 하지만 그런 자신 없는 부분이 오히려 '캄파넬라'역에는 절묘하게 딱 맞았던 것이지요. 캄파넬라라는 역 자체가 매우 평범하고 감정기복이 적은 역이다 보니 오히려 연기하기가 어려운 역할입니다만, 오히려 그런 면이 쿠보에게 딱 맞았던 것 같아요."
사실 쿠보 본인도 프린시펄 기간 내내 '저는 네거티브합니다'라고 이야기 해 왔다. 평소에는 조용하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주의깊게 듣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가 작다. 하지만 이번 프린시펄에서는 그녀의 그런 네거티브한 면이 순간 사라져 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기에 집중했던 것이다.
쿠보 "몇 번이고 보러 와 주시는 분도 계실 거라 생각했기에 같은 역을 하더라도 조금씩 연기를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2막 멤버에 선택을 받건 받지 않건간에 매 공연때마다 스스로에 대한 과제를 늘려 가는 게 맞는 거라 생각했고, 그런 과제들은 전부 클리어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뿐만 아니다. 쿠보는 1막의 자기 PR때도 독특한 개성을 충분히 발휘하였다. 매일 다른 내용으로 관객들에게 자신을 어필하며, 마지막에는 지금까지 선보인 내용들을 하나로 묶어 또 다른 하나의 스토리를 만드는 등, 번뜩이는 재치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도쿠오 "쿠보는 기본적으로 한 번 한 건 두 번 다시 하지 않고, 매일 뭔가 한 가지 이상 어레인지를 더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아이였습니다. 그에 대해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도 하는 아이이기에 보다 보면 노력을 많이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요."
쿠보 "뭔가 떠올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인지라, 공연이 시작되기 3주 전부터 무엇을 할 지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아이디어를 흡수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기에 그만큼 남들보다 더 필사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한 사람 몫도 못 하거든요…"
확실히 쿠보라 하면 매사에 진지하게 임하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리고 그런 면은 다른 멤버들의 증언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이토 "쿠보쨩은 아무래도 진지하고 성실하다는 이미지가 강해요. 프린시펄 연습때도 제일 많이 메모를 했고요. 저는 메모를 해서 외우기 보다는 그 때 그 때 들은 것을 감각으로 기억하는 타입이다 보니 그런 쿠보쨩의 모습을 보며 진짜 존경스러웠어요."
나카무라 "쿠보쨩은 언제나 펜과 노트를 갖고 다니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금방 그에 대해 메모를 해요. 그 뿐만 아니라 조금만 여유가 생겨도 혼자 연습을 하는, 그룹 내에서도 가장 노력하는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쿠보조차도 2월 7일, 8일 공연에서는 이틀 연속으로 2막 진출에 실패했다.
도쿠오 "그 날, 엄청 우는 모습을 보며 '쿠보, 엄청나게 우는구나'라고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쿠보 "제가 하고 싶었던 역할에 도전해서 이틀 연속으로 낙선하였지요. 그 때가 가장 고민했던 때예요. 하지만 도쿠오상께서 '쿠보, 너는 지금까지 여러번 2막에 나갔잖니. 그만큼 관객분들의 기대치가 높아진 거야. 그러니까 관객분들의 기대를 좋은 의미로 멋지게 배신하지 않으면 안 돼'라고 말씀 해 주셨어요. 그 덕분에 '그래 더욱 더 임팩트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자기 PR에 더욱 더 힘을 쏟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결과, 9일 공연 때는 첫 공연때와 같은 배역에 도전해서 2막에 나아갈 수 있었지요. 그것도 이틀동안 못 나가다가 다시 출연 한 것이기에 절대로 첫 날 공연때보다 좋은 연기를 보여야 하겠다고 마음 먹고 연기를 했습니다."
한편 야마시타는 도쿠오씨의 평가를 빌자면 '여러 번 2막에 진출한 멤버들 가운데선 가장 기가 약해보였다'고.
