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화
해피아우라, 그리고 12명의 유대감
2017년 8월, 약 1개월에 걸쳐 케야키자카46의 전국 투어가 실시되었다. 이 투어는 직전에 발매 된 첫 앨범, ‘새하얀 것은 더럽히고 싶어져’의 수록곡들을 중심으로 하는, 케야키자카46의 첫 전국 투어였다.
히라가나 케야키 역시 이 전국투어에 참가, 신곡인 ‘영원의 흰 선’을 비롯한 수 곡을 선보였다. 또한, 투어와 병행하여 시간이 날 때마다 가을에 시작 될 히라가나 케야키의 첫 주연 드라마 ‘리:마인드’의 연기 워크숍에도 참가하였다. 그 뿐 아니라 8월 중순즈음에는 히라가나 케야키의 2기생 오디션 최종심사가 열려, 그 결과로 9명의 신멤버가 그룹에 들어오게 되었다.
8월 말, 케야키자카46의 전국투어도 마지막 공연을 맞이하였다. 전국 투어가 끝난 뒤에는 잠시 중단 되어 있었던 히라가나 케야키의 라이브하우스 투어가 재개 될 예정이었다.
겸임이 한계에 다다른 여름 투어 기간
9월 후반의 어느 날. 도쿄 도내 모 스튜디오에서 ‘케야카케’ 녹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 날 녹화에는 히라가나 멤버들도 함께 참가 하는 녹화였는데 선배인 한자 케야키보다 빨리 녹화를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 온 히라가나 멤버들에게 스태프가 이런 말을 꺼냈다.
‘앞으로 나가하마 네루는 히라가나 케야키와 한자 케야키 겸임을 마치고 한자 케야키 전임 멤버가 됩니다. 한자 케야키, 히라가나 케야키 스케줄이 점점 더 바빠 질 텐데, 나가하마 본인의 건강을 생각 한 결과 이렇게 되었어요. 이번 달 26일에 열리게 될 히라가나의 Zepp Sapporo 공연에도 참가하지 않습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발표에 히라가나 멤버들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렸다. 나가하마는 히라가나 케야키에 있어 유일한 ‘오리지널 멤버’인 동시에 지금까지 히라가나가 경험 해 온 모든 무대가 나가하마를 중심으로 구성되고 운영 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런 나가하마가 그룹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실제로 나가하마는 히라가나 케야키와 한자 케야키의 겸임이 결정 된 이후로 쭉 스케줄 면에서 고민을 해 왔다. 2017년 봄에는 히라가나 케야키의 전국투어가 시작되어 히라가나의 단독 활동이 본격화 되었는데, 그 당시 나가하마가 히라가나의 투어와 병행하고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한자 케야키의 드라마 ‘잔혹한 관객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찌저찌 버텨 오던 그녀가 결국 겸임에 대처하지 못 하게 된 타이밍이 바로 2017년 여름에 열린 케야키자카46의 전국투어 때였던 것이다.
케야키자카46라는 그룹에 있어 첫 전국 투어인 동시에 공연곡 중 반수 이상이 신곡인 상황이었기에 그녀 뿐 아니라 모든 멤버들이 처음으로 경험하는 승부처였던 이 시기, 나가하마는 신곡의 안무 연습, 투어 리허설은 물론이고 각종 음악 페스, 미디어 출연을 병행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짬을 내서 히라가나 케야키의 연습에 합류, 짧은 시간 안에 히라가나의 곡 리허설까지 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런 나날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심지어 그녀가 히라가나의 신곡 ‘영원의 흰 선’ 안무를 배운 것이 해당 곡을 처음으로 선보이기 전날이었을 정도였다.
그 뿐 아니었다. 투어 내용면에서 보아도 그녀는 양 그룹에 모두 참가하고 있는 데다가 솔로곡까지 소화해야 했기에 쉴 틈 없이 계속 무대 위에 서 있어야 했다.
