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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의 센터 발표. 고독한 싸움이 시작되다.
그러던 어느 날, 2기생 역사상 가장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호리 미오나가 7th 싱글 ’바렛타’’의 센터에 발탁 된 것이다. 이 당시만 해도 노기자카라는 그룹의 센터자리에 섰건 것은 이코마 리나, 시라이시 마이 단 둘뿐. 그룹 가입 직후인 호리가 그 뒤를 이어 3번째 센터가 된 것이다. 1기생 중에서도 겨우 단 두 명 밖에 경험하지 못 한 큰 임무를 2기생이 짊어지게 된 것이다.
호리의 센터 발탁이 대중에게 발표 된 것은 2013년 10월 6일. 요요기 제 1 체육관의 거대 모니터에 ‘중대발표’라는 글자가 등장하고, 17명의 멤버들이 이름이 호명되는 순서대로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한 멤버가 바로 신 센터, 호리 미오나였다. 그 모습을 본 회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관객들의 술렁임이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무대에 선 호리가 입을 열었다. ‘처음 겪는 일들 뿐이라 불안합니다만, 저 나름대로 전력을 다 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호리의 말을 들은 멤버들이 박수를 치며 화답했다. 하지만 팬들은 당황을 숨기지 못했다. 그리고 그 날 심야에 방송된 ‘노기자카가 어디야?’에선 정식으로 선발 발표 내용이 발표 되었다. 스튜디오에 녹화를 견학하기 위해 와 있던 호리가 갑작스레 이름이 불리고, 눈물을 감추지 못 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안는 장면이 여과없이 방송되었다. 갑작스런 센터 발탁… 그 때 호리는 아직 연구생 신분이었다.
호리와 사이가 좋은 스즈키 아야네는 그 날의 일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참고로 스즈키는 이 때, 호리와 같은 방을 쓰고 있었다.
스즈키 아야네 (이하 ‘스’) : 그 날 밤은 아무 말도 못 했어요. 둘 다 지방 출신이라 이전부터 같은 방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아 사이는 좋았지만… 다음 날 아침, 함께 밥을 먹으면서 ‘힘 내’라고 이야기 해 주었어요. 그 때 이미 미오쨩은 마음을 굳힌 듯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었고, 불안해 보이는 표정도 안 짓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연구생이 갑자기 센터로 발탁되어 불안하지 않을 리가 없지 않은가. 애초에 호리는 자신의 걱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타입. 의연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마음속은 찢어지는 것 같았다고 한다.
호 : 그 때, 긴장감이 엄청났어요. 집에 있을 때 조차도 편히 있질 못하고 긴장의 연속이었거든요. 춤도 제대로 못 추었던 지라, 어떻게든 무리를 해서라도 선배님들 수준을 따라잡아야만 했어요. 매일 매일, ‘왜 이런 애가 그룹에 들어 온 거야?’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었어요. 아무리 자신이 없어도 자신이 있는 척 했었고요.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기에 긴장감에 견디다 못해 갑자기 눈물이 나올 때도 있었어요. 집에서, 녹화 현장에서, 그 외 여러 곳에서 갑자기 눈물을 쏟곤 했지요. 기본적으로 눈물이란 거,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나오는 거잖아요. 근데 갑자기 뜬금없이 눈물을 쏟는다는 건, 감정 조절을 제대로 못 했다는 얘기겠지요. 몇 번인가 ‘아 이거 더 이상은 못 버티겠어’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너무 힘들 땐 ‘왜 내가 이렇게 힘들어 해야 하는건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 둬야겠다’고 생각 한 적도 수 없이 많았습니다. 아이돌은 관두고 그냥 다른 길을 찾아볼까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런 건 결국 일시적인 감정이었고, 찬찬히 생각을 해 보면 객관적으로 봐서 좋은 포지션을 받은 것이었고, TV에 나오는 것도 즐거웠던 데다가, 팬 분들꼐서도 응원 해 주시는 것도 사실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조금씩 이런 환경을 받았다는 것을 즐길 수 있게 되었어요. 애초에 노기자카에 들어 온 건 제가 원했던 일이고, 장래에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목표도 갖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일로 그만두면 이도저도 아니게 되잖아요. 워낙에 성격부터가 지기 싫어하는 부분도 있었고요. 약해 빠진 게 문제지만요…
호리의 센터 발탁은 1기생들은 물론이고 동기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겼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같이 레슨을 받던 동기가, 아니 오히려 주말에만 레슨에 참가하던 아이가 어느 사이엔가 인기 아이돌그룹의 센터에 서게 된 것이니 말이다.
카 : 사실 2기생 중에 누군가 선발에 뽑힐 거란 생각은 했어요. 그리고 그게 미오나였던 거죠. 하지만 설마 센터에 서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요.
야 : 2기생들의 선두에 서게 될 아이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했기에, 미오나가 힘 내 줬으면 했어요. 사실 누군가 선발에 들지 못한다면 많은 분들께서 2기생들의 존재 조차도 모르실 것 같았거든요. 그렇기에 무슨 일이 있다면 힘이 되어주어야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4년 이상 전의 일이다보니 다들 어렸던 것도 사실이라, 힘이 되어줘야겠다 생각하는 아이도 있는 반면,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던 아이들도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건 선발 발표가 있고 난 뒤,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이었어요. 2기생들은 모두들 울고 있었는데, 분하다거나 안타까워서 운다기보다는 갑작스레 벌어 진 사건에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 지 몰라 당황해서 나오는 눈물이었던 것 같았어요.
와 : 처음엔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물론 가장 힘든 게 미오나라는 것도 이해가 됐고요.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미오나랑 이야기를 해 본 적도 많지가 않았기에, 그 일이 있은 뒤로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어떤 포지션으로 다루어야 할 지 판단이 되지 않았어요.
호리 본인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헤매고 있었다. 선발 일이란 전력을 다 해서 임해야만 하는 일이지만, 호리로서는 선배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이코마 리나가 선발 발표 시점부터 누구보다 먼저 호리를 웃으며 반겨주었고, 아키모토 마나츠 역시 ‘괜찮아. 무슨 일 있으면 언제건 연락 줘’라고 연락을 해 주었다. 호리 본인에게 뭐라 이야기 하는 선배는 한 명도 없었지만…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지레 겁을 먹고 의식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리라.
당시 1기생들과 2기생들 사이에는 미묘한 분위기가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는 후배들이 한 발 물러서는 경우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키 : 1기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카린이 솔선해서 이끌어 주었어요. 예를 들어 버스에 탈 때 조금 기다렸다가 선배들이 다 탄 뒤에 2기생들이 탄다던가, 준비를 해야 할 게 있으면 2기생들이 먼저 가서 준비를 해 둔다던가. 물론 1기생 선배님들도 ‘고마워’라면서 바로 와서 같이 도와 주셨지만요.
호리를 신경쓰이게 하는 것은 1기생들의 시선뿐만이 아니었다. 2기생들의 시선 역시 그녀가 의식해야만 하는 것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놓인 특수한 상황이나 그런 상황에서 야기되는 복잡한 감정을 진정으로 이해 해 줄 수 있는 동기도 없었을 뿐더러, 센터라는 기회를 받은 ‘축복받은’ 자신이 약한 소리를 하는 건 배부른 소리로 받아들여 질 테니까. ‘바렛타’의 커플링 곡, ‘달의 크기’ MV촬영 내내 고독과 싸우던 호리는 ‘내 고민 같은 건 어차피 작은 거잖아’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리고 그 뒤로 한동안 호리는 선발 멤버로서 스케줄을 소화했다. 당연하게도 동기들과 떨어 져, 둘 사이에 거리가 생기게 된 것이다.
선발 안에서 서로를 지탱해 준 둘.
11월 27일에 발매 된 ‘바렛타’는 호리의 불안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리콘 차트 1위를 기록했다. 판매량 역시 전작 ‘걸즈 룰’의 첫 주 판매량을 6만장 이상 상회하는 성적을 냈다
그리고 2014년, 노기자카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4월 2일에 발매된 8th 싱글 ‘깨닫고 보니 짝사랑’에서 니시노 나나세가 처음으로 센터에 발탁 된 것이다. 니시노는 악수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기록하며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기에 그런 그녀가 센터에 선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센터의 등장에 기존 센터, 호리는 프론트, 5복신의 일원으로 내려섰다. 당시 호리는 ‘센터 자리에 연연하지는 않아요. 활동 자체가 즐거운걸요’라고 인터뷰를 하였지만, 2기생 전체적인 시점에서 보자면 호리의 포지션 변화보다 큰 의미를 갖는 사건이 일어났다. 키타노 히나코가 선발에 든 것이다.
호 : 사실 저를 2기생의 대표라고 보시는 경우가 많잖아요. 함께 활동하던 분들이 다 1기생들 분이시니까 여기서 제가 활약을 하지 못한다면 ‘노기자카는 역시 1기생들이지’라는 생각을 하시게 될 거고, 결국 그 이후로 2기생들이 선발에 들 확률이 낮아지게 되겠고요. 그렇기에 항상 ‘뭔가 남겨야만 한다’고 긴장을 했었지요. 그리고 그러다 보니 ‘아, 호리쨩 2기생이었지?’라고 2기생에 대해 관심을 가져 주시는 분도 계셨어요.
이렇게 홀로 고군분투하던 호리에게 있어 키타노의 선발 입성은 크나 큰 낭보였다.
호 : 정말 기쁜 일이었고, 든든하기도 했어요. 센터에 서서 무리를 한 뒤의 싱글이었던 것도 있고요. ‘바렛타’ 활동 당시에도 저를 많이 도와 준 동기가 히나코와 준나였거든요. 공연 리허설 때나 리허설 후에 함께 밥을 먹으러 가기도 했고요. 그렇게 항상 도와주던 동기가 선발에 들어 와 주었다는 데 정말 안심이 되었어요. 그렇기에 8th 싱글 시기동안은 히나코랑 항상 붙어 다녔어요. 그런 모습을 보신 선배 멤버분이 ‘호리쨩은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아이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잘 웃는구나’라고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웃음)
키 : 미오나의 생일이 가까워 진 어느날, 깜짝 파티를 준비했어요. 당시 미오나는 ‘바렛타’ 안무 연습을 해야 했기에 항상 호텔에 돌아오는 게 늦었거든요. 저랑 쥰나, 미오나가 한 방을 썼었는데 케이크를 사 놓고, 풍선을 불어 방 안을 가득 메워 두었어요. 미오나가 방으로 돌아 왔을 때 ‘축하해!’ 라고 축하 해 주었더니 미오나가 갑자기 울더라고요. 그리고 셋이서 고기 먹으러 갔던 것도 기억이 나요. 처음엔 저 자신이 선발에 들어가지 못 한 게 분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미오나를 지탱 해 줘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항상 자신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키타노가 자신의 뒤를 이어 선발에 들어 온 데 대해 안심한 호리, 하지만 키타노의 생각은 좀 달랐다.
키 : 선발에 들어서 기쁘기도 했지만, 사실 기쁨은 10%정도였어요. 사실 나머지 90%는 ‘왜 나지?’라는 의문이었지요. 그도 그럴 것이, 춤도 열등생이었고, 기껏 받은 일들에서도 좋은 결과를 못 냈었거든요. 그래서 ‘난 이제 끝났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선발에 불러주시더라고요. 선발 발표 직후에 2기생 대기실로 돌아가기가 좀 꺼려지더라고요. 다들 제가 춤을 못 춘다는 건 잘 알고 있는데다가, ‘왜 히나코가 뽑힌거지?’라고 의문을 갖고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 때, 미오나가 와서 ‘괜찮아. 같이 힘 내자’라고 말을 걸어 주었어요. 저도 모르는 사이, 전작 센터를 겪으며 미오나는 정말 많이 강해 져 있더라고요.
키타노와 호리가 2기생 대기실로 들어 간 순간, 나머지 2기생들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키타노에게 ‘너 춤 어쩌냐.’라고 농담을 건네고, 선발 입성을 축복 해 주었다.
호리와 키타노는 동년배이다. 오디션 때 이미 이 점을 알고 있었던 키타노는 합격 발표 직후에 호리에게 다가가 ‘우리 같은 나이지?’라고 말을 걸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딱히 거리가 좁혀질 일은 업었지만, 호리가 센터에 발탁 된 그 날, 호리를 걱정한 키타노는 ‘지금까진 그다지 이야기 할 기회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좀 더 기대도 돼. 동기 중에 유일한 동갑내기잖니’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줄어들지 못했던 두 사람간의 거리는 두 사람의 공통된 친구, 이토 쥰나가 메워 주었다.
8번째 싱글기간은 말하자면 키타노를 실험 해 보는 기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뒤이어진 9번째 싱글 ‘한 여름의 Free & Easy’ 선발 멤버중에 키타노의 이름은 없었다.
키 : 8th 싱글 자켓 사진 촬영이 제 첫 선발 일거리였어요. 테마는 ‘눈물’. 멤버들을 모아 놓고 눈물이 난 멤버들부터 촬영을 진행했는데, 저는 아무리 슬픈 영화를 봐도, 슬픈 동영상을 봐도 눈물이 나지 않더라고요. 결국 제 촬영이 가장 나중으로 밀렸지요. 그리고 얼마 안 되어서 처음으로 그라비아 촬영을 하게 되었는데, 그 때도 자연스럽게 표정이 지어지지 않아서 결국 촬영이 몇 번이나 중단되었어요. 사진을 찍는데 미소밖에 못 짓겠더라고요. 지금 생각 해 보면 ‘그라비아’라는 일에 대한 이해 자체가 없었던 거죠.
키타노 본인도 이야기 하듯이, 당시의 키타노는 아직 실력도, 경험도 부족했다. 다음 싱글에서 선발에서 탈락 한 것도 어찌 보면 타당한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싱글에서 위상이 변화한 것은 키타노만이 아니었다. 호리 역시 3열로 밀려버렸던 것이다. 2기생들 머리 위에는 뿌옇게 흐린 하늘이 햇빛을 가리고 있었다.
8번째 활동기간 동안 일어 난 일들 중에 이런 일도 있었다. 지금은 2기생들 사이에서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로 회자 되는 에피소드이다.
키 : 선배들이랑 아직 좀 거리감이 있던 시기였기에 저 역시도 보통은 2기생들이랑 있곤 했어요. 하지만 언제부턴가 2기생들하고 있는데도 좀 어색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제 난 여기서도 이해 받지 못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괴로웠어요. 제게 있어서 동기들과 부딪힌 건 그 때가 처음이었어요. 그리고 오해가 풀린 건 다음 싱글 언더 라이브때였어요. 라이브를 성공시키기 위해 멤버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만 하기에 ‘우리 동기잖아. 함께 열심히 하자’고 이야기를 했어요. 동기 사이에서 있었던 일들 중에는 그게 제일 인상적이었네요. 뭐, 이후로도 자주 부딪히곤 했기에 그거 하나하나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지만요. 미오나랑도 몇 번이나 부딪혔어요. 둘 다 물러서지 않는 타입이다 보니.
생각이 물렀던 우리들을 일깨워 준 선배님의 일갈
10번째 싱글 ‘몇 번째 보는 푸른 하늘인가?’ 땐 호리, 11번째 싱글 ‘생명은 아름다워’에선 호리와 사가라 이오리가, 12번째 싱글 ‘태양 노크’ 땐 신우치 마이가 선발에 입성하였다. 하지만 이 시기, 2기생들의 자리는 항상 3열이었다. 2014년 여름 이후로 한동안 2기생들은 2열의 벽을 깨지 못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선발에 든 2기생들은 연구생 딱지를 떼고 승격, 특수 케이스인 이토 카린을 제외하고는 ‘선발에 들면 정규 멤버가 된다’는 시스템이 확립되어 가고 있었다.
사가라 이오리 (이하 ‘사’) : 학교 사정으로 초기 때 레슨에만 참가하고 그 이후로는 학업에 전념했었거든요. 학업을 끝내고 복귀 한 것 까지는 좋았지만 다른 멤버들이 전부 안무를 마스터 하고 있는 반면 저는 하나도 모르고 있던 상황이라 정말 초조했어요. 집에서 동영상을 보며 연습하려고도 해 봤지만 맘처럼 되지 않더라고요. 언더 라이브에 처음 나갔을 때가 아직도 기억 나요. 솔직히 말 하자면 춤도 다 모르는 상태로 라이브에 나갔었거든요. 춤을 제대로 추냐 마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저 다른 멤버들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는 것 만으로 벅찼어요. 초조함… 이라기 보다는 공포에 가까운 느낌이었지요. 활동을 재개하고 10달 정도 지났을 때, 갑자기 선발에 뽑아주시더라고요. 선배님들과의 경험 차이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하니 너무나도 초조해지더라고요. 하지만 선발 기간이란 건 너무나도 한 순간에 끝나버리거든요. 그래서인지 그다지 기억에 없어요. 선발에서 탈락했을 때는 너무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니, 애초에 제가 선발에 뽑힌 게 이상한 일이었으니까요.
호 : 이오리가 그룹에 돌아 왔을 때, 2기생들은 엄청 혼란스러워했어요. 선발에 드는 것도 빨랐고, 복귀하자마자 여러 잡지에도 나갔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이오리의 복귀가 2기생들에게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마이츙이 처음 선발이 되었을 땐 OL겸임 아이돌로서 주목을 받았던 때이기에 납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이츙 같은 경우에는 활동 내내 즐거워 보이기도 했지요.
신 : 선발에 든 게 큰 기회였지요. 하지만 제가 그 기회를 잘 살리지 못했어요. 매일 새로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새로운 것들을 많이 경험하긴 했지만, 생각할 시간이 없었거든요. 녹화 해 둔 방송들을 보며 공부 할 시간조차도 없었거든요. 예를 들어, 음악 방송에 나갔을 때, 시간이 없어 체크를 하지 못 한 결과 제 나쁜 자세를 교정하지도 못 했을 정도예요. 선발 기간이 끝난 뒤에야 그런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느꼈는데, 이미 때는 늦었었죠.
카 : 저 같은 경우에는 사실 그냥 나이가 많아서 승격 시켜 준 것 같아요. (웃음) 승격 기준이 뭐였는 지는 아직도 모르겠고요. 사실 학생도 아니었기에 시간이 많아서 활동을 좀 더 많이 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시간은 많은데 활동 자체가 별로 없으니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군요. 그 당시에는 정말 눈 앞이 깜깜해서 아무런 희망이 없었어요.
그리고 그런 힘든 시기에 시작 된 것이 바로 ‘언더 라이브’였다. 2014년 4월,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무료 라이브를 시작으로 선발이 아닌 ‘언더’ 멤버들이 퍼포먼스를 선보일 기회가 생겨 난 것이다. 하지만 마쿠하리, 그리고 5월달의 도쿄 시부야, 나고야로 이어진 일련의 라이브에도 신우치 이외의 2기생들은 참가하지 못했다.
2기생들이 처음으로 전원 참가 가능하게 된 것은 6~7월, 롯폰기와 시부야에서 열린 언더 라이브때 부터였다. ‘Vol.1’이라는 번호가 붙여 지지는 않았지만, 실질적인 ‘언더 라이브 시즌 1’ 공연이라 부를만 한 공연이었다.
이 공연에 참가 한 것은 1기 언더 멤버들과 호리를 제외한 2기생들 (호리가 깜짝 출연하여 ‘바렛타’를 선보이긴 했지만, 그 공연에도 2기생들이 전원 출연하진 못했다)이었다.
그리고 이 공연때, 2기생들의 뇌리에 깊숙이 각인 될 사건이 발생했다.
라이브라는 것을 거의 경험하지 못 한 2기생들은 라이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 조차 감을 잡지 못했다. 호리 이외의 2기생들이 ‘바렛타’를 공연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제대로 된 연습도 해 보지 못 한 채 리허설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2기생들의 모습을 본 나가시마 세이라가 결국 폭발했다.
카 : 라링상이 엄청 화 내셨어요. ‘왜 비는 시간에 좀 더 연습을 안 한 거야? 기껏 라이브에 나올수 있게 되었잖아. 겨우 언더 멤버들에게도 빛이 비추어지게 되었는데 왜 그러는거니?라고… 생각 해 보면 그 말이 맞았어요. 스테이지를 대하는 저희의 생각이 너무나도 물렀던 거죠. 그 일이 있을 뒤 한동안은 리허설을 하러 가는 게 좀 무서워 질 정도로 트라우마가 되었어요. 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무대를 대하는 자세가 많이 변했지요.
와 : 그 날, 혼 났던 건 아직도 기억해요. 사실 그 때 말고도 리허설 때 마다 혼이 났었지요. 처음 전국 투어에 참가 했을 때도 리허설 때 1기생 선배들에게 혼이 났었어요. ‘좀 더 미소를 지어’라던지 ‘객석 분위기를 유도 할 땐 관객분들을 바라보며 해야지’라던가. 사실 저 나름대로는 한다고 한 거였지만, 모니터로 확인을 해 보니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 때는 선배들이 좀 많이 무섭게 느껴졌어요.
이 일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1기생들과 2기생들의 경험, 경력의
차이에서 기인 한 것이리라. 일을 대하는 자세, 마음가짐
자체가 너무나도 달랐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2기생들이
선발에 들어가는 건 시기상조였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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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색 눈물, 그 이유
볕이 들지 않는 하나미치 아래서
2017년 7월 1일. 메이지 진구 야구장.
매년 연례행사로 자리매김한 노기자카46의 콘서트가 한창이었다.
이 날 가장 기대를 모은 기획은 1기생, 2기생, 3기생 멤버들이 각각 깃수별로 등장하여 따로 노래를 하는 기획이었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것은 3기생이었다. 작년 9월에 그룹에 들어 온 그녀들은 신인 특유의 풋풋함을 뽐내며 회장을 가득 메운 4만명의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그렇게 관객들이 3기생에게 열렬한 환호성을 보내주던 바로 그 때, 박수갈채를 한 몸에 받고 있던 3기생들의 발 밑, 무대 아래에선 2기생들이 자신들의 순서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었다. 키타노 히나코는 멀리서 들려오는 관객들의 함성과,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관객들의 뜨거운 열기에 복잡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키타노 (이하 ‘키’) : 무대 아래에서 3기생들에 대한 환성과 콜을 듣고 있으려니 불현듯 저희가 처음 가입했던 그 때, 4년 반 전 일이 떠오르더군요. 그 땐 참 힘들었지… 하면서. 우리가 경험하지 못 했던 것들을 3기생들은 벌써 경험하고 있구나… 라던가 우리도 더 많은 걸 경험 해 보고 싶었는데… 라던가. 딱히 저희 2기생들이 어땠다 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그저… 지나간 시간은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구나… 싶어서 기다리는 내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담담히, 하지만 솔직하게 그 때의 괴로웠던 마음을 이야기하는 키타노. 어쩌면 그런 그녀의 마음이야말로 2기생들이 지난 보내 온 지난 4년 반이라는 시간을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들 외의 존재들만이 팬들 앞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고, 자신들은 그 한 켠, 빛이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쓴 웃음만 짓고 있는 것이다. 마치 2기생들이 지금껏 경험 해 온 과거가 응축되기라도 한 것 같은 시간이었다. 모두가 그렇게 느끼지는 않았을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키타노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한 편 야마자키 레나도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헤매고 있었다. 때마침 멤버들의 등장위치 문제로 호리 미오나 이외의 2기생들은 무대 가운데에 삐죽하게 돌출된 하나미치(※가부키 등에서 주인공이 등/퇴장하는 길. 본무대와 서브무대를 잇는 길로 활용되거나 그 자체로 돌출무대 식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아래로 허리를 숙인 채 이동하고 있었다.
야마자키 (이하 ‘야’) : 사실 평소 같았다면 다른 멤버들에게 보내는 성원을 제가 계속 느낄 일은 없잖아요. 언더 라이브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고요. 하지만 이동하고 대기하는 10분 가까운 시간 내내 저희는 다른 아이들에게 쏟아지는 성원을 무방비하게 듣고 있어야 했어요.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손에서 땀이 멈추질 않더군요. 남들과 비교하는 건 그리 좋지 못 한 일이라 생각은 합니다만, 3기생들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밝고 풋풋한 맛이 있지요. 개개인의 능력도 그렇고 빛나는 부분도 있고요. 그러니 팬 여러분께서 3기생들에게 열광하시는 건 잘 알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런 것을 바로 곁에서 느끼다 보니 ‘우리 차례에 집중해서 보아 주시긴 할까?’라는 생각이 들고, 자신도 없어져서 저도 모르게 이를 악 물게 되더군요. 이를 악 문 채 그 성원을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어요.
불과 몇 분 전, 2기생들끼리 원진을 짜며 한 차례 젖어버렸던 키타노의 양 볼을 타고 다시 한 번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깜짝 놀라 눈물을 훔쳐 낸 그 순간, 3기생의 파트가 끝났다. 2기생들은 다시 한 번 자신을 달래며 스테이지 위로 뛰어올라갔다.
직접 교섭해서 따 낸 ‘질투의 권리’
진구 라이브 를 앞두고 준비가 시작되었다. 스태프진의 제의에 따라 이번 라이브의 컨셉은 ‘기수별 퍼포먼스’를 중심축으로 잡기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그런 컨셉에 맞추어 세트리스트가 정해졌다. 그리고 공연 당일 2기생들이 피로한 곡들은 다음과 같다.
‘바렛타’
‘깨닫고 보니 짝사랑’
‘질투의 권리’
MC
‘그런 바보같은…’
‘사람은 왜 달리는 걸까’
MC
‘헤어질 때 더 좋아져’
‘보더’
‘빙수 짝사랑’
‘계기’
MC를 제외하고 전 9곡. 하지만 정작 연습 초기에는 이 세트리스트와 미묘하게 다른 곡들을 받아들었었다 한다.
이토 쥰나 (이하 ’쥰’) : 처음에 받았던 세트리스트에는 ‘질투의 권리’가 들어 있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곡은 2기생 전원이 언더에 있을 때 받은 의미 깊은 곡이거든요. ‘바렛타’ 때 미오나가 선발이 된 것은 저희 2기생들에게 큰 의미를 갖습니다만, 그와 마찬가지로 ‘질투의 의미’ 역시 저희들에게는 빼 놓을 수 없는 의미 깊은 곡이에요.
신우치 마이 (이하 ‘신’) : 저는 어떻게든 ‘질투’를 저희 세트리스트에 넣고 싶었어요. 그래서 2기생 전원에게 ‘질투를 넣어달라고 하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하지만 대답을 해 준 건 미오나와 카린쨩 둘 뿐이었지요. 사실 평소에 자기 의견을 잘 안 내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래서 다들 그런가보다 싶기는 했지만… 저 역시 그런 성격임에도 용기를 내서 의견을 낸 거라 다른 멤버들이 거기에 대해 의견을 이야기 해 주길 바랐던 건 사실이에요. 그리고 멤버들의 그런 반응을 보고 솔직히 좀 불안했지요. 마음 한 편으로 ‘아 괜한 얘기를 했나’싶기도 했고. 당연히 세트리스트를 정하는 건 제가 아니니까 결국 마지막엔 카린쨩이 스태프분께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요’라고 이야기를 해 줬고, 그 덕분에 저희 세트리스트에 ‘질투’를 넣을 수 있었습니다.
2기생들에게 할당된 시간 제한상 처음에는 ‘질투’가 빠져 있었으나, 멤버들의 열의가 담긴 제안으로 인해 결국 ‘질투’는 2기생들의 세트리스트에 들어가게 되었다.
어느 학교에나 발표를 해야 할 때에도 좀처럼 손을 못 들고 우물쭈물 거리는 학생은 있기 마련. 노기자카의 2기생들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진구라는 스테이지는 그녀들에게 있어 너무나도 의미가 큰 무대였다. 평소 자신의 모습과는 달리 의견을 낸 것은 신우치뿐만이 아니었다.
야 : ‘헤어질 때 더 좋아져’는 저 이외의 보더팀 (2015년 6월 세이부돔 공연 때 승격한 6명) 멤버들에게 있어 승격 후 처음 받는 언더곡이었지요. 그렇기에 그 곡도 꼭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런 마음을 이야기 했습니다. 팬 여러분께도 의미가 있는 곡일테고요.
테라다 란제 (이하 ‘테’) : 왜 ‘질투’가 안 들어가 있는 건지 의문이었어요. ‘질투’와 ‘헤어질 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부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모두 함께 행동을 했습니다. 이 곡들은 꼭 세트리스트에 넣자고. 2기생들은 사실 기는 센데 겁이 많은 아이들이 많거든요. 그런 2기생들이 단체로 움직인 거예요. (웃음)
리허설이 시작된 것은 6월 모일. 각 깃수별로 퍼포먼스를 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멤버들도 다 알고 있었다. 모든 멤버가 모인 리허설룸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그리고 ‘사건’이 발생했다. 그것은 각 깃수별로 나뉘어 각자의 파트를 연습하던 때에 일어났다.
테 : 2기생들이 리허설을 할 땐 1기생과 3기생들이 그 리허설을 지켜 보는데요,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우리 리허설을 지켜보고 있다는 그 상황이 뭔가 좀 두려웠어요. ‘와, 다들 보고 있네.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리허설을 하기 전에 일단 한 차례 모여서 ‘여기는 이렇게 하면 되지?’라고 서로 확인을 했지요.
신 : 3기생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을 때, 2기생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했어요. ‘맞춰야 할 부분은 확실히 맞추자’는 식으로 서로 인식을 공유 할 필요가 있었거든요. 개성을 드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확실히 맞출 땐 맞춰야 멋이 있잖아요. 그 당시 저랑 히나코, 미오나 셋은 연극 ‘아사히나구’에 출연 할 때라 연습에 그다지 참가하지 못 했었거든요. 연출가분께서도 ‘맞출 땐 맞춰주지 않으면 선배로서 체면이 안 산다’고 몇 번이나 강조하셨고요.
야 : 최소한 3기생 이상의 것을 보여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기에 리허설 때 느끼는 초조함은 대단했지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모여들어서 의논을 시작했지요. 하지만 쥰나 혼자만 2기생들이 모여 의논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해서 1기생들 옆에서 3기생 연습을 보고 있더라고요. (웃음) 물론 나중에 ‘이런 얘기를 했다’고 정리해서 이야기 해 줬지만요.
2기생들은 초조해하고 있었다. 3기생들의 리허설에서는 풋풋함과 신선함이 뚝뚝 떨어지는 것 처럼 보였다. 그리고 1기생들은 감히 쫓아가기도 힘들 눈부신 스타성을 갖추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여주어야 하는 건 무엇인가?’
2기생의 아이덴티티란 무엇인가를 묻기라도 하는 듯한 큰 무대가 눈 앞에 다가 온 순간, 2기생들은 ‘이대로라면 안된다’는 현실을 깨닫고, 떨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날부터 2기생들의 움직임이 점점 더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호리, 키타노, 신우치, 카린, 야마자키가 중심을 잡아주며 ‘콘서트 당일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의논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2기생들은 지금껏 느껴보지 못 했던 단결감을 맛보게 된 것이다.
2기생 탄생. 각각의 나날.
