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여름을 되돌아 보면 우선 후지큐 하이랜드에서 열린 ‘케야키 공화국’이 있었네요. 그 라이브는 어땠나요? 개인적으로는 그 라이브를 통해 새로운 ‘히라테 유리나’를 본 것 같기도 한데요.
히 : 즐거운 라이브였어요. 지금까지 했던 모든 라이브 중에서 가장 좋은 공연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멤버들의 표정이나 분위기를 봐도 그랬고. 물론 개중에는 복잡한 마음인 아이도 있었으리라 생각하지만, 당시 영상을 보면 안무가 딱딱 맞는데다가, 그룹 전체적으로 일체감이 느껴지고 멤버들의 기합이 제대로 느껴져서 보는 것 만으로 기분이 좋아 질 정도예요.
- 요즘도 당시 영상을 보나요?
히 : 가끔씩 봐요. 보면서 요즘 라이브와 비교하곤 하죠. ‘저 때는 저렇게 딱딱 맞는데 요즘은 저게 안 되네’라던가. 다른 멤버들에게도 그 영상을 보여주며 이후의 라이브에 대한 의욕을 불러 일으키려고도 하고요.
- 실제로 ‘케야키 공화국’ 공연은 굉장히 완성도가 높았지요. 멤버들의 기합이나 집중력은 물론이고 공연의 콘셉트, 그리고 회장의 분위기도 대단했고요. 아, 그러고 보니 그 공연 오프닝은 히라테상의 아이디어가 반영 된 것이라 들었는데요.
히 : 네. 그리고 그 이후로 라이브 때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게 되었어요. 뭐, 결국 제가 ‘하고싶’어서 한 거였지만요. (웃음) 테마나 콘셉트를 먼저 정해두고, 거기에 맞추어 스토리가 전개되는 라이브를 해 보고 싶었거든요. ‘케야키 공화국’이라는 나라가 있고, 그 나라에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이 게스트로서 투어를 가는 이미지였어요. 구성면에서는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한 줄기로 이어지는 쇼를 만들어 보고자 했고요. 이전까지 해 온 라이브와는 도입부분부터가 달랐기에 사실 처음엔 ‘이렇게 해도 될까?’라고 불안하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하지만 이런 것이 케야키자카야’라는 것을 많은 분들께 알려드리고 싶기도 했기에, 그 라이브가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아요.
-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야겠다 생각하게 된 계기는 있었나요?
히 : 올 해 4월에 1주년 라이브가 있었는데요, 처음 세트리스트를 알게 된 순간 펑펑 울었거든요. 너무나도 납득이 안 되어서요. (웃음) 그렇게 보면 그 경험이 ‘계기’였다고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후지큐 때 부터 ‘어차피 할 거, 아이디어도 내 보자’는 생각이 생겨서 앨범 제작때도 이래저래 의견을 냈는데요. 여러모로 큰 일이었어요. (웃음)
- ‘새하얀 것은 더럽히고 싶어져’라는 앨범의 분위기를 정하는 키 곡이 세 곡 있다고 생각해요. 바로 ‘게츠스카’, ‘익센트릭’, 그리고 ‘자신의 관’이 그 곡들인데요, 이 곡들은 히라테상이 아까 말 했던 ‘자신의 상황에 딱 맞는 곡’들이 아닐까 싶네요.
히 : ‘익센트릭’은 의외로 고전한 곡이었어요. 투어 기간동안 제대로 표현이 되지 않아 고민을 많이 하기도 했고요. 사실 ‘익센트릭’이나 ‘불협화음’은 어찌 보면 제 강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감정을 방출하는’ 종류의 곡들인데, 투어기간 동안에는 그런 곡들을 표현하지 못 하겠더라고요. 오히려 그다지 자신이 없었던 ‘내면으로 파고 들어가는 곡’들밖에 표현을 못 하는 상황이었어요.
‘익센트릭’의 댄스트랙 1, 아실 지 모르겠는데요 구두를 던진다던가 계단을 오른다던가 하는 그런 표현들에 자신이 있었기에, 그런 면에서도 ‘익센트릭’에서 고전을 했죠.
- 말하자면 자기 자신을 깎아먹는 곡이라고 해도 될 지 모르겠네요?
히 : 네. 깎아먹는 곡이에요.
- 아까 ‘불협화음’에 대해 이야기 하실 때, ‘(불협화음의 곡중화자인) ‘그 사람은 대단하다’고 하셨는데요. 익센트릭에서는 히라테상과는 다른 ‘또 다른 자아’ 같은 존재가 없나요?
히 : 저 나름대로의 해석이지만, ‘익센트릭’의 주인공은 한 남자아이에요. 굉장히 안 좋은 일이 있었고, 그런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도망 친 뒤에, ‘나 건드리면 뭔 짓 할 지 몰라’라고 생각하는 아이 말이에요.
- 그렇다면 히라테상은 ‘익센트릭’을 선보일 때는 그 ‘남자아이’의 이야기를 보는 이들에게 전달하려 하시겠군요.