나가하마를 곁에서 지켜 봐 온 카토 시호는 이 시기의 그녀에 대해 ‘언제나 울먹이는 얼굴만 떠오른다’고 이야기한다. 히라가나의 리허설에 도중부터 참가하여 안무 숙지가 잘 되지 않아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미안해’라고 사과하는 나가하마를 보며 카토는 ‘제일 힘든 건 본인일텐데 왜 우리에게 사과하는걸까’라고 생각했다 한다. 사사키 미레이 역시 ‘네루쨩이 거기 있어 주는 것 만으로도 고마운 일인데, 항상 사과하고 있어. 정말 겸허한 아이구나’라고 느꼈다고.
하지만 한 사람이 동시에 두 곳에 살고 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그런 모순된 상황은 결국 스케줄 면에서도 체력 면에서도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하려는 나가하마를 대신하여 운영측이 결단을 내려야만 했던 것이다.
멤버들에게 나가하마의 겸임 해제 소식이 전해 진 며칠 뒤, ‘케야카케’ 방송과 동시에 운영측의 코멘트가 발표되었다.
‘(이하 운영 발표 일부 발췌) 히라가나 케야키 주연 드라마 건에 대해 이야기가 나온 뒤, 드라마 촬영도 준비 했습니다만, 전국투어가 끝난 뒤에는 한자 케야키로서의 활동 역시 더더욱 바빠 질 것으로 사료되는 가운데, 나가하마가 한자 케야키와 히라가나 케야키를 겸임하는 데 있어 본인의 건강을 생각 한 결과, 이 이상은 힘들것이라 판단하였습니다.
운영측에서 협의를 거듭한 결과, 나가하마는 한자 케야키에 있어 소중한 멤버라는 점을 알게 되었고, 히라가나 케야키는 신멤버들을 맞이하여 새로운 걸음을 걸어나가야 하는 타이밍이기에 이 타이밍에 나가하마의 겸임을 해제하고 한자 케야키 전임멤버로 활동 할 것을 결정하였습니다.’
그 말대로 그룹에 도중 가입한 이후로 계속해서 한자 케야키 멤버들과 함께 활동 해 왔고, 히라가나 케야키의 추가멤버(1기생)들이 들어 온 뒤로는 두 그룹을 겸임 해 온 나가하마였기에 한자 케야키에 있어서 그녀는 이미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존재였다. 동시에 히라가나 케야키는 잠시 중단되어 있었던 전국 투어도 재개되고, 동시에 그룹의 첫 주연 드라마 촬영도 시작되고, 2기생들이 합류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 하는 시기였던 것이다.
이런 상황 하에서 나가하마를 지켜주기 위해 운영측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 바로 겸임해제, 그리고 한자 케야키 전임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운영측의 이런 결정에 대하여 사이토 쿄코는 ‘아 결국 이 순간이 왔구나.’라고 생각했다. 사이토 뿐 아니라 히라가나 케야키의 멤버 모두가 ‘언젠간 나가하마의 겸임이 해제 될 것’이라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다카세 마나가 ‘역시나 한자 전임이 되는구나. 하긴, 네루쨩은 한자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때 반짝 반짝 빛나는걸’이라고 생각했던 것 처럼 멤버들 역시 나가하마의 한자 케야키 전임을 인정 할 수 밖에 없었다. TV화면에 비춰지는 한자 케야키, 그리고 나가하마 네루에 반해 오디션을 받은 그녀들에게 있어 ‘나가하마 네루’라는 존재는 언제나 자신들보다 한 발짝 앞서 있는, 빛나는 존재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나가하마가 그룹에서 없어진 지금, 남겨진 자신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속에서 알게 된 ‘해피 아우라’
3월에 열린 도쿄 공연을 시작으로, 매 공연 세트리스트를 바꾸어 가며 오사카, 나고야 등지를 돌아 온 히라가나의 전국투어 역시 나가하마의 이탈로 인해 대대적으로 수정이 가해졌다. 지금까지 12명이 퍼포먼스 해 왔던 곡들의 포메이션을 전부 11명 버전으로 수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가하마의 노래 파트 역시 다른 멤버들에게 나눠져야 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드라마도 본격적으로 촬영이 시작되어 평소보다도 적은 시간을 짜 내 리허설을 해야만 했고, 그런 적은 리허설 시간 안에서 파트 배분 및 수정, 새로운 세트리스트 작성 등도 소화 해야만 했다.
