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테 (이후 ‘히’) : 아 기분 좋네요! 홍백 이후로 퍼포먼스를 안 했거든요.
- 퍼포먼스를 안 하는 기간 동안에는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시나요?
히 : 음… 이번에는 그런 기간이 이상하리만큼 길었어요. 예전이랑은 달리 요즘은 퍼포먼스를 하는 게 정말로 즐겁거든요. 퍼포먼스를 할 때라 해야 하나요, 퍼포먼스를 하는 저 자신이 즐겁다고 해야 할 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기 때문에 퍼포먼스를 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 좀 괴로워요. (웃음)
- 말 하자면 데뷔를 통해 ‘퍼포먼스를 하는 자신’이 어떤 것인지를 완전히 깨달아 버렸다는 얘기네요. 퍼포먼스가 주는 해방감이라 해야 하나요, 보람이라 해야 하나요 그런 고양감이 없으면 뭔가 좀 허전하다는 얘기지요?
히 : 음… 일상의 ‘히라테 유리나’에 질려버린다고 해야 하나요. (웃음) 퍼포먼스를 할 때의 저와 일상의 저 자신은 전혀 다르거든요. 평소 일상을 보내는 ‘히라테 유리나’는 뭐라 할까요… 질린다 해야 하나, 전혀 즐겁지 않아서요. 그렇기 때문에 하루빨리 ‘케야키자카46의 히라테 유리나’로 돌아가고 싶어지거든요. 정말로 ‘다른 사람’이라 해야 하려나요.
- 오… 확실히 스테이지 위에 선 히라테상을 보고 있으면 그런 느낌을 받아요.
히 : 사실 케야키자카의 일원으로서 퍼포먼스를 할 때의 자신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어요. 곡이 시작되면 뭔가 달라진다 해야 할까요. overture가 흘러나오면 완전 바뀌어 버리곤 하거든요. 바뀌기 전까지는 엄청 긴장을 하곤 해요. 아, 저 사실 새끼발가락이 좀 바깥쪽으로 휘어 있어서 로퍼를 신고 춤을 추면 새끼발가락이 압박을 받아서 아프거든요. 그런데 스테이지에 올라 서면 그런 모든 것들을 잊어버려요. 도중에 기어 변경이 안 된다고 해야 할까요. 오늘 이 일도 그렇지만 매사에 어정쩡한 건 싫어서 말이죠.
- 그럼 그렇게 ‘내 안에 또 다른 자신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건 언제였나요?
히 : 최근이에요. 정말 최근. 감사하게도 일이 많이 늘어서 그렇게 맡겨진 일들을 해 나가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저 스스로를 되돌아 볼 여유가 없었거든요. 지난 여름, 드라마 촬영이 끝나고 조금 여유가 생겼을 때 매니저분께서 찍어 주신 퍼포먼스 영상을 보고서 그런 점을 깨닫게 되었어요. 사실 저, 저희의 퍼포먼스를 몇 번이나 돌려보곤 하거든요. 첫 번째 원맨라이브 영상은 벌써 100번은 넘게 봤어요. (웃음)
- 오. 그렇게나 많이 보는군요.
히 : (웃음) 네. 카운트다운 재팬에 나갔을 때도 매니저분께서 영상을 찍어 주셨기에 몇 번이고 돌려봤어요.
- 그렇게 몇 번이고 돌려 보는 이유는 역시 퍼포먼스를 안 하는 사이, 자신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인가요? 아니면 단순히 체크를 위해서인가요?
히 : ‘안정’을 시키기 위한 건 아니에요. 오히려 ‘아, 나 이 때 이런 식으로 퍼포먼스 했구나’라는 점을 알게 되면 ‘이렇게 하면 더 나았을텐데’라고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는걸요. 아무래도 무대 위에 서 있을 땐 관객분들의 목소리가 안 들리기도 하고, 영상으로 봤을 때 처음으로 알게 되는 것들도 많다 보니까요.
- 스테이지 위에 선 순간 그 세계관에 몰입 해 버리기에, 놓치기 쉬운 것들을 체크하기 위해 영상을 돌려본다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히 : 네. 그런 느낌이에요. MV도 자주 돌려 봐요. 뭐 이건 ‘우리 그룹 짱!’이라는 느낌으로 보는 측면이 강하지만요. (웃음) 하지만 그룹을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고, 객관적으로 영상을 보면서 저희에게 부족한 부분을 알 수 있게 되기도 하고요.