히 : 제가 제대로 퍼포먼스를 한다면 그 때의 저는 이미 ‘익센트릭’의 세계 안에 있을 테니, 딱히 그런 생각은 해 보지 않았어요. 오히려 제대로 퍼포먼스 할 때는 ‘자, 이번에 보여드릴 것은 바로 이 곡, 익센트릭입니다’ 라는 정도의 느낌이랄까요.
- 개인적으로 ‘자신의 관’이라는 곡은 히라테상의 숨겨진 측면을 굉장히 적확하게 묘사 한 곡이라 생각하는데요, 그 점에 대해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히 : 엄청 좋아하는 곡이에요. (웃음) 하지만 라이브에서 선보인다면 어떤 곡 뒤에 올 지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 곡이기도 하지요. 엄청 독특한 곡이니까 말이에요. 기본적으로 해석의 여지가 많은 곡이라 생각해요. 특히 가사 중에 ‘지옥에나 떨어져’라는 부분이 있는데, 그 말을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 보는 지, 상대방에게 한다고 보는 지, 해석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변하거든요.
- 그럼 히라테상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신가요?
히 : 마쿠하리 (투어 파이널) 이틀째 공연 때엔 사실 상태가 엄청 안 좋은 상황이었기에, 이 곡에 대해서는 ‘여러 모로 위험했어’라는 기억밖에 없어요. 무대 뒤에서 나갈 때를 기다리면서도 연신 ‘아, 이거 안 좋은데’라는 말만 중얼거렸고, 그 상태 그대로 무대에 섰거든요. 그래서 정말로 기억이 없어요. 어떻게 노래를 했는 지 조차도.
- 그럼 투어 이야기가 나온 김에 투어 이야기를 좀 더 해 볼까요? 특히 히라테상이 아이디어를 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히 : 마쿠하리 공연은 제가 ‘이렇게 해 보고 싶다’는 것을 최대한 반영 해 주셨기에, 어떻게 말하자면 제 꿈이 이루어 진 공연이기도 했어요. ‘케야키 공화국’ 때도 그랬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꿈이 이루어 지면 ‘아… 꿈이 실현 되었어…’라며 울적해지고, 쓸쓸해 지기도 하거든요. 물론 금세 ‘아직도 하고 싶은 건 잔뜩 있으니 더 힘 내자’라고 마음을 다잡기는 하지만, 쓸쓸한 건 쓸쓸한 거니까요.
- ‘자신의 관’을 피로 한 뒤에 바로 ‘불협화음’이 이어졌는데요, 이런 흐름, 굉장히 헤비한 흐름이라 보거든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곡 배치는 단순한 곡 배치가 아니라 ‘이래야만 케야키자카다’라는, 일종의 각오랄까요, 결의가 배어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이 점에 대해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히 : 개인적으로는 ‘W케야키자카의 노래’로 공연을 끝내는 건 좀 아니다 싶었어요. 저 뿐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다들 그런 생각이었고요. 투어기간 동안 멤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다시금 멤버들과 사이가 좋아졌고, 멤버들의 의견을 들을 여유도 생겼기에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을 했어요. 투어기간 동안 폐를 많이 끼친 것에 대해 보답도 하고 싶었고, 다른 멤버들의 꿈을 이루어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 거기에 더해 가능하다면 제 꿈도 이루고 싶었기에, 그런 생각을 스태프분께 하고 싶었던 것들을 전부 이야기 했어요. 준비도 제대로 못 하고 바로 무대 위에서 피로해야 했기에 긴장도 많이 했지만 멤버들도 전부 찬성 해 주었기에 해 낼 수 있었지요. 아마 보고 계신 관객분들께서도 엄청 놀라셨을걸요.
-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좀 극단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히라테상이 ‘저는 이런 구성이 아니면 무대 위에 못 서겠어요’ 라는 각오를 하신 게 아닌가 싶기까지 했는데요.
히 : 어쩌면 그런 마음도 있었을 지 모르겠네요. 사실 개인적으로 라이브에 임할 때 목표로 삼는 게 있는데, 바로 보는 분들을 깜짝 놀라게 해 드리겠다, 소름 돋게 만들어 드리겠다는 것이에요. 저희의 라이브에 전부 와 주시는 팬분도 계실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런 분들조차도 깜짝 놀라게 해 드리는 게 목표랄까요. 그렇기에 마지막 공연 때는 유일하게 더블 앵콜에 응하기도 했고, 항상 하던 ‘불협화음’과는 다른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사실 그 때 했던 ‘불협화음’의 아이디어는 ‘케야키 공화국’ 때 이미 ‘이렇게 해 보고 싶다’고 냈었던 것이었거든요. 그렇게 생각하면, 그 때 그런 연출을 하지 않았더라면 마지막 앵콜 무대에는 서지 못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 복잡한 얘기네요. 히라테상 본인은 ‘그렇게 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씀하시지만, 객관적으로 보자면 ‘꿈’이라기 보다는 자신을 깎아먹은 결과로밖에 보이지 않거든요. 어쩌면 히라테 유리나라는 한 인간의 개성이라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깎아가며 드러나는 종류의 것이라 해야 하는 걸까요.
