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화
우리들의 목표
Zepp TOKYO에서 열린 '히라가나 케야키자카46 1st 원맨라이브'
이 라이브는 그룹에게 있어 의미 깊은 첫 단독 라이브였지만, 자신들의 경험 부족으로 인하여 달성감을 느끼지 못 할 정도의 결과만 남기게 되었다.
멤버들은 라이브가 끝난 뒤, 수 차례에 걸쳐 의견을 교환하면서 그룹의 새로운 방향성을 정했다. 바로 '관객들과 하나가 되어 즐긴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멤버들은 다시 한 번 마음이 하나로 모아 다시 한 번 달려나가려 하고 있었다.
한편, 케야키자카46의 데뷔 1주년을 맞이하여 개최 된 1주년 라이브 회장에서는 서프라이즈로 '히라가나 케야키 주가 멤버 모집' 발표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히라가나 케야키 멤버들은 우연히 그 소식을 미리 알게 되어버렸다.
지금까지 12명이 함께 만들어 온 그룹이 더 이상 자신들만의 것이 아니게 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멤버들은 충동적으로 좁은 의상실에 틀어박혀버린다.
그리고 의상실에선 멤버들의 비통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우리 모두 함께 그만 둬 버리자'
지금의 자신들과 같은 길을 걸어 온 한자 케야키
2017년 4월 6일 도쿄 요요기 제 1체육관에서 열린 '케야키자카46 1주년 기념 라이브'
앙코르곡이 끝나고 진행되던 MC도중에 '히라가나 케야키자카46 추가멤버 오디션' 소식이 VTR을 통해 발표되었다.
멤버들이 리허설 때 보았던 대로였다.
'히라가나 케야키 증원 결정!'
'올 여름 개최!'
객석을 가득 메운 12,000여명의 관객들이 술렁이는 가운데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사사키 쿠미에게 마이크가 건네졌다.
'지금 너무 깜짝 놀라서 머릿 속이 새하얀데요… 사실 저희도 지금 한자 케야키 선배님들 뒤를 쫓아 가는 것 만으로도 벅차기에, 이런 저희들이 선배가 된다는 게 너무나도 불안하기만 합니다… 저희도 한자 케야키 선배님들처럼 늠름한 선배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더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사실 멤버들 중 몇 명은 다리가 후들거려 서 있는것만 해도 벅찰 지경이었다.
관객들을 알 방법이 없었지만, 사실 다들 이 충격적인 소식을 가슴 속에 숨긴 채 지금껏 스테이지 위에 서 왔던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로 관객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각오만이 그녀들을 버틸 수 있게 해 주었다.
라이브가 시작되기 전의 이야기이다.
의상실에 틀어박힌 멤버들을 설득하기 위해 여성 매니저들이 달려 왔다.
어찌저찌 문을 열고 의상실로 들어 갔을 때, 매니저들이 가장 처음 본 것은 너무나도 울어서 엉망이 되어 있는 멤버들의 얼굴이었다.
매니저들이 멤버들을 위로하며 진정시키고 있으려니 다른 스태프들이 몰려 와 추가멤버 오디션에 대하여 설명을 해 주었다.
'우선 이 오디션은 히라가나 케야키를 위하여 여는 오디션이라는 점을 알아 주었으면 한다. 지금 이대로라면 결국 너희는 한자 케야키의 그늘에 가려져 한자의 언더 그룹으로 활동 할 수 밖에 없어. 그런 너희가 한자 케야키에 필적 할 수 있는 '정규군'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힘을 더해 한 단계 윗 레벨에 도달해야만 해. 그러기 위해 추가 멤버를 받는 거야. 그러니까 이 멤버 모집은 히라가나를 위한 거라는 거지. 우리를 좀 믿어 주면 좋겠다.'
하지만 예상치도 못 하게 발표 내용을 목격 한 직후였던 멤버들은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혼란에서 벗어 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들 대다수는 10대 소녀, 그것도 이 세계에 발을 들인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던 초짜들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들이 냉정하게 스태프들의 설명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가 있는 얘기였다.
물론 이런 멤버들의 사정따위, 현장에 모인 팬들이 알 바가 아니었다.
그녀들은 프로답게 힘든 티를 내지 않고 스테이지 위에 서야만 했다.
모두들 그것만은 이해하고 있었다.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혼란한 상태로 울며 대기실로 돌아가던 사사키 쿠미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이시모리 니지카였다.
'괜찮니?'