‘그럼 여기는 네루 자리에 카키자키가 들어 가고 다른 멤버들은 무대 오른쪽으로 모여서… 아, 이런! 여기 네루 파트 아무도 배정이 안 되어 있잖아!’
멤버들 뿐 아니라 스태프들 역시 허둥지둥 눈에 보이는 대로 수정할 점들을 찾아내서는 멤버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데 필사적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히라가나의 전국 투어는 매 공연마다 색다른 것에 도전 해 보는 ‘챌린지 기획’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나가하마가 빠진 직후의 공연이었던 홋카이도 공연에선 마칭 드럼을 선보이게 되어 있었다. 멤버들은 드라마 촬영과 리허설을 병행하며, 그 적은 시간을 쪼개 새롭게 수정된 안무와 곡을 연습하는 동시에, 드러머의 휴식시간을 빌려 스튜디오 구석에 모여 마칭 드럼 연습도 해야만 했다.
이렇게 물리적인 부담이 큰 가운데, 멤버들을 불안에 떨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정신적인 상실감’이었다.
히라가나 케야키의 곡에서 나가하마와 함께 더블 센터를 맡고 있었고, 나가하마에게 있어서도 마음을 터 놓는 상대가 되어 준 카키자키 메미는 나가하마를 생각 할 때 마다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왜 네루가 여기 없는걸까. 외로워… 나는 지금껏 네루에게 기대기만 해 왔기에 정작 네루가 없으니 아무 것도 못 하는구나…’
다카모토 아야카는 지금껏 해 본 적 없는 드럼 촬영과 라이브 리허설에 매진하는 가운데 가슴 속에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히라가나 케야키는 애초에 네루쨩으로 시작된 그룹인데 정작 그런 히라가나 케야키에 네루쨩이 없다는 건 결국 아무 의미도 없는 것 아닐까? 우리들을 보기 위해 와 줄 사람이 있긴 할까?’
나가하마가 빠진 지금, 히라가나 케야키라는 그룹은 더 의상 존재의미가 없다는 생각은 비단 다카모토 뿐 아니라 남겨진 멤버 모두가 품고 있는 생각이었다. ‘나가하마’를 보기위해 먼 홋카이도까지 와 준 팬들이 야유를 보내지는 않을까라는 생각마저 들어 가뜩이나 불안하던 마음에 박차를 가했다.
그런 생각은 예전, 아무런 일이 주어지지 않은 채 방치되어 ‘해고’까지 각오했던 때 그녀들이 느꼈던 종류의 부정적인 생각이었다. 물리적,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심신이 모두 너덜너덜 해 진 결과, 리허설을 할 때 조차 고개를 떨구고 바닥만 바라보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사사키 쿠미가 갑작스레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밝게 행동하며 말을 꺼냈다.
‘아, 맞아. 해피 아우라야, 해피!!’
그녀를 따라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연신 ‘해피!’ ‘해피!’라고 이야기 하다 보니 어느 사이엔가 자신들도 모르게 기운이 나고, 웃음이 나왔다.
사사키 쿠미가 이 ‘해피 아우라’라는 말을 알게 된 계기는, 고민하던 그녀를 본 한 스태프의 한 마디였다.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에도 그저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바로 그 자세야말로 너희 히라가나 케야키가 갖고 있는 해피 아우라라고 생각해.’
