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가나 케야키의 아이덴티티
결성으로부터 7개월이 지나 히라가나 케야키의 개성은 거의 확립되었다. 그룹의 분위기나 곡의 방향성 등 많은 부분에서 서서히 한자 케야키와는 다른 컬러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멤버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 물어보았다.
사이토 "멤버들이랑 이야기 하다 보면 '우리는 히라가나 케야키니까'라는 말을 종종 하곤 하는데요, 딱히 자신들을 비하하는 게 아니라 별다른 뜻 없이 가볍게 하는 말일뿐이에요. 전체적인 분위기가 낙관적인 그룹이라 해야 할까요. 물론 그런 면이 긍정적으로 작용 할 때도 있고 좋지 않게 작용 할 때도 있지만 말이죠. 하지만 어떻게 보면 해외에서 생활했던 멤버들이 많이 있다던가 (우시오, 다카세, 사사키(미)), 축구 심판 자격증을 갖고 있는 멤버가 있다던가 (카게야마) 멤버 각각이 굉장히 다채롭다는 것이 저희들이 갖고 있는 강점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그리고, 다들 낙관적으로 보이지만 의외로 심지가 굳은 아이들이라 그리 간단히 풀이 죽거나 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저희의 '개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우시오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서 '확실한 재능을 갖고 있다면 언젠간 다 도움이 된다'고 말씀을 하셨거든요. 그래서인지 어릴 적에 이것 저것 많이 배웠는데, 그 때는 솔직히 '이게 대체 내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거야'라고 생각했었는데, 히라가나 케야키에 들어 온 뒤로는 어릴 적에 배웠던 모든 것들이 다 도움이 되었어요. 저 뿐 아니라 멤버 전원이 각자 자신만의 무기를 갖고 있다는 게 저희 그룹의 좋은 점이라 생각합니다."
이구치 "저는 춤이고 노래고 전부 나쁜 의미로 튀다 보니 '개성적인 멤버의 필두'라는 식으로 언급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그렇게 불리는 게 싫어요. 뭐랄까요. 12명의 멤버 중 한 명으로 족하다고 할까요. 제 최종목표는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걔 있잖아. 걔.' 정도로 인식되는 거예요."
그럼 멤버들이 생각하는 '히라가나 케야키다움'이란 어떤 것일까. '한자 케야키'와 '히라가나 케야키'를 나누는 가장 큰 차이점 말이다.
사이토 "사일런트 마조리티로 예를 들어 볼게요. 한자 케야키분들의 경우에는 히라테상이 센터 자리에 서시지만 저희의 경우에 센터에 서는 것은 나가루죠. 히라테상은 엄청 '멋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시지만 나가루는 귀여운 노선이기에, 그런 점이 그룹의 분위기에도 반영이 되는 것이겠지요."
다카모토 "한자 케야키분들은 전반적으로 '쿨'한 분위기가 강하죠. 곡들도 그렇고요. 분위기 자체가 쿨한 아이돌 그룹은 지금껏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귀여운' 계열의 아이돌은 사실 얼마든지 있지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어느 쪽이냐 하면 '귀여운' 노선이기에 솔직히 앞으로도 계속 이 방향성으로 나가서 얼마나 갈 수 있을 지 불안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자 케야키분들의 '쿨'한 분위기를 따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그렇기에 저희 역시 이 아이돌계에서 묻혀버리지 않도록 더더욱 개성을 갈고 닦아 언젠간 한자 케야키의 '라이벌'에 어울리는 존재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사키(미) "저 역시 때로 '히라가나 케야키 다움'이란 어떤 것일까?라는 생각을 해 보곤 하는데요, 팬분들께서 자주 해 주시는 말씀 중에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져'라는 말씀이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면 바로 그 점이 저희 '히라가나 케야키 다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의 콘서트는 '멋진' 한자 케야키와 '미소 짓게 되는' 저희 히라가나 케야키 두 그룹의 상반된 매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 할 수 있겠네요. 한 그룹안에 서로 상반된 분위기의 두 집단이 있고, 그 두 매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그룹은 그다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면을 살릴 수 있는 최고의 그룹을 목표로 노력 할 생각이에요."