2기생들이 쌓아 온 4년 반이라는 역사에 있어 그녀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시간은 의외로 매우 적었다. 노기자카라는 그룹 자체가 ‘1기생과 2기생’이라는 식으로 나뉜 게 아니라 ‘선발과 언더’라는 식으로 나뉘어 활동의 장을 구분하는 그룹이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노기자카라는 그룹의 활동 주축 뿐 아니라 팬들의 인식 역시 선발과 언더를 큰 기준으로 나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그녀들은 ‘2기생’이라는 식으로 묶이는 일을 거의 겪어보지 못 한 채 4년 반의 역사를 보내 왔던 것이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 해 보면 애초에 노기자카가 2기생을 모집한다는 것 자체가 당시에는 꽤나 충격적인 뉴스였다.
오디션에 응모한 이유 역시 각각 달랐고, 대부분의 응모자들이 노기자카라는 그룹, 1기생들을 동경해서 그룹에 들어오고자 하였다.
사사키 코토코 (이하 ‘사’) : 응모를 한 이유는 여러가지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인 ‘마기’의 엔딩 테마가 ‘손가락 망원경’이었던 거였어요. 노기자카 자체는 오빠가 좋아했기에 그런 그룹이 있다는 건 이전부터 알았지만요.
2012년 12월부터 2013년 1월에 걸쳐 열린 응모기간동안 원서를 보낸 소녀들의 수는 약 1만 6천명 이상. 그리고 그 중에서 뽑혀 노기자카 2기생이 된 것은 불과 14명에 불과했다. 경쟁률은 1000:1 이상이었다. 알기 쉽게 싱글로 설명하자면 오디션 응모기간은 4번째 싱글, ‘제복 마네킨’이 발매 되었을 때쯤이었다.
야 : 오디션 때 있었던 일 중에서 기억나는 것은 발표 때 제 번호를 건너뛰고 발표 된 것이랑 쥰나가 엄청나게 청순해 보였던 것 정도네요 (웃음) 푸른 원피스에 찰랑찰랑한 머릿결을 늘어뜨리고 있었어요. 부잣집 아가씨인가 싶었네요.
이토 카린 (이하 ‘카’) : 3차심사 때가 기억나요. 화장실 앞에서 마이츙이랑 만났는데, 그 때 마이츙은 번호가 적힌 팀조끼(젯켄)를 떼었다가 다시 붙이려 하고 있었지요. 그러던 와중에 힘을 너무 줬는지 그 조끼를 찢어버렸어요. 오디션은 시작도 안 됐는데 (웃음) 완전히 두 조각으로 찢어진 조끼를 손에 든 채 ‘이걸 어쩐담…’이라고 제게 말을 걸었는데, 그게 마이츙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뭔가 좀 어설픈 아이였지요. (웃음)
호리 미오나 (이하 ‘호’) : 4차심사때부터 스즈키 아야네랑 사이가 좋아졌지요. 둘 다 지방에서 상경하기도 했기에 말이 통했고요. 그리고 그 날, 함께 도쿄역까지 갔었어요.
멤버들에게 합격통지가 간 직후, 곧바로 레슨이 시작되었다.
테 : 당시에 어땠었는지 솔직히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낯가림 심한 아이들이 많다보니 좀 서먹서먹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도 반이 바뀐 직후에는 그렇잖아요. 그런 서먹서먹함이 있었어요. 그런 와중에 키이쨩이 항상 신나서 와~ 와~ 거리면서 떠들썩하게 굴었던 기억이 있네요.
호 : 저는 레슨이 있을 때는 야간버스를 이용해서 기후현에서 도쿄까지 왔다갔다 했어요. 가능하다면 매일 레슨에 나가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장기체재가 힘들었기에 레슨은 주말에만 참가했지요. 하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뒤쳐지는 건 싫었기에 주말이면 호텔에서 맹연습했어요. 레슨이 끝나면 바로 호텔로 돌아 갔는데, 어디서 밥을 먹어야 하는 지 알 수가 없어서 항상 편의점에서 때우곤 했지요. 기껏 도쿄까지 왔는데도 도쿄를 만끽하지는 못 했어요. 물론 마음에 여유가 없던 것도 있고요.
레슨은 약 한 달에 걸쳐 이어졌다. 보통 한 달에 걸친 레슨이라면 동기들간의 유대감이 깊어 질 절호의 기회가 되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않았다.
카 : 미오나와 아야네쨩은 레슨때만 지방에서 도쿄로 오는 생활을 했었기에 전원이 모이기가 힘들었어요. 딱히 서로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대감이 깊어지지도 않았지요. 사실 그 때만 해도 ‘노기자카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이지?’라는 막연한 생각도 들었고, 저나 마이츙 같은 연장자 멤버들은 좀 더 현실적인 것을 생각하고 있기도 했고요. 다른 멤버들은 학교는 어떻게 하냐느니, 앞으로의 희망 같은 것들을 이야기 할 때, 저희 둘은 아무래도 현실적인 면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멤버들끼리 나이 차이가 좀 있는 편이다 보니 아무래도 어린 아이들이랑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가 힘들었던 점도 있었고요.
호 : 개별적으로 이야기를 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모두를 규합하거나 하는 일이 없었기에 단결력이라 부를만한 것도 없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각자 자신이 해야 할 일만으로도 벅찼었던 상황이었고요. 지금도 기억나는 게 하나 있는데, 언젠가 제가 울고 있으려니 쥰나가 제가 좋아하는 명란젓빵을 주면서 ‘괜찮아’라고 위로 해 주었던 거예요.
와타나베 미리아 (이하 ‘와’) : 레슨은 키 순서대로 서서 받았어요. 저나 카린, 란제처럼 키가 작은 멤버들이 맨 앞에 서서 춤을 추었기에 지금도 가끔 농담으로 ‘그 때가 우리 전성기였어’라던가 ‘그 때는 카린이 센터였는데’라고 이야기 하곤 해요. 뭐 2기생들은 자학개그를 많이 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2기생이 처음으로 팬 앞에 공개 된 것은 레슨기간이 끝난 5월의 일이었다. 그리고 소개 무대는 아카사카 ACT 시어터에서 있었던 ‘16명의 프린시펄 deux’ 무대였다. 2기생들은 한 공연마다 한 명씩 소개가 되고, 그 자리에서 자신의 특기를 선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공개가 된 뒤, 공식 사이트에도 2기생들의 프로필이 공개, 팬들 사이에서도 2기생들이 화제가 되었다.
카 : 2기생들의 유대감을 이야기 할 때, 가장 먼저 피크에 달했던 것은 8월 4일이었어요. ‘걸즈 룰’ 도쿄 전국악수회 때 2기생들이 퍼포먼스를 했거든요. 그 때 저희가 선보인 것은 ‘달려라! Bicycle’이랑 ‘만나고 싶었을 지도 몰라’였지요. 전악 직전 며칠동안은 전원이 모여 엄청 연습을 했어요. 그 때 처음으로 동기들이 하나가 되었던 것 같아요. 공연을 끝내고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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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쿠타 에리카 ‘귀환’
담백한 이쿠쨩, 드디어 인간에 가까워지다.
- 노기자카46가 결성 되었을 땐 아직 중학생이었던 이쿠타상도 어느 새 20살이 되셨네요.
이쿠타 (이하 ‘이’) : 그렇네요. 20살이 되었네요. 이제야 겨우 인간에 가까워졌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인간에 가까워졌다고요? 그럼 지금까진 뭐였길래 (웃음)
이 : 지금까지 솔직히 인간적인 면이 부족했거든요.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다가가는가’를 판단하는 걸 인간성이라 하잖아요. 10대 땐 정말 그런 인식이 없었거든요.
- 뭐라 하죠? 정이 없다?
이 : 네. 그런 느낌이었어요.
- 하긴, 그러고 보면 이쿠타상이 주연으로 나오셨던 ‘초능력 연구부 세 사람’의 감독이신 야마시타 아츠히로 감독도 이쿠타상에 대해 ‘담백하다’고 표현 하셨었죠.
이 : 네. 엄청 담백했어요. 담백한 여자(웃음) 하지만 최근 들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 이쿠타상이라 하면 왠지 자기 자신을 더욱 더 갈고 닦는 데에 열중하는 이미지가 있는데 말이죠.
이 : 그게 말이죠, 요즘에는 저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많아 졌단 말이죠!
- 정말요? 뭔가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나요?
이 :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함께 여러 가지는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저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던 게 계기였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 해 보면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2기생들이 들어왔을 때만 해도 그다지 교류를 활발히 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요즘에는 2기생들이랑 엄청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고, 물론 3기생들과도…
- 정말요? 상상도 안 되는데?!
이 : ‘쟤는 어떤 애일까?’라고 상대방에 대해 알고 싶어지더라고요. 물론 3기생들도 긴장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제게 말을 걸어줬으면 좋겠고요.
- 그럼 3기생 중에 관심이 가는 멤버는 누구인가요?
이 : 관심이 간달까, 지금 (함께 선발 활동을 하며) 가장 가까운 건 모모쨩이랑 요다쨩이네요. 둘 다 귀여운데, 특히 모모쨩 같은 경우에는 선배라고 빼고 그러는 게 없어요. 근데 그게 또 좋은 점이고!!
- 천진난만한 타입이군요.
이 : 모모쨩이라 하면 뭔가 항상 우는 이미지였는데, 실제로 접하고 보니 엄청 심지가 굳은 아이더라고요. 그리고 요다쨩도 어딘지 모르게 좀 어설픈 게 정말 귀여워요. 아, 쿠보쨩도 귀엽죠. 정말 말도 안 되는 그 투명감!! 그리고 요염함!! 쿠보쨩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다 보면 얼마나 프로의식이 높은 지 알 수 있어요! (마츠이) 레나상에게서 받았던 느낌이랑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팬분들과의 유대감도 착실히 쌓아가고 있으니 그런 노력들을 쌓아서 결국은 위로 올라 올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이건 3기생 전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만, 지금 이대로 자신만의 개성을 지키며 앞만 보고 달려 가 주었으면 해요.
- 이쿠타상이 이렇게 후배에 대해 활발히 이야기 하시는 건 처음 봤네요.
이 : 아, 아까도 말 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생겼거든요.
- 아하하하. 이쿠타상의 ‘인간적인 면’을 길러 준 건 역시 뮤지컬 출연이 컸나요?
이 : 그렇죠. 무대를 겪으면서 다른 분들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그 결과 자기 자신도 조금씩 바뀐 거라 생각해요.
- 현재 뮤지컬 ‘레 미제라블’에 출연중이신데, 마지막 도쿄 공연 커튼 콜 때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이 : 제극(제국극장) 때 말씀이지요?
- 눈물을 흘리며, 목이 메어가며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시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거든요.
이 : 초등학생 때부터 제국 극장 객석에서 ‘레 미제라블’을 보며 커 왔으니까요. 언젠간 저 무대에 서서 뮤지컬을 하고 싶다고 생각 해 왔거든요. 그런 제가 지금 이렇게 그토록 동경 해 왔던 무대에 서 있다는 그 사실이 너무 감개무량했어요.
- 그 정도로 동경 해 왔던 무대였던 거네요.
이 : 네. 하지만 연습 때는 의식적으로 그런 생각은 안 하려 했어요.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가슴이 뛰어서 연기에 집중이 안 돼서… 우선은 필사적으로 최선을 다해 해야 할 일들에 집중하자고 마음 먹었거든요. 하지만 아무래도 마지막 공연 커튼 콜 때는 지금까지 있었던 온갖 감정들이 한 번에 복받쳐 올라서 억누를 수가 없더라고요.
- 무대를 꿈꾸어 온 사람에게 있어 제국극장이라는 곳은 그 정도로 ‘성지’와도 같은 곳인가요?
이 : 역사도 깊은 극장인데다가, 의미도 있는 곳이다 보니 대부분 ‘언젠간 제국극장에 서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연기를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 그렇게 ‘뮤지컬의 최고봉’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무대에 서셨는데요, 노기자카46라는 그룹을 모르시는 관객분들께서는 ‘아이돌이 하면 얼마나 하겠어?’라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보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게 부담스럽진 않았나요?
이 : 솔직히 큰 부담이었어요. 아무래도 ‘아이돌이니까’라는 식으로 보시는 경우가 많으실테니까요. 그래서인지 프리뷰 공연이나 공연 초기에는 저도 모르게 위축되기도 했어요. 연습 때는 문제 없었던 부분에서 제대로 해 내지 못한다거나. 하지만 다른 출연자 분들께서 항상 제 편이 되어 주셨어요. ‘어차피 아이돌이니까’ 같은 생각 안 해도 된다고, 이쿠타 에리카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 된다고 말씀 해 주셨지요.
- 무대에 서 있는 지금은 뮤지컬 배우이지 아이돌이 아니다. 라는 이야기군요.
이 : 무대 위에서는 그렇죠. 그런 식으로 위로를 해 주시거나, 여러 모로 의지가 되어 주신 덕분에 끝까지 무대 위에 설 수 있었어요.
- 뮤지컬계 입장에서 보자면 새로운 스타가 탄생 할 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높았던 것 아닐까요?
이 : 어휴 그 정도는 아니에요. 아직 한참 부족한걸요.
- 집객력이 대단하시잖아요.
이 : 팬 여러분께서 얼마나 와 주셨는 지는 모르지만, 뮤지컬 공연에 이렇게 남자분들이 많이 와 주시는 건 드문 일이라는 것 같더라고요. 한 번은 ‘남자 화장실에 줄 서 있는 거 처음 봤다’고 놀라시기도…
- 좋은 이야기네요. (웃음) 생각지도 못 한 곳에서 갑작스레 스타가 나타나고, 그 영향으로 그 장르 전반이 활성화 되는 경우도 있을테죠.
이 : 네. 물론 전 ‘스타’가 아니지만요. (웃음)
- 하지만 이쿠타상 덕분에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된 분들도 적지 않을걸요.
이 : ‘레 미제라블’이라는 작품 자체는 알고 계셨지만, 공연 자체는 저를 보러 처음 와 주신 팬 분들도 계셨고, 제 팬분은 아니지만 노기자카의 팬분들 중에 ‘나를 그 때 제국극장으로 이끌어 줘서 고맙다’고 말씀 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저는 그 분야에 갓 발을 들여 놓은 것 뿐이라 지금은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내딛고 있는 단계이므로, 앞으로 더욱 더 자신을 갈고 닦아 힘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어요.
어중간하고 말뿐인 사람이 되는 건 싫어
-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포기하고 싶어졌던 적은 없나요?
이 : 없었어요. 하지만 노기자카에 갓 들어왔을 땐 잠시나마 ‘무대’의 존재를 잊었었지요. 아이돌 활동도 처음이었고, 매일매일 새로운 것들에 도전해야 하는 나날이었기에 당장 눈 앞에 닥친 일들을 소화 해 내는 것만으로도 벅찼거든요.
- 무대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던 거군요.
이 : 네. 정말로 필사적으로 견뎌 냈던 매일매일이었기에 갑자기 ‘내가 갖고 있는 건 뭘까?’라고 깨달은 순간, 어찌해야 좋을 지 알 수 없어졌어요.
- 그런 이야기, 블로그에서 본 것 같네요. ‘2년쯤 전에 노기자카 활동을 하는 데 있어 명확히 어떤 부분을 힘 써야 할 지, 그 중심축이라는 게 알 수 없어졌던 때가 있었다’고 하셨지요?
이 : 그런 식으로 고민하던 그 때, 우연찮게 극장에 가서 연극을 보았거든요. 그리고 그 곳에서 ‘아, 역시 내가 하고 싶은 건 무대구나. 이건 어릴 때랑 변함이 없구나’라고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어요. 아이돌이란 여러 가지 활동을 하잖아요. 여러 장르의 일들을 경험하면서 새삼스레 느낀 것이 바로 ‘난 노래를 하고 싶어’였어요. 그리고 그 때 처음으로 ‘무대에 전념하자’고 마음을 먹었지요.
- 그리고 그러기 위해 노기자카라는 그룹을 떠날 생각을 한 건가요?
이 : 뉘앙스가 좀 다르지만, 말하자면 그런 셈이죠. 그런 생각이 들어 스태프분들께 상담을 했더니 ‘노기자카에서 여러 경험을 하면서도 무대를 병행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제안을 해 주셨어요.
- 하지만 보통 아이돌과 뮤지컬 배우 양립이라는 게 쉽지는 않을텐데요.
이 : 엄청 힘든 일이지요. 그 당시만 해도 ‘지금껏 응원 해 준 분들을 소중히 하자’는 마음과 ‘스스로의 꿈을 이루고 싶다’는 두 가지 생각 사이에서 흔들렸었거든요. 그리고 그 결과 내린 결론은 ‘아 이렇게 된 거 둘 다 전력을 다 해 해내야겠어!’라는 거였지요. 하지만 얘기만 하면 결국 ‘입만 산 사람’ 같잖아요. 그래서 우선 고민하기 보다는 행동으로 옮기자고 생각했어요.
- 변명이나 정당화를 하지 않고?
이 : 사실 둘 다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어중간한 주제에 입만 산 사람으로 비춰지기는 싫었거든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팬 여러분께서 제 무대에 와 주시고, 변함없이 양 쪽 모두 응원 해 주시거나 무대를 통해 절 좋아하게 되신 분들께서 노기자카라는 그룹에 관심을 가져 주시는 식으로 두 가지 일들이 서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 하지만 아무래도 양립을 하다 보면 스케줄적인 면에서 힘든 부분이 많지 않나요?
이 : 그렇기에 매번 고민을 하게 되지요. 어느 한 쪽에 힘을 더 쓰려 하면 필연적으로 한 쪽은 놓치게 되니까요. 그러다 보면 떠나시는 분도 생기고, 이해를 받지 못 하는 경우도 필연적으로 생깁니다. 어찌 보자면 별 수 없는 일이니 그 점에 대해서는 각오를 하고 활동하지 않으면 결국 자기 스스로의 길을 걸어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 ‘노기자카46의 멤버 이쿠타 에리카’의 팬분들께서 (뮤지컬에 전념하는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있나요?
이 : 있습니다. 네. 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저의 새로운 길을 보고 새롭게 저를 응원 해 주시는 분이 찾아 와 주시거나, 혹은 이런 저를 그래도 쫓아 와 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런 분들을 더욱 더 소중히 여기며 활동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건 여담인데요, 요 전에 이코마 리나상과의 인터뷰 때 이코마상이 ‘이쿠쨩은 아무리 무대일이 바빠도 절대 노기자카 활동을 설렁설렁 하지 않는다’고 칭찬 하시더라고요.
이 : 별 말씀을요! 제 욕심으로 정한 양립이라는 선택을 다른 멤버들이 이해 해 주고 도와주고 있는만큼 저 역시 양 쪽 모두 전력으로 임해야만 한다는 마음은 갖고 있어요.
- 한 가지 묻고 싶은데요. 이쿠타상, 왜 ‘꿈’에서 도망치지 않나요?
이 : 네? 도망요?
- 세상을 살다보면 결국 자기 꿈을 좇으며 살아가는 사람은 한 줌도 안 되잖아요.
이 : 음… 왜일까요?
-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도중에 포기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도전조차 안 하는 경우가 더 많을걸요. 하지만 이쿠타상은 초등학생 때부터 꾸어왔던 꿈을 결국 실현 해 내신 거잖아요.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이 : 별 말씀을요. 하지만 저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 하는 게 힘들거나 하지는 않나요?
이 : 힘들지 않아요. 오히려 노력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디기 힘들어요.
- 매일 꾸준히 같은 것들을 해 나가는 거, 질리거나 지겹지 않나요?
이 : 아하하하. 질리지 않네요. 같은 걸 한다고 해도 단순한 반복은 아니니까요. 조금씩 결과물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그 안에서 새로운 과제가 고개를 들고, 다시 그 새로운 과제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새로운 임무가 주어지거든요. 정말 끝이 없답니다.
- 많은 사람들이 그런 ‘과정’에서 좌절하지요 보통. 물론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의 경우에 말이에요. (웃음)
이 : 언제나 ‘나는 아직 부족해’라고 생각하기에 더욱 더 잘 하고 싶어지는 거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워낙에 대단한 사람들이시기에 ‘아 나도 저런 존재가 되고 싶어’라던가 ‘더 강해져야 해’라는 자극을 받기도 하니까요. 가까운 곳에서 선배님들을 보다 보면 저 자신이 얼마나 하찰 것 없는 존재인지 깨닫게 되거든요. 솔직히 말해서 지금도 제가 노기자카라는 그룹에 있으니 많은 분들께서 저를 보아 주시는 거지, 그룹의 간판이 사라지는 순간 저란 존재는 참 보잘 것 없거든요.
- 하지만 노기자카 멤버라 해도 본인의 실력이 없었다면 ‘레 미제라블’ 같은 큰 무대에 서지는 못 했을 것 같은데요.
이 : 그건 그렇지만…
- 그건 모두 이쿠타상이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그리고 뮤지컬 배우로서 인정을 받고 계시니까…
이 : 아뇨. 이런 말씀을 드리면 어떻게 생각하실 지 모르겠지만 저 정도의 배우는 널리고 널린 세계예요.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들어 와도 무대는 얼마든지 성립되지요. 그렇기에 더더욱 저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빨리 찾아내고 싶어요.
- 그럼 그 ‘무언가’는 얼마나 찾아내신 것 같나요?
이 : 사실 지금은 그 세계에 갓 발을 들였을 뿐이니까요. 아직 그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 하기는 이른 것 같아요. 그건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더욱 더 힘을 기른 훗날에 지금을 되돌아 보다가 문득 깨달을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에 지금은 그저 필사적으로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나아가는 데 집중하려 해요.
- 그럼 반대로 본인이 생각하기에 ‘나는 이런 부분에는 센스가 있다’ 싶은 건 뭐가 있나요?
이 : 음… 뭐가 있을까요. 아! 기세만으로 일을 진행 하는 능력!
- 무슨 뜻인가요?
이 : 요리로 예를 들어 볼게요. ‘이 요리를 만들기 위해선 소금을 얼만큼 넣고 설탕을 얼마나 넣어야 하지?’라는 식으로 고민하지 않고 ‘아 이런 식으로 만들면 되겠다’라고 직감으로 움직이는 편이에요. 결과적으로 요리 순서나 과정은 전부 틀리지만 ‘뭐, 날것도 아니고 익혔으니 먹을 순 있겠지’라는 식이랄까요.
- 쓸 데 없이 호쾌하네요 (웃음) 기세를 타고 행동 하는 타입이라는 얘기죠?
이 : 그렇게 보면 ‘센스’랑은 좀 동떨어 진 것 같긴 한데, 그런 성향은 있어요.
- 다르게 말하자면 ‘결단력’이 있고 ‘행동력’이 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 : 그렇게도 말 할 수 있겠네요.
- 그런 타입들은 기분 전환도 잘 하는 것 같더라고요. 안 되는 일에 구질구질하게 미련을 갖지 않고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확실하게 맺고 끊는 걸 잘 하던데.
이 : 이도 저도 못 하게 되었을 땐 오히려 아예 그 일을 신경 안 쓴다거나 한 발 물러서서 여유를 갖는 게 좋다고들 하더라고요
- 이쿠타상은 이도 저도 못 하게 되었을 때, 일단 다른 일을 시작하곤 하나요?
이 : 항상 갈등해요. 보통 이도 저도 못 하게 되면 ‘일단 한 숨 자자’고 생각하곤 하지만 때론 신경이 흥분 된 상태라 잠이 안 오기도 하거든요. 저도 인간이다 보니 그러 단순하게 되지만은 않거든요. 앞으로 그렇게 맺고 끊는 게 확실해 질 수 있으면 좋겠네요.
- 힘들 때 ‘랄랄랄라~’라고 소리 내어 즐겁게 노래 하면 기분이 바뀌기도 하나요?
이 : 아니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닌걸요. (웃음)
- 미안해요. 생각 해 보니 그건 너무 낙천적인 것 같네요. (웃음) 하지만 이쿠타상이 얼굴을 찌푸리고 고민하시는 걸 본 기억이 없는걸요.
이 : 저도 의기소침해 지는 때는 있는걸요. 하지만 너무 깊이 생각하다 보면 더더욱 부정적인 생각만 들어서 결국 빠져나오지 못 하게 되곤 하거든요.
- 고민하는 시간이 아깝다는 얘긴가요?
이 : 그렇죠. 지금은 ‘행복함(幸)’과 ‘괴로움(辛)’ 한 가운데에 있다고 할까요. 제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고 있다는 건 분명 행복한 일이지만, 연습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괴롭기도 하거든요. 사람이란 여유가 없어지면 표현도 그에 따라 여유가 없어지거든요. 극한까지 몰렸을 땐 그저 ‘바빠! 더 이상은 못 해!’라고 부정적인 모드로 돌입하곤 해요. 하지만 그럴 때에도 항상 ‘이렇게 표현 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는 데 대한 감사’와 ‘내가 이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 지’ 같은 행복한, 플러스적인 감정들을 더욱 더 소중히 해 나가야겠다는 마음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아무 것도 숨기지 않은 ‘아이돌’로서의 자신
- 뮤지컬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을 하다 보면 ‘아이돌이란 이런 거구나’라고 새삼 깨닫게 되지 않나요?
이 : 아무래도 저 자신을 가장 많이 드러 낼 수 있는 것이 아이돌이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노기자카에서는 숨김 없는 ‘본 모습’을 드러내고, 그런 부분을 팬분들께서 좋아 해 주시고 응원 해 주시고 계시다는 감각이 있거든요. 저 역시도 6년이나 활동을 하다 보니 더 이상 숨기는 건 없고요. 어떻게 보자면 팬 여러분까지 포함해서 하나의 큰 가족과도 같은 관계성을 맺고 있기에,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을 내보일 수 있다는 게 아이돌 특유의, 아니 노기자카라는 그룹 특유의 좋은 점이라 생각해요.
- 이쿠타상은 ‘본 모습’ 조차도 매력적인 분이시니까요.
이 : 지금까지 사실 자신이 ‘아이돌’이라는 걸 그다지 의식하지 않았어요. 노기자카에 있을 때는 어디까지나 ‘집에 있을 때의 저 자신’을 드러내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와 멤버들과 이야기를 할 때가 차이가 전혀 없어요. 아무리 TV 카메라가 찍고 있다 해도 그런 점은 변화가 없고요.
- 언제나 자연스러운 거네요. ‘아이돌이라면 이런 식으로 행동해야지’라는 의식이 없는 거지요?
이 : 그다지 의식하지 않아요. 물론 이게 ‘일’이라는 의식은 있지만, 그 때문에 저 자신의 모습을 꾸미거나 하지는 않아요. 무리를 하거나 꾸미거나 하다 보면 얼마 안 가 참지 못 하고 폭발 해 버리는 성격이다 보니.
- 그렇게 보면 ‘아이돌’이라는 직업에 너무나도 딱 맞는 재능이 있는 것 아닌가요?
이 : 제가요? 하나도 없다고 보는데요. 없어요 없어.
- 관객 입장에서 보자면 이쿠타상은 어마무시하게 아이돌성이 높은 사람인걸요.
이 : 아이돌성이요? 에?! 생각도 해 본 적 없는데요.
- 그룹 전체에서 봐도 손꼽히는 수준이라 보는데요.
이 : 설마요! 그럴 리가 없어요. (웃음)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 아니 그렇게까지 부정 할 건 없잖아요. (웃음)
이 : 아니 사실 지금까지 저 개인적으로는 ‘나는 아이돌이랑 맞지 않는다’고 고민 해 왔는걸요. 그리고 지금도 아이돌에 어울린다는 생각은 안 들고요. 애초에 엄청 재미 없고 융통성 없는 인간이기도 하고요. 특히나 노기자카에 들어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땐 정말 심했지요.
- 재미 없고 융통성 없다는 건 다르게 말하면 진지하고 진중하다는 말 아닌가요? 아이돌 이쿠타 에리카가 제 맛을 내는 건 ‘규정된 연기’ 보다는 ‘자유 연기’를 할 때라 보거든요.
이 : 에? 정말인가요?
- 이쿠타상은 그렇게 자유롭게 활동을 할 때, 전신에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귀여움’이나 ‘독특함’이 절로 드러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있거든요.
이 : 그런 말 처음 들었어요.
- 그러니까 이쿠타상은 정말로 아이돌에 걸맞는 분이라 생각합니다.
이 : 아니 정말로 그런 말, 처음 들었어요. (웃음)
- 물론 뮤지컬 배우로서 활약하시는 모습도 기대가 됩니다만, 그 이상으로 많은 분들께서 아이돌로서 활약하는 이쿠타상의 모습도 좀 더 많이 보고 싶어하실 것 같네요.
이 : 네. 감사한 일이지요. 노기자카에 대한 사랑, 그리고 노기자카 덕분에 이런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해 주신다는 게 말이에요. 제게 있어 노기자카란 안심 할 수 있는 곳이거든요.
- 뮤지컬쪽 인터뷰를 하실 때는 아무래도 ‘제국극장이라는 큰 무대에 서는 사람으로서 좀 더 의식을 가져야지’라고 생각 하실 것 같은데요.
이 : 네. 그런 면은 있어요. (웃음)
- ‘배우’ 입장에서 질문에 답하거나 하지요?
이 : 네. ‘오피셜’ 모드에 들어가죠. (웃음)
- 오피셜 에리카가 되는군요. (웃음)
이 : 아하하하하. 하지만 다들 그렇지 않나요? 친구들과 이야기 할 때랑 회사 회의에서 이야기 할 때는 다르잖아요.
- 아니 사실 어떻게 보자면 이것도 오피셜이긴 합니다만.
이 : 아! 그런가요. (웃음)
오피셜 에리카는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싶어.
- 내년에도 제국극장에서 뮤지컬 (모차르트) 무대에 서게 되셨는데요, 앞으로 ‘이쿠타 에리카’라는 사람은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이 : 음…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지금 잠시동안이긴 하지만 무대에서 떨어 져 있는 상황이잖아요? 그러니까 이 동안은 노기자카 팬분들과 좀 더 많이, 깊이 교류를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그저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 해 묵묵히 해 나갈 뿐이죠. 바라는 게 있다면 그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주었으면 하는 거고요. 아,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게 뭔지 이야기 하고 있었죠? 지금은 응원 해 주시는 팬 여러분과 더 많이, 깊이 교류를 하는 게 목표입니다.
- 아이돌로서 최선을 다 해 활동하겠다는 얘기네요.
이 : 그렇죠. 그리고 무대를 하며 배운 것들을 노기자카라는 그룹을 위해 활용하고 싶어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라이브가 하고 싶네요. 뮤지컬곡이나 노기자카의 곡, 여러 곡들을 불러 보고 싶거든요.
- 오! 솔로 라이브 선언인가요.
이 : 네. 정말 작은 회장이라도 상관 없으니까요.
- 디너 쇼 형식은 어떤가요?
이 : 음.. 디너쇼는 아무래도 노기자카를 졸업 한 뒤에 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은데요. 말 그대로 ‘오피셜’일 때, ‘오피셜 에리카’가 할 일인 것 같아요.
- 아하하하
이 : 그런 뭔가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함께 펜라이트를 흔들면서 신나게 공연을 할 수 있는, ‘뭘 해도 되’는 그런 자유로운 라이브를 해 보고 싶어요.