- 히라테상에게 있어 ‘노래’ 혹은 ‘퍼포먼스’란 어릴 적부터 해 왔던 일인가요?
히 : 아뇨, 전혀 해 본 적 없어요. 물론 음악 방송은 자주 챙겨 봤었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하긴 했지만요. 노래 하는 것도 몸을 움직이는 것도 좋아했고요.
- 처음으로 노래, 춤을 제대로 시작했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나요?
히 : 처음 정식으로 춤을 배운 건 케야키자카에 들어 온 이후였어요. 첫 레슨날 보이스 트레이닝이랑 댄스 트레이닝을 받았는데, 제 실력이 얼마나 형편없는 지 알게 되었지요. 경험자가 4명인가 5명인가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 아이들이 다 제 근처였거든요. 그 아이들을 보니까 진짜 엄청 잘 하는 거예요. 그걸 보고 있으려니 ‘아! 큰 일이다!’ 싶어서 좀 초조해졌어요. 보이스 트레이닝 때도 그랬는데, 저, 사실 목소리가 낮은데다가 높은 소리를 잘 못 내서 ‘어쩌지’ 싶었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첫 곡이 ‘사이마조’라서 다행이다 싶어요. (웃음)
- 오 그렇군요. 좀 오버하는 것 처럼 들릴 지도 모르겠는데요, 어쩌면 데뷔곡으로 ‘사이마조’라는 곡을 만나게 된 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케야키자카46라는 그룹이 있고, 그 그룹에 히라테 유리나라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세계관이라는 것이 있고, 그 사람이 속한 그룹만의 세계관이라는 것도 있다고 할 때, 그 모든 것들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키가 높은 노래’여서는 안 된다는, 다시 말 해 ‘사이마조’가 아니면 안 된다는 얘기지요.
히 : 에! 음… 처음엔 말이죠 노기자카46의 자매 그룹이기에 노기자카분들처럼, ‘구루구루 커튼’ 같은 밝은 곡을 받을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지금 생각 해 보면 확실히 처음 ‘사이마조’를 들었을 때도 위화감이나 충격 같은 것은 없었던 것 같네요. 당시엔 ‘센터’에 서게 되었기에 안무는 어쩌지? 노래는 어쩌지? 라는 걱정이 앞섰기에 그랬던 것 같기도 하지만요. 잘 추지도 못하는 춤을 한가운데에서 춤을 춰야만 하고, 노래도 잘 못 하고… 그런 상황이 엄청 부담이 되는 동시에 불안
하기도 했어요.
- 방금 전에 ‘처음 사이마조를 들었을 때도 충격을 받지 않았다’고 말씀 하셨는데, 그건 다시 말 해 히라테상 자신이 일종의 안심감이라고 할까요, ‘이 곡이라면 나 자신과 겹쳐 보일 수 있는 세계관이다’라고 느끼신 건 아닐까 싶은데요.
히 : 일단 가사가 엄청 공감 되었어요. 케야키의 곡은 가사가 굉장히 솔직하거나 ‘어른들’에게 반항하는 등, 임팩트 있는 곡들이 많은데요, 가사가 아무리 훌륭해도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결국 저희들 자신이기에 매번 ‘어쩌지’ 라고 고민하게 돼요.
- 가사뿐 아니라 ‘케야키’라는 그룹에 소속해 있다는 점에 대해 위화감은 안 느끼나요? 안심한다던가.