이미 사정을 들어 알고 있던 이시모리의 위로를 받던 도중, 사사키 쿠미의 머릿속을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우리가 들어 올 때, 한자 선배님들도 같은 마음이었겠구나'
자신들이 그룹에 들어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처음 한자 케야키와 대면했을 때, 한자 케야키 멤버들은 그저 당당하고 빛나는 '연예인'으로만 느껴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자 케야키 멤버들 역시 히라가나 멤버들에게 겁을 먹고, 어찌 대하면 좋을 지 몰라 화장실에 틀어 박히지 않았던가.
물론 히라가나 케야키 멤버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 사건이 잡지 인터뷰로 밝혀 진 이후였지만 말이다.
'그 때 한자 선배님들은 지금 우리가 느낀 것과 같은 것을 느끼셨을텐데, 전혀 티도 내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셨었지. 추가 멤버 오디션을 받는 애들에게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우리도 그 아이들을 받아들여 줘야만 해. 한자 선배님들이 그러셨듯이.'
카토 시호 역시 머릿속에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이전, 라이브를 보러 오신 어머니의 말씀이었다.
'한자 멤버들 21명이 춤추는 것을 보다가 너희 12명이 춤추는 것을 보면 뭔가 텅 빈 것 같아.'
레슨에서 한자 케야키의 곡을 연습 할 때에도 '역시 사람 수가 적으니 좀 심심해 보이는데, 너희들이 보기엔 지금 히라가나 인원 수가 어떤 것 같니?'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카토는 항상 '언젠간 사람이 늘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히라가나의 단독 투어가 시작된 직후의, 그것도 겨우 멤버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었을 때 발표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기에 크게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다른 멤버들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을 때, 다른 멤버들보다 빠르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음 단계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멤버도 있었다.
카게야마 유카는 라이브가 끝난 직후에 있었던 밀착카메라 인터뷰에 홀로 임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언제까지고 쳐져 있을 수 만은 없으니까요. 2기생들이 들어 왔을 때 섞이기 편한 환경을 만들려 합니다. 그렇게 마음을 바꾸어 다시 한 번 열심히 하겠습니다.'
히라가나 케야키 사상 최대의 사건이자 시련이었던 '추가 멤버 모집 발표'.
이것은 결과적으로 히라가나 케야키의 멤버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현재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 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었던 것이다.
'언더'라는 단어로부터 해방되다
1주년 기념 라이브가 끝난 며칠 뒤, 케야키자카46 운영 스태프는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히라가나 케야키 멤버들이 보낸 것이었다.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우리들의 목표
・더욱 더 큰 스테이지에서 라이브를 하고 싶습니다.
・전국 47개 도도부현을 돌며 투어를 하고 싶습니다.
・지명도를 올리기 위해 게릴라 악수회를 하고 싶습니다.
・히라가나만의 칸무리 방송을 갖고 싶습니다.
・언젠간 꼭 히라나가 케야키 명의로 CD를 내고 싶습니다.
등등…
멤버들이 주체적으로 자신들의 목표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그 결과를 정리하여 리스트를 만든 것이었다.
이 내용들은 어쩌면 '프로 아티스트'의 의사표명이라기엔 너무나도 유치한 내용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목표'에서는 '이제부턴 우리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히라가나 케야키자카 46'라는 그룹을 하나의 독립된 그룹으로서 인정받게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있었다.
처음에는 '한자 케야키의 언더 그룹'으로 결성 된 히라가나 케야키.
이 순간, 그녀들은 바로 그 '언더'라는 단어의 속박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신들만의 길을 걸어가려고 한 것이다.
이는 '추가 멤버 모집'이라는 극약처방이 가져 온 의식개혁이자 그녀들의 자립심이 싹 튼 순간이기도 했다.
일단 방향성이 정해지고 나니 어떤 일을 해야 할 지는 간단했다. 5월 31일로 예정 된 Zepp Namba 공연을 멋진 공연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는 아쉬운 결과로 남은 Zepp Tokyo공연의 리벤지이기도 했다.
라이브를 성공시키기 위하여 멤버들은 수시로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런 회의 도중,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사이마조나 불협화음은 한자 케야키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잖아. 그러니까 좀 더 히라가나다운 세트리스트를 생각 해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 순간, 이 한마디에 눈물을 쏟기 시작한 멤버가 있었다. 카토 시호였다.
'이렇게나 저희를 생각 해 주실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애초에 히라가나에는 한자 케야키를 동경해서 들어 온 멤버가 많았다.
그렇기에 더더욱 '한자 선배님들처럼 멋있게, 쿨한 곡을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멤버들이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이 '독자노선'을 생각하기 시작 한 뒤로는 어느 사이엔가 '한자 케야키를 상징하는 곡들을 꼭 불러야만 한다'는 의미는 흐려 져 있었다.