- 부디 그 꿈이 실현되었으면 좋겠네요. 오늘 이렇게 이야기 하면서 느낀 건데, 좋은 의미로 ‘이쿠타 에리카라는 사람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 안심했습니다.
이 : 변하지 않았다고요?
- 아, 20살이 되셔서 인간적인 면은 발전하신 것 같지만요. (웃음) 근본적으로는 변함이 없다고 느꼈거든요.
이 : 그거 다행이네요. 초등학생 동창들을 오랜만에 만났을 때도 ‘하나도 안 변했다’는 말을 듣곤 하거든요. (웃음) 예전부터 변함 없이 이런 느낌이랍니다.
-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쿠타상만큼 활약하게 되면 기고만장해지기 마련인데 말이죠.
이 : 어휴 그럴리가요! 전 진짜 별볼일 없는 사람인걸요. 범인이라 해야하나… 아무런 특별할 거 없는 여자아이에요.
- 그럴리가요. (웃음) 아니 주변 환경이 이렇게나 정신없이 변하는 가운데에서도 전혀 변함이 없다는 게 신기할 정도예요.
이 : 엄마가 엄하시거든요. 어릴 때부터 항상 혼만 나고 좀처럼 칭찬을 받지 못 하고, 오히려 주의를 받는 적이 더 많았어요. 제가 조금만 기고만장 해 지면 엄마가 제 코를 바로 납작하게 만드세요.
- 집에 있을 땐 기고만장해지기도 하나 봐요?
이 : 음…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거리가 많을 때, 이래저래 귀찮아져서 게으름을 좀 피웠거든요. 아무래도 집에 있으면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지기도 하고. 그런 모습을 보고 엄마가 ‘내가 니 심부름꾼이니?’라고 화를 내셨어요.
- 어머니의 일갈에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된다는 건가요? (웃음)
이 : 네. (웃음)
- 이쿠타상은 어머님이랑 닮았나요?
이 : 저를 2배 정도 레벨업 시키면 저희 엄마가 돼요.
- 어떤 부분을요?
이 : 밝은 부분도 그렇고 특이한 부분도 그렇고. 참고로 할머니는 저를 3배 레벨업 시킨 사람이랍니다.
- 결국 족보에서 아래 대로 오면 올수록 특이함이 점점 옅어진다는 얘기네요?
이 : 네! 저만 해도 엄청 옅은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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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인터뷰
‘사쿠라이 레이카’
- 노기자카46이라는 그룹의 캡틴으로서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엄격하게 그룹을 견인 해 온 사쿠라이 레이카. 2017년 들어서는 3월에 자신의 첫 솔로 사진집 ‘자유라고 하는 것’을 발표 하고, 9월에는 니시노 나나세, 시라이시 마이 등과 함께 출연한 영화 ‘아사히나구’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이 날, 그녀는 촬영에 매우 적극적으로 임했다. 불과 수 년 전, 그녀를 취재하였을 때엔 분명 ‘사진 찍히는 게 어색하다’고 이야기 했던 바 있었는데, 지난 수 년간 그녀의 심경에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인지 본인에게 물어 보았다.
사쿠라이 (이하 ‘사’) :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지금도 어색하긴 마찬가지예요. (쓴웃음) 오늘 촬영처럼 혼자 하는 촬영 때는 그나마 나은데 멤버들과 함께 하는 촬영 때는 아직도 좀 어색하고 그래요. 뭐라고 하죠, 저 스스로가 어떤 제한을 둔다고나 할까요.
아, 그렇다고 딱히 그룹 전체를 부감해서 봐야 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혼자 촬영에 임할 때는 ‘이렇게 해 볼까, 저렇게 해 볼까’하며 생각하는 걸 바로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지만 2명, 혹은 3명이서 함께 촬영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과의 밸런스를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자유롭게 행동을 취하기가 좀 힘들어지죠.
물론 그런 걸 의식적으로 하는 건 아니에요.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하게 된다고 해야 할까요. 지금도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그 사람보다 앞서 나가려고 하지 않는 습관은 있어요.
- 그런 그녀의 ‘습관’은 과연 언제부터 있던 것일까. 연예계에 들어오기 전부터?
사 : 아마 이 세계에 들어 온 뒤에 생긴 것 같아요. 애초에 이 세계에 들어오기 전에는 딱히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거나 하지 않았거든요. 학생 때에 다른 사람들과 경쟁을 한다 하면 스포츠나 공부겠지만, 사실상 부 활동을 한 것도 아니고, 공부면에서도 딱히 경쟁한다는 느낌은 없었거든요.
이 세계에 들어 온 뒤로부턴 다른 사람들과 비교당하는 게 어떻게 말하자면 ‘일의 일부’가 되었다는 점도 있고, 그렇게 비교를 당할 때 믿을 건 결국 저 자신뿐이잖아요.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여러 모로 신경을 쓰게 된 것 같아요.
그룹 일로 생각한다면 그렇게 남들을 신경쓰는 것도 미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지만, 결국 홀로 외부 일을 하러 나갔을 때엔 그게 저 스스로에게 마이너스가 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긴 해요.
- 사쿠라이의 말대로 ‘노기자카46라는 그룹 내’에서라면 캡틴이라는 그녀의 입장상 다른 멤버들 사이에서 밸런스를 잡고, 한 발 물러서서 남들을 생각하는 것이 일종의 미덕이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쿠라이가 생각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그녀의 존재는 그룹 외부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작년 가을에 상연된 연극,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 (와카츠키 유미와 함께 더블캐스트) 때도 그녀는 다른 멤버들이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의 힘만으로 당당하게 연기를 해 내 보이지 않았던가.
사 : 정말요? 그렇게 봐 주신다면 정말 다행이네요. (웃음) 하지만 작년에는 연극 무대에 두 번이나 (마츠코, 죠시라쿠2) 설 수 있는 기회를 받았음에도, 개인적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어요.
이런 말을 하면 일부러 보러 와 주신 분들께 실례가 될 지도 모르지만… 그 때는 정말 저 나름대로는 저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 넣고 연습에 연습을 해서 임한 무대이기는 하나, 지금 생각 해 보면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아요.
물론 연극 준비 기간동안 다른 일들을 병행했기에 온전히 연극에 집중하지 못 했던 부분도 있기는 합니다만, 그런 것들이 변명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그런 상황하에서도 스스로 만족할만한 레벨까지 스스로의 수준을 끌어올리지 못했었다는 게 두고두고 후회가 돼요.
- 필자 역시 작년에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을 보러 갔었지만, 그녀의 연기는 정말 감명깊은 것이었다. 동시에 그녀의 연기를 보고 ‘이 사람이라면 본격적으로 연기의 길을 가도 분명 살아남을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녀의 말대로 ‘연습기간부터 상연기간동안 온전히 무대에 집중하고 싶었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녀가 걱정하는 것처럼 보는 사람들이 그녀의 연기에 불만을 가졌었냐 하면 절대로 그렇지 않았다고 단언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훌륭했던 것이다.
사 : 정말 감사합니다. 물론 아무리 바빠도 절대 타협하거나 설렁설렁하지는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어요. 오히려 최근 들어서는 그런 게 오히려 고민거리이기도 하지만요. 하지만 현재 노기자카라는 그룹은 ‘한정된 시간 내에 최고의 결과물을 내야만 하는’ 시기에 돌입 해 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시간과 공을 들이면 좋은 작품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저희에게 주어 진 한정된 시간 안에서 스스로를 최선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 역시 프로의 의무 중 하나라 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 사쿠라이의 말마따나 결성 6주년을 눈 앞에 둔 노기자카46에게 요구되는 것은 ‘한정된 시간 내에 최고의 결과물을 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그녀들에게 요구되는 허들은 점점 높아 져 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런 높은 허들들을 너무나도 간단히 뛰어 넘어 왔다. 그것은 노기자카라는 그룹 뿐 아니라 멤버 개개인이 개인 일을 할 때에도 보여 준 모습이다. 자신들이 그렇게 허들을 넘어 왔다는 실감이 드냐는 질문을 사쿠라이에게 해 보았다.
사 : 음… 사실 그런 실감은 그다지 들지 않아요. 어쩌면 지금 말씀 해 주신대로 저희에게 요구되는 합격점, 혹은 평균점... 기준치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것들이 점점 높아 져 가는 가운데 저희들 역시 그에 맞추어 그 기준치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실력을 갈고 닦고, 성장 해 온 결과라 생각하거든요.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여러 모로 일을 시켜 주신 덕분에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끊임 없이 해 올 수 있었기도 합니다만… 동시에 그렇게 새로운 일을 하다 보면 때로는 자신이 없어 질 때도 있어요.
- 그럼 최근에 자신에게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일이 있었는 지 물어보았다. 그녀의 대답은 ‘저, 정말로 자신감이 없어요.(웃음)’였다. 하지만 동시에 3월에 발매 된 솔로 사진집 ‘자유라고 하는 것’ 촬영이 정말 보람 있었다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사 : 사진집 촬영 덕분에 저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식을 배웠어요. 그리고 실제로 촬영 때 그 방법을 이용하여 자신을 표현 할 수 있었고요. 아마도 오늘 촬영 때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던 것도 사진집 촬영을 하며 얻은 경험들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그 때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저를 1:1로 대해 주신 카메라맨분, 스탭 여러분 덕분이라 생각해요. 그 분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수동적으로 촬영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저 스스로가 ‘여기는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전 이렇게 했으면 좋겠는데요’라고 의견을 내야 하는 분위기였거든요.
사진집이라는 게 출판이 되는 거니까, 가급적이면 한 분이라도 많은 분께서 보아 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지금까지 임했던 일 중에 가장 강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작품이 될까’라는 고민 역시 가장 많이 했었지요. 그렇게 고민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스스로 생각 해 볼 기회를 가졌던 게 정말 의미 깊었어요. 작품 하나하나에 대해 저 스스로가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 해 볼 수 있는 경험을 했던 것이 정말로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일을 해 오면서도 그런 기회는 좀처럼 얻지 못했거든요. 애초에 저 한 사람에게 이렇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 되었던 경우도 없었고요. 그렇기에 제게 있어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 2017년, 사쿠라이는 바로 그 ‘사진집 촬영’을 하며 순조롭게 새 해를 맞이했다. 그리고 그런 좋은 분위기는 1년의 반절이 지나가는 지금 역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 작년 1년은 ‘최고’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한, 아니 오히려 매우 힘들고 괴로운 1년이었다. 비록 앞서 이야기했던 ‘2편의 연극’무대에 서기는 했지만, 여름즈음하여 컨디션이 나빠 져, ‘한여름의 전국투어 2016’에 참가하지 못 했던 것이다. 그녀가 복귀 한 것은 한 달 이상 휴양기간을 가진 뒤, 8월 말에 메이지구장에서 열렸던 투어 파이널 공연 겸 ‘4th year birthday live’ 때였다. 생각만큼 활동을 할 수 없었던 괴로운 기간이 있었던 것이다.
사 : 음… 뭐라 해야 하죠. 작년 한 해는 컨디션이 나빠 져서 여러 모로 생각을 하게 된 한 해였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제가 내린 결론은 ‘포기하지 말고 다시 한 번 노력 해 보자’였습니다.
‘5년째’라는 의미 깊은 타이밍이었기에 개인적으로도 생각 할 일이 많기도 했고요. 지금까지 활동 해 온 것들을 생각 해 보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서도 여러 모로 생각 해 봤지요. 그리고 ‘생각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어요. 그 이후로는 그저 생각만 하고, 바뀌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그런 생각들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도 의식하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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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은 대충 들었어요.”
“처음 뵙겠습니다. 죠슈히가시고교 1학년 아즈마라 합니다.”
“테넬리타스여학원 2학년 카토리예요. 히가시고교 아즈마상, 강녕하신지요.”
와… ‘강녕하다’는 말을 실제로 쓰는 사람이 있었구나…
“부 활동으로 바쁘실텐데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해요.”
“아, 괜찮아요.”
매사 당당해 보이는 몸놀림과 말투지만 그렇다고 고압적이지는 않았다. 한 눈에 보기에도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물론 ‘아직까지는’ 말이다. 목소리도 너무 높거나 너무 낮거나 하지 않고 딱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자, 그럼 신중하게 이야기를 이어 가 보자.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몇 가지 신경쓰이는 점을 질문 해 볼까.
“음… 저기요. 혹시 ‘에이스를 노려라!’라는 만화, 좋아하시나요?”
“네. 좋아해요.”
“그럼 나비부인과 비슷한 외견은…?”
“좋아하는 캐릭터거든요.”
너무나도 명쾌한 대답이다. 이유가 너무나도 단순하다. 보통 이럴 땐 ‘난 딱히 의식하지 않는데 남들이 그렇게 부르더라고’라는 식으로 나오는 법인데, 너무나도 간단히 ‘좋아하니까 따라했다’는 식으로 털어놓다니. 하지만 아무리 좋아하는 캐릭터와 비슷하게 따라한다 해도 결국 다른 차원의 존재, 그 차원의 차이에서 오는 위화감이라는 것은 쉬이 불식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눈 앞에 서 있는 이 사람은 너무나도 완벽하게 ‘2차원에서 그대로 뛰쳐나온’ 것만 같은 외견을 하고 있었다. 이 사람이라면 ‘실사화’에 까탈스러운 2차원 오타쿠들도 납득 할 수 있으리라.
“사실 주인공보다는 눈에 띄는 조연을 더 좋아하거든요.”
눈을 깜빡이는 순간마저도 아까울 정도로 너무나도 완벽한 ‘나비부인’이 말을 이었다. 이쯤 되면 왜 그녀 등 뒤 배경에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지 않나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별말씀을요. 나비부인에 비하면 한참 멀었어요.”
“아, 그러고 보니 제 팬분이시라던데.”
“네. 사실 요 전에 시합하시는 걸 봤거든요. 플레이가 너무 훌륭해서 저도 모르게 빠져들었어요.”
“…그… 그렇군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끝까지 팬인 척 하며 성격을 좀 알아보자. 아무리 얼굴이 예뻐도 성격이 나쁜 사람이라면 내 계획의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머릿 속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으려니 갑작스레 상대방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날아왔다.
“거짓말 하시는 거죠.”
“에?”
“저 아직 시합에 나간 적이 없는걸요.”
“…에… 설마…”
“정말이에요. 만년 보결멤버인걸요.”
…생각도 못 했던 맹점이다. 이렇게 테니스라는 종목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 정작 테니스는 못 칠 줄이야. 애초에 ‘나비부인’이라는 별명은 테니스 코트에서 플레이를 하는 모습이 마치 나비처럼 우아하기에 붙은 별명이 아니던가. ‘미모’, ‘기품’, ‘실력’을 전부 겸비한데다가 고교생임에도 ‘부인’이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관록마저 넘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바로 ‘나비부인’이라는 영광스러운 칭호가 아니던가. 그렇게 생각하면 비록 겉모습은 나비부인 그 자체일지라도 그 세박자 중 ‘실력’이 결여된 이 사람을 ‘나비부인’이라 부르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자 그럼 거짓말은 그만 하시고 솔직하게 털어 놔 보시죠. 왜 그런 거짓말을 하시는 건지, 그리고 여기까지 오신 진짜 이유는 뭔지.”
“아… 사실은…”
나만 그런건지 다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란 사람은 거짓말을 하다 들키면 잠시간 패닉에 빠져서 머리가 제대로 돌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거짓말을 더 큰 거짓말로 덮는 그런 작전도 취하지 못 하고 그저 그 자리를 벗어나기에 급급한 얄팍한 거짓말 밖에는 하지 못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괜히 바로 들킬 거짓말은 관두고 그냥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상책인 것 같다.
“아… 이 학교에서 제일 예쁜 학생이 누구인지 찾으러 왔어요.”
“…”
“갑작스레 이런 말을 들으시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모르시겠지요. 죄송합니…”
“아, 이제 알겠네요! 자신에게 어울릴만한 친구를 사귀러 오신 거군요.”
나는 내 말을 끊으며 갑작스레 내 쪽으로 몸을 숙이고 눈빛을 빛내는 그녀의 모습에 압도되었다.
“에? 네? 뭐라고요?”
“어떻게 알았는 지 궁금한가요? 사실 나도 그런 사람을 찾고 있었거든요.”
‘나와 어울릴만한 친구’라니… 뭐, 학교 여자아이들 중에 친구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만… 물론 이야기를 나누거나 하는 아이는 있긴 하지만 딱히 함께 몰려다니는 패거리는 없는 게 사실이다. 입학한 지 2달밖에 안 되었으니 별 수 없다고 정신승리를 하고 있긴 해도, 학교 내에 ‘친구’라고 부를법한 존재가 없는 것은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 ‘아가씨’는 그런 내 약점을 한 번에 꿰뚫어 보았던 것이다.
생각 해 보면 작년… 그러니까 중 3때만 해도 고등학교 생활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갖고, 이상적인 친구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곤 했었다. 하지만 정작 고등학생이 되고 보니 내 ‘이상’을 충족시켜줄만한 아이가 없었다. 물론 나름대로 귀여운 아이야 있었지만, 내가 이상으로 생각 해 왔던 ‘인형처럼 아름답고, 그러면서도 어른스럽고, 청초하며 상냥한’ 친구 후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아마 다들 ‘친구를 얼굴로 고르는 건 이상하다’고 할 지 모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친구를 고를 때에나 할 이야기고, 입학식 직후에는 누구나 우선 반 아이들을 쭉 훑어보고 귀여운 아이들이랑 친구가 되려 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나 뿐인걸까?
물론 내가 이 학교까지 찾아 온 이유는 그것 뿐만은 아니었다.
내 진정한 목적, 그것은 사실 ‘친구를 만든다’고 하는 스케일이 작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온갖 미디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이 나라의 전 국민들을 위해 내 한 몸을 희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원대한 목적을 이루는 데 있어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고비를 맞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처음 만나는 사람 앞에서 이런 원대한 이야기를 해 봤자 이상한 사람 취급만 당할 게 뻔하다. 우선은 그녀가 이야기 했던 대로 ‘친구를 찾으러 왔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아, 그러고 보니 아까 하신 질문에 대답을 아직 안 해 드렸네요. 저희 세이난 테넬리타스 여학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생은… 아마 저일거예요.”
저런 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그녀. 만화로 비유하자면 등 뒤로 ‘당당’이라는 두 글자가 배경에 크게 새겨 질 것만 같은 태도였다. 그녀의 그런 당당한 모습에 살짝 압도되면서도 동시에 그 대답을 바라왔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 나는 드디어 ‘보스’와 만난 것이다.
“역시 그렇겠죠? 아니, 말씀하신 대로라 생각해요. 저 역시 아름다운 분과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늘 생각 해 왔답니다.”
“어머나, 그거 참 대단한 우연이네요. 제가 보기에도 그 쪽과 함께라면 서로의 미모가 상승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도 같고… 무엇보다도…”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매사 지루했기에 재미있는 뭔가를 찾고 있었거든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5분 정도나 되려나… 그녀는 지치지도 않고 지금껏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불만들을 내게 토로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처음 만나는 사람의 고민을 5분이나 들었던 적이 없었기에 뭔가 재미있는 경험이기도 했다.
그녀의 길디 긴 불평들을 간단히 요약 해 보자면 결국 ‘나도 좋아서 이 학교에 들어 온 게 아니다’, ‘방과후에 테니스 이외에 딱히 할 것이 없다’는 것. 다시 말 해 매일매일 너무나도 평온하기만 한 시골 생활에 울분이 쌓였었다는 얘기다.
“음… 제가 ‘재미’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쪽 인생에 양념 정도는 쳐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표현 좋네요. 양념. 지금 이 심심한 인생에 양념이 필요했어요.”
이건 완전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 온 것 아닌가. 어느 사이엔가 그녀와 나 사이의 입장이 역전되어 그녀가 나라는 양념을 너무나도 간절히 바라는 그림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런 입장 차이 덕분에 나는 손쉽게 그녀의 연락처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카토리 선배님! 코치님께서 다들 모이라고 하시는데요.”
코트 저 편에서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곧 갈게요.”
그녀는 그렇게 대답하곤 내 쪽을 바라보았다. 어딘지 모르게 슬퍼보이는 표정이다.
“기껏 이렇게 와 주셨는데 미안하네요. 일단 오늘은 이쯤에서 실례하겠어요. 바로 연락 드리지요. 그럼 그 때까지 강녕하시길.”
“잘 부탁드려요.”
나도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등을 돌려 테니스 코트를 떠났다.
그녀의 말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혹시 모르는 일이니 돌아 나가는 길에 만난 학생들 몇몇에게도 ‘이 학교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인지 질문을 해 보았다. 그리고 그 중 8할에 가까운 학생들이 입을 모아 ‘카토리상요. 저 왜 세로 방향으로 컬이 들어 간 머리를 양 옆으로 늘어뜨리신…’이라고 대답하는 것을 듣고 내심 안심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러던 와중에 어느 사이엔가 예의 그 ‘아이러니 소녀’에게서 받은 상처는 말끔하게 아물어, 주변 학생들에게 마음 놓고 말을 걸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오늘 하루 사이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엄청나게 레벨업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예전에 영어 검증시험 2급에 합격했을 때 느꼈던 것과도 비슷한 만족감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 가, 철제 현관문을 열었다. 집에 도착하기 전에 이웃집 아주머니를 만났을 때, 평소와 같이 ‘안녕하세요’가 아니라 그녀를 흉내내어 ‘강녕하신가요’라고 인사를 했더니 뭔가 신기한 동물이라도 보시는 표정으로 ‘어라, 이제 오니?’라고 대답을 하셨던 게 인상 깊었다. 어쩌면 그게 너무나도 당연한 반응이리라. 대체 어떤 대답을 기대했던 걸까… 그렇게 생각을 하기 시작하니 평소와 변함 없는 주변 환경들이 너무 어색하게 느껴졌다.
“나 왔어.”
현관을 닫으며 작게 인사를 한 뒤, 거실에 들리지 않고 곧바로 5조(다다미 5장 넓이)짜리 내 방으로 향했다. 방으로 들어 가, 책상 의자에 앉아 잠시동안 오늘 있었던 일들을 회상 해 보았다. 아… 잘도 그런 짓을 했구나. 그래도 임무를 달성 해 낸 자신이 기특했다. 처음 해 본 것 치고는 정말 잘 했던 것 같다.
‘부잣집 아가씨인데다가 미인이고, 그 미모로 유명하다’ 라…
나는 이노 타다타카(에도시대의 측량가, 지도 제작자) 저리가라 할 정도로 잘 만든, 내 자신작 동네 지도를 책상 위에 펼치고 지도 아랫편에 위치한 ‘세이난 테넬리타스 여학원’에 크게 X자를 그었다.
동시에 지도 옆에 펼쳐 져 있던 진로지도조사서에 시선이 닿았다. 아직 손도 대지 않은 깨끗한 상태였다. 내가 의사 같은 거창한 목표를 갖고 있었더라면 우선 저 진로조사서를 빽빽하게 채우고, 공부를 했으리라. 하지만 지금 내게 있어 더 중요한 목표, 노력 할만한 가치를 가진 대상은 따로 있었다.
다시 지도로 시선을 옮겼다. 세이난 테넬리타스 여학원을 정복(?)한 내 눈에 다음 목표가 들어왔다. 고등 전문학교에 다니는 여학생들은 분명 인기가 있다고 했었지…
지도에서 눈을 떼고 팽개쳐 뒀던 휴대전화를 손에 들었다. 어느 사이엔가 아까 연락처를 주고 받은 ‘아가씨’로부터 연락이 와 있었다. 나는 그녀를 ‘미나미 (南, 남쪽)’라고 저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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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페지움 (사다리꼴)
제 1화 '남쪽에 사는 불사조'
왼손 손가락 세 개를 가만히 경동맥에 갖다 대니 격렬한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애써 뛰는 가슴을 진정시켜보려 하지만 자연스레 어깨에 힘이 들어 가는 것조차 어찌 할 수 없을 정도로 경황이 없었다.
바닷가를 따라 나 있는 큰 길. 한 차례 급 커브를 꺾고 나면 100m가량 직선 도로가 이어진다. 그리고 그 직선도로가 끝나는 곳에는 고등학교가 하나 위치 해 있다.
지금 시간은 오후 4시 57분. 나는 지난 밤에서야 '계획'을 실행 할 마음을 먹고 오늘 이렇게 방과 후에 전철을 타고 집에서 2정거장 떨어 진 이 곳에 온 것이다.
높게 솟아 있는 두개의 흰 기둥 사이에 거대한 학교 정문이 자리잡고 있었고, 두 기둥 중 오른쪽 기둥에는 '세이난(聖南) 테넬리타스 여학교' 라는 이름이 새겨진 교패(학교 간판)이 박혀 있었다. 마치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연상케 하는 고풍스러운 서체를 보아하니 아마도 설립자의 의도는 이 교패에서 '부유층들이 다니는 학교' 이미지를 내고 싶었던 것 이리라. 실제로 이 지역 공립학교 학생들은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하나같이 '아가씨들' 뿐이라고 냉소하곤 했다.
"적으로 삼기에 부족함 없군."
교문까지 남은 거리는 15걸음 정도.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저리 말하며 미소지었다. 사전에 구글 스트리트뷰로 조사를 했기에 이 학교에 따로 수위실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호화스러운 정문에 경비원이 배치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좀 이상했다.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노인, 어린아이, 그리고 그 어린아이의 부모들이라는 데에 익숙해 져 무방비해 진 것인 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역시나 평범한 나 같은 인간들이 이해하기엔 어려운 점을 고수하는 이 학교의 방침에 내심 감사하는 마음도 들었다. 나중에 하다하다 유괴범이 된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날이 온다면 이 학교를 타겟으로 삼아야겠다는 실없는 생각마저 들었다.
수업을 끝마치시고 우아하게도 호화 저택으로 귀가하시는 잘난 부잣집 아가씨들이 눈에 띄지 않는 순간을 노려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나는 우선 주변을 탐색했다. 이윽고 17시가 되자 부활동을 하지 않고 집으로 갈 학생들은 일단 대강 학교를 떠난 듯 보였다. 학교에 남아있는 것은 부활동에 매진하는 부잣집 아가씨들 뿐. 인기척이 드문 지금이야말로 계획을 실행할 타이밍이었다. 그리고 내게는 이 학교것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가능하다면 이 호화스러운 정문 한 가운데 서서 당당하게 외치고 싶은 말이.
정문 한 가운데 서서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으려니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정문을 통해 바다쪽으로 불어나가는 바람에 내 뒷머리가 날려, 뭔가 멋진 연출이라도 한 것 같은 효과를 주었다. 뭐라 할까, 1류 기업의 CM에서 볼 법한 하늘하늘 휘날리는 머리모양이라고나 할까. 나는 깊게 심호흡을 한 뒤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동시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리오너라~~~~~!!!"
나란 인간, 의외로 겉보기에 집착하는 타입이다. 그렇기에 저런 고풍스러운 말투를 택한 데 후회는 없다. 하지만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테넬리타스 고교의 '아가씨' 한 사람이 마치 석상이라도 된 양 굳어있었다. 표정까지는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십중팔구 별 이상한 놈 다 본다는 표정이리라. 타이밍을 제대로 재지 못 한 통한의 미스였다. 분명 아까까진 사람이 없었지만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르는 사이에 사람이 나올거라 생각을 못 했던 것이다. 아까까지 시원한 바닷바람에 자아도취 해 있던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나는 그녀에게 눈빛으로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라고 호소하며 교문으로 들어섰다. 이게 지금 어찌 된 일인지 감을 잡지 못 하는 가련한 '아가씨'는 그저 멍하니 내 모습을 바라 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가까워 질수록 내 상상은 현실이 되어갔다. 크고 동그란 눈, 백옥 같은 피부를 한 전형적인 부잣집 아가씨였다.
갑작스레 큰 소리를 내서 놀라게 한 사죄로, 그녀를 스쳐지나는 타이밍에 꾸벅 목례를 했다. 그러자 예의 그 '미소녀'는 자신을 스쳐 지나려는 내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네… 네!!"
"잠깐 얘기 좀 하실 수 있나요?"
음? 대체 나랑 무슨 얘기를 한다는 거지?
"네. 무슨 일이시죠?"
"아까전에 '이리오너라!'라고 소리 치셨잖아요. 왜 그러신거죠?"
"아… 그거요. 그냥 기합 넣는 의미였어요. 부끄러운 장면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어머, 왜 기합을 넣으시는데요?"
하긴… 누구라도 자기 학교 정문에서 웬 타교 학생이 '이리오너라'라고 외치면 이상하게 생각 할 거다. 거짓말을 해 봤자 수상하게 생각 할 테니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게 나으려나. 뭐, 여기서 솔직히 털어놓고, 이 학교 학생인 이 사람이 허락 해 준다면 내 목적도 달성하는 거고 말이다. 각오 한 것에 비해 너무 허무하게 달성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하지만 다르게 생각 해 보면 이 학교 내에는 이 맹해보이는 학생보다 강한 자가 얼마든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허무하게 달성하기에는 좀 이른 느낌도 들고, 뭔가 아쉽기도 하다. 애초에 게임이건 소설이건 간에 보스는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아니던가. 그렇게 보자면 이 사람이 내 '계획 수행 대상'으로 적합한 사람인지 아닌지 확신이 가지 않는다. 우선 킵 해 두는 방향으로 가 볼까…
"아, 사실 친구를 만들어 볼까 해서요."
"네?!"
"괜찮으시다면 저랑 친구가…"
"아, 죄송해요. 할 일이 있었는데 깜빡 하고 있었네요. 먼저 실례할게요. 애초에 그 쪽처럼 멋진 교복을 입으신 기품 넘치는 분의 친구가 될 자신이 없네요. 전."
'미소녀'는 내 말을 중간에서 싹둑 잘라먹고는 성급히 자리를 떴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태세변환에 순간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이게 뭔…"
나는 그녀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 까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래 테넬리타스 다녀서 더럽게 좋겠다."
그리고 그 순간 내가 입고 있는 죠슈히가시고등학교의 교복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학교 교복은 이 근처 학교들 중에서도 '가장 촌스러운 교복'으로 악명이 높은 교복이다. 예전에 한 잡지에서 본 전국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진학, 수험 때 '학교 교복을 본다'고 대답한 중학생은 전체의 6~7할에 달하고, '학교를 고르는 데 있어 교복 역시 중요한 포인트'라고 한 사람도 반 이상이라고 한다.
고등학교 수험 모의시험 당시 내 성적 편차치는 60 가량. 죠슈히가시고등학교 합격 라인을 간신히 넘는 성적이었다. 그리고 나는 같은 이유로 '촌스러운 교복'을 감수하고 이 학교에 온 것이었다. 물론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편차치도 조금 더 높고 교복도 더 귀여운 죠슈고교에 갈 수 있었는데… 라는 후회를 안 한 건 아니지만.
그런데 뭐? '멋진 교복을 입었'다고? 비꼬는 것도 정도란 게 있는 법이다. 라틴어로 '상냥함'이라는 뜻을 지닌 '테넬리타스' 학생인 주제에 학교 이름이랑은 너무 안 어울리는 말뽄새가 아닌가. 저런 불량학생은 학교를 위해서도 하루 바삐 퇴학을 시키는 게 낫지 않을까. 아니, '아이러니 여학교'라는 학교가 있다면 거기로 보내야 하는 건 아닐까.
