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아키모토 야스시’
AKB48그룹 및 사카미치 시리즈의 종합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씨는 ‘기세, 파워풀, 터프’라는 키워드로 AKB48를 평가한다. 또한, 이후 결성에 참가한 노기자카46에 대해선 ‘리센느(프랑스의 고등학교인 ‘리세’에 다니는 여학생)’라는 키워드를 갖고 AKB와의 차별화를 꾀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작년 4월에 데뷔하여 쾌조의 스타트를 끊고 있는 케야키자카에 대해서는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 것일까?
- 이하 아키모토 야스시 발언
제가 40수년간 이 쪽 일을 해 오면서 느낀 것입니다만 처음부터 ‘이런 테마로 가 보자’며 시작 한 일 중에 순조롭게 된 일이 없었지요.
노기자카도 그렇습니다. 이래저래 여러 음악들을 만들어 본 결과, ‘아, 내가 이 그룹으로 연출하고 싶었던 이미지는 리센느였구나’라고 깨닫게 된 것이지요.
케야키자카 같은 경우에도 오디션에 합격한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거나, 음악을 만들어 가면서 조금씩이나마 ‘내가 하고 싶은 건 이런 것이구나’라고 깨닫게 되었지요. 처음부터 ‘사일런트 마조리티’에서 선 보인 ‘웃지 않는 아이돌’을 만들어 보고자 한 건 아니란 얘깁니다.
10대 중후반이라는 세대는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가치관은 어떤 것인지 혼란을 겪기 마련이죠. 그렇기에 케야키자카 뿐 아니라 AKB나 노기자카 멤버들에게도 자주 하는 말입니다만, ‘인생이란 건 선 하나로 쓱쓱 디자인 해 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다시 말 해 ‘부드러운 연필로 윤곽선을 여러 번 그려 가듯이, 잘못 그린 선들이 결과적으로 윤곽선을 이루는 것’이라는 거죠. 이 세대의 아이들이란 그런 ‘부드러운 연필로 수 없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서서히 시야가 넓어지기 마련이라 생각하고요.
어쩌면 지금도 제 머릿속 어딘가에 그 세대때 느꼈던 ‘혼란과 곤혹감, 감정이입’ 같은 것이 남아 있어, ‘가사’라는 형태로 분출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어른’들이 보기에는 정말 사소한 일이라 해도 감수성이 예민한 세대에겐 마치 ‘아스팔트 위에서 빗방울이 말대답을 하고 있는 것(세카아이 가사)’ 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보자면 저는 케야키자카로 ‘자문자답’이나 ‘멤버 자신들의 혼란’을 그려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데뷔작을 상회하는 히트를 기록한 ‘세상에는 사랑밖에 없어’. 이 곡을 레코딩 할 땐 아키모토씨 본인도 그 자리에 입회하여 멤버들에게 어드바이스를 하였다고 한다.
- 이하 아키모토 야스시
‘포에트리 리딩’으로 시작되는 곡이기에, 그 뉘앙스를 직접 알려줘야겠다 생각했지요.
어째서 이런 일을 하는 것인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하는 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멤버 전원에게 포에트리 리딩을 시켜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들으며 ‘이 아이가 풍기는 분위기는 이 대사에 맞겠군’이라는 식으로 누가 어느 파트를 부를 지를 정했지요.
개인적으로는 ‘여고 연극부’같은 것을 해 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거든요. 예를 들어 ‘무대 위에 정렬 한 순간, 히라테가 갑자기 뛰쳐 나오면서 이런 대사를 하면 어떨까?’라는 식으로. 그렇게 멤버들과도 대사의 전달 방식이나 해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레코딩을 진행시켰습니다.
멤버들의 성장 속도가 정말 엄청나게 빨랐지요.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저 스스로도 한 사람의 프로듀서로서, 그리고 작사가로서 ‘이 아이들에게 조금 더 자극을 줘 보면 어떨까’라며 이래저래 실험을 해보고 있지요. 저 뿐만 아니라 안무가인 TAKAHIRO씨나 의상 담당들 역시 멤버들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흡수하는 지 흥미를 갖고 있는 것 같고요.
