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부 (이하 ‘니’) : 눈 깜빡할 사이에 끝나버린
것 같아요. 검도 자체는 초등학생 때 시작했지만, 고등학교 때는 내내 검도부 활동으로 가득 차 있었거든요. 주말에도
연습이다 시합이다 바빴기에 공부를 한다거나 친구들이랑 논다거나 하는 추억 보다는 검도부에서 보낸 기억들만 있는 것 같아요. 히라가나 케야키에 들어 온 이후로는 아이돌 활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만, 그런 와중에도 어찌저찌 수학여행에는 참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기뻤던 일 중 하나예요. 하지만 고 3으로 올라가는 타이밍에
연극 ‘아유미’의 연습
기간이 겹친 것을 시작으로 급격하게 바빠져서 결국 고 3 도중에 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반 년만 있으면 졸업이었던 지라 여러 모로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만 저 자신에게 있어 중요한 터닝 포인트라
생각해서 결단을 내렸지요. 검도부 고문 선생님께서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졸업 하는구나’라고 말씀
해 주신 것, 그리고 친구들이 앨범을 만들고, 롤링 페이퍼를 써 주었기에 마지막 날, 친구들과
얼싸안고 펑펑 울었어요. (웃음)
- 그렇다면 역시 고교 생활을 떠올릴 땐 학교 행사보다는 검도부 일이
더 먼저 떠오르시겠네요?
니 : 네. 운동회도 재미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검도부 합숙이네요. 합숙을 통해 친구들이 많이 생기기도 했고, 같은 부 동료들과 서로를 격려하며 힘든 연습을 극복 해 나가며 유대감도 깊어졌거든요… 누가 뭐래도 함께 밥을 먹고 같은 곳에서 잠을 자고, 마음 속
얘기를 나눈다는 게 정말 ‘청춘’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소위 말하는 학교 내 서열이랑 니부상은 아무런 연이 없는 것 처럼
보이기는 합니다만…
니 : 애초에 여학교에 다녔었기에
서열 같은 건 없었어요. 여자 아이들만 있다 보니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좀 독특하고, 학교내 행사를 하면 분위기를 금방 타는 부분은 있었지만요. ‘이번 행사, 전력으로 해 보자~’ 뭐 이런 분위기였달까요? 그 중에서 저는 지금이랑
똑같이 ‘니부쨩’이라고
불리며, 모두에게 놀림 당하는 캐릭터였어요. 여러 모로 좀 특이한 애라 딴죽걸기 좋았다고나 할까요. (웃음)
- 딱히 교풍이 엄했더거나 한 건 아니고요?
니 : 네. 딱히 그렇게 엄청 엄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뭘 해도 괜찮은 것도 아니었고요. 아, 물론 몸
단장은 항상 확실히 하라고 이야기 하는 학교였습니다. 여학교라는 게, 사실 기본적으로 수평적인 관계가 강해지는 분위기거든요. 학교 내에서
남자들의 눈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자신의 모습을 꾸미지 않고 친구들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선지는
몰라도 아직도 연락을 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 친구들은 히라가나
케야키에 들어 오기 전의 제 모습을 알고 있기에, 자신을 꾸미지 않고, 너무 신경쓰지 않고 평범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잖아요. 정말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 올 봄부턴 니부상과 함께 학교에 다녔던 친구들도 각자 새로운 길을
걷게 되는데요, 니부상은 ‘더 이상
고등학생이 아니게 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니 : 저는 사실 전학 하기
전에 이미 ‘진학은 하지 않고 히라가나 케야키 활동에 전념한다’고 마음을 굳힌 상태였기에, 남은 건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주어진 것들 하나 하나에 최선을 다 하면 되는 것 뿐이었지요. 뭐, 아이돌 활동을 하다보면 교복이랑 비슷한 제복은 얼마든지 입을 수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다 맛 보지 못 한 학생 기분을 맛 보면 되지… 정도의 생각이었어요. (웃음)
- 그럼 딱 한 번, 시간을
거꾸로 돌려서 학생 때로 돌아 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어요?
니 : 음… 사실 고교 시절에 있어 후회가 되는 건 거의 0에 가까워서… 굳이 얘기 한다면 시험 직전으로 돌아 갈 것 같아요. 입학 직후에
‘고등학생이 되었다’는 점에 들떠서 공부를
거의 안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성적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처참했어요. 거기서부터 성적을 끌어 올리는 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입학 직후 시기로 돌아 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완전히 후회되는 것이 없는 고교생활을 보내고
싶어요.
- 그렇군요. 하지만
현재 ‘후회되는 것이 거의 0에 가깝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요.
니 : 엄청 알찬 시간이었거든요. 일상생활도, 검도부 활동도, 학교 행사도… 모든 면에서 최선을 다
했다고 말씀 드릴 수 있어요. 물론 끝난다고 하니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 그렇게까지 딱 잘라 단언 할 수 있다는 게 또 멋있네요. 그럼 고교생활을 마무리함에 있어 ‘아, 고등학생때 이런 식으로 고백을 받아 봤다면 좋았을걸’ 이라는
망상을 해 보며 인터뷰를 마무리 해 보죠.
니 : 와! 학교에서 고백을 받는다니, 엄청 멋지지 않나요? 그렇죠… 고백을 받는다면 역시
방과후죠. 상대방은 저랑 다른 부에 소속된 사람이고요. 부 활동이 끝난 뒤에 우연찮게 교실에 들렀다가 딱 마주치는 거예요. 사실 제가 보기에는 ‘우연히’ 만난 거지만, 상대방은 전부 우연을
가장해서 단둘이 될 수 있는 타이밍을 기다린 거죠. 끈기있게 (웃음) 상대방을 본 제가 깜짝
놀라며 ‘어? 왠일이야?’라고 입을 연 뒤, 잠시 잡담을 하다가 ‘그럼 슬슬 돌아갈까’라며 집에 가려는 순간
고백 받는 거예요.
-고백의 내용은 담백하고
스트레이트한 내용이 좋은가요?
니 : 음. 뭔가 자세하게 물으시네요. 음… 생각하다 보니 부끄러워지는데요. 하지만
역시 스트레이트하게 마음을 말 해 줬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그런 말 들으면
‘헉!’하고 놀랄 것 같긴 하지만. 아, 물론 소리 내서 ‘헉!’이라고 말하지는 않을
지 몰라도 마음 속으로 말이죠. 아마 평소와 다름 없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놀랄 것 같네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