히 : 안심하게 돼요. 멤버들이 등 뒤에 서 있어 주는 것 만으로도 신뢰 할 수 있다고 해야 하나요. 멤버 중에는 춤으로 모두를 이끌어 주는 멤버도 있고, ‘이 가사는 이런 뜻이니까 이런 식으로 퍼포먼스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내 주는 멤버도 있고요. 케야키라는 그룹이 좋다고도 할 수 있겠고, 이 그룹에 들어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웃음) 모두 힘을 합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가는 느낌, 말하자면 뮤지컬을 한 편 만들어간다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모든 안무, 모든 곡 마다 각각 주인공이 있는데… 예를 들어 ‘후타리세종’ 같은 경우에는 A파트에서 자신이 노래를 안 부르는 멤버들은 다 ‘통행인’ 역할이에요. 사실 그런 식으로 안무를 짜는 그룹, 그다지 많지 않을걸요.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히 : 사실 그런 게 다 ‘이 곡의 스토리’를 듣는 분들께 전해드리기 위해서거든요. 그런 식으로, 지금까지 다른 그룹들에게서 보기 힘든 ‘전원이 한 편의 뮤지컬을 완성 해 나가는’ 방식으로 퍼포먼스를 한다는 게 정말 즐거워요.
- 말씀 하신 대로 ‘사이마조’의 노래 키도 그렇고, 퍼포먼스 구성도 그렇고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은 지금까지의 아이돌상을 타파 해 나가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것 같아요. 히라테상은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히 : ‘사이마조’는 제가 중 2때 나온 곡이거든요. ‘중 2’라 하면 아무래도 ‘사춘기’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다른 분들이 보시기엔 제가 반항기였던 것 처럼 보였나봐요. (웃음) 사실 케야키자카의 최종 오디션 때 엄청 긴장했었어요. 합격한 뒤에 그 당시 심사를 보셨던 스태프분께 ‘저 그 때 엄청 긴장했었는데, 보시기에 어땠어요?’라고 물었는데, 그 분께서 ‘너한테서 느껴진 건 어른들에게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 그리고 반항하고 있다는 점이었어’라고 하시더군요. 어쩌면 아키모토상께서도 그런 식으로 느끼셨던 걸까 싶더군요. 저 뿐만 아니라 케야키에는 낯가림이 심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걸 힘겨워 하는 멤버들이 많은 편이라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을 것 같기도 하고요. 평소엔 안 그러다가 카메라만 돌아가면 갑자기 말이 없어지는 아이도 있고요. (웃음) 그런 면에서 보면 멤버들이 서로 닮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그런 맥락에서 보면 ‘사이마조’를 처음 들었을 때에도 충격을 받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히라테상 다운, 케야키자카 다운 대답이라 할 수 있겠네요. 어쩌면 멤버들도 마음 한 켠으로는 ‘이런 곡을 받겠구나’라던지 ‘이 곡이라면 우리랑 어울리겠구나’라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요.
히 : 음… 그런 걸까요 처음 곡을 들었던 땐 멜로디뿐이었거든요. 가사 카드를 받은 건 그 뒤였습니다. 사실 가사 카드를 보느라고 멜로디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어요. ‘아… ‘대통령’이라는 가사가 있네’라던지 ‘아… 어른들에게 지배당하지 말라는 말을 하네’라는 생각부터 들었거든요. ‘충격’이랑은 거리가 좀 있었지만.
- 그저 ‘아, 우리가 부를 곡이 이런 곡이구나’ 정도였나요?
히 : 네. 그리고 곧바로 ‘히라테, 너는 솔로곡도 불러야 돼’라고 하셔서 거기에 충격을 받기도 했고요. (웃음)
- ‘대통령’이라던가 ‘어른들에게 지배 당하지 말라’는 가사는 어느 정도 자신과 거리가 있다고도 할 수 있을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퍼포먼스를 하기 위해서는 그런 생소한 가사와 자신간의 거리를 좁힐 필요가 있지 않나요?
히 : 그렇죠.