예상치 못한 데에서 일격을 당해 기세가 한 풀 꺾이긴 했지만, 그래도 기왕 이렇게 찾아 온 거, 학교 내부로 들어 가 보기로 했다.
학교 내부로 조금 걸어 들어가니 마치 잘 정돈된 절 같은 정원이 나왔다. 꼼꼼하게 관리되고 있는 게 한 눈에 보이는 잔디밭이며 잔디밭과 콘크리트 도로 경계선을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들 하며, 그저 걷는 것 만으로도 마치 공주님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정원이었다. 그 뿐 아니라 교정을 빙 둘러싸듯 심어 져 있는 나무들도 깨끗하게 정비가 되어 있었고, 나무들 아래에는 더운 여름날 따가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나무 벤치들도 놓여 있었다. 그리고 정원 한 가운데에는 너무나도 우아하게 물보라를 뿌려 대는 분수대마저 놓여 있는 게 아닌가.
점심시간엔 부잣집 아가씨들이 이 벤치에 앉아 우아하게 독서를 즐기겠지만,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 지금 시간대에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여기까지 쳐들어 와 놓곤 갑자기 좀 소심해져서 차마 교사 내부까지는 들어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운동장으로 목표를 바꾸었다. 운동장이라면 운동부 활동을 하는 학생들도 아직 남아 있을 터.
운동장으로 향하는 도중에 4명 정도 하교하는 학생들을 마주치긴 했지만 아까 받은 심적 데미지 탓인지 차마 말을 걸 수 없었다.
조금 걷고 나니 멀리 테니스 코트가 보였다. 눈부시게 하얀 테니스웨어를 걸친 부잣집 아가씨들이 테니스를 즐기고 있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저 곳이라면 이야기를 걸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5분 정도 펜스 너머로 테니스 연습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숏컷을 한 학생이 한 명 내 쪽으로 다가온다. 어딘가 좀 어설퍼보이는 걸 보면 아마도 저 중에선 가장 후배라 귀찮은 임무를 떠맡게 된 것이리라. 가까이서 보니 눈썹 정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게 좀 신경쓰였다.
"저기요, 테니스부에 용무라도 있으신가요?"
"…"
"저희 학교 학생 아니시죠?"
"아, 죠슈히가시고교 다녀요."
"아, 히가시고 학생분께서 저희 학교에는 무슨 일이시죠?"
아까는 여기서 서두르다 역공을 당했었지. 이번엔 좀 신중하게 접근 해 보자.
"아, 사실은 말이죠…"
그리고 그 순간, 내 시야에 뭔가 번쩍이는 것이 비춰졌다. 그것은 마치 어지러이 빛을 산란시키는 다이아몬드와 같은, 아니 눈부신 빛을 발하는 황금 덩어리와도 같은 걸출한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것이었다. 세로방향으로 둥글게 컬을 준 머리를 양 옆으로 늘어뜨리고, 앞머리는 산뜻하게 올려서 예쁜 이마를 드러 내며 뒷머리는 핑크색 리본으로 살짝 묶어 정리 한 미소녀가 그 곳에 있었다.
나는 그 미소녀에게 한 눈에 빠져, 그녀를 '타겟'으로 정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고는 입을 열었다.
"여기 테니스부에 '나비부인' 처럼 아름다운 분이 계시다는 소문이 있길래 한 번 만나뵐까 하고 찾아 왔어요."
"…."
어? 왜 저런 표정을 짓는거지? 하지만 이런 침묵에 기 죽을 정도로 소심하지 않다고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예의 그 '눈썹 소녀'가 입을 열었다.
"아, 카토리선배님 말씀이군요. 카토리 선배님 유명하시죠. 하지만 이렇게 학교까지 찾아오시는 팬분이 계실 줄은 몰랐네요. 괜히 뿌듯한걸요."
다음 순간, 코트쪽에서 '히로미!'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은 눈썹아가씨는 '아, 선배님 불러드릴게요'라며 내게 윙크를 하곤 뭔가 만족한 듯 코트쪽으로 돌아갔다. 일상생활에서 윙크를 하는 건 서양사람들 뿐이리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내 고정관념이었나보다. 아니, 그저 이 부잣집 아가씨들만의 세계가 특이한 건가?
윙크 눈썹 아가씨는 선배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아마도 '쟤 누구야?'라는 질문을 받고 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열심히 사정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리라.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일단 문전박대는 피했구나'라고 왠지 모르게 안심했다.
사실 아까 '나비부인'이라고 이야기 한 건 반쯤 도박이었다. 예전에 본 만화 캐릭터 중에 그 카토리라는 소녀와 닮은 캐릭터가 있었던 것이다. 도박을 걸어 본 게 통해서 정말 다행이다.
생각 해 보면 그 도박이 통했던 것도 신기한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캐릭터가 나오는 만화… '에이스를 노려라'는 이미 지금으로부터 30~40년 전에 나온 만화, 그리고 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아닌가. 아무리 당시 일세를 풍미했던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내가 태어나기 한참 전의 작품이니까… 물론 그 작품 덕분에 당시 여중/고생들 사이에서 일대 테니스붐이 일어났다는 점이나 그 유명한 마츠오카 슈조(일본의 테니스선수 출신 탤런트)상 역시 테니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이 작품이라던가 해서 테니스와 관계가 깊다는 점을 믿었던 게 정답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테니스 업계에서 유명한 작품이라고는 해도 이 시대를 사는 고교생 중에 그 옛날 작품 영향을 받는 학생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한 수확이었지만 말이다.
아, 참고로 그 작품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다름 아닌 '나비부인'. 그렇기에 그런 '나비부인'과 닮은 사람을 실제로 만났다는 게 기쁘기도 했다.
그렇게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저 멀리서 내가 노리는 '사냥감'이 코트를 가로질러 내 쪽으로 걸어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어떨까, 성격은 어떨까 망상을 부풀리는 사이에 '나비부인'은 펜스를 빙 돌아 내 곁까지 다가 와 주었다. 가까이서 본 그녀는 나도 모르게 자세를 가다듬게 만들 정도로 아름답고 정돈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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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에이스를 노려라'에 나오는 나비부인
https://namu.wiki/w/%EB%A5%98%EC%9E%90%ED%82%A4%20%EB%A0%88%EC%9D%B4%EC%B9%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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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는 곳'
'숲이 좋아요'
-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노우에상과 쿠보상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생각에 이번 대담을 세팅하게 되었습니다.
이노우에 (이하 '이') :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런 말 처음 듣는걸요.
쿠보 (이하 '쿠') : 네. 처음이네요.
- 오늘은 어쩌다 보니 비가 오는 가운데 촬영을 하게 되었는데요, 공교롭게도 두 분 모두 '쨍하게 맑은 날'이라기 보다는 '촉촉하게 비가 오는 날' 느낌이 나요.
이&쿠 : 후후후
- 목소리 톤도 비슷하네요. 평소엔 그다지 큰 소리 내지 않는다는 점도 비슷하고.
이 : 체력을 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웃음) 아, 요 전에 쿠보쨩이 '노기중'에서 갑자기 '왁!!'이라고 큰 소리를 내며 깜짝 놀라게 하는 기획이 있었잖아요.
쿠 : 아, 숨바꼭질 때요.
아 : 기본적으로 그런 타입이랑 안 맞아요.
- 아니 평소에도 그러는 사람이 있어요?!
이 : 있어요. 가끔 길을 걷다 보면 자전거를 탄 사람이 뒤에서 '띠링띠링'하고 갑자기 벨을 울린다던지 하거든요. '그럴거면 차도로 가라고!'라 생각하곤 하죠. (웃음)
쿠 : 후후후
이 : 저 같은 경우엔 가급적이면 제 자신의 시간축대로 살아가는 사람이라…
쿠 : 저도 제가 편한대로 사는 타입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저기, 내일 어디 놀러가자. 어디 가고 싶은 데 있어?'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 가운데에는 그다지 끼지 않는 편이에요.
- 모두 함께 즐겁게 놀고 싶어!! 같은 생각은 안 하나요?
쿠 : 함께 쇼핑을 가기보다는 홀로 숲으로 놀러 가는 게 좋아요. (웃음)
이 : 와, 그거 나랑 똑같아! 신기하네.
쿠 : 에?! 에?! (감격한 듯한 표정)
이 : 요 전에도 혼자 나가노현 가서 등산하고 왔는 걸.
쿠 : 우와~
- 쿠보상, 손이 떨리는데요. 괜찮아요? (웃음)
쿠 : 뭔가 기뻐서요.
이 : 응.
쿠 : 도시는 아무래도 큰 소음들로 가득 차 있잖아요.
- 하긴, 만화카페 선전 트럭이 굉음을 내며 거리를 달리곤 하죠.
쿠 : 제 고향에는 그런 게 거의 없어서 처음 봤을 땐 엄청 놀랐어요. 그렇기에 때로는 전철에 타고 조금 멀리까지 가서 조용한 곳에서 유유자적하게 지친 심신을 쉬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그런지 자주 '요즘 애 같지 않아'라는 말을 듣곤 하죠. (웃음)
- 아무래도 혼자 있는 편이 편한가요?
쿠 : 그렇네요.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면 그 사람의 시간이 제 시간이 되어버리는 거 잖아요. 어쩌면 그 사람은 저랑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 더 하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제게 맞춰버리는 게 영 미안해서 말이죠. 그러다 보니 함께 놀자고 말을 꺼낸 저 스스로도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고, 그러다 보니 금세 지쳐버리거든요.. 그렇기에 차라리 그럴 바엔 혼자 지내는 편이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이노우에상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것 보다는 홀로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지요?
이 : 그렇긴 한데, 다른 사람의 초청은 거절하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 자체는 좋아하거든요. 아, 물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건 좀…
- 예를 들어 50명 정도가 모여서 쫑파티를 한다던가?
이 : 우와… 안 맞아요. 기본적으로 쫑파티 같은 단어만 봐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걸요. (웃음)
- 혼자 우두커니 앉아서 빨대만 만지작거리는 이노우에상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웃음) 아, 그럼 바비큐 파티 같은 건 어때요?
이 : 저랑 가장 안 맞는 게 그건데요. 애초에 그런 신식 문물 자체가 익숙치 않아요. 영화관도 없고 가라오케도 없는 동네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 쿠보상도 '지금껏 불꽃놀이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요.
쿠 : 네. 아직 본 적 없어요. 저 같은 경우, 누구랑 함께 가냐 마냐 이전에 애당초 같이 가자는 사람이 없어요. (웃음) 딱히 이지메를 당했다던가 한 건 아니지만, 같은 부의 친한 친구들이 불꽃놀이를 보고 와서 나중에 '아, 요 전에 불꽃놀이 보고 왔어'라고 이야기 해 준 적은 있었네요. 친구들 모두 유카타를 입고 다녀왔다는 것 같은데, 저는 그런 것도 몰랐기에 나중에 '불꽃놀이가 뭐야?'라는 느낌이었어요. (웃음) 뭐, 같이 가자고 했다면 같이 갔겠지만.
- 이노우에 선배님, 부디 쿠보쨩과 함께 불꽃놀이를 보러 가 주세요!
이 : 사실 저도 지금껏 불꽃놀이 보러 간 적 없는데요.
쿠 : 후후후
이 : 제 고향, 예전엔 불꽃놀이를 했었다는 것 같은데, 예~전에 한 번 폭발사고가 나서 산불로 번진 적이 있었다고 하네요.
- 산불이라.
이 : 그래서 그 날 이후로 불꽃놀이 축제자체가 중지되었어요. 물론 다른 동네에서 불꽃놀이 할 때, 먼 발치에서 조그맣게 불꽃이 터지는 걸 본 적은 있지만.
하드럭
- 지금 이야기를 나누면서 두 분의 또 다른 공통점을 발견했어요. 두 분 모두 자학개그를 잘 하신다는 점이에요.
이&쿠 : 후후후
- 예전에 들었던 쿠보상의 자학개그가 걸작이었어요. 딱히 내키지 않았지만 쭈뼛쭈뼛 피자가게에 갔는데 영업시간이 끝나 있었다던가, 규동가게에서 용기를 내어 주문을 했는데 요리가 안 나왔다던가.
이 : 야 그거 대단하네요.
쿠 : 정말로 항상 그런 일들만 일어나요… 한 번은 제 곁에 있던 사람이 전철과 플랫폼 사이에 스마트폰을 떨어뜨린 적이 있거든요. 그거 아마 제가 그 칸에 탔기 때문에 일어 난 일일거예요.
이 : 아니 그거 우연이겠지. (웃음)
- 이노우에상도 의외로 저런 에피소드가 끊이지 않는 타입 아닌가요.
이 : 저는 그냥 단순히 바보라 그래요. 그래서 일상생활에서도 실수만 하는 거겠죠.
- 덤벙대는 거 아닌가요?
이 : 음… 그렇게 귀여운 게 아니란 말이죠. 예를 들어 영화를 보러 가서, 표를 사서 극장에 들어 갔단 말이죠. 그것도 꽤 일찍 들어갔기에 예고편까지 전부 보고, 드디어 본편이 시작되었는데… 총을 든 남성이 빌딩 옥상에서 누군가를 저격해서 죽이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애초에 제가 보러 간 건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정작 흘러나오는 건 꽤나 그로테스크한 외국 영화…
- 얼레? 그림이 아니고 실사였나요? (웃음)
이 : 네. 하지만 '와!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구나! 참신하다!'라고 생각하며 10분 정도 그대로 영화를 봤어요.
- 설마…
이 : 보다 보니 아무래도 다른 작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면서 밖으로 나와 확인 해 보니, 제가 보려 했던 건 옆 상영관이었다는… (웃음)
- 참고로, 보려 했던 영화는 뭐였나요?
이 : 지브리의 '바람 불다'요.
쿠 : 후후후
- 아무리 그래도 분위기가 너무 다르잖아요. (웃음)
이 : 기본적으로 '전쟁' 이야기잖아요. 그래서 그런 식으로 시작되는가보다… 했죠. '지브리는 이번에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구나! 대단해!'라면서.
-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은퇴작품에 그 정도로 실험적인 시도를 할 리가 없잖아요.
쿠 : 그러고 보니 저도 최근에 실수 한 게 있어요.
- 오 쿠보상, 갑자기 불 붙으셨네요.
쿠 : 얼마 전 일인데요, 촬영차 강에 들어 갈 일이 있었는데, '아 물 차가워~'이러면서 천천히 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다가… 그게… 삐끗해서…
- 완전 콰당 하고 넘어 져 버렸나요?
쿠 : 네. 넘어졌어요. 촬영 직전인데 제복은 진흙 투성이지, 머리도 흠뻑 젖어서 엉망이지… 스타일리스트상, 메이크상에게 면목이 없었어요. 정말이지 항상 여러 분들께 폐만 끼치네요.
- 운이 없다 해야 하나…
쿠 : 그게 천성적으로 타고 난 거라서요.
이 : 에? 타고 난 불운이라고? (웃음)
쿠 : 뭘 하건 운이 없었어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어떤 불운이 있었는 지 전부 기억하고 있어요.
- 그렇게 옛날부터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났나요?
쿠 : 네. 유치원 때 소프트블럭(쌓으며 노는 스펀지제 블록) 갖고 놀고 있었는데, 다른 아이가 '그것 좀 빌려줘'라고 해서 '그래, 하지만 부수면 안돼'라고 당부를 했었는데… 완전 산산조각 났었지요… 뭐 그런 식이에요.
- 어릴 때부터 불운의 연속이었군요. (웃음)
백합과 벚꽃
- 아무래도 자학개그 탓인 것 같긴 한데, 아무래도 두 분은 '자기 긍정'이 부족한 느낌이 있어요. 아무리 칭찬을 받아도 '아뇨, 그렇지 않아요'라고 부정하시곤 하고…
쿠 : 저는 아무래도 저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그렇게 말씀 해 주시는데 부정하는 것도 실례되는 일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저도 모르게 부정하게 되곤 해요. 물론 그래선 안된다는 것도 알고는 있지만… 애초에 낯가림도 심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낮기에 항상 '미움 받을 말, 오해 살 말을 한 건 아닐까'하고 전전긍긍하곤 해요.
- 집에 돌아 가, 홀로 반성회를 한다던가 하나요?
쿠 : 네. 항상 집에 가서 '아 더 이상 날 불러주지 않으실 지도 몰라' 라던가, '카메라맨분께서 더 이상 날 찍어주지 않으실지도 몰라' '더 이상 인터뷰에 불러주지 않으실지도 몰라' 같은 생각을 하곤 해요.
- 그럴리가요.
쿠 : 지금까지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사 본 적'이 없었기에…
- 지금은 이렇게 많은 팬분들께서 쿠보상을 '좋아 해' 주고 계신데요.
쿠 :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만, 정말 신기할 따름이예요. '나 같은 걸로 괜찮을까?' 같은 생각은 지금도 해요.
- 이노우에상은 활동을 하다 스스로를 긍정하게 된 타이밍이 있었나요?
이 : 아뇨 아직은… (웃음) 아무래도 저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겠지만요. 그래서 자신만만한 사람을 보면 부러워요.
- 참고로 이노우에상은 스스로를 '색'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색일 것 같나요?
이 : 음… 무슨 색일까요. 좋아하는 색은 흰 색이거든요. 아무래도 이름이 '사유리 (작은 백합)'이다보니. 하지만 파랑과 흰색이 섞인 하늘색이나, 녹색과 흰색이 섞인 연녹색처럼 파스텔톤도 좋아해요. 사복도 그런 색깔 계열이 많고요. 그러다 보니 성격도 이런 걸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 파스텔톤에 어울리는 성격이요?
이 :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색깔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투명한 색은 아니고, 뭔가 다른 색이 섞여 탁한 색이라 해야 하나. 그다지 자기주장은 안 하고 얼버무리지만 자신의 주관은 있는 편이라 해야 할까요.
- 그렇군요. 자신만의 '색'은 확실히 갖고 있지만, 겸허한 느낌의 색조라는 얘기네요.
이 : 네. 하지만 검은색은 아닌 것 같아요. 검은색은 그 무슨 색에도 물들지 않는 고고한 색이잖아요. 저는 그런 사람까지는 아닌지라.
- 쿠보상, 전월호 인터뷰에서 자신을 색깔로 비유한다면 무슨색이냐는 질문에 '회색일지도 모른다'는 말씀을 하셨잖아요.
쿠 : 네. 그것도 엄청 불투명한 회색.
- 사실 그건 어느 정도 자학개그가 섞인 대답이라 생각하는데요, 진정한 자신은 어떤 색이라 생각하시나요? 혹시나 아직도 회색이라 생각하신다면 '되고 싶은' 색은 어떤 색인가요?
쿠 : 정말로 회색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아까 촬영을 할 때 벚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며 생각 한 거네요, 벚꽃잎은 분홍색이지만 어딘가 투명한 담분홍빛이잖아요. 예를 들어 달리아 꽃은 엄청 색이 진한데, 그러다 보니 호불호가 확연히 갈리는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보면 벚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그다지 본 적 없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 하긴, 벚꽃 싫어하는 일본인은 없다 봐도 무방하죠.
쿠 : 그러니까, 가능하다면 저도 벚꽃처럼 색이 옅고, 누가 보더라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색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이렇게 우중충한 회색 성격이지만, 조금이라도 저 자신에게서 인정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나가다 보면 저도 언젠가는 벚꽃 색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그런 사람이 된다면 즐거운 일도 많이 늘어나겠죠? (웃음)
- 두 분께서 앞으로 어떤 색 꽃을 피워 내실 지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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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 feeling
'눈물 흘린 밤'
- 그러고 보니 두 분, 부브카 표지 찍으시는 건 처음이더군요. 의외였어요. 이번 취재에선 두 분의 관계성에 대해 여쭤보고 싶은데요, 서로에 대한 첫인상부터 말씀 해 주시겠어요?
키타노 (이하 '키') : 아스카쨩은 낯가림이 심하다는 이미지가 있을텐데요, 당시엔 아직 어려서 그랬는지 2기생들에게 엄청 적극적으로 다가 와 주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 하긴, 생각 해 보면 1기생 중에 가장 먼저 2기생들과 친해 진 건 아스카상이었던 것 같네요.
키 : 실제로도 그래요. 제일 먼저 솔선해서 2기생들 있는 곳으로 와 주신 건 마나츠상이나 와카상이었지만, 멤버들이 모여 있을 때 먼저 말을 걸어 준 건 아스카쨩이나 마아야상처럼 나이가 비슷한 멤버들이었어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나 할까요. 아, 그리고 그 때 언더멤버들이었던 것도 관계가 있을 지 모르겠네요
아스카 (이하 '아') : 그럴지도 모르겠다. 사실 저는 처음엔 히나코 별로 안 좋아했어요. (웃음)
키 : 에?!?!
- 예상 외의 고백이네요. (쓴웃음) 무슨 뜻인가요?
아 : 밝고 천진난만하고 항상 웃고 있었거든요.
키 : 아니 그런 건 괜찮지 않아?
아 : 후후후후. 물론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쟤랑은 친해지기 힘들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그럼 어떻게 친해지신 거예요?
키 : 3번째 프린시펄이 계기였던 것 같아요. 당시 2기생 중에 정규멤버는 저랑 미오나, 마이츙 셋 뿐이었기에 2기생 중에 프린시펄 전공연에 나갈 수 있었던 것도 저희 셋 뿐이었거든요. 그 때 이름 순서 상 제 바로 다음이 아스카쨩이어서 옆자리에 서게 되는 경우가 많아져서 친해졌어요.
아 : 그 이후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늘었고, 그러면서 히나코의 '밝음'이 제가 싫어하는 종류의 '밝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또, 밝은 부분 뿐 아니라 어두운 부분도 있다는 것 역시 알게 되었고요.
- 아니 어두운 부분이 있는 게 친해지는 필수 조건인가요. (웃음)
아 : 어두운 부분이 없으면 친해지기가 힘들어요. (웃음)
- 키타노상이 밝기는 하지만, 분명 신나서 방방 뜨는 밝음은 아니긴 하죠.
아 : 네. (웃음)
키 : 후후후
- 그 당시와 지금을 비교 해 보면 상대방에 대한 인상이 바뀌었나요?
아 : 네. 상당히 많이 바뀌었어요. 애초에 첫인상 자체가 '잘도 떠드는구나' 정도의 느낌이었기에 (웃음) 그 때랑 비교하면 엄청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어요. 이제 와선 히나코의 블로그 문장 하나 하나, 연락을 주고 받을 때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다 깊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인상도 엄청 좋아졌어요. (웃음)
키 : 후후후. 저 역시 아스카쨩에 대한 이미지가 변했어요. 당시에는 '얘기를 잘 들어주는 선배님'이라는 이미지랄까요. '이 사람에게는 어떤 말이건 털어놓을 수 있다'는 느낌이었거든요. 또, 저희들에게 다가 와 주는 이미지도 강했고요. 좀 시간이 지난 뒤, 스태프 분께서 '그 당시 너 엄청 위태로워보였어. 매사에 혼자 뭔가랑 싸우는 느낌이라 1기생들이 '키타노 괜찮으려나'라고 걱정 많이 했었어. 요즘은 다른 멤버들이랑 사이가 좋아진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말씀 해 주셔서 알게 된 건데요, 당시에 선배님들 사이에서 '키타노 괜찮으려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듣고, 아스카쨩이 의식적으로 제 곁에 다가와 함께 있어 준 것은 아닐까 싶어요. 그도 그럴 게 그 당시에 항상 제 곁에 있어 주었으니까. 언제나 제 말에 맞장구도 잘 쳐 주고 제가 얘기 하기 쉬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어요.
아 : 그런가? 뭐, 애초부터 말하는 것 보단 듣는 걸 좋아하는데 말이야~
키 : 당시엔 지방에 일을 하러 가서 호텔에 묵게 되면 선배들과 함께 묵게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한 번은 아스카쨩이랑 같은 방이 되었는데, 그 날 밤, 밤을 새워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아 : 아, 그런 적도 있었지. 와 추억이다 진짜.
키 : 사실 그 전까지는 일하러 가서 만났을 때 이야기를 나눈 것 정도였기에 깊은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었는데, 한 방에 함께 묵으면서 사적인 이야기도 나누며 거리가 더 가까워졌어요. 그 날, 서로의 과거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우리, 노기자카지?'라는 이야기도 나누면서 더 빠르게 친해지게 되었어요. 나중에는 핸드폰 케이스도 커플 케이스로 맞추고 (웃음). 단순한 '선배님'이 아닌 거죠.
- 아까 아스카상께서 '어두운 부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셨던 건 그 날 알게 되신 건가요?
아 : '어두운 부분'이라고 해야 하나… 사실 예전부터 히나코라 하면 가족들과 사이가 좋다는 이미지가 있었기에 멋대로 '사랑만 받으며 자라 온 아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친해지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던 거고요. 하지만 그 날 밤, 호텔에서 한 방에 묵으며 히나코의 과거 이야기, 가족 이야기 등 깊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대가 생겼던 거죠. 사실 다른 사람 과거 얘기 들으면서 운다거나 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히나코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엄청 울었거든요. 그리고 '난 이 아이의 이런 부분이 좋아'라는 게 확실히 생기고 실감하게 되어 더 친해지게 되었어요.
그 당시 두 사람
-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하거나 하시나요? 너무 신경을 안 써도 된다던가.
아 : 네,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게 비슷한데다가, 활발하게 재잘대는 히나코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식이거든요. '아, 웃고있네. 보기 좋다' 정도의 기분으로 말이죠.
키 : 후후후
아 : 히나코는 붙임성도 좋아서, 저보다 나이가 많지만 뭔가 귀엽다는 느낌이에요.
- 선배지만 나이는 연하, 후배지만 나이는 연상이라는 좀 독특한 두 분의 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작용했다 볼 수도 있겠네요
아 : 그런 점도 있을 거예요. 동기였다면 이 정도로 친해지긴 힘들었을 것 같거든요.
- 두 분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뭐라 하지,신뢰가 간다고 할까, 이 사람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존재라는 점이죠.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매사에 최선을 다 한다는 것도 그렇고. 그런 점 중요하잖아요.
아 : 아… 그런 부분은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히나코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행동하는 아이인데다가, 배려심도 있거든요.
- 키타노상 뿐 아니라 아스카상도 신뢰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는데요.
아 : 설마요.
- 그런 두 분이 서로 신뢰하고 있기에 이토록 거리가 가까워 질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해요.
키 : 하지만 초기에는 서로서로 상대방에게 어느 정도 의존했던 면은 있었어요. 이제 와서는 그렇게 언제나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할 수 있게 되었지만요.
- 그럼 예전에는 '우리 항상 함께 있자'라는 식으로 이야기 하곤 했나요?
아 : 아, 서로 그랬죠. (웃음)
키 : 그런 얘기를 서로서로 하지 않으면 불안했던 거겠죠. 하지만 지금은 막연하긴 하지만 '우린 앞으로도 계속 친하게 지내겠지'라는 믿음이 있어요. 예전에는 둘 다 약했던 것 뿐일지도 모르지만요.
아 : 그랬던 것 같아.
- 예를 들어 아스카상이 키나코상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나요?
아 : 있었지?
키 : 응. 당시만 해도 언더가 지금처럼 일을 활발히 하진 않았으니까.
아 : 그렇지. 뭐, 자신의 상황이나 환경에 대해 둘이서 한탄하곤 했지.
- 그랬던 두 분이 이젠 자립하셨다는 느낌이 강한데요.
아 : 그렇죠.
- 아스카상은 예전보다 부정적인 발언이 주셨고 말이죠.
아 : '맨발로 Summer' 때 가급적 마이너스 발언은 하지 말자고 의식적으로 바꾸었던 게 몸에 익은 뒤로는 그런 게 당연한 게 되었어요.
키 : 저도 '난 2기생이니까 뭘 하건 선배님 다음'이라는 생각이 없어졌어요. 물론 선배님들을 존경하는 것은 변함 없지만, 존경심과 저런 마음은 다른 거니까요. 물론 경험 한 것도, 활동한 기간도 다르지만 이젠 슬슬 같은 시선을 갖고 함께 활동하는 게 맞지 않나 싶거든요.
- 그렇군요. 그럼 상대방의 얼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 : 얼굴이라… 전 히나코 이 좋아해요.
키 : 이? 어… 이런 소리를 들으니 웃을 때 이 내놓고 웃기가 민망해지는데. (쓴웃음)
아 : 후후후. 귀엽잖아. 작은 이가 나란히 줄지어 있는 게 좋아요.
키 : 엄청 자세하게 봤구나.
아 : 웃고 있지 않을 때도 뭔가 조그만 동물 같아서 귀여워요.
키 : '안돼, 기다려'라는 지시를 받고 가만히 있는 강아지 같다던지?
아 : 응. 강아지같아.
- 그럼 키타노상은 어때요?
키 : 아스카는 인형같아요. 예전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귀엽다'는 생각 뿐이에요. 그렇지?
아 : '그렇지?'라니 그거 왜 나한테 물어. (웃음)
키 : 그리고 눈동자도 예뻐요. 아스카 눈동자는 언제나 반짝거리거든요. 미나미쨩도 그렇지만, 노기자카 멤버 전체를 통틀어도 그런 빛나는 눈동자는 그 둘 뿐이거든요. 저 사실 다른 사람 눈동자 들여다 보는 거 좋아하거든요. 아스카쨩이랑 미나미쨩은 빛이 비추지않더라도 언제나 촉촉하고 반짝거리는 눈동자를 갖고 있어요. 부러운 일이죠. 아, 그리고 눈썹도!!
아 : 아, 눈썹 말이지.
키 : 눈썹도 좋아!
아 : 고마워. (웃음)
10년 뒤에도
- 얘기를 좀 바꿔보죠. 두 분은 소위 말하는 '차세대' 멤버잖아요. 하지만 생각 해 보면 두 분 모두 이미 선발에서 활약 중이시니 어찌 보자면 차세대라기 보다는 이미 제 일선에 서 계시다는 이미지가 있단 말입니다. 두 분은 자신들이 '차세대'라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 :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게 솔직한 마음일 것 같아요. 아니, 오히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아니라고 하죠. 딱히 마이너스가 될 얘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플러스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런 키워드가 없으면 안 되는 건가' 싶은 정도?
키 : 오히려 저는 그런 얘기 거의 안 듣는걸요. (웃음)
- 그래요? 하지만 굳이 나눈다면 차세대 쪽 아닌가요?
키 : 일단 2기생인데다가, 미오나 다음으로 선발에 든 데다가, 미오나가 차세대라 불리니 저도 덩달아 차세대로 분류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고, 저 역시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활동하고 있긴 하지만요. 정작 버스데이라이브를 보러 왔던 저희 오빠는 제게 '넌 차세대 멤버가 아니구나'라고 한 마디 하던걸요.
- 본인도 신경쓰고 있는 걸 무신경하게 질러버린 건가요.
