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테 유리나
도쿄 FM에서 평일 밤에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라디오 방송 '스쿨 오브 락'(정식 명칭은 '미래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학교 SCHOOL OF LOCK!') 은 10대 청취자들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프로그램이다.
히라테 유리나는 그 중에서도 매달 셋째 주에 방송되는 'GIRLS LOCKS!' 코너를 2017년 4월부터 담당,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으며 자신과 동세대의 청취자들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리고 이 방송에서만 볼 수 있는 히라테의 꾸밈 없는 모습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 봐 온 것이 이 방송의 메인 진행자인 토오야마교장 (본명 토오야마 다이스케씨)이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케야키 오타쿠'이며, 히라테에 대한 열광을 숨기지 않는다.
그런 토오야마씨가 이번엔 인터뷰어로서 히라테 유리나에게 인터뷰를 감행하였다. 그녀의 첫 주연 영화인 '히비키 ~HIBIKI~'를 시작으로 케야키자카46의 7번째 싱글인 '앰비벌렌트'에 대해, 2년째를 맞이한 야외 라이브 '케야키공화국', 그리고 신멤버가 가입 한 뒤의 예상까지…
그녀의 속마음을 잘 알고 있는 토오야마교장을 앞에 두고, 히라테 유리나가 솔직한 심경을 터놓았다.
- '히비키' 봤어. 2, 3일쯤 전에 시사회에 갔거든. 사실 영화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히라테 (이하 '히') : 그럴 것 같아요.
- 그래? 오히려 '영화 많이 볼 것 같다'는 얘기는 자주 듣는데…
히 : 영화관이랑 그리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거든요. (웃음)
- 잠깐만, 어느 부분이 영화관이랑 안 어울린다는 거야?
히 : 얌전히 앉아 있는 거 힘들어 하실 것 같아요.
- 아 그런 얘기구나 (웃음) 보통 가만히 앉아 있으면 잠이 들어 버리긴 해. 그리고 영화 보다가 조금이라도 '이해가 안 되는데?' 싶은 부분이 있으면 거기부터 몰입이 전혀 안 되거든. 하지만 '히비키'는 정말 단 한 순간도 졸릴 틈 없이 끝까지 봤어. 정말 재미 있었거든.
히 : 정말 다행이네요.
- 스포가 될 지도 모르니 좀 애매하게 얘기를 하자면, 유리나쨩이 연기하는 히비키라는 인물에게 있어 정말 중요한 장면 있잖아? 집요하게 히비키를 추궁하는 어른들에 대고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데요?' 라고 되묻는 장면. 거기서 상대방이 뻔한 말을 하니까 거기다 대고 '다른 데에서 들어 본 적 있는 말은 필요 없어요. 당신 자신만의 말로 이야기 해 주세요' 비슷한 말을 하잖아. 개인적으로는 그 장면이 제일 좋았어.
히 : 역시 라디오 진행을 하시니까 '말'이 가진 힘을 중요시 하시는 거죠?
- 그럴 지도 모르겠네. 그리고 이렇게 어른이 되어 사회에 나와 여러 면에서 얽매이게 되면 내심 '사실은 이렇게 생각하지만, 이런 건 이야기 못 하지'라고 포기 해 버리는 부분이 누구에게나 있단 말이지. 그런 '이야기 하느냐, 마느냐'의 절묘한 경계선을 확 찔러버리는 듯 한 영화였어. 히비키는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솔직히 이야기 하는 사람이잖아. 그런 모습이 정말 멋졌어.
히 : '히비키'는 어떤 장르라고 생각하세요?
- 장르?
히 : 최근 들어서 여러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해요. 어떤 것 같으세요? 일단 로맨스물은 절대 아닐거고.
- 응. 로맨스는 아니지. 전혀 (웃음) 음… 어떤 장르다 하고 나누기가 힘든데.
히 : (츠키카와 쇼) 감독님도 이 영화는 장르를 나누기 힘들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그런 부분도 전부 히비키답다'고 하셨지요. 어떤 장르의 틀에도 맞춰지지 않는 것이 말예요.