퍼포먼스면에서도 그렇습니다. 무대에 서는 횟수가 늘면 늘 수록 표현력이 크게 성장하고 있어요. 비록 처음에는 가사, 대사, 자신의 감정, 그리고 성대에서 나오는 말 사이에 안 맞는 부분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반복해서 경험을 쌓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그 모든 것이 공명하며 리얼리티를 갖게 되는 것이지요.
예전에 다카하시 미나미가 ‘내 주변에는 좋은 어른들이 있었다’며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습니다만, 사람이란 누구나 그 때 그 때 어떤 환경에서 어떤 영향을 받으면서 걸어 왔느냐에 따라 나아가는 길이 전혀 달라지기 마련이거든요. 그렇기에 저는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에게 다양한 ‘환경’을 제공하고, 멤버 각각이 그런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것으로 요리 해 나가는가를 보려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다양한 환경을 제공하는 게 저의 일이자 역할이라 생각하고요.
갑작스럽게 드라마라는 환경을 주고 연기를 해 보게 하는 것도 그 일환이죠. 평범한 드라마와는 달리 모두가 주역인 구도를 만든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전에 워크숍을 열어 ‘연기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부터 시작했지요. 하지만 그랬던 초보들이 크랭크업 할 땐 처음과는 완전 다른 사람처럼 성장해 있었어요. 처음엔 부끄러워하며 대사를 치는 데 주저함이 있었는데, 누구 한 사람이 그런 부끄러움을 벗어 던지고 나면 다들 차례로 부끄러움을 벗어 던지고 성장했지요. 그게 바로 그룹의 이점이긴 합니다만.
실제로 대사 중에는 평범한 여고생들이 할만한 말들이 많았지요. 스토리를 진행시키기 위해 쓴 대사라기보다는 평범한 그 나이 또래 여고생들이 할 법한 대사를 통해 ‘왁자지껄하고 무책임한 모습’을 표현 하는 것이 테마였거든요. 그렇기에 각본가에게도 ‘실제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겠지만, 만에 하나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 평범한 아이들이 할 법한 대사를 써달라’고 부탁했지요.
케야키자카의 강점은 ‘발신자’ 인 동시에 ‘수신자’라는 점입니다. 평범한 그 나이 또래 여중/고생으로서 대중문화의 영향을 받는 ‘수신자’인 동시에, 본인들 스스로가 그런 문화를 만들고 퍼뜨리는 ‘발신자’이기에 가장 ‘리얼’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예를 들어 보죠. AKB48은 고등학생에 비유한다면 ‘예능 코스’라 할 수 있지요. 이미 연예계라는 화려한 세계에 들어 가 있다고나 할까요. 한 편 노기자카46는 멤버 각자가 특화된 느낌이 있습니다. 패션이라던가 음악이라던가, 말하자면 ‘전문학교’같은 느낌이라 할 수 있겠네요. 뭐라 할까요. 각자 저마다의 목표와 가치관을 갖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느낌이라고도 할 수 있겠고요. 그렇다면 케야키자카는 어떨까요? 전 ‘보통과 (일반 고교)’라고 생각하거든요. ‘쟤가 연예인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싶은 평범한 아이들이 모여있는 보통과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케야키자카는 가장 그 나이 또래들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그룹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 케야키자카46는 AKB48이나 노기자카46에 비해 브레이크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하지만 아키모토씨는 ‘하지만 그게 예상 외였냐고 물으신다면… 솔직히 아직 모른다고 대답해야 할 것 같네요. 인생이란 어차피 마라톤 같은 거잖아요.’ 라고 대답한다.