한 그룹 안에 서로 상반되는 개성을 지닌 두 팀이 존재한다. 각각 강렬한 빛을 발산하는 2 팀이 하나로 뭉침으로 인해 더더욱 강한 빛을 발하는 그런 그룹. 둘 중 누가 우위고 누가 열세라는 따 따위 구분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한자 케야키와 히라가나 케야키는 그런 '서로 독립된 존재'로서 자신만의 자리를 다지는 중인 것이다.
카게야마 "히라가나 케야키는 한자 케야키의 언더 그룹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어디가 1군이고 어디는 2군이라는 구분은 좀 안 맞는 것 같아요. 물론 멤버들 역시 '히라가나 케야키는 언더 그룹이고 2군'이라는 식으로 인식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요. 히라가나 케야키라고 하는 한 '팀'으로 인식 해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아직 한자 케야키여러분보다 부족한 부분이 엄청 많습니다만, 언젠가는 '히라가나 한자 모두 좋아'라는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그런 멋진 팀이 되었으면 해요."
과연 두 팀 사이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것일까. 두 팀을 겸임하고 있는 나가하마에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이에 대한 나가하마의 대답은 너무나도 의외였다. 나가하마의 대답은 다름아닌 '차이요? 없어요' 였다.
네 "한자 멤버고 히라가나 멤버고 각자 나름의 고민을 갖고 있는 평범한 여자애들인걸요. 팀으로서 컬러가 다를 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놓여있는 환경이다르기 때문이겠지요. 히라가나 멤버들은 아무래도 매사 하나 하나에 거는 각오가 강하고, 그것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요. 그러다 보니 전반적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어야 한다'며 스스로를 북돋는 아이들이 많지요. 반면 한자 케야키는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매사가 정신없이 흘러가다 보니 개개인보다는 '팀', '동료'로서 함께 극복하려 하는 경향이 강하고요. 정리 해 보자면 히라가나 멤버들은 각자가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는 데 반해 한자 케야키는 서로가 서로를 지지 해 주면서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 가려는 경향이 강하지요. 팀이 처해있는 상황, 팀이 만들어 진 배경이 다르기에 그런 차이가 생겨 난 것이겠지만요. 하지만 그렇다곤 해도 결국 멤버들 각각은 그 나이 또래의 여자아이들일 뿐이에요. 저도 처음 히라가나 아이들을 만났을 땐 '다들 엄청 적극적인 아이들이구나'라고 생각했었지만 함께 지내다 보니 '아, 원래 성격이 그런 게 아니라 의식적으로 스스로를 북돋고 있는 거구나'라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약한 부분들도 있고, 때로는 '힘들다'거나 '자신이 없다'거나 약한 소리도 하는데다가 언제나 불안감과 싸우며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요. 그런 모습을 보며 '다들 나랑 같구나'라고 실감하곤 해요."
그럼 반대로 각 팀에서 나가하마의 역할이나 입장은 어떻게 다른 지 신경이 쓰인다.