그 말을 들은 순간, 사사키 쿠미는 마음 속 짐이 덜어지고 구원을 받은 느낌이 들었다. 라이브를 거듭하는 가운데 얼핏 보이는 것도 같았던 ‘히라가나 케야키만의 색’… ‘보고 있는 사람들을 웃게 만들자’는 히라가나 케야키의 기본 이념이 고스란히 담긴 단어가 바로 이 ‘해피 아우라’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케야키자카46의 전국투어기간동안 사사키 쿠미는 때때로 이 단어를 입에 올렸고, 그녀가 이 ‘해피 아우라’라는 말을 할 때마다 다른 멤버들 역시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
카게야마 유우카는 이 ‘해피 아우라’라는 단어가 바로 자신들이 지금껏 해 온 것들과 앞으로 해 나가야 할 것들을 일직선으로 관통하고, 서로 이어주는 단어라는 점을 깨달았다.
“3월에 있었던 도쿄 공연이 끝난 뒤, 멤버 전원이 정했던 ‘관객분들과 하나가 되어 신나게 즐긴다’는 목표가 바로 이 ‘해피 아우라’라는 단어와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앞으로 저희들이 갖고 있는 ‘해피 아우라’를 여러분께 전해 드린다는 마음가짐으로 무대 위에 선다면 저희만이 할 수 있는 라이브가 될 것 같아요.”
전국 투어가 끝날 때쯤, 어느 사이엔가 ‘해피 아우라’는 히라가나 케야키의 멤버들 사이에서 하나의 ‘암호’가 되어 있었다. 한자 케야키가 ‘쿨’한 그룹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 반해 자신들은 아무런 장점이 없다고 좌절하던 그녀들에게 처음으로 주어진 그녀들만의 개성, 그것이 바로 ‘해피 아우라’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단어는 나가하마 네루가 빠져버려 불안함에 사로잡혀 있던 멤버들을 북돋아 앞으로 걸어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홋카이도 공연을 하루 앞둔 날, 카키자키는 블로그에 이런 글을 적었다.
‘새롭게 2기생들이 들어 와 20명 체제가 된 히라가나 케야키자카46. 아마도 이 곳이 저희들의 진정한 출발점이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0인 상태에서 하나씩 하나씩 쌓아 올려 가, 초심과 감사하는 마음, 겸허, 상냥함, 유대감을 잊지 않고 저희들답게 해피 아우라를 힘껏 펼쳐 보이며 모든 분들께 사랑 받는 멋진 그룹으로 성장 해 가겠습니다’
멤버들의 마음 속, 그리고 노래 속에 존재하는 나가하마 네루
9월 26일, 홋카이도 삿포로시에 위치한 라이브하우스, Zepp Sapporo에서 히라가나 케야키자카46의 전국투어 홋카이도 공연이 열렸다.
오프닝은 모두들 걱정했던 ‘드럼 퍼포먼스’. 단 한 명도 경험자가 없는 상황에서 출발하여 조금씩 조금씩 연습을 해 온 그녀들은 무거운 드럼을 품에 안고 어려운 기술에도 도전하였다. 도전 과정에서 기기가 떨어 져 연주 할 수 없게 된 멤버들도 있었고, 콤비네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고전한 부분도 있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연주를 끝마쳤다. ‘나가하마 네루가 없는 히라가나 케야키’가 팬들에게 받아들여질까 걱정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그녀들이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자신들의 무기인 ‘해피 아우라’를 의식하여 미소 지으며 퍼포먼스를 하는 것 뿐이었다.
이 날, MC 때 사사키 쿠미는 이런 말을 남겼다. 마치 다짐하는 듯한 말투였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오늘 네루쨩은 여기 없습니다. 저희는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사사키의 이 말에 객석에서는 ‘힘 내!’라는 말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 말의 뒤를 잇듯이 지금껏 들어 본 적 없을 정도로 우렁찬 성원이 그녀에게 쏟아졌다. 그렇게 성원을 보내주는 팬들 중에는 ‘나가하마 네루’라는 이름이 쓰여진 오시타올을 들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라이브가 시작되기 전에는 ‘우리를 보러 와 주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고 불안해 했던 다카모토 아야카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한 가지 확신을 얻었다.