- 이하 아키모토 야스시
빨리 브레이크 한 것 같아 보이는 건 아무래도 AKB48를 기반으로 하여 노기자카가 성립되었고, 그 노기자카가 개척 해 놓은 길을 케야키자카가 걸어 왔기 때문일겁니다. 환경이 정비 되어 있다는 건 실제로 큰 의미가 있는 것인데다가, 실제로 운도 좋았다고 생각해요. ‘언니’들이 필사적으로 노력 해 왔기에 그만큼 기대치도 높아 져 있었을테니까요. 예를 들어 보죠. 언니가 육상부의 에이스로 활약했고, 자신도 달리기가 빠르다면 아무래도 처음부터 기대를 받고, 그만큼 기회를 많이 받을 수 있기 마련이니까요.
요즘 센터인 히라테가 주목 받고 있습니다만, 그 아이는 저 역시 정말 대단한 아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40년 이상 이 세계에서 ‘스타’라 불리는 사람들을 보아 오며 느낀 것인데, 결국 스타란 건 본인 의도와는 상관 없이 화제와 추측을 불러 일으키는 사람이지요. 평소의 히라테는 평범한 15살 소녀일 지몰라도, ‘사일런트 마조리티’에서 보여 준 강렬한 눈빛이나, 격한 동작으로 머리카락이 얼굴에 붙었음에도 신경조차 쓰지 않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 등이 보는 이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엔터테인먼트란 건 결국 받아들이는 사람의 ‘상상’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죠. 크리에이터들이 ‘히라테’라는 재료를 갖고 보는 이들의 ‘상상’을 더욱 더 폭 넓게 자극 할 수 있다는 점만 봐도 정말 매력이 있는 아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히라테 외에도 흥미있는 아이들은 많아요. 와타나베 리카는 퐁코츠이지만 어딘지 미워 할 수 없는 매력이 있고, 와타나베 리사의 쿨뷰티 스러운 면도 좋지요. 나가하마 네로는 신비한 매력을 가진 아이고요.
노기자카 멤버들에게 자주 하는 말입니다만, ‘모두 다 달라도 괜찮’은 겁니다. 각각이 가진 색들이 팔레트에서 섞이는 순간 만들어지는 색이 바로 ‘노기자카다움’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스스로를 다른 사람들에게 맞추려 하지 말라고 해요.
하지만 케야키자카는 노기자카와는 또 다릅니다. ‘이런 색을 내고 싶다’ 할만한, 그룹으로서의 컬러가 아직 없으니까요. 결성 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멤버 각자가 스스로의 방향성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그런 게 바로 ‘화음’의 재미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따로 들으면 음이 다르다던가, 음정이 불안한 듯 보이지만 그 모든 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지면 신기할 정도로 매력적으로 들리거든요. ‘프로’로서 데뷔했다기보단 오디션장에 모인 아이들을 그대로 녹음장에 데려 가 녹음하여 CD를 내거나, 라이브를 시키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고 말이죠.
AKB48에선 때로 ‘서프라이즈’라는 것을 통해 멤버들에게 시련을 주곤 했습니다만, 노기자카나 케야키자카는 그런 ‘시련’을 주기 보다는 멤버들 스스로가 자신이 가고싶은 방향을 가게 하는 것이 본인들의 미래를 찾아내는 데 더 낫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사카미치 시리즈에선 AKB그룹처럼 자매그룹간의 겸임이나, 통합 선발 같은 것을 할 생각이 없어요. ‘자유로운 교풍’이라고 할까요. 스스로가 교칙을 만들어 가는 것이 ‘케야키자카다움’이라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출판물 > 출판물-케야키자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BRODY 2016/12 케야키자카 '혁명 다큐멘트' 2/3 (0) | 2016.10.26 |
---|---|
BRODY 2016/12 케야키자카 '혁명 다큐멘트' 1/3 (0) | 2016.10.26 |
blt graph. vol 10 - TAKAHIRO & 사이토 후유카 인터뷰 (0) | 2016.08.13 |
BUBKA 1605 - 이마이즈미 유이 X 우에무라 리나 대담 (0) | 2016.08.05 |
월간 엔타메 1609 - 케야키 인터뷰 (0) | 2016.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