네 "어.. 지금까지 그런 거 신경 쓴 적은 없는데요… 하지만 한자 같은 경우, 후쨩(사이토 후유카)이나 스즈몽(스즈모토 미유), 텟쨩(히라테 유리나)처럼 퍼포먼스면을 확실히 잡아주는 멤버가 있어, 조금 부족한 멤버들을 이끌어 주거든요. 그런 멤버들이 주도해서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만들고 이끌어 주기에 저는 사실 거기에 맞추어 나가는 쪽이에요. 하지만 히라가나는 아직 다들 경험이 부족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단계이기에 각자가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칠 순 없으니 확실히 하자'라는 의식이 강해요. 예를 들어 라이브 MC 때, 히라가나는 '나는 여기서 나서면 안돼'라는 분위기가 있는 반면, 한자 같은 경우엔 윳카 (스가이 유카)가 그런 면을 백업 해 주고 정리 해 주지요. 물론 그런 게 제 '역할'이라고 하는 건 좀 어울리지 않는 듯도 싶지만, 히라가나에 갈 때는 좀 더 정신을 바짝 차리게 돼요. 그렇다고 한자에 있을 때 정줄을 놓고 있다는건 아니지만요. (웃음)"
'역할'이야기가 나온김에 나가하마에게 꼭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 있다. 바로 두 팀을 겸임하고 있는 그녀가 '두 팀 사이의 가교'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는 점이었다. 그녀의 대답은 '처음엔 두 팀 사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려 했어요', '하지만 결국 전부 시간이 해결 해 주던데요'였다.
네 "한자 케야키 멤버들 중에는 낯가림이 심한 아이들이 많고, 히라가나 아이들은 한자 멤버들에 대해 '선배'라는 선입견이 있어 쉽사리 다가오지 못 할 거라 생각했기에 초기에는 '아 이걸 어쩌지…'라고 혼자 고민했었는데, 결국 전부 시간이 해결 해 주던데요. (웃음) 전국 악수회 때 함께 리허설을 하거나 하다보니 저절로 서로 교류를 하거나, 사이가 좋아지거나 함께 사진을 찍거나 하며 친해지더라고요. 저 역시 그런 모습을 보며 '잘 됐네'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그런 면에서 부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인데, 점차 마음이 편해졌어요."
한자케야키의 개성 중에 사실 팬들에게는 전달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기자 입장에서 히라가나 케야키를 취재하면서 가장 잘 느껴지는 그녀들의 '개성'은 다름아닌 '예의바름'인것이다. 물론 한자 케야키 멤버들 역시 매우 예의바르지만, 히라가나 케야키의 재미있는 점은 취재가 끝난 뒤,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자신들의 감상을 이야기 한 뒤, '다음번에도 취재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겸허하게 인사를 한 뒤에 자리를 뜬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오래 기자생활을 해 오면서 수 많은 아이돌, 아티스트들과 함께 일을 해 온 필자 입장에서도 이 정도로 예의 바른 아이돌은 처음 겪어보았기에 솔직히 처음에는 내가 동요를 감추지 못 할 정도였다.
사실 히라가나 멤버들이 취재 때마다 이런 인상깊은 인사를 하게 된 데에는 계기가 있었다 한다. 작년에 비해 개인 취재를 할 기회가 늘어난 히라가나 멤버들. 언제나 취재가 끝난 뒤 이동하는 차 안에서 다른 멤버, 매니저들에게 '오늘은 이 장면이 즐거웠다'던지 '인터뷰 때 좀 더 적극적으로 대답할걸'하는 식으로 매번 미니 반성회를 열었다고 한다. 그런 모습을 본 매니저가 '그런 얘기, 취재 끝난 뒤에 나올 때 기자분께 직접 말씀드려보지 그래?'라고 발언했고, 그 발언을 계기로 히라가나 멤버들의 '취재 후 인사' 전통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카토 "매니저분께서 항상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하셨거든요. 칭찬 해 주신 건 감사하지만 그렇게 예의 바르지도 않은걸요. (쓴웃음) 아니, 오히려 그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닌가 싶어요. 아직 인사를 할 때 좀 주저하는 경우가 있기에, 앞으로는 더욱 더 싹싹하게 인사를 할 수 있도록 노력 할 거예요."