‘우리를 믿고 지지 해 주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있다니. 이 분들이 계신다면 앞으로도 계속 노력 할 수 있어.’
이 날, 처음으로 11명이 스테이지에 서서 총 12곡을 선보였다. 포메이션이나 파트분배를 변경한 탓인지 무대 위에서 서로 부딪히거나 안무가 어긋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녀들은 시종일관 ‘해피 아우라’를 뿜어내며 앞으로 앞으로 전진해 나갔다. 특히 ‘히라가나 케야키’를 비롯한 히라가나 케야키의 오리지널 곡을 선보일 때는 부드럽고 밝은 표정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센터를 맡았던 나가하마 네루가 갖고 있던 ‘태양과도 같은 분위기’를 방불케했다.
‘영원의 흰 선’의 경우 멤버 각자가 자신의 특기나 특징을 나타내는 포즈를 취하는 구간이 있다. 이 날 공연에서 ‘영원의 흰 선’을 선보일 때, 멤버들은 각자 자신의 포즈를 취한 뒤, 전원이 뺨에 손을 포개고 눈을 감는 포즈를 취했다. 이것은 ‘자는 모습’을 형상화 한 것으로, ‘네루 (※나가하마의 이름인 ‘ねる’와 잠을 잔다는 의미인 ‘寝る’가 같은 발음인 것을 이용함)가 아직 함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고안해 낸 포즈였다.
앙코르곡까지 끝나고 난 뒤, 마지막 MC 때 사사키 쿠미는 감정에 복받쳐 때때로 목이 메어가면서도 자신의 감상을 이야기하였다.
“나가하마 네루쨩 단 한명으로 시작 된 히라가나 케야키가 12명이 되고, 이토록 많은 분들께 응원을 받을 정도로 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네루쨩의 노력, 그리고 저희들은 알 수도 없을 정도의 엄청난 고생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리허설 때, 네루쨩의 빈 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것이 정말로 슬펐습니다. (중략) 하지만 히라가나 케야키의 12명의 멤버들이 함께 만들어 온 역사는 사라지지 않지요. 지금껏 12명이 해 온 것들을 발판삼아, 새롭게 들어 올 믿음직한 9명의 멤버들을 더해, 총원 20명이 여러분들께 사랑 받는 그룹이, 더 큰 그룹이 되기 위하여 노력 할 생각이니 앞으로도 저희들을 응원 해 주세요.”
나가하마 네루는 그 장소에는 없었을 지 몰라도, 멤버들의 마음 속에, 히라가나 케야키의 노래 속에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처음으로 마음이 통한 30분
사실 공연 하루 전, 홋카이도로 출발하기 전에 열린 마지막 리허설 때, 나가하마 네루가 찾아 왔었다. 겸임 해제 발표 이후로 히라가나 멤버들과 만나지 못 했던 나가하마 본인이 멤버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없는 시간을 짜 내어 레슨 스튜디오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겨우 30분. 스태프들에게 자리를 비켜달라 하고 멤버들끼리 30분간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나가하마는 멤버들에게 사과했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함께 라이브에 가지 못 해서 미안해. 나도 함께 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되어 버린 거, 어떻게 할 수 없잖아… 서로 주어진 환경을 받아 들이고 최선을 다 하자…”
나가하마는 멤버들에게 사과하며 다른 멤버들을 최대한 북돋아 주려 햇지만, 사실 가장 크게 상처를 받은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가하마 본인이었다. 그녀 역시 전국투어 기간동안 ‘내가 어중간하게 양 쪽 그룹 모두에 발을 걸치고 있는 탓에 두 그룹 모두 퍼포먼스 질이 떨어지는 거야’라고 생각 해 왔던 그녀는 투어 마지막 공연을 맞이한 날, 블로그에 이렇게 선언한 바 있다.