키 : 그렇죠. 그래서 오빠랑 싸웠다 해야 하나… 제가 울어버렸어요. 사실 그 때 아스카, 미나미, 미오나가 'Threefold choice'를 부르기 전에 VTR이 나왔었거든요? 그 때 미오나가 '언제까지고 차세대란 말을 듣기는 싫어요. 저희는 차세대가 아니라 그룹의 '현재'이고 싶습니다'라고 이야기 했었어요. 그 말을 듣고 보니 분명 그 세 사람은 2년 전까지는 '차세대'라 불릴 입장이었지만, 이젠 '차세대'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힘 내서 그룹을 이끌어 가야 할 존재로 성장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뒤부터 라이브 내내 그 말이 머릿속에 남아서 괴로웠지요. 그런데 그걸 그렇게…
- 그렇군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분명 아스카상은 지금 그룹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멤버라는 인상이 강하죠.
아 : 에이 설마요 전혀 안 그래요.
- 본인은 그런 인식이 없나봐요?
아 : 없어요. 없어.
- 하지만 그룹을 견인하는 멤버 중 하나라는 점은 분명한데요
아 : 전혀 그렇지 않아요. (쓴웃음) 그런 자신감은 지금부터 붙여 가야죠
- 그렇군요. 자 그럼 다음 질문입니다. 사적으로 밥을 먹으러 간다던가 하시나요?
아 : 최근엔 좀처럼 못 가지만 예전에는 꽤 자주 갔어요.
키 : 가게에 들어 가서 아스카가 재미있는 표정을 지으면 그걸 왼 쪽에서 한 장, 오른 쪽에서 한 장씩 사진을 찍는 거예요. 사실 아스카쨩은 평소엔 항상 귀엽지만 때때로 방심했을 때 엄청 재미있는 표정을 짓곤 하거든요. 하지만 그런 거, 다른 사람들은 몰라요. 아마도 히나코 정도 빼 놓으면 아는 사람 거의 없을걸요.
아 : 응. 히나코에게만 보여주는 거니까. 당시엔 둘이 있으면 언제나 웃었지.
- 그런 관계, 두 분이 그룹을 졸업하더라도 변치 않을 것 같나요?
키 : 그룹을 졸업해서 좀처럼 연락하기가 힘들어지더라도 비밀이 생기면 언제건 서로에게 알려 줄 거라 생각해요. 1년동안이나 연락을 안 하다 어느 날 갑자기 '아, 그러고보니 이거 비밀인데…'라고 말을 걸 수 있는 사이라 생각해요.
아 : 응. 그럴 거 같아. (웃음)
키 : 아스카쨩에겐 언제나 전부 이야기 해 버리니까요. 제 얘기를 들어 줬으면 하거든요.
아 : 예전에는 진짜 기분 나쁠 정도로 언제나 딱 붙어 다녔어요. 하지만 요즘은 예전처럼 '함께 있지 않으면 불안하다'같은 생각은 안 들기에 예전만큼 붙어 지내지는 않지만, 때때로 불현듯 '아, 이 얘기 히나코에게 해 주면 좋아하겠다'나 '히나코는 어떻게 생각할까?' 같은 생각이 들곤 해요. 아마 앞으로도 그런 거리감을 갖고 함께 할 것 같아요… 아, 갑자기 부끄러워 지네요. (쓴웃음)
- 사실 사이 좋은 사람이랑 함께 인터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것이긴 해요. 그럼 마지막 질문입니다. 상대방의 미래는 어떨 것 같아요? 누가 먼저 결혼 할 것 같다던지.
키 : 히나코가 먼저 할 걸요.
아 : 히나코는 언제까지고 집에서 가족들이랑 함께 지낼 것 같아요. 그거 생각하면 결혼 하긴 할까? 아빠가 슬퍼하실 것 같은데.
키 : 후후후. 아스카는 앞으로도 계속 연예계에 있을 것 같아요. 연예계가 아스카를 원할 거라 생각하거든요.
아 : 그럴리가. 과연 어떠려나.
- 그럼 자신의 미래는 어떨 것 같나요?
키 :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결혼은 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을 것 같네요.
아 : 저는 흐름에 몸을 맡기는 타입이라, 어떻게 흘러 갈 지 상상도 안 되네요… 아,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영국 같은 데가 좋겠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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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우리가 만들어 가는 노기자카46의 미래
여러 통과의례를 거치면서 점점 믿음직스럽게 성장한 3기생들. 4월에 들어 와서는 처음으로 전국 악수회에도 참가하게 되었고, 닛테레 계열에서 방영하는 'NOGIBINGO!8'를 통해 레귤러 방송 출연도 하는 등,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그런 와중에 5월 9일부터 14일에 걸쳐 '3기생 단독 라이브'도 개최가 결정 되었다. 장소는 프린시펄을 통해 자신들을 갈고 닦은 추억의 장소, AiiA 2.5 Theater Tokyo. 매일매일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는 그녀들이 언젠간 1기생, 2기생들과 나란히 걷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점은 틀림 없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활동 상황이나 성장 스피드를 감안 해 볼 때, 그 날은 그리 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마저도 생긴다.
우메자와 "부도칸, FNS, 프린시펄, 오리지널곡과 그 MV… 매번 뭔가 한 가지를 끝내면 곧바로 새로운 과제가 주어지기에 멤버들의 마음이 해이해지지 않고 이대로 계속 하나로 뭉쳐서 성장 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주어지는 시련들을 하나씩 하나씩 극복 해 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요다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더라면 학교에 가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사랑을 하거나 하는 것이 당연한 시기겠습니다만, 그런 '당연함'들을 버리고 들어 올만큼의 가치가 있는 세계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최선을 다 해 활동 할 생각입니다."
야마시타 "지금은 이렇게 3기생들에게 주목 해 주시고, 좋게 평가 해 주고 계시지만 사실 저희는 아직 그런 주변의 기대를 충족시켜 드릴만한 상황은 아니라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기대를 뛰어넘을 수 있을만큼 더욱더 힘을 길러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선발 멤버에도 뽑히지 못 할 거라 생각하고, 더 위로는 절대 올라가지 못할 거라 생각하거든요. 최종적으로 선배님들 그리고 팬분들께서 '3기생들이 있다면 노기자카의 미래가 밝아'라고 인정 해 주실 수 있을 만큼 노기자카라는 그룹에 공언 할 수 있는 멤버가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노기자카에 모든 것을 건다는 선택 역시 헛된 것이 아니게 되겠고요."
오오조노 "사실 생각 해 보면 노기자카에 모든 것을 걸고 가겠다는 결의를 한 기억이 없더라고요. 그저 눈 앞에 닥친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결 해 나가는 것만으로도 필사적이었거든요. 솔직히 제가 잠정 센터에 뽑힌 것도 아직까지 의미를 모르겠고, 납득도 되지 않습니다. 오디션에 합격 한 그 날 밤에도 '아 이거 어쩌지'라고 당혹감에 울었을 정도예요. 사실 아직도 제가 가운데 서 있다는 데에 대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더욱 더 실력을 길러 나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곳에 서 있는 이유에 대해 우선 저 스스로가 납득하고 싶고, 주변 사람들 역시 납득시켜드리고 싶어요. 사실 아직은 노래를 하고 싶다던가 춤을 추고 싶다던가 하는 생각 보다는 이 그룹에 들어 와 다정하고 좋은 사람들과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것이 기쁩니다. 그렇기에 제가 이 그룹을 '그만 둔다'면 더이상그 사람들과 만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아깝고 싫어요. 어쩌면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이유라는 건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쿠보 "굉장히 네거티브한성격이라 다른 아이들이 촬영이라던가 인터뷰라던가 일을 하는 가운데 저만 일이 없을 땐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요. 그 정도로 금세 상처받고 신경 쓰는 타입입니다만, 지금은 조금 바뀌었습니다. 요즘은 믿고 부를 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하여,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 미래를 염두에 두고 행동을 하고 있어요. 저의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건 결국 저 자신이고, 미래의 자신을 만드는 힌트는 결국 지금 저 자신에게 있다고 보거든요. 그렇게 보면 지금은 다른 멤버들과 차이가 있을 지 몰라도 지금 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 하면 된다고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일개 팬에 불과했던 소녀들이 갑작스레 1만명 이상의 관객 앞에 선다는 경험을 통해 결국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진정한 의미의 '프로'가 된 지금, 3기생들의 미래는 결단코 어둡지 않으리라. 아니, 3기생들이 노기자카의 미래를 밝히는 밝은 등불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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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선배들과 함께 하는 무대에서 오오조노가 일으킨 기적
서로가서로를 지탱하며 성장 해 온 계기를 제공 해 준 '3명의 프린시펄' 시기를 거치며 3기생들은 진정한 '노기자카46의 일원'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노기자카46의 일원'이 되기 위한 시련은 남아있었다. 그 시련은 프린시펄이 끝난 지 불과 1주일만에 벌어진 일련의 일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우메자와 "프린시펄이 끝나자마자 '3번째 바람' 녹음과 MV촬영이 시작되었어요. 게다가 버스데이 라이브때 외워야 할 안무가 6곡이나 늘어났는데, 버스데이라이브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1주일 남짓이었지요. 솔직히 어떻게 이걸 해 내야 할 지 엄두도 나지 않을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었어요."
쿠보 "리허설 때마다 울었어요. 그리고 아직 우리들은 한참 멀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선배님들은 백수십곡이나 되는 곡들을 저렇게 해 내시는데 우리는 대체 이 정도 갖고 뭘 하는 걸까 싶었지요 버스데이 라이브는 제게 있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준 가장 큰 계기였어요."
그리고 2월 20일이 밝았다. 20일부터 22일에 걸쳐 사이타마 수퍼아리나에서 열린 '노기자카46 5th BIRTHDAY LIVE'가 시작 된 것이다. 3기생들은 21일, 22일 공연에 출연하여 풋풋한 퍼포먼스로 관객들을 열광케했다. 그 자리에 있던 3만 수천명 중 3기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3명의 프린시펄'을 보러 갔던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 터임에도 회장은 3기생들을 밝게 환영해 주었다.
야마시타 "지금까지 살아 온 가운데 가장 많이 긴장한 날이었어요. 이전까지는 전부 3기생들끼리만 참가하는 이벤트가 중심이었는데, 버스데이 라이브는 사실상 선배님들의 무대에 저희가서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엄청 부담이 되었거든요. 하지만 선배님들도, 팬분들도 너무 다정하게 맞아주셨고, 저희들 역시 프린시펄을 거치면서 자신들이 성장했다는 확신을 갖고 임했기에 부담감에 짓눌리지 않고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오조노 "프린시펄을 경험 하면서 이전까지 약했던 부분이 조금은 나아졌던 것 같아요. 어느 정도는 긴장감에도 견딜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아, 비록 버스데이 라이브 때 저는 잘 해내지 못 했지만요. (웃음) 역시 초조해하면 머릿속이 혼란해져요"
오오조노가 이야기하는 '초조함'은 본무대에서의 일이 아니라 22일 공연 더블 앵콜로 갑작스레 결정 된 '걸즈룰' 무대 때 있었던 이야기. 더블 앵콜이라는 특수성도 있고, 마지막 곡이라는 점도 있어 정해진 포메이션, 장소에서 춤을 추는 게 아니라 회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퍼포먼스를 하라는 지시가 이어 모니터를 통해 각 멤버들에게 전해졌었다.
오오조노 "리허설 때도해보지 않은 일을 갑작스레 하게 되었거든요. 이어 모니터를 통해 '자, 전원 힘껏 달리면서 객석 분위기를 띄우도록'이라는 지시가 나오길래 '에? 뭘 어떻게 하라는거지? 뭐 어떻게 분위기를 띄우라는 거야?' 라고 초조해지더니 머릿 속이 혼란해져서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더라고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 사이엔가 옆에 시라이시상이 서 계셨어요."
스테이지 위에서 어찌 할 줄을 모르고 허둥대다 울음을 터뜨려버린 오오조노를 보고 살며시 다가가 웃으면서 허리를 감싸 안아준 사람, 바로 시라이시 마이였다. 그리고 그런 두사람의 모습이 대형 스크린에 비추어 진 순간, 객석에서는 큰 환성소리가 울려퍼져 회장 안을 가득 메웠다. 어쩌면 이런 점이 오오조노가 갖고 있는 천성적인 '스타성'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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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드디어 맞이한 마지막 공연. 둘만의 세계
지금까지 여러 멤버들의 증언을 통해 프린시펄을 되돌아 보았다. 그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멤버를 이야기 하자면 두 명의 멤버를 뽑을 수 있다. 이번 '3명의 프린시펄'공연을 실질적으로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두 멤버, 쿠보와 야마시타이다. 첫 공연 때부터 2막 멤버로 뽑힌 것을 시작으로 총 15공연 중 쿠보는 11번, 야마시타는 10번이나 2막에 진출했던 것이다. 두 사람 모두 1막이 시작 될 때에는 특유의 네거티브한 모습을 보이며 불안을 느끼게 하기도 하였지만, 연기심사가 시작되면 마치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 된것 처럼 당당하게 자신만의 연기를 보여주며 입후보한 역을 손에 넣곤 했다. 그것도 분명 연기 경험이 없었던 그녀들은 공연이 진행되면 될 수록 깊고 섬세한 연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하였다. 그런 두 사람의 강점은 무엇이었는 지 도쿠오씨에게 여쭈어 보았다.
도쿠오 "제일 핵심적인 건 아무래도 그 둘이 엄청나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는 거겠죠. 사실 그 둘이 자주 뽑히다 보니 일부 관객들은 다른 아이들의 연기를 보겠다고 일부러 그 둘을 배제하기도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면에서 압도적인 차를 보여주며 그런 역경을 뛰어 넘었습니다. 사실 쿠보같은 경우에는 워낙에 네거티브한 아이다보니 무대 뒤에선 연신 '아, 이 이상은 무리예요. 오늘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라고 자신 없이 이야기 하곤 했거든요. 자주 '저는 주역이 아니예요'라고 이야기 하지만 그런 자신 없는 부분이 오히려 '캄파넬라'역에는 절묘하게 딱 맞았던 것이지요. 캄파넬라라는 역 자체가 매우 평범하고 감정기복이 적은 역이다 보니 오히려 연기하기가 어려운 역할입니다만, 오히려 그런 면이 쿠보에게 딱 맞았던 것 같아요."
사실 쿠보 본인도 프린시펄 기간 내내 '저는 네거티브합니다'라고 이야기 해 왔다. 평소에는 조용하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주의깊게 듣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가 작다. 하지만 이번 프린시펄에서는 그녀의 그런 네거티브한 면이 순간 사라져 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기에 집중했던 것이다.
쿠보 "몇 번이고 보러 와 주시는 분도 계실 거라 생각했기에 같은 역을 하더라도 조금씩 연기를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2막 멤버에 선택을 받건 받지 않건간에 매 공연때마다 스스로에 대한 과제를 늘려 가는 게 맞는 거라 생각했고, 그런 과제들은 전부 클리어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뿐만 아니다. 쿠보는 1막의 자기 PR때도 독특한 개성을 충분히 발휘하였다. 매일 다른 내용으로 관객들에게 자신을 어필하며, 마지막에는 지금까지 선보인 내용들을 하나로 묶어 또 다른 하나의 스토리를 만드는 등, 번뜩이는 재치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도쿠오 "쿠보는 기본적으로 한 번 한 건 두 번 다시 하지 않고, 매일 뭔가 한 가지 이상 어레인지를 더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아이였습니다. 그에 대해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도 하는 아이이기에 보다 보면 노력을 많이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요."
쿠보 "뭔가 떠올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인지라, 공연이 시작되기 3주 전부터 무엇을 할 지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아이디어를 흡수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기에 그만큼 남들보다 더 필사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한 사람 몫도 못 하거든요…"
확실히 쿠보라 하면 매사에 진지하게 임하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리고 그런 면은 다른 멤버들의 증언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이토 "쿠보쨩은 아무래도 진지하고 성실하다는 이미지가 강해요. 프린시펄 연습때도 제일 많이 메모를 했고요. 저는 메모를 해서 외우기 보다는 그 때 그 때 들은 것을 감각으로 기억하는 타입이다 보니 그런 쿠보쨩의 모습을 보며 진짜 존경스러웠어요."
나카무라 "쿠보쨩은 언제나 펜과 노트를 갖고 다니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금방 그에 대해 메모를 해요. 그 뿐만 아니라 조금만 여유가 생겨도 혼자 연습을 하는, 그룹 내에서도 가장 노력하는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쿠보조차도 2월 7일, 8일 공연에서는 이틀 연속으로 2막 진출에 실패했다.
도쿠오 "그 날, 엄청 우는 모습을 보며 '쿠보, 엄청나게 우는구나'라고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쿠보 "제가 하고 싶었던 역할에 도전해서 이틀 연속으로 낙선하였지요. 그 때가 가장 고민했던 때예요. 하지만 도쿠오상께서 '쿠보, 너는 지금까지 여러번 2막에 나갔잖니. 그만큼 관객분들의 기대치가 높아진 거야. 그러니까 관객분들의 기대를 좋은 의미로 멋지게 배신하지 않으면 안 돼'라고 말씀 해 주셨어요. 그 덕분에 '그래 더욱 더 임팩트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자기 PR에 더욱 더 힘을 쏟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결과, 9일 공연 때는 첫 공연때와 같은 배역에 도전해서 2막에 나아갈 수 있었지요. 그것도 이틀동안 못 나가다가 다시 출연 한 것이기에 절대로 첫 날 공연때보다 좋은 연기를 보여야 하겠다고 마음 먹고 연기를 했습니다."
한편 야마시타는 도쿠오씨의 평가를 빌자면 '여러 번 2막에 진출한 멤버들 가운데선 가장 기가 약해보였다'고.
도쿠오 "야마시타 본인은 그렇게 센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자신을 좋게… 아, 물론 거짓말을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반쯤은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이 '나는 정말로 2막에 서고 싶어'라고 다짐을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야마시타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거든요. 단순히 '저 아이에게 지는 건 싫어'나 '이기지 못하는 게 싫어' 같은 감정이 아니라 선택을 받지 못 하면 스스로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만 같아서 그런 자신에게 화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2막에 서지 못 했던 날은 언제나 대기실에서 울곤 했어요."
사실 야마시타 역시 두 공연(=하루) 연속으로 2막 무대에 서지 못 한 적이 두 번이나 있었다. 2월 5일, 그리고 2월 11일의 일이었다.
야마시타 "2막에 나가는 날이건 못 나가는 날이건 집에서 필사적으로 연습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어요. 거의 잠도 안 자고 대사를 외웠는데도 2막에 나가지 못 한다는 점에 갈등했지요. '아무래도 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힘이 없나봐'라는 생각이 들거나 '내 장점은 뭘까?'라는 생각이 들어 정말 분하고 힘들었어요. '이 이상 뭘 어쩌라는거지?'라는 갈등을 오랫동안 한 뒤 내린 결론은 '다음 공연때 2막에 못 나간다면 죽겠다는 각오로 무대에 임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신이 나가 버린 건 아닐까싶어요. 그 당시에는 (웃음)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무대에 임했던 덕분에 그 다음부터는 어느 정도 스스로도 납득 할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연기나 춤 같은 데 익숙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해지고 싶다는 열망은 강한 편입니다. 하지만 저 말고도 잘 하는 아이들은 잔뜩 있는데다가, 아무리 연습해도 완벽이라는 두 글자랑은 거리가 멀어서.. 그 상황이 정말 싫었어요. 그렇기에 '근성으로 극복해야지'라고도 생각했지만, 그런 건 솔직히 노기자카의 팬분들도, 그리고 그런 팬 중 한 사람인 제 입장에서 봐도 '노기자카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기자카라는 그룹은 오히려 투명하고 청초한 '아가씨' 이미지가 강하기에, 매사에 열정과 근성으로 극복하려 하는 저라는 존재는 이 그룹의 컬러에 안맞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야마시타가 간과하고 있던 것이 있다. 과거 노기자카의 선배들 역시 야마시타 본인과 같은 고민에 괴로워하고, 야마시타가 내린 결론과 마찬가지로 '근성'과 '열정'으로 헤치고 나와 지금 이 자리에 도달했다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야마시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노기자카다움'을 계승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2막에 가장 많이 선 쿠보와 야마시타. 그 둘에게는 자신들밖에 이해하지 못 할 고민도 있었다.
도쿠오 "모든 멤버들이 연기 초심자에서 시작했음에도 성장 스피드도 빠르고 의외로 레벨도 높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극이 시작되고 1주일 정도 지난 뒤, 쿠보와 야마시타는 여러 차례 2막에 나선 탓인지 관객들에게 어필할 거리가 없어 져 고민하기 시작했지요. 그런 모습을 보고 그 둘에게는 일부러 엄하게 지적을 했어요. 그 둘이 여기서 만족해버리지 말고 더 먼 곳을 보아주었으면 했거든요. 사실 2막에 나갈 지 못 나갈지도 모르는 리허설 상황에서 둘을 불러서 '너희가 2막에 나갈 지 못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할 말이 있다. 다음번에 죠반니 연기를 할 거면 이 부분은 이렇게 해'라는 식으로 지적을 했어요. 솔직히 말해서 마지막 공연때는 아마도 야마시타가 죠반니, 쿠보가 캄파넬라를 할 거라고 예상을 했었기에 공연 내내 그런 식으로 단련을 시켰던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그 둘은 앞으로 3기생들을 짊어 질 인재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각기 다른 장점을 발휘하며 '3기생의 대표'라 부릴 수 있을 정도로 활약한 쿠보와 야마시타. 정작 본인들은 라이벌이라고도, 친구라고도 할 수 있는 서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쿠보 "저는 아무리 노력해도 미쨩에겐 못 이길 것 같은 부분이 있거든요. 아이돌다우면서도 매사 똑부러지게 해 내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제나 필사적으로 미쨩의 등을 쫓아 가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겠지요. 저 스스로가 더욱 더 열심히 노력 하는 수 밖에요."
야마시타 "쿠보쨩은 저보다 두살이나 어린데도 저도 생각치 못 했던 것들을 생각 해 낼정도로 의식이 높은 아이입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지라 저는 쫓아 갈 수도 없어요. 저는 노래도 못 하고 춤도 못 추는데다가 연기도 그다지… 그렇기에 쿠보쨩처럼 노래, 춤, 연기 모든면을 잘 해 낼 수 있도록 열의를 담아 노력을 해 나가는 것입니다. 오히려 쿠보쨩이 지금처럼 완벽하지 않았다면 저 역시 지금처럼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는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프린시펄 때 마지막 공연 전날인 토요일 공연 때 한 번도 2막에 나가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공연날도 '아마 오늘도 못 나가겠지'라고 낙담하고 있으려니 쿠보쨩이 제게 와서 '오늘 미쨩이 어떤 역에 입후보할지는 모르겠지만, 첫 날 공연에서 함께 봤던 그 광경을 오늘 다시 한 번 함께 봤으면 좋겠어. 오늘도 둘이 함께 2막 무대에 섰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 해 주었어요. 그 얘기를 듣고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2막에 서야겠다'고 생각해게 되었습니다.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어요. 이전까지는 '이렇게나 열심히 했고, 누구보다도 노력했으니까 꼭 서야만 해'라는 느낌이었다면, 이 때는 '연기 자체를 즐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쿠보쨩 덕분에 한 층 더 성장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정말로 최고로 멋진 마지막 공연을 할 수 있었어요."
쿠보 "프린시펄 기간 내내 서로 절차탁마한 사이이기도 하고, 2막에 함께 선 횟수가가장 많은 것도 미쨩이었으니까요. 미쨩이 어떤 역에 입후보 할 지는 전혀 몰랐지만, 마음 속 한 편으로는 '미쨩은 심지가 굳은 아이니까 분명 죠반니에 입후보하겠지'라고 확신 했었거든요. 그리고 미쨩이 자신의 죠반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캄파넬라가 저라고 생각 해 주기를 바라기도 했고요. 그렇기에 '같은 광경을 함께 보고 싶다'고 이야기 했던 거예요. 하지만 제 말에 미쨩의 마음이 편해졌다니… 정말 기쁜 일이네요."
쿠보의 존재가 야마시타의 열정에 불을 붙이고, 야마시타의 존재가 쿠보를 지탱 해 주었던 것이다. 노기자카라는 그룹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만날 일도 없었을 두 소녀가 어느 사이엔가 서로에게 있어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흥미를 보이는 멤버도 나타났다. 무카이였다.
무카이 "요 전에 유리카모메(일본의 모노레일)에 탔거든요? 타고 가는 도중에 스카이트리와 도쿄타워가 한 번에 보이는 장소를 지나갔어요. 각도 때문인지 두 타워간의 거리감도 딱 좋았고요. 그걸 보면서 '야 저가 왠지 미즈키랑 시오리의 관계 같네'라고 생각했지요. (웃음)"
단순하게 '라이벌'이라는 단어로 정리 해 버리기보다는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전우'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는 두 소녀. 어느 한 쪽인 상대방을 타도하겠다는 의욕에 불타는 것만이 아니라, 서로서로 절차탁마 할 수 있는 좋은관계를 구축하고 함께 성장 해 가는 것이 바로 쿠보와 야마시타 두 소녀의 관계가 아닐까. 프린시펄 기간동안 두 소녀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런 확신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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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 번도 서지 못 한 2막 무대. 하지만…
감투상은 거의 독식을 했지만 그럼에도 2막에 진출한 것은 겨우 두 번 뿐인 무카이의 케이스처럼, 모든 멤버들에게 균등하게 2막 진출의 기회가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사토는 공연이 막바지에 다다러서야 제 2막에 처음으로 진출 할 수 있었다.
사토 "일상생활에서도 반응이 어색하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인지라, 연기는 더더욱 어색했을 것 같아요. 그러다가 공연 중반때쯤부터 하즈키랑 함께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무대를 이용해서 실전 연습을 하였어요. 그 덕분에 전력으로 연기를 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비록 배역에 뽑히지 않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충실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조금이나마 성장 한 것 같아요."
도쿠오 "사토의 장점, 재미있는 점은 사실 금세 알기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연습이 시작되고 1주일 정도 지난 뒤에 보니 엄청 재미있는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사토는 머리가 참 좋은데다가 말도 조리있게 잘 하는 아이지요. 무엇보다도 큰 건 노력가라는 점이고요. 매번 자기PR때마다 보는 사람들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다양한 이야기를 준비 했지요. 그런 노력이 보는 사람들 사이에 침투하고 평가를 받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11일째 밤 공연에서 사토가 2막 멤버로 뽑혔을 땐 보고 있는 저 역시 눈물이 나더군요."
그런 가운데 프린시펄이 끝나도록 단 한 번도 2막 무대에 서지 못했던 멤버가 있었다. 요시다 아야노 크리스티였다. 일반적으로 생각 해 보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분했으리라.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이에 대해 의외의 답변을 했다.
요시다 "물론 연습을 한 달 넘게 했으니, 한 번 정도는 뽑혀서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어요. 하지만 뭐랄까요… 당연히 분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즐거웠어요. 결과발표가 끝나고 대기실에 돌아가면 처음엔 물론 의기소침해지지만 금세 기운을 차리고 간식거리에 달려들곤 했어요. (웃음) 사실 2막 무대가 끝난 뒤에 열리는 미니라이브가 정말로 즐거웠기에 그 라이브를 매일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다 잊고 즐길 수 있었어요."
나카무라 역시 프린시펄에 대해 이렇게 회고한다.
나카무라 "처음엔 솔직히 2막에 뽑히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었지만, 프린시펄이 끝난 지금 생각 해 보면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는 것을 잘 알것 같아요. 저는 총 4번 2막에 섰는데요, 몇 번 2막에 섰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2막에 서기 위하여 어떻게 할 것인가, 남들과는 차별되는 자신만의 장점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점, 그런 점을 생각 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거든요."
'잠정 센터'로 일찌기 기대를 모았던 오오조노 역시 제 2막에 진출하는 데 있어 곤란을 겪었다.
도쿠오 "오오조노 같은 경우는 2막 연기 자체는 잘 했었는데, 정작 1막에서 고전을 했지요. 사실 오오조노는 의지도 강하고 중심도 딱 잡혀 있는 아이인데, 긴장을 하면 금세 주눅 들어버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언젠가 한 번은 개연 30분 전까지만 해도 '오늘은 자기 PR 잘 될 것 같아!'라고 활짝 웃고 있었는데 정작 개연 5분 전쯤에 준비했던 내용이 쿠보랑 겹친다는 걸 알고는 '아 끝났다~'라고 울어버린 적도 있어요. (웃음) 그런 어딘지 모르게 위태위태 해 보이는 모습은 아직 데뷔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오오조노의 그런 면이 언제까지고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생각 해 보면 오오조노는 첫 공연때도 무대에 서자마자 눈물을 흘렸고, 자기 PR를 스무스하게 하지 못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정작 '연기'가 시작되면 분위기가 180도달라지곤 하는 것이었다. 이런 점은 '배우로서의 소질'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오오조노 "뭐가 정답인지 알 수 없었기어 그냥 평범하게 했어요. 그 덕분인지 어느 날 스태프분께서 '가장 자연스러웠고, 가장 역할에 이입했다'고 말씀 해 주셨는데 그 말이 정말 기뻤어요. 하지만 2막에 진출하지 못하는 건 싫었어요 뭐라 하죠. 벽과 벽 사이에 갖혀서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곳에 있는 느낌이었죠. (웃음) 하지만 온 몸이 아플 정도로 벽 사이에 갖혀있다 보면 오히려 '적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그런 오오조노가 한 말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고 하는 도쿠오씨. 그것은 제 1막 연기심사때 오오조노가 한 말로, 다른 멤버들이 '이 역에 목숨을 걸고 있다'고 열의를 어필 하는 데 대해 오오조노가 의문을 갖고 한 말이었다.
도쿠오 "오오조노가 갑자기 이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물론 저도 2막에 나가고 싶어요. 하지만 이 역은 다른 사람에겐 양보하지 않겠다던가, 목숨을 걸겠다던가 하는 말은 못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잘못 된 걸까요?'라고."
오오조노 "다들 '저는 진지합니다. 목숨을 걸고 연기하고 있어요'라고 하는데… 어떻게 '목숨을 건다'는 거지? 만약 2막에 나가지 못하면 목숨이 없어지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그만큼 진지하게, 강하게 그 역을 원한다는 얘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그렇게 이야기 하면 거짓말 하는 게 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저 역시 최선을 다 하고는 있지만… 그 정도로 강하게 어필은 못 하겠더라고요."
물론 다른 멤버들의 결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잘못하면 그렇게 오해를 살 수 있음에도 솔직하게 표현하는 부분이 오오조노의 매력이자 재능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그녀는 스스로의 생각을 굽히거나 타협하지 않은 채 15번의 프린시펄 공연을 끝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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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신을 마주보게 된 시련의 나날
본격적으로 무대 연습이 시작된 것은 2017년 1월 6일부터였다. 첫 공연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타이밍이었던 것이다. 이번 '프린시펄'은 2012년 9월에 상연된 '16명의 프린시펄' 첫 공연때 열렸던 '1막 자기소개'를 기초로 하여 2013년 5~6월에 열린 '16명의 프린시펄deux', 2014년 5월에 열린 '16명의 프린시펄 trois'에서 호평을 받았던 즉흥극, 연기심사를 어우른 공연이었다. 다시 말 해, 1기생, 2기생들과 차별되는 3기생들만의 특징, 다시 말 해 '수가 적다'는 이점을 살려 3기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감, 매력을 어필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 된 공연이었던 것이다.