- 응. 그렇기에 내가 여기서 '휴먼 드라마'라느니 뭐라느니 흔해빠진 말로 장르를 나눠 봤자, 실제 히비키가 눈 앞에 있다면 '그딴 거 아니야'라고 부정 당하겠지. 아, 어쩌면 날아차기 한 방 맞을지도. (웃음)
히 : 제가 여러 사람들에게 묻고, 들은 대답들 중에 분명 그 '휴먼 드라마'라는 의견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 분도 '아, 아닌가? 그것 뿐만이 아니라 뭔가 더 있는 것 같은데'라고 덧붙이셨지만요.
- 정해진 한 개의 답 같은 건 없잖아. 영화를 본 사람들이 각자 생각 하면 될 일이고.
히 : 저도 '히비키'에 대해서 이건 이거다! 라고 정할 생각은 없어요. 제가 먼저 '이런 캐릭터' 라던가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라고 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 내가 시사회에서 봤던 버전은 엔드롤 부분이 제작도중이라 엔딩 테마곡이 안 나왔었거든. 하지만 본 상영때는 거기 노래 나오지? 어떤 곡을 쓸지는 결정 되었어?
히 : …제 솔로곡...
- 목소리 되게 작네! (웃음) 지금 뭐라 했어? 진짜로 안 들렸어서 묻는거야.
히 : 제 솔로곡이요.
- 아! 그렇구나! 어떤 곡이야?
히 : 가사도 엄청 좋고 저도 부르다가 금방 감정이 실려서 기분이 좋았어요. 하지만 딱히 그 노래가 안 들어갔어도 문제 없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 안 들어갔어도 문제 없었을 거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히 : 저는 영화를 다 보고나서 가장 먼저 '이 뒤로 히비키는 어떻게 될까?' 라는 게 신경 쓰였거든요. 그렇기에 그런 여운을 남긴 채로 끝나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 하긴, 여운에 잠겨 있을 때 노래가 나오면 그 곡의 가사에 신경이 팔리기 마련이니까. 어쩌면 가사에 따라서는 영화 전체의 인상도 바뀔 수도 있고.
히 : 딱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던가 하는 얘기는 아니에요. 다만 이 영화는 주제가가 있건 없건 어느 쪽으로도 성립 되었을 거라는 생각은 들어요.
- 그럼 이곡은 누가 부른 곡이야? 히라테 유리나? 아니면 아쿠이 히비키?
히 : 둘 다예요. 아키모토상도 이 곡은 저와 히비키를 떠올리며 썼다고 하시더라고요.
- 그거 재미있네. 히라테 유리나라는 사람에 대한 노래인 동시에 영화의 주인공인 아쿠이 히비키에 대한 노래이기도 한 거잖아.
히 : 아키모토상은 저와 히비키 두 사람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위치에 계시니까요. 그런 분이 가사를 쓰면 이런 가사가 나오는구나… 싶어서 좀 신기하기도 했어요. 저 자신을 대입시켜 보았을 때 '이해 된다' 싶은 부분도 많았고, '아 이건 히비키가 한 말이네' 싶은 부분도 많았고요.
- 엄청 기대되는걸. 빨리 듣고 싶어.
이름도 바꾸고 싶었어요. ‘아쿠이 히비키’가 되고 싶었죠
각종 미디어에서 보도가 된 바와 같이, 히라테는 올 봄부터 여름에 이르는 기간동안 케야키자카46로서의 활동을 중지했었다. 올 해 초에 부상으로 닥터 스톱이 걸렸던 것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연초부터 7월까지 그녀의 퍼포먼스를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절대적인 센터의 부재는 그룹 입장에서는 큰 위기였다. 하지만 남은 멤버들은 라이브에서 히라테를 대신하여 센터에 서며 그녀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하여 지금까지 해 온 것 이상으로 전력을 다 해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그 결과 크게 성장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 본 것은 팬들 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히라테 자신도 그 과정을 지켜 본 사람 중 한 명이었던 것이다.
- 이제 생각 해 보면 ‘아, 그 때 히비키 촬영을 했겠구나’라고 이해가 되지만, 한동안 케야키자카 활동을 중지 했던 적이 있잖아.
히 : 네. 올 해 4월 말부터 6월 초까지였죠.
- 그 사이에도 그룹은 활동을 계속 했잖아. 물론 당시에는 연기 하는 데 주목 했었겠지만, 때로는 그룹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어?
히 : 제 소속 그룹이니 당연히 생각은 했죠.