도쿠오 "야마시타 본인은 그렇게 센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자신을 좋게… 아, 물론 거짓말을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반쯤은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이 '나는 정말로 2막에 서고 싶어'라고 다짐을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야마시타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거든요. 단순히 '저 아이에게 지는 건 싫어'나 '이기지 못하는 게 싫어' 같은 감정이 아니라 선택을 받지 못 하면 스스로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만 같아서 그런 자신에게 화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2막에 서지 못 했던 날은 언제나 대기실에서 울곤 했어요."
사실 야마시타 역시 두 공연(=하루) 연속으로 2막 무대에 서지 못 한 적이 두 번이나 있었다. 2월 5일, 그리고 2월 11일의 일이었다.
야마시타 "2막에 나가는 날이건 못 나가는 날이건 집에서 필사적으로 연습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어요. 거의 잠도 안 자고 대사를 외웠는데도 2막에 나가지 못 한다는 점에 갈등했지요. '아무래도 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힘이 없나봐'라는 생각이 들거나 '내 장점은 뭘까?'라는 생각이 들어 정말 분하고 힘들었어요. '이 이상 뭘 어쩌라는거지?'라는 갈등을 오랫동안 한 뒤 내린 결론은 '다음 공연때 2막에 못 나간다면 죽겠다는 각오로 무대에 임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신이 나가 버린 건 아닐까싶어요. 그 당시에는 (웃음)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무대에 임했던 덕분에 그 다음부터는 어느 정도 스스로도 납득 할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연기나 춤 같은 데 익숙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해지고 싶다는 열망은 강한 편입니다. 하지만 저 말고도 잘 하는 아이들은 잔뜩 있는데다가, 아무리 연습해도 완벽이라는 두 글자랑은 거리가 멀어서.. 그 상황이 정말 싫었어요. 그렇기에 '근성으로 극복해야지'라고도 생각했지만, 그런 건 솔직히 노기자카의 팬분들도, 그리고 그런 팬 중 한 사람인 제 입장에서 봐도 '노기자카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기자카라는 그룹은 오히려 투명하고 청초한 '아가씨' 이미지가 강하기에, 매사에 열정과 근성으로 극복하려 하는 저라는 존재는 이 그룹의 컬러에 안맞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야마시타가 간과하고 있던 것이 있다. 과거 노기자카의 선배들 역시 야마시타 본인과 같은 고민에 괴로워하고, 야마시타가 내린 결론과 마찬가지로 '근성'과 '열정'으로 헤치고 나와 지금 이 자리에 도달했다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야마시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노기자카다움'을 계승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2막에 가장 많이 선 쿠보와 야마시타. 그 둘에게는 자신들밖에 이해하지 못 할 고민도 있었다.
도쿠오 "모든 멤버들이 연기 초심자에서 시작했음에도 성장 스피드도 빠르고 의외로 레벨도 높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극이 시작되고 1주일 정도 지난 뒤, 쿠보와 야마시타는 여러 차례 2막에 나선 탓인지 관객들에게 어필할 거리가 없어 져 고민하기 시작했지요. 그런 모습을 보고 그 둘에게는 일부러 엄하게 지적을 했어요. 그 둘이 여기서 만족해버리지 말고 더 먼 곳을 보아주었으면 했거든요. 사실 2막에 나갈 지 못 나갈지도 모르는 리허설 상황에서 둘을 불러서 '너희가 2막에 나갈 지 못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할 말이 있다. 다음번에 죠반니 연기를 할 거면 이 부분은 이렇게 해'라는 식으로 지적을 했어요. 솔직히 말해서 마지막 공연때는 아마도 야마시타가 죠반니, 쿠보가 캄파넬라를 할 거라고 예상을 했었기에 공연 내내 그런 식으로 단련을 시켰던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그 둘은 앞으로 3기생들을 짊어 질 인재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각기 다른 장점을 발휘하며 '3기생의 대표'라 부릴 수 있을 정도로 활약한 쿠보와 야마시타. 정작 본인들은 라이벌이라고도, 친구라고도 할 수 있는 서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쿠보 "저는 아무리 노력해도 미쨩에겐 못 이길 것 같은 부분이 있거든요. 아이돌다우면서도 매사 똑부러지게 해 내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제나 필사적으로 미쨩의 등을 쫓아 가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겠지요. 저 스스로가 더욱 더 열심히 노력 하는 수 밖에요."