다카모토 "때로는 '너무 오버하는걸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오버한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닐까?'라고도 생각하고. (웃음) 하지만 '예의'라는 기본적인 것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에 앞으로도 변함없이 제대로 인사를 해 나갈 생각이에요"
개인적으로는 그녀들이 이렇듯 겸허함을 잃지 않기에 팬 뿐 아니라 취재진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
사이토 "모든 멤버들에게 있어 히라가나 케야키라는 팀, 케야키자카46라는 그룹에 들어 왔다는 점이 긍지거든요. 그렇기에 언제 어떤 일이 있더라도 겸허함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후회가 남은 도쿄, 하나로 뭉친 오사카
2017년으로 접어 든 뒤, 히라가나 케야키 주변 환경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3월 21일, 22일 양일간 Zepp 도쿄에서 첫 단독 라이브가 열리기도 하였고, 4월 5일에 발매 된 케야키자카의 네 번째 싱글 '불협화음'에는 히라가나 케야키의 세 번째 오리지널곡 '우리들은 사귀고 있어'를 비롯하여 앞서 이야기했던 'W케야키자카의 노래'가 수록, 뮤직비디오도 제작 되었다. 싱글 특전으로 제공된 DVD에 히라가나 케야키의 특전영상 (페어/트리오PV)가 수록되기도 하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W케야키자카의 노래' PV 촬영 당일, 학업 문제로 다카세가 촬영에 참가하지 못했던 것이다. 32명 전원이 참가하는 뜻깊은 곡의 PV촬영을 불참해야 했던 다카세는 그 날의 일을 아직까지도 두고두고 아쉬워 하고 있었다.
다카세 "참가 할 수 없다는 결정이 내려 진 뒤… 다른 멤버들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물론 저 역시도 쓸쓸하고 슬펐지만 그것보다도 '내가 빠짐으로 해서 이 작품의 의미가 바뀌어버리는 건 아닐까'라는 후회가 마음 속에 쭉 남아 있어요."
그리고 4월 6일, 국립 요요기 제 1체육관에서 개최 된 케야키자카의 데뷔 1주년 라이브 '케야키자카46 1st Anniversary Live' 의 앙코르 때는 '다카세의 분을 추가 촬영하여 W케야키자카의 노래 완전판 MV를 만들 것'임이 발표되기도 했다.
다카세 "솔직히 정말 기뻤어요. 일부러 저 하나를 위해 시간을 내 주셨다는 거, 정말 감사한 일이잖아요. 하지만 그런 기쁜 발표 직후에 히라가나 케야키 추가멤버 모집 발표가 이어져서 어안이 벙벙해졌죠. (웃음)"
추가 멤버 모집에 대해서는 차후에 다루어 보기로 하고, 우선 여기서는 히라가나 케야키의 대약진의 발판이 된 Zepp 도쿄 공연, 히라가나 케야키의 첫 단독 라이브에 대해 다루어 보자. 히라가나 케야키의 힘만으로 이틀간 5000명의 관객을 모은 이 라이브에선 히라가나 케야키의 곡들은 물론이고 '사일런트 마조리티'부터 '후타리세종'에 이르는 케야키자카의 타이틀 곡, '손을 잡고 돌아갈까', '푸른 하늘이 달라', '우리들의 전쟁' 등 커플링곡 뿐 아니라 마이클 잭슨이 어릴 적에 활동했던 잭슨 파이브의 'ABC'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세트리스트를 들고 나와, 보는 이를 깜짝놀라게 했다. 또한, 공연 도중에 탭댄스 강좌를 하고, 다음번 단독 라이브 오프닝에서 그 탭댄스를 선보이는 기획도 발표 되었다.