아니, 오히려 '히라가나 케야키다운 것은 무엇인가' 라는 것을 고민하고, 세트리스트에도 그런 '케야키다움'을 담아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하고 있었다.
1주년 기념 라이브 무대 뒤에서 스태프가 이야기 했던 '(스태프들이) 히라가나 케야키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거짓이 아니었던 것이다.
모든 스태프들이 실제로 히라가나 케야키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카토 시호가 눈물을 흘리게 된 것은 그런 스태프들의 마음을 느껴서였다.
결과적으로 Zepp Namba의 세트리스트는 이전 공연의 그것과는 크게 변경되었다.
비록 오리지널곡이 적어 한자 케야키의 곡을 빌려 올 수밖에 없었지만, 이미 춤까지 숙지하고 있었던 '사이마조'나 '우리들의 전쟁'을 세트리스트에서 제외하고 '교복과 태양', '석양 1/3', '미소가 슬퍼' 등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새로이 추가 된 곡들은 템포가 느리고 따뜻한 느낌이 드는, 말하자면 '히라가나 글자 같은 인상'을 가진 곡들이었다.
또한, Zepp Namba의 챌린지 미션이었던 탭댄스 역시 연습,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무대에 임했던 것이다.
처음으로 일체감을 느낀 스테이지
히라가나 케야키에게 있어 이번 라이브는 처음으로 '오사카'에서 열린 라이브였다.
심지어 한자 케야키조차 오사카에서는 라이브를 하지 못 했다.
그런만큼 멤버들은 기합이 확 들어 있었고, 그만큼 긴장감 역시 대단했다.
하지만 오프닝 액트로서 탭댄스를 선보인 시점에서 이미 지금까지의 라이브에서는 느끼지 못 한 것들이 느껴졌다.
'역시 오사카 사람들은 흥이 있어. 라이브라는 게 이렇게 즐거운 것인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어.'
히라가나 케야키에서 유일하게 오사카 출신인 다카세 마나는 당당히 고향에 개선한 기쁨을 느꼈다.
다른 멤버들 역시 적극적으로 반응 해 주는 관객들을 보며 용기를 얻고, 기분이 들뜨는 것을 느꼈다.
특히 MC에 대한 반응은 예상 이상이었다. 별다른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임했던 Zepp Tokyo에서의 MC 실패 경험에 비추어, MC내용 역시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누며 갈고 닦았다.
그리고 그 결과, 비록 서투르긴 해도 관객들의 호응을 불러냈던 것이다.
'오사카라 하면 타코야키죠. 여러분 한 번 상상 해 보시겠어요? 동그란 타코야키에~ 소스가 반짝반짝 빛이 나고~ 그 위에 김가루가 뿌려 져 있어요~ 정말 너무 좋지 않나요? 아, 물론 저는 타코야키 못 먹습니다만'
이라고 혼자 얼빠진 소리를 해 대는 네루의 MC에 다른 멤버들은 마치 콩트의 한 장면처럼 일제히 바닥에 쓰러졌다.
오사카 관객들 역시 멤버들과 함께 앞으로 쓰러지는 척 하며 회장의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관객들과 하나가 되는 것' 그리고 이 순간이야말로 그녀들이 어떻게 해야 관객과 하나가 될 수 있는 지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퍼포먼스 면에서도 '히라가나 케야키다움'을 의식하여 최선을 다했다.
'세카아이' 도입부의 포에트리 리딩을 담당했던 카게야마는 일부러 대사 타이밍을 살짝 어긋나게 하여 곡에 드라마틱한 면을 더했다.
Zepp Tokyo공연 때는 한자 케야키의 CD를 그대로 외워서 히라테 유리나와 완전히 똑 같은 타이밍에 대사를 하려고 노력했던 점을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였다.
진로상담에 임하는 학생들의 불안함, 그리고 희망을 노래한 '교복과 태양'의 센터로는 카토 시호가 낙점되었다.
사실 처음 센터 자리에 이름이 불렸을 때, 카토는 자신이 없어 '왜 나지?'라고 울며 사사키 쿠미에게 상담을 했다.
하지만 정작 본무대가 시작되었을 때엔 카토 특유의 여성스러운 분위기와 올곧은 모습이 곡의 '청춘찬가' 적인 면과 완벽히 매치되어 회장 안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카세와 함께 듀엣곡 '미소가 슬퍼'를 부른 것은 히가시무라 메이였다.
라이브를 할 때마다 항상
울곤 했던 히가시무라는 이 투어에서 크게 성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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