‘저 자신의 부족함을 통감하였기에 올 한 해는 퍼포먼스를 더더욱 갈고 닦는 한 해로 하고자 합니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 하기 보다는 묵묵히 연습을 하다가 다른 사람들이 알아 주는 게 더 멋있긴 하지만 저는 아직 그 정도로 강하진 못 하기에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선언하고 노력하고자 합니다. 제게 있어 이번 한 해는 새롭게 시작하는 한 해로 만들겠습니다.’
그녀가 하고자 했던 말은 아마도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 해 겸임 활동에 임하겠다’는 이야기였으리라. 그리고 그런 그녀의 각오가 무색하게 곧바로 겸임이 해제 되었던 것이다. 자신에게 좀 더 힘이 있었다면 히라가나 멤버들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을 수 있었을텐데… 라고 생각하니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고, 동시에 멤버들에 대한 미안함이 가슴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히라가나 멤버들은 그런 그녀의 ‘사과’에 ‘위로’로 답했다.
“네루쨩이 사과 할 건 없어. 우리들은 네루쨩에게 감사하는 마음 뿐인걸. 우리들은 네루쨩이 안심하고 한자 케야키 전임으로 활동 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할 거야.”
나가하마는 사실 이 때 까지 히라가나 멤버들 앞에서는 항상 아무렇지 않은 척 강한 척 하고 있었다. 멤버가 자신 혼자뿐이었던 그룹에 들어 와 준 11명의 ‘후배’들을 위하여 항상 강한 모습만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강한’척’에 불과했다.
‘이 아이들은 어째서 항상 나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것일까. 이 다정함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이야. 이렇게나 이 아이들이 나를 사랑 해 주는데 왜 좀 더 일찍 이 아이들과 마음을 터놓지 못했을까.’
나가하마는 겸임이 해제 되어서야 비로소 다른 멤버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고, 그제서야 마음이 하나로 통했다고 느꼈다. 그리고 자신과의 이별을 눈물로 아쉬워 해 주는 멤버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저기… 케야키자카46라는 그룹은 말이야. 한자 케야키자카와 히라가나 케야키자카 2팀으로 이루어 져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내가 한자 전임이 된다고 해도 모두 같은 ‘케야키자카46’의 멤버라는 점은 변함 없는 거지… 그러니까 오늘 이렇게 헤어진다 해도 그게 영원히 헤어지는 건 아니야.”
사이토 쿄코는 나가하마의 그런 진지한 말에 즉각 반응했다.
“응. 그렇지. 악수회에서도 만날 수 있고 말이야.”
평소와 다름없는 사이토의 핀트가 나간 반응에 멤버들은 ‘쿄코가 또 저러네! ’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사이토는 이 때, 나가하마의 눈물을 멈추기 위하여 일부러 핀트 나간 얼빠진 소리를 했던 것이다.
히라가나 케야키자카46 멤버들에게 있어 지금까지는 어딘지 모르게 멀게 느껴지고, 함께 있어도 신경을 써야 했던 존재인 나가하마 네루.
그런 나가하마와 처음으로 흉금을 터놓으며 이야기 하고, 함께 웃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때, 히라가나 케야키자카46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12명의 멤버가 있는 하나의 그룹’이 되었던 것이다.
'출판물 > 출판물-히나타자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히라가나 케야키 스토리 - 15화 (0) | 2018.10.02 |
---|---|
히라가나 케야키 스토리 - 14화 (0) | 2018.09.26 |
히라가나 케야키 스토리 - 12화 (시즌 2 1화) (0) | 2018.09.03 |
히라가나 케야키 스토리 - 11화 (0) | 2018.07.11 |
히라가나 케야키 스토리 - 10화 (0) | 2018.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