- 생각은 했지만 좀 더 ‘히비키’에 집중하고 싶었던 거구나. 그럼 촬영 기간동안 멤버들과 만나기도 했어?
히 : 미팅때 잠깐 만난 정도예요. 스케줄이 거의 영화 촬영으로 꽉 차 있었거든요.
- 멤버들과 만나지 못 할 때, ‘다른 멤버들 잘 하고 있으려나’ 같은 생각은 했어?
히 : 그런 생각을 할만한 여유가 없었어요. (쓴웃음)
- ‘히비키’ 촬영이 끝났을 때, ‘히라테 유리나’는 어떤 감정이었을까?
히 : ‘계속 히비키인 채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로 이름도 바꾸고 싶었어요. 아쿠이 히비키가 되고 싶었지요.
- 정말이야?
히 : 아키모토상에게도 말 했는걸요. ‘개명 하고 싶다’고. 그랬더니 아키모토상은 ‘하고 싶으면 하라’고… (웃음)
- 하고 싶으면 하라니!! ‘안녕하세요 케야키자카46의 아쿠이 히비키입니다’라고 자기 소개 하면 엄청 당황스러울 것 같은데 말이야.
히 : 에? 정말요? 뭔가 되게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 적어도 원작자인 야나모토 (미츠하루) 선생님은 곤란해 하실 것 같아.
히 : 아 그건 그렇네요. 야나모토 선생님은 곤란해 하실 것 같아요. (웃음)
- 뭐, 그렇다는 건 그 정도로 진지하게 영화에 임했다는 얘기겠지.
히 : 네. 진지했어요. 지금도 약간 그 영향이 남아 있고요. 아니, 이 기분은 평생 안 없어질 것 같아요.
- 아, 아까 말했던 개명 얘기, 멤버들에게 하면 엄청 놀랄걸. 캡틴이 뭐라 할 것 같아?
히 : 의외로 ‘아, 그럼 오늘부터 히비키쨩이라 부를게’라 할 것 같은데요. (웃음)
- 아하하하!! (폭소) 하긴, 스가이라면 그럴 것 같다.
히 : 후유카도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히비키~’라고 불러 줄 것 같고요.
- 그러게. 뭔가 눈에 선하다. 그럼 반대로 의외의 반응을 보일 것 같은 사람은 누구야?
히 : 코이케는 ‘에?!’라고 깜짝 놀랄 것 같아요.
- 아니 그건 다들 그런 반응일 것 같은데!
히 : 그러게요. 다들 그러겠지요? (웃음)
- 그럼 ‘앰비벌렌트’는 언제쯤부터 제작을 시작했어?
히 : ‘히비키’ 촬영이 끝난 직후부터요.
- 마음 정리는 다 됐었어?
히 : 마음 정리라 할 것도 없었어요. 고민할 틈도 없이 바로 레슨장으로 향했으니까요. (웃음) 활동한 지 오래 되었기에 다시 댄스레슨부터 보이스 트레이닝까지 해야 했거든요.
- 그런 기초부터 다시 했구나.
히 : 제가 하고 싶다고 스태프 분들께 부탁을 드렸어요. 물론 영화 촬영이 끝난 직후에 쉬지도 않고 바로 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지만요. 기초 레슨이 끝난 뒤에 멤버들과 만나 함께 안무를 배웠는데, ‘앰비벌렌트’ 안무는 빠르기도 빠르고 어려운데다가 진짜 오랜만에 안무를 배우는 거라 힘들어서 울고 싶어질 정도였지요.
- 멤버들과 재회 한 기쁨을 만끽할 여유도 없었구나. (웃음) 새삼스럽긴 하지만 솔직하게 이야기 해 볼게. ‘앰비벌렌트’, 엄청 멋있지 않아?
히 : 멋있죠. 좋아하는 곡이에요. 뭐, 딱히 싫어하는 곡은 없지만 안비바는 특히 좋아요.
- 어떤 부분이 좋아? 구체적으로 이야기 한다면
히 : A멜로디에 나오는 랩 비슷한 파트라던가. 최근 트렌드랑 잘 맞는다고도 생각하고, 여름 음악 페스티벌이나 라이브에서 부르면 분위기가 확 달아 오르는 곡이라 생각해요. 춤 출 때 다른 멤버들도 다들 되게 즐거워 보이고요. 단, 안무가 격렬하다 보니 체력 소모가 엄청나지만요.