야마시타 "쿠보쨩은 저보다 두살이나 어린데도 저도 생각치 못 했던 것들을 생각 해 낼정도로 의식이 높은 아이입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지라 저는 쫓아 갈 수도 없어요. 저는 노래도 못 하고 춤도 못 추는데다가 연기도 그다지… 그렇기에 쿠보쨩처럼 노래, 춤, 연기 모든면을 잘 해 낼 수 있도록 열의를 담아 노력을 해 나가는 것입니다. 오히려 쿠보쨩이 지금처럼 완벽하지 않았다면 저 역시 지금처럼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는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프린시펄 때 마지막 공연 전날인 토요일 공연 때 한 번도 2막에 나가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공연날도 '아마 오늘도 못 나가겠지'라고 낙담하고 있으려니 쿠보쨩이 제게 와서 '오늘 미쨩이 어떤 역에 입후보할지는 모르겠지만, 첫 날 공연에서 함께 봤던 그 광경을 오늘 다시 한 번 함께 봤으면 좋겠어. 오늘도 둘이 함께 2막 무대에 섰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 해 주었어요. 그 얘기를 듣고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2막에 서야겠다'고 생각해게 되었습니다.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어요. 이전까지는 '이렇게나 열심히 했고, 누구보다도 노력했으니까 꼭 서야만 해'라는 느낌이었다면, 이 때는 '연기 자체를 즐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쿠보쨩 덕분에 한 층 더 성장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정말로 최고로 멋진 마지막 공연을 할 수 있었어요."
쿠보 "프린시펄 기간 내내 서로 절차탁마한 사이이기도 하고, 2막에 함께 선 횟수가가장 많은 것도 미쨩이었으니까요. 미쨩이 어떤 역에 입후보 할 지는 전혀 몰랐지만, 마음 속 한 편으로는 '미쨩은 심지가 굳은 아이니까 분명 죠반니에 입후보하겠지'라고 확신 했었거든요. 그리고 미쨩이 자신의 죠반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캄파넬라가 저라고 생각 해 주기를 바라기도 했고요. 그렇기에 '같은 광경을 함께 보고 싶다'고 이야기 했던 거예요. 하지만 제 말에 미쨩의 마음이 편해졌다니… 정말 기쁜 일이네요."
쿠보의 존재가 야마시타의 열정에 불을 붙이고, 야마시타의 존재가 쿠보를 지탱 해 주었던 것이다. 노기자카라는 그룹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만날 일도 없었을 두 소녀가 어느 사이엔가 서로에게 있어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흥미를 보이는 멤버도 나타났다. 무카이였다.
무카이 "요 전에 유리카모메(일본의 모노레일)에 탔거든요? 타고 가는 도중에 스카이트리와 도쿄타워가 한 번에 보이는 장소를 지나갔어요. 각도 때문인지 두 타워간의 거리감도 딱 좋았고요. 그걸 보면서 '야 저가 왠지 미즈키랑 시오리의 관계 같네'라고 생각했지요. (웃음)"
단순하게 '라이벌'이라는 단어로 정리 해 버리기보다는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전우'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는 두 소녀. 어느 한 쪽인 상대방을 타도하겠다는 의욕에 불타는 것만이 아니라, 서로서로 절차탁마 할 수 있는 좋은관계를 구축하고 함께 성장 해 가는 것이 바로 쿠보와 야마시타 두 소녀의 관계가 아닐까. 프린시펄 기간동안 두 소녀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런 확신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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