또한 2막에서는 미야자와 겐지의 명작소설을 노기자카식으로 어레인지한 '은하철도의 밤'을 상연하였다. 제 1막에서 멤버들이 각각 죠반니, 캄파넬라, 사소리(전갈) 역에 입후보 하고, 막간 휴식시간에 관객들의 투표를 걸쳐 각 배역과 2막 출연 멤버가 정해지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2막이 끝난 뒤에는 2막에 등장하지 않은 멤버들을 포함한 3기생 전원이 등장하여 스페셜 라이브를 열었다. 대략적인 구성면에서는 지금까지의 '프린시펄'들을 답습한 형태였으나, 지난 3번에 걸친 경험을 살려, 보는 맛이 있는 무대가 완성되었던 것이다.
2015년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 '슬픔을 참는법'을 통해 3기생 멤버들은 이미 '프린시펄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미타테회 회장에서 '프린시펄' 개최 소식을 들은 멤버들 중 대다수는 동요를 숨기지 못했다.
요시다 "영화에 나오는 선배님들이 힘들어서 우시거나, 서로 의견 대립을 하시거나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거든요. 이제 갓 결성된 저희들이 그런 무대를 해야 한다는 건 너무 이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3명의 프린시펄'의 각본 및 연출을 담당한 도쿠오 코지씨는 첫 연습날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도쿠오 "처음 만났을 때, 오오조노와 무카이가 울고 있더군요. 그 곁에 있던 야마시타는 그 둘을 보며 '왜 우는거야?'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어요. 그 광경은 잊혀지지가 않네요."
이와모토 "도쿠오상은 재미있고 좋은 분이셨어요. 첫 연습때는 누구 하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거든요. 그랬더니 '무대 위에서 대사를 말하려면 우선 부끄럽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라고 말씀 해 주시더라고요. 그 덕분에 저희도 성장 할 수 있었고, 부끄러움도 사라졌어요."
연습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첫 공연날이 다가오면서 점점 부담감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녀들이 외워야 하는 것은 '연극 대사' 뿐만이 아니었다. 연극 무대가 끝난 뒤 3막 때 열리는 미니라이브를 대비하여, 지금까지 외운 '생명은 아름다워', '맨발로 Summer', '걸즈 룰'에 더해 '이리 와 샴푸', '구루구루 커튼', '달려라! Bicycle'도 새롭게 마스터해야만 했던 것이다. 이미 소녀들의 육처적, 정신적 피로는 극한까지 몰려 있었다.
그리고 2월 2일, '3명의 프린시펄' 첫 공연의 막이 올랐다. 첫 날, 2막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야마시티 (죠반니), 쿠보 (캄파넬라), 사카구치 타마미 (사소리)였다. 사카구치는 이 날, 사소리역에 지원한 유일한 참가자였기에 일정부분 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런 운은 이 날 하루뿐이었다. 두 번째 공연부터 사카구치는 3번 연속 캄파넬라에 도전하였지만 전부 낙선, 그리고 그 이후로는 계속 사소리역에 입후보 하였지만 쉽사리 2막에 출연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사카구치는 '첫 날 2막에 나간 건 운만이 아니야'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 했지만, 결과는 생각처럼 쉽게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카구치 "당시에는 정말 그냐야 집으로 돌아 가 버릴까 고민했었어요. (웃음)"
하지만 2월 9일, 10번째 공연 때 그런 그녀에게 반전의 계기가 찾아왔다. 그녀가 연기 심사에서 혼신이 담긴 사소리 연기를 보여주며 필사적으로 어필을 한 뒤, 마지막으로 '아, 참고로 저 전갈(사소리)자리예요'라는 한 마디를 남긴 그 순간, 회장의 분위기가 확 변해, 염원하던 '사소리'역을 따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사카구치 "정말 별 생각 없이 한 말이었거든요."
도쿠오 "정말 인상깊은 공연이었어요. 객석이고 무대고 긴장감이 팽배한 가운데 갑자기 '참고로 저는 전갈자리예요'라는 한 마디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지요. 사실 그 날은 자기PR 자체도 굉장히 잘 했어요. 정말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죠."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데 익숙치 않은 요다 역시 첫 3공연동안 고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4일째 밤공연 때 처음으로 캄파넬라역에 뽑인 그녀는 이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크게 변할 수 있었다.
요다 "첫 3공연동안 엄청 고전했기에 어찌 해야 할 지 감을 잡을 수 없었어요. 회장에 가는 것이 무서울 정도였지요. 저보다 연기 잘하는 애들도 많고… 무대에 서고는 싶지만 긴장도 되고, 많은 아이들과 경쟁해서 무대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큰 일인지도 알 수 있을것 같았고요. 게다가 자기 PR때도 제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는 게 무서웠어요. 하지만 처음으로 이름이 불린 날, 사실 저를 응원하러 친구 두 명이 일부러 후쿠오카에서 와 주었었거든요. 그런 중요한 때에 주연인 죠반니를 연기 할 수 있었어요. 그 때 처음으로 '2막에 더 많이 나가고 싶어'라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도쿠오 "프린시펄이라는 공연은 열정적으로 어필 하는 아이가 지지를 받기 쉽지요. 그렇게 보면 요다는 그런 면과는 거리가 있고 드라이 해 보이기 쉬워요. 실제로 본인 역시 스스로가 의욕 없어 보이는 건 아닐까 민감하게 신경을 쓰고, 적극적으로 1인 만담 같은 것도 하며 사실 적극적인 아이라는 걸 어필 해 왔어요. 그렇기에 그런 요다에게 '지금 보면 너 자기 PR 끝나면 '감사합니다'라 얘기 한 뒤 바로 몸을 돌려서 퇴장하는데 말이야, 인사를 끝낸 뒤에도 1초라도 더 몸을 무대 위에 남기고, 객석을 향해 어필하는 것도 중요해'라고 이야기를 해 줬어요. 그 조언이 조금은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요?"
무카이는 전 15공연중 '감투상'을 10회 획득한다는 위업을 달성했다. 매 회 자기 PR 때마다 보는 사람들을 미소짓게 하는 개그 포인트를 집어 넣었다. 그녀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순식간에 회장 내의 분위기가 밝아지는 것이 느껴 질 정도로, 3기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무드메이커격인 존재이다.
사카구치 "무카이는 그냥 걷고있는 것 만으로도 재미있고, 그 자리에 있는 것 만으로도 웃음짓게 해 주는 아이입니다."
이와모토 "취미도 독특하고 신고 오는 양말도 초밥 무늬처럼 독특한 게 많아요. (웃음)"
그렇게 '재미있는' 멤버인 무카이 역시 무대 위에서 연기 심사를 받을 땐 분위기가 일변, 다이나믹한 움직임으로 보는 이를 매료하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무카이 "매일매일 인상을 남기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생각했어요. 그 결과, 자기PR은 매번 다른 것으로 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그렇게 했더니 좋게 평가 해 주신 것 같습니다. 사실 연기 자체는 그렇게 잘 하는 게 아니니까 모자란 부분은 박력으로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지요. 그랬더니… 어느 사이엔가 여기 저기 멍이 들어 있더라고요. (웃음)"
다이나믹함 안에 섬세한 감정표현이 살아 있는 것 역시 무카이의 매력이다.
도쿠오 "사실 잘 모르고 보면 까불까불거리는 것 처럼도 보이지만, 실제로는 함께 공연했던 다카하시 히로오상이나 사카이 토시야상이 '무카이가 연기하는 죠반니는 사람 감정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어'라고 말씀하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감투상'을 열 번이나 받았음에도 2막에 진출했던 것은 불과 2번에 불과했다.
무카이 "감투상에 뽑아 주신 건 정말 기뻤습니다만, 감투상에는 뽑히고 2막에는 떨어지는 일이 여러 번 이어지다 보니 '왜 감투상에는 뽑아주시면서 배역에는 뽑아주질 않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어 괴롭기도 했어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배역은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감투상만은 양보하고 싶지 않아!'라 생각하게 되었지요. 그 때부터 마음이 편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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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지막 스키야키, 하나가 된 그날 밤
1만명이 넘는 팬들을 앞에 두고 자기소개, 라이브 퍼포먼스를 펼친 뒤, 처음으로 악수회를 체험하게 된 3기생. 부도칸 공연 레슨을 계기로 지방 출신 멤버들 중 대부분이 도쿄로 이사를 오기도 하는 등,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부모와 헤어져 홀로 상경한다는 것은 중, 고등학생들에게 있어 크나큰 결심이었다. 특히 지금껏 삶을 함께 해 오던 가족, 친구들과의 이별은 아직 어린 소녀들에게 있어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요다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엄청 친했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이 환송회를 세 번이나 열어주었어요 첫 번째 환송회는 친한 여자아이들이랑 라운드원(※일본의 복합 레저시설) 에 가서 가라오케에서 울면서 '여행을 떠나는 날에(※카와시마 아이의 노래. 일본에서 손에 꼽히는 졸업송이며 교과서에도 실린 명곡)'를 불렀지요. (웃음) 두 번째 환송회는 학교에서 열렸는데,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을 활용해서 열어 주셨어요. 그 때는 노기자카의 '슬픔을 잊는 법'을 배경음악으로 깔고 친구들이 편지를 읽어주었지요. 그걸 들으며 또 한 번 울었어요. 마지막으론 다 함께 고기를 먹으러 갔어요. 거기서 다 저에게 '힘 내'라면서 큰 봉지가 가득 찰 정도로 과자를 싸 줬지요. 그래서 '이거 다 못 먹어'라고 이야기 하면서도 받아 와선 도쿄까지 가져 왔어요. 사실 아직도 다 못 먹었답니다. (웃음)"
오오조노 "도쿄로 떠나기 전날 밤, 할머니 댁에 다 같이 모여서 스키야키를 만들어 먹었어요. 초등학교때 친구부터 저에게 오디션을 추천해 주었던 선배까지 해서 20명 정도가 모여주었는데, 각자 '열심히 하라'며 선물까지 준비 해 주었어요. 그 덕분인지 그래도 조금은 마음 편하게 떠나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챠쨩(어머니)은 엄청 우셨어요. 아빠는 '잘 다녀와라. 만약 돈 떨어지면 할아버지한테 용돈 보내달라 그러고!'라고 농담 하시더라고요. (웃음) 아, 잠깐만… 스키야키가 아니라 샤부샤부였던가?"
각자 큰 각오를 하고 임한 도쿄에서의 새로운 생활은 지금껏 익숙했던 고향에서의 생활과는 크게다른 것이었다.
이토 "오키나와에 있을 땐 매일 바다에서 산책을 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는데, 도쿄에선 매일같이 일을 하거나 레슨을 하거나 하는 등, 주변 환경이 180도 달라졌어요. 그런 변화에 쫓아 가는 것 만으로도 벅찼습니다. 그리고 느낀 게 하나 있는데, 도쿄 사람들 걷는 속도가 엄청 빠르다는 거였어요!"
오오조노 "모두들 가고시마 사람들보다 야무져보이긴 했지만… 동시에 다들 기가 세 보여서 무서웠어요."
각자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란 12명의 소녀들이 도쿄에 모여. 노기자카라는 그룹으로서 생활을 시작했다. 그 날부터 그녀들의 '아직 명확하지 않은 거대한 꿈'을 막연히 쫓아가는 나날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3기생들의 결속력을 끈끈하게 만들어 준 큰 사건이 일어났다. 그것은 12월 14일에 방영된 'FNS가요제' 때의 일이었다.
나카무라 "리허설때 히라가나케야키46분들과 함께 리허설을 하게 되었어요. 히라가나케야키46 분들을 보니 인사도 예의 바르게 잘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저희 3기생들은 뭘 해도 허둥대고 야무지지 못해서 이코마 선배님께 '인사랑 예의는 중요하다'고 주의를 들었을 정도였지요."
존경하는 선배에게 주의를 들었던 것 때문일까, 3기생들은 자체적으로 모여 긴급 회의를 열었다.
사토 "'오늘 히라가나케야키분들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어? 느낀 점을 차례대로 얘기 해 보자'라는 얘기로 시작해서, 마지막에는 '왜 노기자카에 들어 왔는지, 뭘 이루고 싶은지'라는 얘기까지 하게 되었어요."
요다 "미즈키가 '우리들이 여기 모인건 일을 하러 모인거지, 학교 친구들이 아니니까 해야 할 땐 제대로 하자'고 하더라고요."
쿠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눈물이 났어요. 결국 모두들 울면서 이야기를 했지요. 그리고 '여기서 이렇게 이야기만 해 봤자 아무런 결론이 안 나니까 레슨룸 열어달라 해서 연습 하자'는 의견이 나와서 그렇게 했지요. 그 때부터 모두 하나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 날 그 대화에서 멤버들을 하나로 규합했던 멤버는 3기생들 사이에서 '리더격 존재'로 불리는 우메자와 미나미였다. 멤버들 중에서 최연장자도 아닌 우메자와가 리더격 존재가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여기에는 그녀 나름의 '노기자카에 강한 의지'가 반영 된 것이었다.
우메자와 "남들에게 미움받는 것을 겁낸다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다가, 12명이나 되는 멤버들 중 한 명 정도는 미움 받는 것을 겁내지 않는 사람이 있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노기자카를 위해서도 3기생 중 한 명 정도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최종심사가 끝난 지 3개월여가 지나, 처음으로 '동료'가 될 수 있었던 3기생들. 이렇게
서로서로 굳게 단결한 그녀들은 '격동의 2016년'을 지나 '시련과 비약의 2017년'을 맞이하였다. 그리고 그런 그녀들에게 2017년 첫 시련이 닥쳤다. 2월
2일부터 12일에 걸쳐 개최 된 '3명의 프린시펄' 이었다. 그녀들은 노기자카46 멤버들의 '통과의례'로도 불리는 무대 위에서 자신들의 전력을 선보이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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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건 현실? 아니면 꿈? '부도칸'에서 맞이한 첫 무대
합격을 하긴 했지만 한동안은 토, 일요일에만 도쿄에 모여 오리엔테이션과 레슨을 받는 생활이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배인 노기자카 1, 2기생들과 만나는 날이 왔다.
11월 어느 날, '노기자카 공사중' 녹화 도중의 일이었다.
요다 "TV에서만 봤던 분들이었기에… 정말 이세상 사람들이구나… 라고 느꼈어요."
쿠보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고 눈물이 날 것만 같았어요. 진짜 압도되었어요."
나카무라 "하시모토상이랑 스쳐지나갔는데… 엄청났어요… 뭐라하지… 박력이 진짜…"
오오조노 "엄청나다던가 그런 감정은 별로 없었어요. 쭉 늘어서서 자기소개를 해야 했거든요. 다른 멤버들은 예전부터 동경 해 오던 선배들을 만나는 거였기에 긴장했던 것 같은데, 저는 동경이라기 보다는 긴장감이 너무 컸거든요."
많은 멤버들이 '긴장했다'던가 '압도되었다'는 감상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정말 독특한 감상을 이야기 하는 멤버도 있었다.
야마시타 "나도 언젠간 저 곁에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자신이 없어지더라고요. 이전까지는 3기생들끼리 레슨을 받았었기 때문에 다들 선배님들을 따라잡으려 노력했었는데, 정작 선배님들 앞에 서고 보니, 서 있는 장소가 완전히 다르다는 게 절절히 느껴지더라고요.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한들 이 차이는 메울 수 없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많은 3기생들이 노기자카의 팬이었기에 자신들의 동경의 대상이었던 '선배들'을 만나 기쁨과 충족감을 느꼈지만, 야마시타만은 벌써 '이젠 같은 그룹의 멤버이니까 이 이상 팬과 아이돌 관계여서는 곤란하다'는 현실을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야마시타는 '선배들과 자신들간의 현격한 차이'에 경악을 감추지 못했던 것이다.
야마시타 "물론 좋아하던 노기자카에 들어 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 데 대한 기쁨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만큼 성장하는 스피드도 높여 가야하고, 선배님들을 쫓아 가야만한다는 불안감도 있었지요. 레슨 자체는 즐거웠고, 3기생들끼리 있는 것도 즐거웠지만 현실적으로 봐서 저희 12명이 다 똑같이 인기를 얻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이대로 별 생각 없이 레슨을 받고 시키는 일을 하는 것 만으로도 괜찮은건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야마시타는 항상 '선배들과 자신간의 거리', 그리고 '자신과 노기자카46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멤버이다. 그런 면에서 생각 해 보자면 야마시타는 다른 동기들에 비해 한 발 먼저 '선배들'에게 근접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서서히 3기생들과 선배 멤버들이 함께 일을 하게 되는 경우도 늘어났다. 선배들을 보며 자극을 받으며 3기생들 안에서 서서히 프로의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나카무라 "선배님들을 보면 언제나 웃고 계시고, 아무리 피곤해도 티를 내지 않으시더라고요. 이쿠타 에리카상이나 아키모토 마나츠상 같은 경우엔 언제 만나뵈어도 생글생글 웃고 계시고, 에너지가 엄청나셔요. 그 모습을 보며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 먹게돼요."
쿠보 "제가 결의를 다지게 된 것은 역시 선배님들을 처음 만나 뵌 때였던 것 같아요. 노기자카의 일원으로서,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서는 안된다는 의지가 더욱 더 굳어졌지요."
잡지 등 미디어 노출이 급증하기 시작 했을 때 있었던 일이다. 톱 아이돌 그룹이 오랜만에 뽑은 신멤버라는것 만으로도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 건 당연지사. 3기생 멤버들에겐그런 주변의 기대와 주목이 너무나도 큰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런 주변의 기대감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보여 주는 뉴스가 그녀들의 앞에 닥쳐들었다.
3기생을 팬들에게 소개하는 피로연이 결정 된 것이었다. 날짜는 12월 10일, 장소는 무려 일본 부도칸. 그것도 선발 멤버들과 언더 멤버들이 연달아 4일간 공연을 한 뒤 그 기세를 몰아 피로연을 연다는 이야기였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결정, 그리고 너무나도 큰 무대에 서게 되었다는 중압감에 놀라움을 숨기지 못하는 멤버들도 있었다.
요다 "애초에 학교에서 하는 합창 콩쿨에도 나가기 싫어했고, 금방 긴장 해 버리는 인간인데, 첫 이벤트였던 오미타테회는 너무나도 차원이 달랐어요. 그러다보니 오히려 현실감이 없었네요."
오오조노 "사실 가고시마에선 라이브가 거의 안 열리거든요. 그렇기에 라이브를 보러 간 적 자체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공포밖에 느껴지지 않았어요."
아무리 멤버들이 긴장하고 놀랐다해도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3기생들은 눈 앞으로 다가온 오미타테회에 대비하여 밤낮없이 연습에 매진했다.
사토 "노기자카에 들어오기 전에도 집에서 TV를 보며 춤을 따라 추곤 했어요. 그렇기에 관객분들께 보여드리기 위하여 본격적으로 연습을 한다던가, 안무를 제대로 배운다던가 하는 게 개인적으로는 즐거웠어요."
3기생들이 이 날 선보이는 것은 단순한 '피로연'뿐만이 아니었다. 짧게나마 라이브 퍼포먼스도 선보여야만 했던 것이다. 3기생들이 이 날 선보이게된 곡들은 노기자카곡 중 손꼽히는 고난이도 댄스넘버 '생명은 아름다워', 2016년 여름을 상징하는 명곡 '맨발로 Summer', 노기자카의 라이브 때 마다 분위기를 띄워주는 대표곡 '걸즈 룰' 세 곡이었다. 각각 곡의 센터에 선 것은 오오조노, 요다, 야마시타 셋이었다.
오오조노 "그저 하라고 하는 걸 하고, 배운 걸 필사적으로 연습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하려 하면 제대로 되질 않더라고요. 언젠가 한 번은 숙소로 혼자 울면서 숙소로 돌아갔던 적이 있어요. 연습을 하다 마음대로 되지 않아 반쯤 자포자기해서 제일 먼저 레슨장을 빠져나와서 울면서 숙소로 뛰어가려니 갑자기 비가 오더라고요. 비를 맞으며 울면서 홀로 숙소로 돌아간다는 거, 정말 최악이잖아요. 괜시리 막 서러워져서 선배님한테 전화해서 '저 가고시마 돌아가고 싶거든요!'라고 이야기 했어요."
3기생들은 오미타테회에 앞서 같은 무대에서 열린 선배들의 라이브를 견학하였다. 그리고 그 '견학'을 통해 한층 더 큰 부담을 느끼게 되었다.
쿠보 "라이브가 시작되기 1분쯤 전에 회장에 들어갔는데, 라이브가 시작되기도 전에 펑펑 울어버렸어요. 지금까지는 객석에서 바라보는 입장이었다면 앞으로는 저희가 '바라 봐 지는' 대상이된다는 거잖아요. 그것도 이토록 많은 관객들 앞에서 공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저는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카이 "저는 오미타테회 때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로 했는데요, 선배님들 라이브를 보러 갔을 때, 마츠무라상께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저 자리에서 저렇게 기타를 쳐야 되는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내가 대체 뭘 하려는건지 겁이 났어요. 그것도 스크린에 비춰진 마츠무라상이 엄청 손을 떨고 계셔서 '이렇게 오랫동안 큰 무대에 선 분도 저렇게 떨고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부담감이 엄청나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찾아온 오미타테회 당일. 12명의 3기생들이 팬들 앞에 서게 된 것이다.
쿠보 "처음으로 노기자카46 엠블럼이 들어 간 제복을 입고 나니 '와! 노기자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말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한 명씩 한 명씩 무대 위에 서는 3기생. 이토 리리아를 필두로 50음도 순으로 무대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4번째 타자인 오오조노, 5번째 타자인 쿠보는 빠르게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1만명 이상이나 되는 관객들을 앞에 두고 무대 위에 섰다는 것을 감안하면 눈물이 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니라. 무대위에 선 멤버들의 앞에 펼쳐진 것, 그것은 지금껏 상상조차하지 못했던 광경이었다.
오오조노 "이렇게까지 긴장 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 했어요. (웃음) 태어나서 살아가면서 왜 이렇게까지 긴장을 해야 하는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지요. 더 편하고 즐겁게 사는 방법도 있을텐데… 그리고 팬분들의 콜?이라 하나요? 거기에 깜짝 놀랐어요. (웃음)"
요다 "지금 생각 해 보면 후쿠오카에서 평범하게 학교를다니던 시절의 저와 지금의 저는 같은 사람 같지가 않아요. 뭐라 하죠 신기한 느낌이랄까… 이젠 오히려 후쿠오카에서의 생활이
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니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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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전설이 될 이야기'
~노기자카46 3기생 12명의 신생 다큐멘터리~
1. 오디션장에 나타난 '노기자카를 모르던 소녀'
2016년 2월 20일에서 22일 새벽에 걸쳐 방송된 인터넷 방송 '노기자카46 4th Anniversary 노기자카 46시간 TV' 방송. 그 방송 도중에 갑작스레 발표 된 소식이 있었다. '노기자카46 3기생 오디션'개최 소식이었다. 노기자카46가 신멤버를 모집하는 것은 2013년 봄에 있었던 2기생 오디션 이후 3년만의 일이었다. 그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노기자카46은 인기, 지명도, 판매량 모두 급상승하여 명실상부 '톱 아이돌'로서의 지위를 확립했다.
그런 타이밍에 실시 된 신멤버 모집이었기에 3기생 오디션에 모여 든 응모자수는 무려 48,986명에 달했다. 과거 최다 응모자였다. 그리고 그 오디션에 응모한 응모자들 중 대다수는 단순히 '아이돌이 되고 싶'어서가 아닌 '노기자카가 좋아'서 오디션에 응모했던 것이다. 이미 '여성들의 동경의 대상'으로 성장 해 버린 노기자카의 위치를 생각 해 보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그 중에는 다른 참가자들과는 다른 아우라를 뿜어내는 소녀도 있었다. 열도의 남서단 가고시마현, 그 중에서도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라 극히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소녀… 바로 오오조노 모모코였다.
오오조노 "엄청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어요. 세상에서 제일 평범하고 제일 정상적이었다 할까요? 노기자카라는 그룹 역시 몰랐어요. 제 주변 사람들은알고 있었던 것 같지만."
노기자카라는 그룹의 존재 자체도 모른 채 살아왔던 그녀가 3기생 오디션에 참가하게 된 것은 무슨 연유일까. 그 계기는 다름아닌 '친한 사람과 나누었던 별 특별할 것 없는 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오오조노 "항상 공부를 가르쳐 주셨던 선배님께서 노기자카 팬이셨거든요. 어느 날 제게 '모모코쨩, 부탁 할 게 있는데. 노기자카에서 지금 3기생을 모집하거든? 한 번 응모 해 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네! 그럴게요!'라고 대답 했어요. 하지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진도 보내지 않았었지요. 선배님께서 매일 '사진 보냈어?'라고 물어보셔서 '아직 안 보냈어요'라고 대답했더니 '곧 마감이니까 빨리 해!'라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결국 그 말에 못 이겨서 집 현관에서 급히 사진을 찍어 보냈지요."
그런 오오조노와는 정반대로 노기자카의 팬이었던 쿠보 시오리는 미야기현에서 평범한 학창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쿠보 "어릴때부터 친구들이랑 놀기보다는 집에서 '고양이의 보은'을 보는 편이었어요. 눈에 띄는 타입도 아니었고. 초등학교 저학년때만해도 리더라던지 그런 걸 하고 싶어하는 아이였지만,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가급적 눈에 띄지 않도록 숨어 살아왔지요. 초등학교 6학년 때 노기자카라는 그룹을 알게 되고 난 뒤로부터 쭉 팬이었고, 아이돌이라는 일에 대해서도 동경을 갖게 되었어요. 사실 케야키자카46 오디션도 받았었는데, 떨어졌어요. 3기생 오디션에 응모 한것은 그룹의 분위기, 의상, 곡 등등 모든 면에서 노기자카라는 그룹이 좋고, 노기자카와 관계 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에요."
어릴 때 부터 아이돌 팬이었던 야마시타 미즈키 역시 노기자카에 흥미를 갖고 오디션에 응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야마시타 "초등학교 3학년 때쯤부터 아이돌을 좋아했어요. 저랑 크게 나이 차이도 안 나는 사람들이 저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해보였지요. 그 때부터 동영상을 찾아보며 관심을 키워왔어요. 그 당시에도 혼자 아키하바라나 나카노 브로드웨이 같은 곳에 가서 생사진을 교환하거나 했어요. (웃음) 특히 노기자카는 초창기 방송부터 챙겨 봤었는데 다른 아이돌들이랑은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고 생각 했어요. 싱글이 나올 때마다 노기자카 특유의 컬러가 강해져 가는 게 느껴졌지요. 아이돌 팬이었던 제 입장에서 보자면 '노기자카라는 그룹이 점점 노기자카만의 컬러로 물들어 가는 과정이 정말 아이돌다웠다'고 이야기 할 수 있겠네요."
그런 야마시타 역시 무언가에 이끌리듯 오디션을 받기로 마음먹게 된 것이었다.
야마시타 "사실 처음엔 오디션을 받을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의 인생을 되돌아 봤을 때 납득이 가지 않더라고요. 항상 스스로의 약한 부분을 피해만 왔던 것은 아닐까, 슬슬 변해야 할 때가 아닐까, 지금 변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고 이렇게 한심하게 살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기에다 노기자카라는 그룹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그룹이기도 하고… '이 곳이라면 나도 열심히 해 나갈 수 있을 지 몰라', '노기자카에서라면 약산 자신을 피하지 않고 더욱 더 강해 질 수 있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했지요. 그렇기에 이 오디션에 도박을 걸어보자고 마음 먹게 되었습니다."
응모자 전원이 각각 저마다의 사연을 마음에 담고 3기생 오디션에 임했다. 2차심사는 각 지방에서 이루어졌지만 3차 심사부터는 도쿄에서 실시되었다. 그리고 오오조노 역시 그런 기묘한 흐름을 타고 1차, 2차 오디션을 돌파하고 도쿄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오조노 "1차심사 합격 통지가 왔었는데, 신문 사이에 끼워 져 있어서 가족중 아무도 눈치 채질 못했어요. (웃음) 부모님이 신문을 치우려다가 발견하셨지요. 합격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제게 오디션을 추천 해 주신 선배님께 '선배님 어떻게 하죠? 저 혼자서 2차 심사 가는 건 무리니까 함께 가 주세요.'라고 이야기 했더니 오디션이 끝나고 함께 노는 조건으로 같이 와 주셨지요. 그 뒤에 2차심사에 합격하고 3차 심사 참가 연락이 왔는데, 회장이 도쿄라 해서 안 갈 생각이었어요. 사실 그 때 까지 도쿄에 가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랬더니 선배님이 '아니 기껏 붙었는데 가 봐. 끝나고 도쿄에서 노는 것도 좋잖아'라고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웃음) 때마침 3차 심사가 토요일이었기에 부모님이랑 일요일에 도쿄 여행 계획을 세웠어요. 떨어질거라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3차심사에서 붙어버린 거지요. 3차 심사에 붙어서 어차피 일요일에 도쿄에서 노는 건 물 건너 간 상황에서 4차심사에서 떨어 져 버리면 이도저도 아니게 되기에 그 때부터 '떨어지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미있는 점은 3기생 전원이 '내가 합격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이야기 한다는 점이다. 다들 '나 빼고 다른 애들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그것은 그녀들 중 대다수가 이미 노기자카의 팬이었기에 주변 참가자들을 보며 압도되었기 때문이었다.
무카이 "오디션 대기시간동안 연신 두리번두리번거렸어요. '아 여기서 미래의 노기자카 멤버들을 만날 수 있겠다'라 생각했거든요. (웃음) 2차 심사때였나 3차 심사때였나… 제 맞은편에 미즈키가 앉아 있었거든요? 그 때 미즈키의 눈빛이 엄청났었기에 '쟤 지금 뭐 보는거지?'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 해 보면 제가 들고 있던 주먹밥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쿠보 "솔직히 계속 '나 언제 떨어지지…'라는 생각만 했어요. 그래서 매 심사에 임할 때 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니까 이 자리의 공기라도 잔뜩 마시고 가자' 싶어서 심호흡을 했어요. (웃음)"
그리고 2016년 9월 4일. 최종심사에 진출했던 12명의 응모자들이 전원 합격하여 노기자카 3기생이 되었다. 합격발표 직후에 있었던 기자회견, 무수히 터지는 플레쉬 세례를 받으며 긴장감을 숨기지 못하는 소녀들. 그 소녀들의 인생은 단 하루만에 극적으로 변해버렸던 것이다.
이와모토 "전원 합격했다는 말을 듣고 다들 깜짝 놀란 얼굴로 울거나 했었지만, 저는 상황이 바로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합격'이라는 소리를 들은 그 순간부터 노기자카의 멤버가 된다는 건데, 사실 딱히 실감이 나지 않았거든요."
쿠보 "가끔 '플레쉬가 격렬하게 터지니까 주의하세요'라는 말을 듣는데,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싶었어요. 정말 깜짝 놀랐지요."