- 그럼 가사와 자신간의 거리를 좁히기 위하여 히라테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히 : 저 같은 경우, 곡을 받으면 우선 이동 중 버스에서 이어폰을 끼고, 큰 소리로 노래를 틀어두고 창가에 앉아 바깥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곤 해요. 이미지를 만든다고 할까요. 머릿 속에 그 곡의 주인공을 그려보곤 하거든요. ‘아, 이렇게 해서 저렇게 되는구나’라는 식으로. 한 곡의 스토리를 머릿속으로 그려 보는 거예요. 퍼포먼스를 할 때 매번 같은 표정이면 저 스스로도 즐겁지 않을 뿐더러 보시는 분들도 금세 질리실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렇기에 저 나름대로 여러 가지 표현을 해 보려고 노력해요. ‘사이마조’를 예로 들자면 매번 똑같이 화면을 그저 노려보는 게 아니에요. 어떨 땐 강한 척 하지만 사실은 약한 사람을 연기 하며 화면을 노려본다던가, 어떤 때는 강한 척 하지만 내심으로는 도와주길 바라는 사람을 연기한다던가, 때로는 슬퍼하며 노려본다던가, 때로는 외로워 한다던가, 가끔은 다른 이들에게 구원을 받았으니 이젠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화면을 노려본다던가… 무대에 서기 전에 그 곡의 스토리를 머릿속으로 그린 뒤에 그 흐름을 따라 연기 해 보기도 하고요. 어떨 땐 아무런 생각 없이 무대 위에 서서 그 때의 감정을 폭발시켜 보기도 하고요. 이래저래 시도는 해 보고 있어요.
- 누가 ‘그렇게 하라’고 알려 줬거나, 스스로 ‘이렇게 해야지’라고 의식하고 한 건가요?
히 : 아뇨. 그냥 무대 위에서 저 자신이 어떻게 하면 가장 즐길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사람의 ‘기분’이라는 건 그 순간 순간밖에 낼 수 없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 생일날 친구들이 축하를 해 줬을 때 느끼는 기쁨이란 건 그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것이듯이 말이죠. 그런 순간 순간의 감정들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그런 ‘기분’들을 퍼포먼스에 반영 해 보거나 메모 해 두거나 하곤 해요.
- 그렇게 ‘순간 순간의 감정’을 중요시 하는 것은 히라테상이 아직 어린 것과 관계가 있는 걸까요? 아니면 원래부터 그런 성격인가요?
히 : 15살이라는 시기는 인생에서 한 번 밖에 없잖아요. 그렇기에 15살 다운 자신이랄까요, 15살 때에 겪을 수 없는 일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러니까 지금은 이 순간을 즐기고 싶네요.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보내고 싶거든요.
- 아까 전에 ‘곡을 듣다 보면 곡의 주인공이 나타나고,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그리고 그 스토리를 따라 퍼포먼스를 한다’고 하셨는데, 그거, 다시 말하자면 ‘연기’에 가깝지 않나 싶은데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히 : 아, 내가 하는 게 연기인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때 그 때 느낀 것들을 표현하는 것 뿐이기에 딱히 역할에 몰입한다던가 연기를 한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아요. 어디까지나 ‘이 곡을 어떻게 듣는 분들께 전달할까’라는 생각 뿐입니다.
- 그리고 그런 ‘어떻게 전달하느냐’는 매번 다른 방식으로 표현 되는 것이지요?
히 : 네. 매번 달라요. 그렇기에
3일에 한 번 이상은 꼭 노래를 들어요. 요즘은 그래도 좀
빈도가 줄긴 했지만. 그 때 그 때 느끼는 것이 전혀 다르거든요. 특히
‘후타리 세종’ 같은 경우,
밖을 거닐면서 들으면 느껴지는 게 엄청 많아요. 바이올린의 선율이라던가, 노래를 하는 방식이라던가, 멤버들의 목소리가 곡에 녹아드는 방식이라던가. MV같은 경우에도 밝은 분위기이기에 보다보면 기분이 가벼워지고요. 하지만
같은 곡을 마음이 울적할 때 들으면 엄청 슬픈 노래로 들리기도 하거든요. 이렇게 매번 들을 때 마다
느껴지는 감정이 전혀 달라지기에 가급적 자주 들으려 해요.
'출판물 > 출판물-케야키자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ROCKIN'ON JAPAN 201712 히라테 유리나 인터뷰 '독백' 1/3 (0) | 2017.11.01 |
---|---|
ROCKIN'ON JAPAN 201704 히라테 유리나 인터뷰 2/2 (0) | 2017.10.31 |
BUBKA 1711 - 이마이즈미 유이 인터뷰 2/2 (0) | 2017.10.05 |
BUBKA 1711 - 이마이즈미 유이 인터뷰 1/2 (0) | 2017.10.04 |
blt graph vol 22 - 이마이즈미 유이 인터뷰 '맑음, 때때로 흐림' (0) | 2017.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