지금껏 수 많은 난관을 뛰어넘어 온 히라가나 케야키에게 있어서도 이 'Zepp 도쿄 공연'은 역대 최대의 난관이었다. 그 중에서도 다른 멤버들에 비해 한층 더 큰 고민을 안고 무대에 섰던 것은 '춤'에 대해 트라우마를 갖고 있던 이구치였다. 심지어 그런 그녀에게 맡겨진 파트는 '후타리 세종'의 히라테 유리나의 솔로댄스 파트였다.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어야만 하는 무거운 임무가 그녀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구치 "제게 있어 춤은 영원한 과제예요. 그런데도 그런 파트를 맡게 되어, '응? 왜 나야?'라고 생각했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으니까요.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땐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다른 멤버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춤 추는 것만 해도 벅찬데 거기다 플러스 알파, 그것도 그 곡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을 맡게 된 거잖아요. 심지어 그 장면, 히라테상이 정말로 아보적인 모습을 보여주신 그 장면… 제가 그 장면을 해 낼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대로 해 내지 못해서 분해서 눈물이 나는 게 아니라, 분노와 불안 때문에 눈물이 났어요. 정말 하기 싫었지만 안 할 수는 없는 상황… 이렇게 된 거, 해 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지요. 이 활동이 아르바이트라면 그냥 관둬버리면 그만이지만 이건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아이돌'활동 이니까요. 무대로 올라가는 게 마치 죽으러 가는 것만 같았어요. (쓴웃음) 모든 걸 버리고 퍼포먼스에 임했어요. 그도 그럴 게, 싫더라도 히라테상과 비교 될 거고, 히라테상이랑 비교하면 진짜 최악의 퍼포먼스일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 보고, 무대 위에서 죽어버리자. 라고 생각하며 무대에 올랐습니다."
본인은 이렇게 자학을 섞어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 그 스테이지를 본 팬들 중 많은 수가 그녀의 그런 진지한 표정, 최선을 다 한 퍼포먼스를 보며 콧날이 시큰해지는 경험을 했다. 필자 역시 그런 경험을 한 팬들 중 하나, 솔직히 히라테의 그 퍼포먼스를 이구치가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뭐?'라고 의문을 표했었지만, 실제로 이구치의 퍼포먼스를 본 뒤에는 감동으로 눈물이 흘러나왔었던 것이다.
Zepp 도쿄 공연을 준비하면서 벽에 맞닥뜨린 것은 이구치뿐만은 아니었다. 다름아닌 '지금까지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대수롭지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점'들이 본격적으로 그녀들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던 것이다.
히가시무라 "사실 이전에는 제대로 된 미팅을 해 본 적이 별로 없었어요. 멤버 전원이 둘러앉아 문제점이나 느낀점을 서로 공유했던 건 Zepp 도쿄 공연 직전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사사키(미) "리허설 도중에 군데군데 분위기가 안 좋아지곤 했었어요. 몇몇 멤버들은 그런 면에 대해 매니저분께 상담도 했었는데, 그렇게 느끼는 건 저뿐만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멤버 전원이 모여 이야기를 할 기회를 마련해서 각자 생각하는 것들을 솔직하게 흉금을 터 놓고 이야기 했었지요. 쉽게 말하자면 각자 마음이 하나로 뭉치지 못 했었다는 이야기예요."
카키자키 "사실 이전까지는 완벽하게 하나가 되지 못했다고 할까요… 한 배를 탄 동료로서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의식이 좀 약했어요. 그래서 그 때 처음으로 '나만 예쁘게 나온다고 될 일이 아니야. 주변 멤버들과의 조화도 생각해야 해'라고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그리고 그 덕분에 그 이후로는 서로가 서로를 더욱 더 배려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다카세 "지금까지는 사이가 좋거나 이야기 하기 편한 아이들하고만 이야기 했었는데,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각자의 생각을 자기 혼자 갖고 있는 게 아니라 멤버 전원과 공유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큰 수확이었지요."