- 좋아하는 부분이 나랑 같네. A멜로디의 노래 하는 방식이나 랩처럼 읊조리는 게 최신 트렌드랑 잘 맞아서 멋있어. 이 곡을 처음 딱 들었을 때, 현재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곡들의 좋은 부분을 쏙쏙 골라서 따 왔구나 하고 생각했지. 하지만 두 번째 들었을 때 부터는 이 곡, 케야키자카의 곡이구나… 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 (웃음) 딱 들어도 케야키자카의 곡, 그 중에서도 가장 멋진곡이랄까. 그렇게 수십번 반복해서 노래를 듣고 있으려니 MV가 올라오더라고. 그리고 그 뮤직비디오가 또 엄청나게 멋졌고!
히 : 그렇게 말씀 해 주시니 기쁘네요. 감사합니다.
- 사실 ‘안비바’ 뮤비에 대해서 묻고 싶은 게 엄청 많은데… 다른 데에서 많이 이야기 해서 식상하려나?
히 : 요즘은 어딜 가나 ‘히비키’ 얘기만 하지, ‘안비바’ 얘기는 거의 안 해요.
- 그래? 그럼 물어봐야겠다! (웃음) 뮤비 촬영 즐거웠어?
히 : 힘들었어요. (웃음) 지금까지 촬영 해 온 뮤비 중 가장 힘들었지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제가 나오거든요. 아무래도 뮤비 테마가 ‘제가 다른 멤버들을 해방한다’는 것이다 보니.
- 하긴, 생각 해 보면 멤버들이 축 늘어져서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데에서 시작하지. 말하자면 생명이 없는 것 처럼 늘어져 있고. 그리고 거기에 유리나쨩이 와서 각성시키고 말이야.
히 : 그렇죠. 그러다 보니 거의 모든 컷에 나와야 했기에 시종 현장에서 움직이고 있었어요.
- 1절 후렴구 직전에 나오는 B 멜로디 부분에 계단 장면이 있잖아. 다른 멤버들이 축 늘어져 있는 데에 유리나쨩이 나타나서 팔을 휘두르며 멤버들의 봉인 같은 걸 풀어내는 장면. 그 장면은 어떤 식으로 디렉팅이 된 거야?
히 : 사실 요즘 별다른 지시 없이 알아서 하라는 경우가 많거든요.
- 알아서 하라니 그게 뭔 얘기야. (웃음)
히 : 사실 제 파트는 댄스건 연기건 다른 멤버들이랑은 다르게 구성 되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이 타이밍에 펀치’ 라는 식으로 지시는 받지만, 기본적으로는 제 자유에 맡겨 주시죠.
- 그 때 그 때 떠오르는 움직임을 가져가면 된다는 얘긴가?
히 : 네. 인트로 부분에서 혼자 걸어가는 장면만 해도 정해진 안무가 있기는 해도, 감독님께선 ‘네 느낌 가는대로 해’라고…
- 그렇구나! 그럼 그 장면에서는 어떤 생각을 하며 카메라 앞까지 걸어 온 거야?
히 : 기억이 안 나요.
- 기억이 안 나? 하긴, 항상 그랬지.
히 : 애초에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못 해요. 메이킹 영상을 봤을 때, 신구 감독님이나 다카히로상이 저한테 엄청 ‘좀 더! 좀 더!’ 라고 말씀 하시더라고요.
- 오, 좀 더 하라고 재촉하는구나!
히 : 언젠가 한 번 케야키 뮤비 촬영 현장에 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뮤비에는 현장의 소리는 안 들어가잖아요. 사실 다카히로상이랑 신구 감독님이 엄청 소리 지르시거든요. 감독님 같은 경우, 이전에 한 번은 소리를 너무 쳐서 성대결절이 오셨을 정도예요.
- 우와!! 정말? 하긴 그 정도로 만드는 사람들이 한계를 돌파해서 만들면 보는 사람들도 빠져들기 마련이겠지.
히 : 그리고 그렇게까지 해 주시는 덕분에 좋은 작품이 만들어 지는 면도 있을 거고요.
- 예를 들어서 1절 A멜로디에서 ‘얘기 들을 생각도 없다’ 부분이 엄청 멋있었는데, 거긴 어땠어?