요다 "지금까지 엄청 좁은 세계에서 살아왔기에, 전국에 제 얼굴이 공개된다는 거…. 분명 저는 저인데 제가 아닌 것 같았어요. '얘 누구야!' 랄까요. (웃음) 정말 신기한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잠정 센터' 역시 정해졌다. 3기생의 잠정 센터로 뽑힌 것은 오디션에서도 생각 한 대로 대답하지 못 해 자기도 모르게 울음을 터뜨려 임팩트를 남긴 오오조노였다.
야마시타 "최종심사때 모모쨩 옆자리였거든요.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아… 죽고싶다… 이 이상은 무리야… 가고시마로 돌아갈래…'같은 말을 하길래 뭔가 재미있었어요. (웃음) 이렇게나 네거티브한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리고나서 오디션 내내 둘이서 이야기를 했어요. 모모쨩은 오디션때부터 완전히 울보 캐릭터가 정착 됐기에 '얘는 무조건 붙겠네'라고 생각했어요. 귀엽지, 재미있지, 게다가 아우라도 있으니까요. 대화를 하다 보면 평범하고 착한 아이, 싹싹한 아이라는 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모모쨩은 제가 지금까지 생각 해 왔던 '응원해 주고 싶은 아이돌' 그 자체였어요. 제게 없는 것을 잔뜻 갖고 있는 사람이고요. 만약 제가 오디션에서 떨어졌다면 모모쨩 오시가 됐을 거예요."
오오조노는 최종심사가 끝난 뒤에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엉뚱하게 대답을 하는 등,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며기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본인은 그 날에 대해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오오조노 "오디션 당시의 일 조차도 엄청 당황했었다는 기억 말고는 기억에 없어요. 나중에 영상을 보고 나서야 '내가 이랬구나'라고 알게 되었죠."
12명의 소녀들은 이렇게 '동경 해 왔던' 노기자카46의 일원이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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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 DIMENSIONS
1. 패션
평소 입는 옷들은 심플한 편이에요. 여성스러운 복장도 좋아하긴 하지만, 음… 역시 아무래도 심플한 옷들을 고르게 되더라고요. 노기자카46에 들어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당시에는 원피스만 입었었는데, 사실 그 땐 '여자아이라면 역시 원피스를 입어야지'라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여자아이'가 아닌 '여성'이 되었기에 원피스 이외의 옷들을 입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쇼핑은 그다지 자주 가지 않고 대부분 통신판매를 이용해요. 분명 4개월 전쯤에 쇼핑을 갔었던 것 같은데 어딜 갔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 (웃음) 최근 들어서는 잡지를 보다 '이 신발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서 쇼핑하러 나갔어요. 물론 찾던 구두만 빨리 사고 돌아왔지만. 우후후
아, 그런데 옷은 잡지를 참고하거나 하지 않아요. '똑같은 옷을 사야지'라는 생각은 잘 안하잖아요. 잡지보다는 이동중에 차창 밖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런 옷도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면 집에 가서 통판쪽을 뒤져서 사곤 해요.
옷을 고를 때 주의하는 것은 '화려한 포인트를 주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전신 검정색 옷을 입는다 해도 한 포인트는 반짝이는 소재를 쓴다던지. 가을 겨울에는 와인레드나 보르도 (※진한 자주색) 같은 적색계열 옷을 자주 입었는데, 지금은 조금 질려서 핑크색이 마음에 들어요. 제 마음 속은 벌써 봄이 시작 된 거죠!
2. 메이크업
화장 자체는 노기자카에 들어 온 뒤에야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최근 들어서는 메이크업 해 주시는 분께서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칭찬을 듣곤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예전 화장과 지금 화장 차이를 잘 모르겠는데 말이죠. 후후후. 노기자카46는 자기가 알아서 화장을 하는 멤버와 전문가에게 맡기는 멤버로 나뉘는데, 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거의 제가 하는 편이거든요. 제 차례가 올 때 까지 기다리는 게 싫어서. (웃음)
그 때 그 때 마다 화장하는 방법이 바뀌곤 해요. 어떤 때는 펄을 엄청 발라댔던 적도 있고, 화장 자체를 옅게 해서 내추럴 메이크를 했던 적도 있고요. 요즘은 화장을 짙게 하는 게 좋아요. 사실 다른 연예인분들의 화장 방식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아리무라 카스미쨩을 보고 영향을 받아 한 때는 마스카라도 거의 바르지 않고 내추럴 메이크를 했었어요. 요즘 화장을 짙게 하는 건 SHN48분들을 보고 귀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SHN? 오타?)
지난 1월에 한국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때 본 한국 여성분들이 예뻐보여서 한 때는 빨간 립스틱을 자주 사용했었고, 2월부터는 SHN48분들을 보고 '귀엽다'고 느꼈기에 화장도 영향을 받았지요. 기왕 여자로 태어났으니 화장도 다양하게 도전 해 보고 싶었고요.
한국에서 산 메이크업 베이스는 지금도 잘 쓰고 있어요. 3 CONCEPT EYES라는 쁘띠프라(※petit price. 저렴한 가격에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가진 중저가브랜드) 화장품인데요, 여러분께도 추천 해 드리고 싶을 정도예요.
3. CANCAM
'CANCAM'의 전속모델이 된 지 2년이 되었습니다만, 지금도 현장에선 여러 모로 고전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리 촬영을 해도 쉽사리 익숙해지지가 않는달까요. 비유하자면 배우들도 그럴 것 같아요. 연기란 건 정답이 없는 거잖아요. 모델 역시 그런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럿이서 함께 촬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 때마다 다른 모델분들이 촬영하시는 걸 보며 '대단하다'고 감탄하곤 해요. 다들 촬영에 임할 때 표정이 정말 자연스럽고, 즐거워 보이거든요. 저는 아무리 촬영을 많이 해도 그렇게는 못 할 것 같을 정도예요.
머릿 속으로는 '이렇게 해야지'라고 마음 먹고 촬영에 임하는데, 결과물을 보면 제가 상상했던 것이랑은 전혀 달라요. 물론 제가 제대로 못 하는 게 문제겠지만… 그래도 '정답'이 뭔지를 모르겠어요. 다른 모델분들이 찍은 사진을 보면서 '와… 엄청나다'라고 감탄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지 감이 안 잡혀요. 음… 힘드네요.
하지만 CANCAM의 촬영현장은 언제나 즐겁답니다. 노기자카 멤버들과는 다른 '걸즈 토크'를 할 수 있기도 하고, 밥도 맛있고 말이죠. (웃음) 악수회 때 'CANCAM을 보고 왔다'고 하시는 여성 팬분들이 늘어난 것도 기뻐요. 기본적으로 귀여운 여자아이들을 좋아하기에.
4. 3기생
이토 리리아 : '세 사람의 프린시펄'을 보고 이토상의 팬이 되었다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기에, 대체 이 아이는 어떤 연기를 했을까 궁금해졌어요. 분명 오키나와 출신이었죠? 아직 어린데도 오키나와에서 도쿄로 상경하였으니 분명 힘든 일도 많겠지만, 즐거운 인생이 기다릴 것이라 생각해요. 리리아쨩은 청초한 원피스보다 멋진 팬츠스타일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이와모토 렌카 : 분명 최연소, 13살이었죠? 얼굴 생김이 어른스러워서 그런지 좋은 의미로 '최연소 멤버로는 보이지 않'더라고요. 잘 모르니까 외모랑 이미지만으로 망상을 좀 해 보자면… 땅부자… 아! 땅부잣집 아가씨 같은 느낌이 있어요. 뭐랄까, 좋은 집안 따님같은 분위기가 엄청나거든요. 자기 명의 땅에서 조랑말을 키울 것 같은 느낌… 그렇게 생각하면 땅부잣집 따님이니 기모노가 잘 어울릴 것 같네요.
우메자와 미나미 : 멤버들이 '마이츙이랑 닮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가? 사실 이 아이가 최연장자인 줄 알았어요. 분위기만 갖고 망상을 좀 해 보자면 여고에 다닐 것 같은 이미지네요. 쉬는 시간이나 방과후에도 같은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 같아요. 카페에 가는 걸 좋아하고, 라멘은 안 먹을 것 같고. 뭐, 제 망상일 뿐이지만요. 왠지 라이브에 가는 걸 좋아 할 것 같으니, 어울릴 것 같은 복장은 아티스트의 굿즈로 나온 T셔츠!!
오오조노 모모코 : 이코마쨩이랑 닮았다는 느낌이 들어요. 버스데이 라이브때 백스테이지에서 울고 있길래 '왜 그러니?'라고 말을 걸었었거든요? 그 때 나눈 대화가 정말 '이코마쨩이랑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오오조노상은 핑크색 꽃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벚꽃이라던가… 아, 모모코쨩이니까 복숭아꽃이라 해야 하려나. (웃음)
쿠보 시오리 : 마이마이와 비슷한 타입, 그러니까 씹으면 씹을수록 감칠맛이 나는 '오징어'같은 타입이 아닐까 싶어요. 조금씩 조금씩 매력을 발산해서 어느 사이엔가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될 것 같아요. 아, 그리고 피부가 희고 몰캉몰캉할 것 같은 이미지도 있네요! 쿠보쨩은 하늘하늘한 원피스계열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사카구치 타마미 : 3기생 중에 가장 아이돌그럽고, 팬분들께서 좋아하실 것 같은 아이에요. 미오나나 (HKT의) 사쿠라땅 계통이라 해야 할까요. '왕도' 아이돌 페이스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은 아직 어린 티가 많이 나지만, 점점 어른스러워 보이게 될 것 같고요. 이 아이한테는 엄청 여성스러운 옷을 입혀보고 싶어요. 프릴 스커트 사이로 언뜻 보이는 가느다란 다리라던가… 후후후
사토 카에데 : 아, 이 아이가 덴쨩이죠? 이 아이 별명은 기억하고 있답니다. (자랑스러운 듯) 어디까지나 제 망상이지만 덴쨩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들을 마음 속에 담아두고 말을 아끼는 타입이라 생각해요. 다정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을 너무 쓰다보니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이지 못 하는 아이라는 이미지가 있달까요. 응원 해 주고 싶어져요. 잘 어울릴 것 같은 것은 포니테일!
나카무라 레노 : 얼굴만 봐서는 키가 작을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키가 커요. 아직 중학생이었죠? 앞으로 더더욱 성장해서 장래에는 모델이 될 지도 모르겠네요. 나카무라상은 언뜻 보기엔 얌전할 것 같은데, 내면은 심지가 굳을 것 같아요. 자기 생각도 조리있게 주장 할 것 같고. 패션은… 헤어밴드가 잘 어울릴 것 같네요.
무카이 하즈키 : 앞머리 세팅 한 것으로 유추 해 보자면… 이와테현에서 태어났고, 집 근처에 큰 강이 흐를 것 같은 이미지네요. (실제로는 도쿄출신) 물이 엄청 맑은 강일 것 같고요! 혼자 노는 데 익숙하고, 낚시도 잘 하며 기타도 잘 칠 것 같은 이미지… 에? 실제로도 기타를 칠 줄 안다고요? 와, 맞췄네요! (웃음) 아, 그리고 배짱도 두둑해보이는데, 번지점프 같은 건 전혀 망설이지 않고 뛸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짚으로 만든 방한용구가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야마시타 미즈키 : 얼굴만 보고 망상을 해 보자면… 남동생이 있을 것 같아요! 뭐랄까, 큰 누나? 장녀라는 느낌이 팍 드는걸요. 그리고 남동생에겐 엄한 누나라서 남동생을 울린 적도 있을 것 같고, 똑부러지는 성격일 것 같아요. 아, 똑부러지는 성격임에도 학급위원 같은 건 안 한다고 하는 그런 타입. 이 아이는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노기자카46가 자주 입는 레이스가 달린 원피스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요시다 아야노 크리스티 : 어디까지나 제 망상이긴 한데, 부모님 말씀은 거역하지 않고 잘 들어 온 아이고, 친구들이 무리한 부탁을 해도 잘 들어주는 타입일 것 같아요. 그런 성격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을 것 같고요. 남들 몰래 오디션을 받고, 부모님이 그 사실을 아시고 엄청 반대를 하셨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 해서 노기자카에 들어왔을 것 같다고나 할까요. 이름인 '크리스티'에 잘 어울릴만한 옷을 입어 줬으면 좋겠네요.
요다 유우키 : 사실 3기생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아이에요! 라이브 MC에서 사유링고군단과 아키모토군단이 3기생 쟁탈전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MC를 하기 위해 대기실에서 3기생들을 엄청 관찰했거든요. 그 결과 요다쨩이 제일 귀엽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아담한 것도 그렇고, 낯가림 없이 생글생글 웃는 것도 그렇고 말이죠. 몸에 딱 맞는 리브니트계열 옷이 어울릴 것 같아요.
5. 일상
대부분 새벽 4시쯤까지 일어 나 있어요. 야행성이거든요. 휴일에도 딱히 나가 놀거나 하기 보단 집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곤 해요. 애니메이션 보다 질리면 만화책을 보고요. 우후후.
요즘은 '우라라 미로첩'이라는 작품을 가장 좋아해요. 나오는 여자아이들이 다 귀엽거든요. 물론 '3월의 라이온'도 재미있고요. 아… 하지만 3월의 라이온 실사 영화는 안 볼 것 같아요.
가능하다면 2차원 세계에 살고 싶어요. 음… 살 수 있다면 '일상'이라는 작품의 세계에 살고 싶어요. '하카세' (8살짜리 천재소녀)를 만나보고 싶거든요. 하카세랑 꽁냥대며 살아가고 싶네요. '논논비요리'는 작품 자체는 좋아하고, 렌게쨩도 귀엽지만, 오사카에서 태어 나 도쿄에서 살고 있는 제게있어 시골 생활은 좀 힘들것 같아요… 그냥 보는 걸로 만족 할래요. (웃음)
시간표에 '창작요리'라고 쓰긴 했지만, 사실 밥은 가끔씩 만들곤 해요. 카레나 카츠동을 만들기도 하고, 최근에는 돼지고기 요리에 푹 빠져 있어요. 예를 들어 돼지고기와 콩나물 볶음이라던가… 아, 콩나물은 수퍼에 갈 때 자주 대량으로 사곤 해요. (웃음)
음… 그리고 돼지고기 덩어리를 사 와서 구워 먹거나, 스키야키 소스에 졸여본다던가 하곤 해요. 물론 흰 쌀밥은 언제나 투게더!
'노기도코' 대식가 기획때 소개되었던 '드레싱밥'도 여전히 자주 먹어요. 드레싱도 여러 맛이 있기에 여러모로 시도 해 보고 있지요. 드레싱만 갖고도 밥 세 그릇은 거뜬하지요.
일이 있어서 요리를 할 시간이 없어도 가급적이면 외식을 하기 보다는 반찬거리를 사 와서 밥이랑 먹곤 해요. 뭐라하지, 아이돌이라기 보다는 OL에 가까운 생활방식이네요. 후후후.
'맛층의 야망'
몇 년 뒤의 얘기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노기자카를 졸업한 뒤, 요즘 유행하는 여성 전용 쉐어하우스에 살아 보고 싶어요. 귀여운 여자아이들과 함께 사는 생활, 정말 좋지 않나요? 졸업을 하게 될 때, 제 나이대에 맞는 쉐어하우스가 있으면 좋겠네요.
좀 더 미래의 이야기를 하자면, 노후엔 작은 건물을 사서 경영 해 보고 싶어요. 물론 저같은 사람이 살 정도라면 만화에 나오는 'XX장' 정도의 허름한 건물일 것 같긴 하지만, 그 건물을 통째로 여성 전용 건물로 하는 거예요.
노기자카46의 후배 멤버들이 살아도 좋을것 같고, 고령화사회에 발맞추어 복지사분이 사는 공간을 두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현재 사회 상황에 잘 맞는 그런 건물을 경영 해 보고 싶어요.
'맛층과 애니메이션'
방송이나 인터뷰 등지에서 제가 좋아하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가 자주 있는데요, 지금까지는 사실 너무 마이너한 작품은 언급을 삼가왔거든요. 하지만 최근에 출연했던 방송에서 처음으로 '노기자카 하루카의 비밀'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요. 지금까지 말은 안 했지만 정말로 좋아하는 작품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 수 있게 된 점이 정말 기뻤지요.
5년 전에는 '일'로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 했어요. 솔직히 말해서 제게 있어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기에 그걸 '일'과 결부시킬 생각조차 하지 못 했고요. 하지만 기왕 일을 한다면 즐겁게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지금 이런 상황이 기쁘기도 합니다.
아, 이건 어디까지나 제 꿈인데요, 언젠간 '아이돌 애니메이션'에 출연 해 보고 싶어요. 노기자카46에 있으면서 2차원에서도 아이돌을 한다는 거, 정말 재미 있을것 같지 않나요? 현실적이지 않으니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요. (웃음)
6. 노기자카46
- 이번 기획 표지는 마츠무라상이 기타를 치는 사진입니다만, 실제로 지난 12월 8일에 있었던 크리스마스 라이브에서 직접 기타를 치며 '과묵한 사자'를 선보이신 적 있지요. 왜 기타에 도전하게 되신 건가요?
마츠무라 (이하 '마') : 음…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한 사람당 한 곡씩 셀프 프로듀스를 해야 했거든요.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뭘 할까 생각하다 보니, 떠오르는 게 정말 너무 평범한 것들 뿐이었어요. 예를 들어 '아라로마(미리 이야기하는 로맨스)'를 귀엽게 불러 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래선 너무 어중간해지죠. 실제로 그 '아라로마'는 카즈밍이 부르게 되었는데, 카즈밍은 가사 사이사이에 촌극을 넣거나 해서 재미가 있었잖아요. 그래서 생각하다 보니 '그럼 내가 요즘 푹 빠져있는 기타를 활용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리고 동시에 저를 보고 '기타를 칠 줄 안다'는 이미지를 떠올리시는 분은 얼마 안 계실 것 같았기에 깜짝 놀라게 해 드리고 싶기도 했고요.
- 실제로 노기자카 팬들은 그 모습을 보고 많이 놀라셨죠.
마 : 그리고 사실 평범하게 생각하면 부도칸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를 수 있는 기회란 거, 그리 쉽게 오는 게 아니잖아요. 솔로 아티스트분들 중에서도 그런 기회를 얻는 분들은 일부분이신데 그룹 아이돌이 1곡을 통째로 피로 할 수 있다는건 정말 대단한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평범하게 산다면 절대로 하지 못할 것을 해 보자고 생각했지요. 데헷.
- 물론 기타 연습을 하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겠죠?
마 : 엄청 많았죠. 혼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한다는 건 분명 멋진 일이지만, 본무대가 다가오면 다가 올 수록 '나 지금 터무니없는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자각이 생겼어요. 기타도 잘 못피고, 노래도 잘 못 부른다는 점은 알고 있었기에 '주변 멤버들의 도움 없이 혼자 피로하는 건 좀 잘못 생각 한 것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어 몇 번이나 '다른 연출로 바꿀까'라고 고민했어요.
- 하지만 결국 감행하신 거네요.
마 : 전부 스태프 여러분 덕분이에요. 라이브 연출스태프분이나 매니저에게 몇 번이나 '연출을 바꿀까하는데요'라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때마다 '지금까지 열심히 연습 했잖아. 포기하지 말고 기타 쳐 보자'라고 말씀 해 주셨어요. 그 중 한 분이라도 '그래 그럼 바꾸자'라고 하셨다면 냉큼 바꿔버렸을 거예요. 이런 면에서 생각하면 정말로 주변 분들께 엄청 신세를 지고 있네요.
- 기타, 노래 둘 다 엄청 잘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오히려 보는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했구나'라는 느낌이 전해졌던 것 같아요.
마 : 후후후
-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만한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넘고 싶었다는 건가요?
마 : 네. 어쩌면 저라는 사람은 무엇을 하건간에 다른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는 걸 좋아하는 것일지도 몰라요. 아키모토선생님도 다른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을 좋아하시잖아요. 엔터테이너라고 해야 할까요. 저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오오! 프로듀서선언!!
마 : 어휴 그 정도는 아니에요. (웃음)
- 하지만 사유링고군단이나 46시간 TV에서 보여주었던 '마츠무라 크리스텔', '마츠밍'역시 그런 마음의 연장선상이었던 것 같은데요.
마 : 물론 저 혼자 생각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어디까지나 이상한 상상만으로 끝날 일이었겠죠. 주변 스태프분들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예를 들자면 개인 PV로 했던 '가챠코상'이 호평이었기에 스태프분께서 '좀 이례적인 일이지만, 2편을 만들어보자'라고 말씀 해 주신다던가 하는 식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과 '주변에서 제게 시키고 싶은 일'의 밸런스가 좋게 균형을 이룬 상황에서 노기자카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 하지만 원래 성격은 그렇게 막 눈에 띄고 그러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시지 않나요.
마 : 음… 그렇긴 하죠. 어느 쪽이냐 하면 다른 사람들을 뒤에서 가만히 쳐다보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이에요. 노기자카의 멤버들은 귀엽기도 하고. (웃음)
- '눈에 띄기 싫은 자기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싶은 자신'간에 갈등도 있겠네요?
마 : 그렇지는 않아요. 물론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있지만, 그 일이 '내가 해야 할 일이냐, 아니냐'를 나눠서 제가 할 일이 아니면 다른 아이에게 양보하고, 제가 해야 할 일은 제가 한다는 스탠스거든요.
-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고 계신 것 같네요.
마 : 이래저래 생각하는 게 좋거든요. 망상이 심하다고 할까요… 아니다 오히려 망상 속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네요. (웃음)
- 망상의 세계와 현실간의 괴리가 심해지면 '아 좀 힘드네'라는 생각도 드나요?
마 : 음… 살다보면 생각대로만 되는 건 아니잖아요.
- 그럴 땐 어떻게 하나요?
마 : 뮤즈(※ 러브라이브)의 곡을 들어요. 우후후후. 3차원이 아닌 2차원에서 살고 싶어요.
- 2월말쯤에 그런 모바메가 와서 '무슨 일 있었나'하고 걱정했었어요.
마 : 아… 그 때, 기획을 하다가 '2차원에 가 보소 싶다'고 문득 생각이 들었던 것 뿐이에요. 딱히 의기소침하거나 한 건 아니었어요. (웃음) 2차원에서 살았더라면 인기가 많았겠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 그 얘기를 들으니 안심이 되네요. 하지만 마츠무라상은 이미 2차원에 굉장히 가까운사람이라 생각하는데요.
마 : 후후후… 마음만은 이미 2차원이니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내 손을 잡아채고 어디론가 데려가진 않을까'라는 망상을 하고 있어요.
- 에? 무슨 얘기예요?
마 : 저 스튜디오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집사차림을 한 사람이 들어 와, '사실 당신은 XX라는 나라의 왕자비이십니다'라며 저를 데리고 가는 거죠.
- 그런 망상을 하고 있었군요. (웃음) 자, 그럼 마츠무라상이 정말로 '왕자비'시라면 노기자카 활동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마 : 그 땐 일단 왕자님이랑 상담을 해 보고 양립 할 수 있을 것 같으면 노기자카 활동도 하면서 왕자비로서도 활동(?)하고 싶어요. 물론 제 의상은 왕자비 특별버전으로 보석이 달려있다던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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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노 나나세 X 요다 유우키
Quiet Dance
'동물 애호가'
- 니시노상은 3기생들과 함께 취재를 하는 게 이번이 처음인가요?
니시노 (이하 '니') : 네. 다른 멤버들이 3기생과 함께 취재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요, 제가 하는 건 처음이네요.
- 요다상도 선배님들과 함께 일을 하는 건 오늘이 처음인가요?
요다 (이하 '요') : (긴장한 표정으로) 네, 처음이에요…
- 완전 얼었네요. (웃음) 아, 부도칸에서 있었던 오미타테회 때랑 오늘 중에 더 긴장되는 건 언제인가요?
요 : 지금이요.
- 즉답이네요. (웃음) 그럼 우선 두 분의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 해 보죠. 그러고보니 두 분 모두 동물을 좋아하시죠? 요다상은 집에서 동물을 여러 마리 키우고 계시기도 하고.
니 : 그래? 뭐 키우는데?
요 : 강아지랑 고양이, 토끼, 염소요.
니 : 응?! 염소?
요 : 네. 하지만 작년 12월 29일에 하늘나라로 가 버렸어요…
- 엣… '메이플'이라고도 불렸던 '분조'가 하늘나라로 가 버렸나요?
요 : 네. 작년 연말에 집에 돌아갔을 때 부모님께서 말씀 해 주셨어요. 그 얘기 듣고 울었어요.
니 : 얼마나 오래 길렀어?
요 : 다 큰 다음부터 기르기 시작하긴 했지만… 키우기 시작한 지 몇 달 정도밖에 안 됐어요.
- 애초에 염소를 기를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요 : 마당에 잡초가 너무 자라난 걸 보고 엄마가 '저런 건 염소가 먹어치우면 좋을텐데'라고 말씀 하신 적이 있거든요. 그리고 어느 사이엔가 집에 염소가 와 있었어요.
니 : 그거 엄청 재미있네. (웃음)
요 : 강아지도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데리고 오셨거든요.
니 : (촬영장소였던 집의 정원을 가리키며) 요다쨩네 집도 이런 분위기야?
요 : 정원에 차고가 있는데 그 차고 주변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서 거의 작은 동산같았어요.
- 부도칸에서 나온 영상에서도 얼핏 봤었는데, 상당히 시골이었죠?
요 : 네. 하교 도중에 멧돼지를 보기도 하고 그랬어요.
니 : 와, 그거 대단하네! 언젠가 고향집에 놀러 가 보고 싶어. 그러고 보니 3기생 중에 규슈 출신이 꽤 있었지?
- 요다상이 후쿠오카현, 요시다 아야노 크리스틴상이 오이타현, 오오조노 모모코상이 가고시마. 이렇게 3명이 규슈 출신이죠.
니 : 오오조노쨩은 학교 갈 때 원동기 타고 다녔다고 하더라고요.
- 그렇죠. 그것도 혼다 죠르노를 타고 다녔다더군요.
니 : (엄청 흥미진진해 하는 눈빛으로) 죠르노요?
- 역시나 죠죠러 니시노상. 좋은 리액션이네요.
니 : 후후후. 죠르노 죠반나 (죠죠 5부 주인공)이 떠올라서 말이죠. (웃음)
- 얘기를 다시 돌려보죠. 하굣길에 멧돼지가 나올 정도로 외진 동네에까지 노기자카의 이름이 알려지고, 팬이 생겼다는 얘긴데요.
요 : 네. 중학교 다닐 땐 주변 친구들이 전부 노기자카 팬이었어요.
- 그럼 가장 인기 있었던 건 누구였나요?
요 : 역시나 시라이시상, 니시노상이…
니 : 헤… (웃음)
- 그런 니시노상과 이렇게 함께 촬영을 하고 있는 거네요.
요 :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 바로 그 '니시노 나나세'가 옆에 있는데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계신데요. (웃음) 하지만 정작 그룹에 들어 오면 '팬'이었을 때와는 입장이 많이 달라지리라 생각하는데요, 그에 대한 각오는 되어 있나요?
요 : 처음 선배님들을 만나 뵈었을 때는 정말 엄청나게 긴장을 했어요. 거의 팬분들의 감정에 가까웠다고 할까요.
니 : 사실 저희도 처음 만난 뒤, '팬분들 같네. 앞으로 점점 바뀌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게 기대된다. 열심히 해 주면 좋겠고'라고 이야기 했었어요.
요 : 기뻐요… 저희도 그 뒤에 모여서 '계속 이런 식으로 선배님들을 대하면 실례니까 자각을 갖고 행동을 하자'고 이야기 했었어요.
- 그렇다면 이미 각오는 되어 있다고 봐도 되겠네요?
요 : 아직 긴장은 되지만요… 네. 긴장 돼요.
니 : 아직은 따로따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럴거야. 함께 뭔가를 하다 보면 절로 편해질거야.
'아이돌이란'
- 아, 참고로 요다상은 '팬'이던 시절에 니시노상을 어떻게 불렀나요?
요 : 네? (웃음)
- 아무래도 대답하기 껄끄러운 질문이었나요. 역시 '나쨩'?
요 : …네… (웃음)
니 : 그거야 그렇겠죠. (웃음)
- TV나 잡지에서 보던 때랑 비교해서 실제 니시노상의 이미지는 어떻게 다른가요?
요 : TV에서보던 때나 지금이나 엄청 다정하신 건 다를 게 없어요. 정말 좋아해요…아, 지금 나 뭔 소리하니… (쓴웃음)
니 : 후후후… 고마워.
- 갑작스레 고백을 하시네요. (웃음) 이번에 왜 니시노상과 요다상을 콤비로 한 이유는 말이죠, 17년 1월호 표지가 니시노상이셨는데, 그 때 인터뷰를 하면서 일에 대한 니시노상의 태도가 정말 인상깊었거든요. 그런 니시노상의 일에 대한 태도를 요다상이 배우고 흡수하시면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콤비를 짰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니시노상, 일을 할 때 가장 먼저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은 어떤 게 있나요?
니 : 뭐가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딱히 그런 걸 정해두지 않아서요. 오히려 그런 걸 정해버리면 거기에 얽매이게 되어서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지 않게 되거든요. 캐릭터를 정하는 멤버도 있지만, 저랑은 안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일이라는 게, 꼭 '아이돌다운' 모습만 보이지 않아도 좋아 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는 일이고, 자신이 싫어하는 부분조차도 '좋아한다'고 말씀 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안심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거든요.
- 콤플렉스가 오히려 무기가 되는 세계니까요.
니 : 네. 하지만 '나는 이런 스타일로 가야겠다'고 정하기까지는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걸리기 마련이기도 하거든요. 1기생도 그렇고 2기생들도 그렇고 처음에는 힘 조절을 잘 못 해서 필요 이상으로 힘이 들어가곤 했어요. 지금 생각 해 보면 '흑역사'라고 부를만한 일들도 많았고요. (웃음)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초반에 이것저것 많이 경험 해 보는 게 좋으리라는 거예요. 만에 하나 실패를 한다 해도 나중에 가면 다 웃으면서 되돌아 볼 수 있는 때가 올테니까.
요 : 저, 사실은 오미타테회 때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곤란했어요. 딱히 특징이 있는 편도 아니고, 남들보다 특출나게 뛰어난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기라 해 봐야 외발자전거를 탈 줄 안다는 것 정도였거든요. 아, 후쿠오카 출신이 혼자뿐이었기에 하카타사투리를 써 보긴 했지만..
니 : 사투리는 엄청 좋은 무기야.
- 아, 그러고 보니 오미타테회 때 꽤 세게 발언하시던데.
요 : 으아!! 그 말은 좀!! (웃음)
- 자 그럼 그 말이 요다상의 '흑역사'가 될 지 아닐 지 니시노상에게 판단을 맡겨 볼까요?
요 : 안돼요 안돼!!
- 요다상이 부끄러워하시는 것 같으니 제가 대신 얘기 해 볼게요. '키는 작지만 섹시함은 있어요'라고 하셨죠.
니 : 와! 대단한데요!!