네 "3월에 있었던 Zepp 도쿄가 가장 힘들었어요. 한자 케야키와 히라가나 케야키 활동을 병행하는 가운데 리허설이 열렸기에 사실상 멤버들과 함께 합을 맞춰 볼 기회가 거의 없었으니까요. 다른 멤버들이 며칠간 리허설을 하며 포지션이나 위치를 확인 한 데에, 당일날 갑자기 제가 쑥 들어가서 조금 연습 하고 그 날 저녁에 바로 관객분들 앞에서 선을 보였어야 했을 정도예요. 하지만 그런 상황이라 해도 '네루쨩은 바쁘니까 별 수 없어'라는 소리는 듣기 싫었어요. 히라가나 케야키의 퍼포먼스를 보러 와 주시는 분들도 많으신데다가, 그런 분들은 힘들게 버신 소중한 돈을 써서 일부러 와 주시는 거잖아요. 그렇기에 관객분들께는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여드려야만 한다고 생각하는데다가, 아무리 일이 바쁘니 뭐니 해도 그건 이유가 안 된다고 생각해요. 리허설 도중에 '왜 난 이렇게 잘 잊어버릴까, 난 왜 이렇게 기억력이 안 좋을까'라고 괜히 분해져서 울음이 터진 적도 있어요. 하지만 멤버들은 그런 저에게 정말로 다정하게 대해줬어요. 사실 저보다 더 힘든 건 멤버들일텐데… 그 결과 자기혐오가 더더욱 심해져서 엄청 의기소침해 있었지요. 제가 이 세계에 들어 와 했던 무대중 가장 후회가 남는 스테이지… 그게 바로 히라가나 케야키의 원맨 라이브였어요. 지금까지도 그 후회가 남아 있을 정도예요. 물론 '그 공연 좋았어'라고 말씀 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개인적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아요… 정말 그 얘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반성점들이 뇌리를 가득 채우는걸요."
지금 생각 해 보면 분명 Zepp도쿄 공연때의 나가하마는 이전까지의 반짝임을 느낄 수 없었던 것도 같다. 당시에는 다른 히라가나 멤버들이 실력을 키워서 나가하마가 상대적으로 평범해 보이는 것이리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녀 본인의 이야기를 들은 지금, 그녀가 무대 뒤에서 홀로 고독하게 싸워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Zepp 도쿄 공연 말미에 '전국 Zepp극장 투어' 발표가 있었다. 도쿄 공연의 뒤를 이어 열리게 된 것은 5월 31일로 예전된 Zepp 남바(오사카) 공연이었다. 케야키자카라는 그룹 전체적으로 보아서도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오사카에서의 단독 라이브'. 첫 단독라이브를 거치며 그룹으로서의 유대감을 깊이 하긴 했지만, 동시에 그룹으로서의 과제나 반성할 점 역시 부각된 그 때, 카키자키가 움직였다. 스태프와 멤버들의 앞에서 '아이돌이 된 이상, 퍼포먼스로 승부하고 싶습니다'라고 선언한 것이다.
과연 그녀들은 코 앞으로 닥쳐 온 오사카 공연에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인가.
네 "오사카 공연 때는 스케쥴이 잘 맞아서 리허설도 제대로 참가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덕분에 '다른 멤버들은 도쿄 공연때도 이렇게 몇 번이고 연습하고, 몇 번이고 확인하며 공연을 준비했구나'라고 실감했지요. 그리고 다른 멤버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더더욱 커 졌습니다. 팬분들께 '죄송하다'고 하면 도쿄 공연에 와 주신 분들께 실례기도 하고, 도쿄 공연은 도쿄 공연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한 결과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더 잘 할 수 있었는데'라는 후회가 마음 한 편에 남아 있었어요. 그렇기에 오사카 공연은 더욱 더 일에 대한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임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멤버들이 '오사카 공연, 정말 즐거웠어'라고 하는 것을 듣고 정말 기뻤어요. 물론 저 역시 정말 즐거운 공연이었고요. 그리고 그 공연을 거치면서 다른 멤버들에 대한 신뢰가 한 층 더 깊어졌습니다. 별다른 걱정 없이 함께 땀을 흘리고, 함께 웃으면서 좋은 라이브를 해 낸 느낌이랄까요."
히라가나 케야키의 전국투어, 다음 회장은 Zepp 나고야. 개최일은 7월 6일이다. 라이브 회장 뿐 아니라 전국 4도시 6회장에서 라이브 뷰잉도 예정 되어 있다. 현재 히라가나 케야키의 단결력, 능력이라면 나고야에서도 오사카를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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