히 : 거기도 감독님이 ‘좀 더! 좀 더!’라고 계속 소리 치셨어요. 그것도 바로 옆에서 (웃음) 감독님 같은 경우, 립신 (상반신 클로즈업) 때 엄청 지시 해 주시는데요, 어떻게 하면 텐션이 오르는 지 정말 잘 알고 계셔요. 그것도 감독님 의도대로 되지 않으면 끝내 주시지도 않고. 감독님이 납득 할 때 까지 영원히 이어져요.
- 그렇게까지 하니 좋은 작품이 나올 수 밖에. (웃음) 뭐, 실제로 실적도 내 왔고 말이야. 감독님 지시대로 자신을 잘 드러내면 엄청 멋진 작품이 나오고, 그걸 본 전세계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평가 해 줄 거라는 확신이 있는 거잖아.
히 : ‘유리를 깨라!’ 때도 사실 뮤비에서 저 혼자 나오는 장면은 ‘전부 자유롭게 하라’고 하셨거든요.
- 아, 1절에서 2절 넘어가는 댄스 브레이크 말하는 거지?
히 : 사실 안무가 A멜로디랑 B멜로디, 후렴 부분 밖에 없었어요. 간주라던가 안무가 없는 부분은 ‘자유롭게 춤 춰도 된다’고 하셔서 그렇게 했더니 몇 번인가 리테이크 한 결과, 가장 좋은
- 그렇게 믿고 맡겨 주고, 끈기 있게 기다려 주면 맡겨진 쪽도 기뻐지잖아. 그렇지?
히 : 하지만 사실 지금까지 만족한 뮤비는 없어요.
-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 했다는 거야? 그룹 전체적으로 만족 못 했다는 거야?
히 : 저 자신에게요.
- 완성된 작품을 되돌아 보았을 때, ‘여기 정말 괜찮네’ 싶은 부분보다 ‘여기는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걸’ 이라거나 ‘지금이라면 더 잘 할 수 있을텐데’ 싶은 부분이 많다는 거지?
히 : 네. 멤버들이 나온 부분 중에 마음에 드는 부분은 있지만 제 부분은 전혀.
- ‘앰비벌렌트’에서 유리나쨩, 그토록 멋지게 나왔는데도? 대단하네.
바로 그 ‘앰비벌렌트’를 처음으로 선보인 곳이 7/20-22에 걸쳐 후지큐 하이랜드에서 개최된 ‘케야키공화국 2018’이었다. 작년에 이어 2년차를 맞이한 야외 콘서트이다. 사전에 공개된 이번 콘서트의 테마는 ‘물에 흠뻑 젖어 즐기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테마 대로 멤버들이 객석에 물을 들이붓는 연출도 가미되었다. 세트 구성, 세트리스트, 무대 연출 역시 케야키자카스러운 면이 가득했고, 무엇보다도 앙코르 공연까지 끝낸 뒤에 가슴에 남는 감정은 케야키자카가 아니면 줄 수 없는 것이었다.
- 케야키공화국, 마지막 날에 보러 갔었는데, 제일 처음 든 생각이 바로 ‘세트리스트가 참 훌륭하다’는 거였어.
히 : 사실 저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요.
- 뭐라고?! 보통은 ‘감사합니다’가 나올 타이밍인데~
히 : 아, ‘감사합니다’. (웃음)
- 케야키공화국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어?
히 : 처음에 결정한 건 오프닝이랑 엔딩을 어떻게 할 지였어요.
- 작년은 오프닝에서 깃발을 휘두르는 퍼포먼스를 보여줬었지. 마칭 퍼포먼스라고 하던가?
히 : 네. 올 해는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예전에 유튜브에서 보고 ‘이거 재미있다’ 싶었던 ‘집단행동’을 한 번 해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키모토상도 그거 괜찮겠다고 해 주셔서 하게 되었습니다.
- 일단 엔딩 얘기는 나중에 하고. 그래서 내용은 어떻게 정한거야?
히 : 전국투어랑 차이를 두어야겠다고 생각 했거든요. 여름이고, 야외고 하니 ‘놀아보자’는 분위기도 좋겠다 싶었지요. 안무도 최대한 멤버들이 객석 가까이 가도록 조정했고, 관객분들은 물론이고 멤버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라이브로 만들고 싶었어요.