히 :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그저 단순히 ‘엄청 좋은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강한 것 뿐인 것 같네요. ‘엄청난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아예 나가고 싶지도 않다’고나 할까요.
- 큰 장애물에 도전하지 않을 거면 아예 시작도 안 한다. 그런 얘기군요. 하긴, 그 공연의 연출부터도 그런 느낌이었죠.
히 : 네. 그런 연출, 꼭 해 보고 싶었어요. 어찌 보면 굉장히 리얼한 연출이기도 하고요. 사실 앞으로 ‘그 연출 이상의 것을 해 내야한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감도 안 잡히지만요. (웃음)
- 사실 지금 히라테상이 하는 일이란 게, 되게 단순하게 이야기 하면 곡을 받고, 그 곡을 외워서 노래하고, 거기에 맞춰 춤을 추는 일입니다만, 히라테상 본인은 그 이상의 것, 다시 말 해 그 곡의 매력이라던가 그 곡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 곡을 통해 자신의 에너지를 분출하는 등의 무엇인가를 할 수 없다면 퍼포먼스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거네요.
히 : 네. 곡을 피로하는 순서에서 스토리성이 안 느껴진다던가 하는 사소한 일 만으로도 ‘아, 그만둘까’라던가 ‘하기 싫다’고 생각 하는 타입의 인간이다 보니 스태프 분들께 엄청 폐를 끼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요, 그렇다고 해도 기왕 할 거면 최선을 다 하고 싶어요.
- 제가 좀 오버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히라테상을 보다 보면 엄청 많은 것들을 짊어지고 계시다는 느낌을 받아요. ‘케야키자카라는 그룹은 이런 그룹입니다’라는 것을 설명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본질 부분을 짊어지고 있다 해야 하나…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시선을 피하지 않고 내 갈 길을 갈 거야’라는 부분 말이에요. 지금 말씀하시는 것 처럼 단순히 ‘저는 제멋대로고 제 이상을 이루고 싶을 뿐이에요’라는 것과는 다르다 생각합니다.
히 : 물론 ‘이런 것을 전하고 싶다’는 자각은 있어요. ‘이 라이브를 통해서는 이런 주제를 전해야지’ 라던가. 아니 오히려 그런 게 없으면 해 나갈 수 없는걸요. 저는 스토리가 없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저 스스로의 모티베이션 문제도 그렇지만, 스토리가 있다면 그 스토리에 저 자신을 실어서 더 좋은 것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이 점에 대해서는 다카히로 선생님과도 상담 해 가며 앞으로도 발전시켜 나가고 싶어요.
- ‘자신의 관’에서 ‘불협화음’으로 이어지는 흐름에 대해 얘기를 되돌려보지요. ‘자신의 관’에서 히라테상은 총에 맞아 피투성이가 되지요. 그리고 이어지는 곡은 ‘불협화음’인데, 그 곡 가사 중에 ‘같은 편도 내게 총을 쐈다’는 부분이 있지요. 그리고 그 곡이 끝난 뒤, 모니터에 ‘The End’라는 글자가 떠오릅니다. 그런 연출을 소화 해 낼 수 있는 아티스트는 그다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히라테상은 그 연출의 ‘핵심’이셨지요. 그리고 동시에 ‘어때요 이 연출 멋지죠?’라고 단순히 자랑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연출은 결국 이것 밖에 없었어요’라는 식으로, 필연성을 호소하는 것 처럼도 보였어요.
히 : 사실 그 연출에 레이저 조준경 연출을 넣고, 멤버들이 차례차례 총에 맞아 쓰러지는 연출 같은 것도 해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결국 연출의 임팩트를 생각하면 제가 혼자 총에 맞아 쓰러지는 게 더 크다는 결론이 났지만요.
- 히라테상 본인은 그런 연출에 대해 이전부터 생각 해 둔 게 있었나봐요?
히 : 네. 있었어요. 사실 좀 더 알기 쉬운 연출을 하고 싶었지만요. 예를 들어 팸플릿을 관객분들께 나누어드린다던가. 단순히 보고 즐기는 아이돌이 아니라 ‘쟤들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전하고자 한다’는 점이 느껴지는 라이브를 하고 싶었거든요. 결국 그렇게는 못 했지만, 그런 연출은 나중에 하면 되니까요. 결과적으로 그 두 곡의 연출로 저희의 그런 의도가 전해졌다면 만족합니다.
- 저는 그 무대를 보면서 ‘정말이지 바람직한 모습’이라 느꼈어요. ‘이렇게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저희 스타일입니다’라는 것을 필사적으로 전하려 한다는 게 느껴졌거든요.
히 : 사실 저희의 그 연출을 보신 분들께서, 공연이 끝난 뒤 어떤 마음으로
돌아 가셨을 지가 신경 쓰여요 (웃음) 인간의 어두운 부분을
후벼 파 낸 것 같은 느낌도 들었기에 ‘정말 괜찮은걸까’라고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뭐, 이미 저질러 버린 거니까 어찌
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신경은 쓰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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