- 아 그래서 첫 곡으로 업템포인 ‘위태로운 계획’을 고른 거야?
히 : 사실 그 곡을 첫곡으로 한 건 작년 공연과의 접점을 만들려는 의도였어요.
- 아, 그렇구나! 작년 케야키공화국 마지막 곡이 바로 ‘위태로운 계획’이었으니까!
히 : 작년에도 와 주신 분들은 눈치 채 주시겠지라고 내심 생각 했지요. 뭐, 신나는 곡이기도 하고요.
- 첫 곡부터 오시타올을 엄청 휘둘러댔어. 아, 그리고 물을 사용한 연출도 엄청 좋았어. 첫 곡부터 객석을 향해 물 엄청 뿌려댔잖아.
히 : 스테이지에 설치 되어 있던 방수장치, 사실은 70m까지 물을 쏠 수 있다더라고요. 소리 엄청났죠?
- 응. 엄청났어. 첫 곡부터 완전 흠뻑 젖어버렸지.
히 : 아싸! (웃음)
- 거기서 ‘아싸’는 좀 이상하지 않니? (웃음)
히 : 개인적으로 이번 공화국의 숨은 테마로 ‘관계자석까지 전부 흠뻑 적셔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 그랬어? 아니 왜 그런 거야~
히 : 관계자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공연을 볼 때도 팔짱끼고 가만히 앉아서 보잖아요. 객석에 물을 뿌려도 ‘아, 물 뿌리네’ 정도로만 보고, 남일처럼 생각하니까… 그 사람들이 팔짱 풀고 당황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어요.
- 관계자석 보고 짜증이 났었다던가? (웃음)
히 : 그런 부분도 있을 지 모르겠네요. (웃음) 사실 그래서 리허설이 시작되자마자 가장 먼저 관계자석에 물 뿌리는 테스트부터 했어요. 스테이지에 서서 관계자석을 향해 물을 쐈죠.
- 그것 말고도 해야 할 일 많았을텐데 (웃음) 하긴 아키모토 선생님도 ‘내가 한 방 먹었네’ 라고 하면서 곤란해 하시던데.
히 : 사실 처음에 회의 하면서 ‘관계자석에도 물 뿌려보고 싶다’고 하니 반대 의견이 나왔거든요. 하지만 나중에 스태프분께서 아키모토상에게 확인을 했을 때, 아키모토상이 ‘괜찮겠다’고 해 주신 덕분에 하는 방향으로 결정 되었어요. ‘기대된다’, ‘나도 물 맞고 싶다’고도 하셨다고 하니까, 내심 아키모토상도 기뻐 해 주셨을 거라 생각해요. (웃음)
- 이것도 같은 이유일 지 모르겠는데, 사실 물을 뿌리는 게 뭐가 좋냐 하면, 누구나 물을 맞으면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지르잖아. 그리고 그 순간부터 완전히 스위치가 켜 지는 거지.
히 : 바로 그거예요! 물 맞는 순간 조이고 있던 나사가 풀어지는 거죠! 사실 보시는 분들이 어린아이로 돌아 가 줬으면 했거든요. 다른 사람들 시선 신경쓰지 않고 왁자지껄하게 뛰어노는, 어느 사이엔가 잊고 있던 감정을 떠올려 줬으면 했죠.
- 아, ‘팔짱 낀 모습이 짜증나서’가 아니라? (웃음) 뭐, 소리를 지른다는 건 다르게 말 하면 목을 푼다는 얘기니까 어쩌면 라이브에서 물을 맞기 전에는 잠겨있던 목소리도 잘 나올 수 있게 되겠네.
히 : 엄청 많이 젖으셨어요?
- 응. 젖었어. 물 뿌릴 때 엄청 높은 각도로 뿌렸잖아. 하늘로 물이 올라가서 어? 안 보이네? 라고 방심하고 있을 때 쏴아~하고 쏟아지더라고.
히 : 아하하하. 그 시간차, 재미있죠?
- 샤워기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였어.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렸으니까. 멤버들도 여러 모로 힘들지 않았어? 무대 뒷편에서 급하게 의상을 말리거나 짧은 시간안에 화장을 고치거나 해야 했을 테니.
히 : 아무리 서둘러도 시간에
맞출 수가 없어서 다들 포기했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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