- 배짱이 대단하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그 말, 스스로 생각 해 낸건가요?
요 : 임팩트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창피하네요. (쓴웃음)
- 하지만 니시노상이 말씀하셨듯이 '도전 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해요. 실패를 통해 요다상을 알아주는 분들도 계실 지 모르고, 니시노상 역시 그런 작은 도전들을 겪으면서 이 자리까지 오셨다고 생각해요.
니 : 음…
- 어? 니시노상, 그런 거 실감 못 하시나요?
니 : 초창기에는 제가 솔로로 잡지 표지를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고, 지금 생각 해 보면 처음보단 많이 올라왔다고는 생각하지만… 사실 제가 생각해도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를 모르겠거든요. '어째서지?'라는 의문을 항상 갖고 있어요. 제가 노력한 부분도 있기는 하겠지만, 그 결과가 어떤지는 사실 스스로는 모르는 거잖아요. 그렇게 보면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데에는 팬분들의 힘이 컸던 것 같아요.
- 니시노상은 초창기에 다른 멤버들과 자신의 일을 비교 해 보거나 했나요?
니 : 신경은 썼었어요. 스케쥴이 모두에게 일제송신되었었기에 다른 멤버들이 어떤 일을 하는 지 알 수 있었거든요. 애초에 초창기에는 불러주는 매체도 적었고요.
- 그럼 요다상은 어떤가요? 다른 동기들이 어떤 일을 하는 지 신경이 쓰이나요?
요 : 네. 3기생들이 모두 귀여운 아이들이다보니, 저 혼자 일을 하게 될 때면 '나로 괜찮을까?'라고 걱정이 되곤 해요. 물론 감사한 마음도 있고, 기회를 주시는 건 정말 기쁘긴 하지만.. 지금 제 자신이 그런 기대에 부응 할 수 있느냐하면 그건 아닌 것 같아서요. 잡지나 사진이 완성 된 뒤 찾아보면 '아, 이건 아니다'라며 낙담하곤 해요. (눈물이 맺힌다.)
- 니시노상도 초기에는 그런 생각을 하곤 했나요?
니 :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고, 요즘 역시도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요. 초창기에는 화장 하는 방법이나 표정을 짓는 법 조차도 몰랐지만 조금씩 저 자신에게 어울리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이렇게 해 보면 괜찮을 것 같다'며 이래저래 시도 해 보게 되었죠. 지금도 그런 자세는 변함 없어요. 그리고 이런 촬영이 있을 땐 전날 식사를 조절한다던가… 여러 모로 생각해서 행동하곤 합니다.
-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없다는 얘기네요. 요다상, 선배님 말씀 들었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요 : (크게 숨을 내쉬며) 하…
니 : 후후후
'프로의식'
- 니시노상, 스스로에게 합격점을 주게 된 건 언제쯤부터인가요?
니 : '깨닫고보니 짝사랑' 때 쯤인 것 같네요. 처음으로 센터 자리에 서게 되고, 혼자서 촬영을 하게 되는 기회가 늘어 난 덕분에 얼굴 표정이나 몸 관리 같은데 더욱 더 신경을 쓰게 되었거든요. 당시에는 눈썹 모양도 지금이랑 달랐고요. 아, 사실 눈썹 모양은 자주 바꾸긴 하지만요. (웃음) 계속 같은 식이면 금방 질리는 편인지라 화장 방식이나 머리 모양도 자주 바꾸곤 해요. 그렇게 보면 요다쨩은 지금이 파릇파릇한 모습이 큰 무기라 할 수 있겠네요. 저에게는 더 이상 이런 풋풋함은 없지만요. (웃음)
- 어휴 무슨 말씀을. 니시노상도 충분히 풋풋해요. 개인적으로 오늘 촬영을 통해 니시노상의 매력을 재확인했습니다. 요다상도 니시노상의 대단함을 느끼고 계신가요?
요 : 촬영하는 동안 니시노상을 보고 있자니 정말 존경스러울 따름이예요. 정말 '멋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어디 하나 빼놓지 않고 아름다우신데다가, 카메라가 찍고 있을 때엔 분위기가 확 바뀌시고요. '현실'의 벽을 실감했어요. (쓴웃음)
- 요다상, 이번 기회를 빌어 니시노상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면 질문 해 보시죠?
요 : 정말 날씬하시고 얼굴도 작으신데, 평소 생활을 하는 데 있어 신경쓰고 계시는 점이 있으신가요?
니 : 에… (웃음) 요다쨩은 성장기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먹고 싶은 걸 먹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나도 요다쨩 나이때는 먹고싶은 거 신경쓰지 않고 먹었거든. 물론 자기 사진을 보며 (볼을 만지며) '여기 좀 살이 쪘네' 싶으면 이미 늦은 거긴 한데… 뭐, 그런 거야 다들 이미 몇 번이나 경험한 거고. 너무 많이 먹는 건 좋지 않지만 너무 스트레스 받고 안 먹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해.
요 : 오늘 촬영이 있다는 걸 5일 전에 알았는데, 그 때부터 너무 신경이 쓰여서 밥이 넘어가지 않더라고요. (쓴웃음) '니시노상이랑 함께 사진을 찍다니… 어쩌지'란 생각만 들고… (다시금 눈물이 맺힌다.)
- 그건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된다'는 식으로 어느 정도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요.
니 : 정말 중요하죠. 저 같은 경우에는 감촉으로 알아요. 원래부터 체중계는 쓰지 않고 사진이나 거울을 보며 확인하는 타입이거든요.
- 대단하네요. 요다상, 니시노상의 얘기를 듣고는 갑자기 자기 뺨을 만져보고 계시네요.
요 : 후후후. (울다 웃는다)
- 요다상, 부도칸에서 퍼포먼스를 해 보셨잖아요? 니시노상에게 퍼포먼스면에서 물어보고 싶은 건 없나요?
요 : 퍼포먼스를 할 때, 어디를 보며 하면 좋을까요?
니 : 사실 나도 초창기에는 노래하고 춤 추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어딜 보고 어떻게 하고 하는 것 까지는 생각도 못 했었던 것 같아. 사실 퍼포먼스는 경험을 쌓고, 횟수를 쌓아가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 너무 처음부터 '객석을 바라보며 해야지'라고 의식하면 오히려 다른 면에 소홀해지곤 하니까 우선은 라이브 자체에 익숙해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익숙해져서 딱히 의식하지 않고도 퍼포먼스 할 수 있게 된 이후에 표정에 힘을 쏟는다던지 하면 좋을 것 같아.
- 니시노상도 주변을 둘러보며 퍼포먼스 할 수 있게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나요?
니 : 꽤나 걸렸어요. 오히려 그렇게 된 게 최근의 일이고. 안무에 집중하다보면 '어? 다음 포지션이 어디였지?'라고 쓸 데 없이 의식하게 되고, 결국 가사나 안무에 소홀해지게 되죠. 그렇다고 객석쪽에 집중하면 저희를 보고 기뻐 해 주시는 관객분들 덕에 저까지 기분이 업되어 퍼포먼스가 소홀해 지곤 하니까 항상 냉정함을 유지해야만 해요.
- 그거 정말 힘든 일이겠어요. 자, 그럼 니시노상은 요다상을 어떻게 보시나요?
니 : 지금 계속해서 긴장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말하는 톤이나 행동 같은 걸 보면 꽤나 침착한 편이잖아요. 그 덕분에 저도 편하게, 긴장하지 않고 함께 일을 할 수가 있었어요. 3기생 중 가장 먼저 일을 함께 한 아이이기도 하니 앞으로는 요다쨩을 응원하려고요.
요 : 에?!?! (활짝 웃으며)
- 니시노상이 응원 해 주시겠대요. 대단한데요?
니 : 개인적으로 먼저 다가가는 타입이 아니다 보니, 이렇게 기회를 마련 해 주신 'BUBKA' 여러분께 감사 드려야겠네요. (웃음) 사실 이런 계기가 없으면 좀처럼 말을 걸지 못하기에 오늘 정말 좋았어요.
- 기뻐 해 주시니 저희도 기쁘네요. (웃음) 오늘 이렇게 이야기를 해 보며 느낀건데, 두 분은 분위기가 좀 비슷한 것 같아요. 남자들이 절로 빠지게 되는 마성의 여인들이랄까…
요 :에?!?! 뭔가 죄송스러운데요. (쓴웃음)
- 그렇게 비슷한 두 분이기에 이번 촬영에서 했던 자매 컨셉이 잘 맞았던 것 같기도 하고요.
니 : 오호라… (끄덕이며)
요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 리액션도 비슷하고 말이죠. (웃음)
니&요 : (웃음)
- 다음번에 이렇게 함께 취재를 할 기회가 있다면, 그 때는 니시노상이 성장한 요다상을 칭찬 해 주는 내용이면 좋겠네요.
요 : 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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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눈을 견뎌내고 꽃피운 매화는 아름다우니.
그 셋이 있었기에 나도 힘을 낼 수 있었어요.
- 갑작스럽긴 한데, 이거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耐雪梅花麗'라는 한자가 적힌 쪽지를 건네며)
에토 (이하 '에') : 음… '눈('유키')'이라는 글자는 다르게 읽으면 어떻게 읽히더라… '설'이라고 하던가요? 음… 아니 애초에 저한테 한자 문제를 내시는 게 이상한데요. (웃음)
- 미안하네요. (웃음) 이건 중국의 옛 한시의 한 구절인데요, '한 겨울 눈을 견뎌내고 꽃피운 매화꽃은 아름답도다'라는 구절이에요. 풀어보자면 '매화꽃은 한 겨울의 엄동설한을 견뎌내고 봄이 되어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뜻이지요. 다시말해 '대성하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언더에서 2년이라는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 화려하게 꽃을 피우며 그룹의 중심멤버로 성장한 에토상에게 딱 맞는 말이 아닌가 싶어서요.
에 : 별 말씀을요. 부끄러운데요.
- 오늘 인터뷰는 '耐雪梅花麗'를 완벽히 실현해 내신 에토상과 함께 지금까지의 길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자합니다. 우선 언더에 계실 때의 얘기부터 이야기 해 볼까요. 그 때 겪으신 갈등, 그리고 그 때 쌓아오신 노력들이 현재의 에토 미사라는 사람을 이루는 원점이라 봐도 될까요?
에 : 그러고보니 최근 팬이 되신 분들중에는 제 언더시절을 모르시는 분도 계실 수 있겠네요.
- 에토상은 7번째 싱글인 '바렛타' 때 처음으로 선발에 드셨었죠. 그 이전까지 2년 가까이를 언더 멤버로서 활동 해 오셨는데요. '아이돌' 입장에서 보자면 그 2년이라는 시간은 사실 '언제 포기해도 이상하지 않을' 기간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솔직하게 말해서 그 당시에 '한계'를 느끼신 적은 없나요?
에 : 당연히 '어떻게든 해서 이 상황을 벗어나고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고, 솔직히 굉장히 힘든 시기였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항상 자신에게 '왜 그래? 여기서 포기할거야?'라고 물으며 스스로를 다잡곤 했어요.
- 인내하고 참는 데 대한 내성은 어릴적부터 있었나요?
에 : 학교 클럽 활동도 그렇지만, 항상 힘든 환경에서 어떻게든 이겨내며 살아 왔거든요. 어떻게 보자면 그게 저에게 더 잘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스스로를 '쉽게 성취 해 낸다면 감사하는 마음을 쉽사리 잊게 되고, 금세 자만 해 버리는 인간'이라 생각하기에 신께서 제가 그러지 않도록 시련을 주시는 거라 생각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 2년이라는 시간 내내 의욕에 불타있었던 건 아니에요. 오히려 숨을 죽이고 사냥감을 노리는 사자와도 같은 시기였다고 하는 게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네요. '언젠간 기회가 올테니 그것을 기다리자' 며…. 괴로웠지요.
- 평범한 사람이라면 아마 참아내지 못 할 정도로 힘든 시기였으리라 생각해요. 그 중에서도 특히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요?
에 : 역시 '걸즈 룰' 때네요. 그 싱글때 선발에 들지 못했던 건 다른 때랑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죠. 때마침 제 악수회에 와 주시는 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던 때이기도 했는데요, 많은 팬분들께서 '6번째 싱글때는 미사미사도 꼭 선발일거야'라고 응원 해 주셨기에 저 역시도 '이번에는 나도 선발에 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은근히 기대도 했었기에, 순식간에 차가운 현실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그렇기에 선발에 들지 못했던 순간, '아, 나는 선발에 필요 없는 존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마음을 블로그에 쓰기도 했었지요.
- '걸즈 룰' 선발땐 소위 '고산케' 멤버들이 처음으로 프론트에 서게 되기도 했지요. 그 세 분 모두 공교롭게도 에토상과 같은 나이인데요.
에 : 네. 그렇지요. 스태프분들과 멤버가 일치단결하여 '노기자카46'라는 '색'을 만들어 내야만 하는 중요한 때였어요.
- 하지만 그런 중요한 시기에 선발에 뽑히지 못했다, 그것도 동갑내기 멤버들은 프론트에 서게 되었는데 자신만 홀로 언더멤버… 정말 가혹한 상황이었네요.
에 : 사실 처음에는 '우연히 나이가 같을 뿐'이라 생각했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어요. 하지만 점점 '에토도 고산케에게 지지 않는다'는 식으로 위로 해 주시는 분이 늘어나셔서… '아, 팬분들은 이런 식으로 생각하시는구나'라는 걸 알게 된 뒤로부터 저 역시도 의식하게 되더라고요. 지금 생각 해 보면 딱히 그렇게 힘들어 할 일도 아닌데, 그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 선발멤버가 못 나올 때, 그 '언더'로서 무대에 서기도 하셨는데요, 그럴 때에 자존심이 상하거나 하시진 않았나요?
에 :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역시 난 어디까지나 서브멤버일뿐인가…'라고 생각 한 적은 있어요. 하지만 스태프분께서 '언더 멤버가 무대에 서는 것은 좀처럼 오지 않는 기회'라고 말씀 해 주셨기에 그런 마음을 떨쳐 낼 수 있었지요. 그 말을 들은 지 얼마 되지않아 '언더'로서 무대에 설 기회가 생겼는데, 그 때 스태프분께서 '어떤 곡 가능하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전부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제 와 얘기지만 솔직히 좀 못하는 곡도 있긴 했는데, '여기서 내가 빼면 이 기회는 다른 멤버에게 돌아 가 버리'는 것이라고도 생각했고, 일부러 다른 멤버가 아닌 제게 제의를 해 주셨던 것이니,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기에 그렇게 대답했어요.
- 선발 멤버의 '언더'로서 무대에 서는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군요.
에 : 네. 그 뿐만 아니라 앞서 말한 '고산케' 멤버 셋이 '연장자 멤버들이 활약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기에 제 악수회에 찾아 와 주시는 여성팬분들도 늘어났고, 멤버 프로필을 보다가 '어? 얘도 고산케 멤버들이랑 동갑이네'라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도 늘어났어요. 그렇기에 그 셋의 존재는 제게 있어 절대로 '마이너스'가 아니라, 오히려 제 앞을 달리며 제게 자극을 주고 힘을 주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 세 사람의 존재가 에토상에게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는 얘기군요. 그리고 그렇게 힘든 시기를 견뎌 낸 뒤, 처음으로 선발에 뽑히게 되며 다시 태어났다… 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에: 아니요. 오히려 제게 크게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8번째 싱글 '깨닫고 보니 짝사랑' 때 언더로 돌아갔던 일이예요.
- 에?! 선발에 들었다가 다시 언더로 돌아갔던 그 때 말인가요?
에 : 네. 한 번도 선발을 경험하지 못 했던 때의 저와 일단 한 번이나마 선발을 경험한 뒤의 저는 조금 달랐거든요.
- 어디가 어떻게 달랐다는 거죠?
에 : 구체적으로 크게 변했다던가 한 건 아닌데요, 역시 선발 멤버로서 TV의 음악방송에 나가거나 하면서 '다시 이 무대에 서고싶다'는 생각이 더욱 더 강하게 되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팬 여러분께서도 제가 언더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 '다시 선발에 들었으면 좋겠다'며 저를 응원 해 주셨고요. 어쩌면 처음 선발에 들었을 때 보다도 그 당시가 팬분들께서 더 뜨거우셨던 것 같아요. 뭐랄까요… '열기'가 엄청났다고나 할까요.
- 그랬군요. 그렇게 보면 8번째 싱글에서 언더로 내려갔던 것은 다르게 보자면 '크게 도약하기 위하여 무릎을 굽힌' 시기라고 봐도 되겠네요.
에 :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뿐 아니라 당시 언더 멤버중에는 아스카나 마리카, 사유냥처럼 '위로 올라가겠다'는 의식이 강한 아이들이 많았기에 더더욱 상승효과가 있었던 것 같고요. 멤버들 덕분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고, 오히려 투지에 불이 붙은 시기였어요. 이젠 만에 하나 다음 싱글에서 선발에 뽑히지 않는다고 해도 '그럼 언더 센터를 노려야지'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 처음으로 선발에 뽑혔을 때 보다도 언더로 돌아갔을 때가 자신에게 있어 의미가 더 컸다고 말씀하시는 게 에토상 답다면 에토상 다운 부분이네요.
에 : 악바리에 지기 싫어하는지라… (웃음)
노기자카46를 더 크게, 더 오래
- 9번째 싱글에서 다시금 선발에 복귀 하신 뒤의 활약상에 대해서는 새삼스럽게 설명 할 것도 없겠습니다만, 특히나 최근에 에토상을 보면 다른 멤버들보다도 '그룹을 위해서' 활동하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에 : 물론 에토 미사라는 개인이 어떻게 하면 더 위로 올라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선발에 뽑힌 이상, 내가 이 그룹의 입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노기자카46이라는 간판을 짊어지고 활동하는 경우가 늘어난 뒤로는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고요.
- 그런 'For The Team'정신을 갖게 된 이유는 뭘까요.
에 : 단순해요. '노기자카46'와 함께 더 높은 곳으로 오르고 싶다는 것.
- '노기자카46도 여기까지 왔구나!'라고 만족하거나 하는 게 아니라?
에 : 전혀요. 오히려 '노기자카46 대단하다'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더 긴장하게 돼요. 그런 말을 듣는 때가 절정일 때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오히려 그런 말을 듣는 데 대해 의식적으로 위기감을 가지려 해요. 아이돌계는 매일매일 새롭고 어린 아이들이 등장하는 곳이고, 그런 곳에서 살아남는 것은 결국 '더 좋은 그룹'뿐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면 노기자카46이 바로 그런 '좋은 그룹'이 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아깝잖아요.
- 에토상 뿐 아니라 노기자카의 멤버 전원이 그런 의식을 공유하고 계시지요.
에 : 네. 그 마음이 전부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식을 갖고 있기에 이렇게 잡지나 방송에도 나올 수 있는 거라 생각하고요. 하지만 그런 마음을 잃는 순간 바로 추락해 버릴거라고도 생각하고요. 최근들어 이런 말을 많이 들어요. '홍백에도 나갔고 음악 방송에도 자주 불리게 되었는데, 이젠 무엇이 목표냐'고 말이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목표'를 따지기전에 지금 이 상황을 더 크게 만들고, 더 오래 유지하는 것이 저희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지금 이 마음을 잃지 않고, 계속 유지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고요.
- 어떻게 보자면 '홍백 출장'보다도 더 어려운 목표일지도 모르겠네요. 완벽하게 스스로와의 싸움이니까요.
에 : 저도 가끔씩 '아, 오늘 내 태도는 영 아니었어'라고 자책하게 될 때가 있어요. 저도 인간이다보니. 매일매일이 그런 후회와의 싸움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매일을 반복하며 이어 나가는 거죠.
- 때로는 그런 날도 있는 게 당연하다 생각해요. 하지만 에토상은 카메라 앞이나 무대 위에서뿐 아니라 언제나 '노기자카46의 에토 미사'로서 최선을 다 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기에 괜찮을 것 같기도 하네요. 팬분들과 정면으로 마주보며 함께 한다는 것도 잘 알겠고.
에 : 엄마가 항상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하라'고 말씀하셨거든요. '다른 멤버들에게 지지않는 자신의 장점'을 이야기하라 하면 저는 아마 '팬분들과의 유대감'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아까도 얘기 했었지만 저를 불타오르게 해 주신 것도 팬분들이시고, 제가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활동할 수 있었던 것도 팬분들 덕분이니까요.
- 이전에 '센터에 서고싶은 이유'를 여쭸을 때, '아이돌은 춤을 추고 노래하는 게 본업이고, 제가 어떤 포지션에서 춤 추고 노래 할 때 팬분들이 가장 기뻐 해 주시느냐를 생각했을 때, 그 자리가 센터니까'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지요. 그 때 그 대답을 듣고 '정말 심플하면서도 이상적인 사고방식'이라 생각했습니다.
에 : 팬분들이 보시기에 가장 찾기 쉬운 자리가 센터니까요! '다음 싱글은 센터를 노리겠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만약 센터에 설 찬스가 생긴다면 '하겠다'는 대답 말고 다른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해요. 그러지 않는다면 '매일매일 아이돌 활동을 하는 의미'가 무엇인 지도 모르겠고요. 언더는 싫고 선발에는 들고 싶어, 하지만 센터도 싫어. 가능하다면 2열이나 구석쪽이 마음이 편해… 라는 식으로 도망가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렇기에 '할 수만 있다면 센터에 서고 싶어!'라는 마음은 항상 갖고 있어요.
다른 이들을 미워하지도, 증오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나를 다시보게 만들고 싶다.
- 그럼 화제를 좀 바꿔보죠.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하마다 쇼고상의 'MONEY' 같은 곡들을 좋아하신다고 하더라고요?
에 : 아하하하하! 요 전에 새해때도 불렀어요. (웃음)
- 아, 그랬나요. (웃음) 왜 그 곡을 좋아하시는 건가요?
에 : 엄마 영향이라 해야 할 것 같아요. 유치원 때부터 좋아했어요. 가사가 마음을 울리거든요~ 지금까지 살아 온 인생은 비참했지만 언젠간 한 방 먹여준다라니… 가슴에 확 와 닿지 않나요?
- 그건 그렇네요. 하마다상이 이 곡에서 노래하는 '반골정신'은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이기도 하고요.
에 : 다른 사람들을 미워하거나 증오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날 다시 보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실연했을 때, 더 멋져져서 그 사람을 후회하게 만든다던가. 그런 마음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니시노상, 시라이시상, 하시모토상, 이코마상… 그 외에도 노기자카 멤버 전원이 그런 마음을 가슴에 품고 지금껏 활동 해 왔기에 지금 이 정도로 활약 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에 : 다들 그런 마음은 있을거라 생각해요. 저 역시 연예계를 목표로 오이타를 떠나 도쿄로 간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못했거든요. '쟤, 자기가 귀엽다고 생각하나봐' 라며 (웃음)
- 그랬었군요.
에 : 네. 그랬어요. 다들 엄청 고깝게 봤었다니까요. (웃음)
- 하하하!!
에 : 그래서 마음속으로는 '나중에 내가 성공했을 때 '미사 대단해'라며 접근해도 그 땐 늦어'라고 생각하며 상경했어요. 언더에 있을 때도 '언젠가 날 다시보게 만들겠어'라는 마음이 있었고요. 나중에 선발에 들었을 때 '미사라면 좀 더 빨리 선발이 되었어야 했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활약해야겠다 생각했지요.
- 좋은 마음가짐이네요. 이젠 완벽하게 '아이돌 에토 미사'라는 존재가 그 사람들에게도 각인 되었겠네요!
에 : 어휴 아직이에요. (웃음) 그리고 악수회 때 한 번은 '넌 주인공은 못 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거든요. 물론 그 말을 한 본인은 나름 저를 생각해서 해 준 말일지도 모르지만, 그 말에 고민도 많이 했어요. 이제 생각하면 좋은 기폭제였지만요.
- 에토상은 다른 사람들의 무심한 말에 상처를 받기보다는 오히려 의욕을 불태울 줄 아는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에 : 그런 면이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엄마가 '언제라도 힘들면 오이타로 돌아오렴'이라 말 해 주시곤 하거든요. '그렇게 너덜너덜해져서 재기도 못 할 정도로까지 할 필요는 없다' 면서. 하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오히려 '절대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오기가 생겨요. 물론 엄마도 제 성격을 잘 알고 있으니까 일부러 그렇게 말 해 주는 거겠지만요. 어떻게 얘기를 해야 제가 더 열심히 할 지 잘 알고 있거든요.
- 정말 멋진 어머님이시네요. 이번에 인터뷰를 하면서 에토상 특유의 '역경과 싸워가며, 어떤 역경이 있어도 이겨내는 인생'이 어디서 온 것인가를 생각 해 봤거든요. 결국 그 원천은 어릴 적에 다리에 종양이 생겨 휠체어 신세를 졌었던 때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뒤, 초등학교 2학년때 쯤부터 다시 걸을 수 있게 되고,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았을 땐 운동회 릴레이 선수로 뽑혔던 그 에피소드를 떠올려 보면 그 때부터 에토상은 우리가 아는 지금의 에토상과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다고 생각 되거든요.
에 : …와, 지금 그 얘기 듣다가 소름 돋았어요. 그 얘기를 듣고보니 저 역시 지금껏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헤쳐 나올 수 있었던 근원이 그 때에 있었던 것 같네요. 어릴 때 병에 걸려, 이 종양이 뇌까지 전이된다면 목숨조차 장담 할 수 없었던 그 때, 사실 저희 엄마는 저랑 같이 산속에 들어 가 둘이 죽어버릴까 심각하게 고민하셨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나았지요. 그 뒤로 한동안은 운동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시기가 한동안 이어졌지만, 그 때도 엄마는 항상 '미사쨩은 살아있는 것 만으로도 득을 본 거니까 너무 작은 일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 해 주셨어요. 저 역시 중학생이 된 뒤, 제가 어릴적에 걸렸던 병이 그토록 심각한 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는 때때로 축 쳐지는 때는 있을지언정 '이런 고민도 그 때 죽었더라면 할 수 없는 거겠지'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제게 아직 다리가 붙어있고, 이렇게 춤을 출 수 있고, 스테이지 위에 서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기적'이라는 걸 생각하면 고민은 있어도 다시금 힘 내어 노력 할 수 있거든요.
- 에토상에게는 생사를 넘나들어 본 사람 외에는 낼 수 없는 특별한 힘이 깃들어 있다는 느낌이에요.
에 : 그런 면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기에 전 제가 그렇게 특별히 엄청 노력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제게 주어 진 환경이 저를 그렇게 만드는 것 뿐이니까요. 벽에 부딪혔을 때, 피하는 사람, 부숴버리는 사람, 빙 돌아가는 사람 등등 각자 그 벽을 대하는 자세는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어릴 적, 다리에 병을 앓았을 때의 경험이 있기에 다른 이들보다는 좀 더 능숙하게 그 벽을 넘어 설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구원을 받은 목숨이기에' 라는 사고방식이 어떻게 보자면 궁극의 기폭제로서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역시 에토상은 '耐雪梅花麗' 라는 구절이 잘 어울리는 분이세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확신했습니다.
에 : 감사합니다. 하지만 창피하니까 그렇게 부르지 말아주세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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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닮은 두 사람
'란제가 노기자카46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아스카의 생사진'
- 작년 연말에 열렸던 언더라이브 부도칸 공연에 아스카상이 노기단 드럼으로 참가하셨는데요, 그 때 테라다상이 센터에 선 16번째 싱글 언더를 보고 느끼신 점이 있으신가요?
아스카 (이하 '아') : 뭐라 해야 하죠… 노기단의 연주에 맞추어 춤을 춘다는 것 자체가 그 당시의 언더 멤버들 외엔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해요. 라이브에 익숙한 멤버들이기에 리허설 때에 무슨 일이 있어도 임기응변으로 대응 할 수 있었고, 단합이 잘 되어 있었거든요. 그 중에서도 란제는 저와는 다른 방식으로 센터 자리에 서 있었어요. 저라면 할 수 없었을 일들을 해 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요.
-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달랐나요?
아 : 음… 표정을 보다보면 '란제는 이 곡에 대해 특별한 추억을 갖고 있구나'라는 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어요. 발언에도 힘이 실려 있고요. 그런 것을 보면 저에겐 없는 매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반대로 테라다상은 센터에 선 아스카상을 보며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테라다 (이하 '란') : 음… 6번째 싱글 언더곡인 '선풍기'에서 센터에 서셨지요. 지금보다도 확실한 게 더 적은 상황인데 말이죠…
- 6번째 싱글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이야기 할 생각인가요.
란 : 네.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 해 보려 해요. (웃음) 그 당시, 저는 아직 연구생이었기에 '춤은 어떻게 추는 걸까?' 라거나 'MV는 어떻게 찍는 걸까?' 처럼 막연한 이미지밖에 갖고 있지 않았어요. 하지만 아스카상에 대해서 느끼는 이미지는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요. '스마트한 사람'이라는 것 말이에요. 예를 들어 저는 아무래도 움직임이 딱딱하고 안정적이지 못한데, 아스카상은 딱 중심이 잡혀 있어요. 아스카상이 똑바로 앞을 향해 달려나간다고 치면 저는 비틀거리면서 달리는 느낌이랄까요. (웃음) 아스카상이 뭔가를 표현하면 그 표현 방식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침투하여 납득하게 만들어요. 저는 그런 식으로 표현 할 수 없기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 아무래도 그건 경험의 차 아닐까요.
란 : '안정감'의 차 같아요. 아스카상 같은 경우에는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기도 하고요.
아 : 하지만 그 대신 저 같은 경우에는 '재미가 없'어요. 사실 아이돌 팬분들이 보시기엔 저보다는 좀 서툰 구석이 있는 란제쪽이 더 재미있을 거거든요. 아이돌성으로 보면 저보단 란제가 훨씬 위예요.
- 테라다상은 이번 17번째 싱글에서 처음으로 선발에 드셨지요.
란 : 처음 제 이름이 불렸을 때, '기쁘다'는 생각보다는 '선발 멤버로서 자각을 갖고 활동해야겠다'고 다짐했었죠. 제가 목표로 하는 장소까진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처음으로 선발에 뽑혔음에도 냉정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아 : 개인적으로는 언더에서 선발로 올라 온 멤버가 많았다는 게 정말 기뻤어요. 특히나 란제 같은 경우에는 2기생이 갓 들어왔을 때 '선배답게' 대했었거든요. (웃음)
- 선배 취급 받으려 했군요. (웃음)
아 : 네. 후후후
란 : 요즘 케야키자카 멤버들이나 3기생 아이들이 '아스카상을 좋아한다'고 이야기 하는 것 같은데, 사실 그 얘기, 저는 그룹에 들어오자마자 했었거든요.
아 : 그랬었지.
란 : 오늘 적어도 이 얘기는 확실히 하자 생각하고 나왔는데요. (웃음)
아 : 아하하하하하!!
란 : 아스카상 좋아한다고 한 건 제가 처음이란 말이죠. (웃음)
아 : 응. 란제가 처음이었지. (웃음)
- 테라다상, 그렇게 아스카상을 좋아하게 된 계기라도 있었나요?
란 : 애초에 노기자카라는 그룹을 알게 된 계기가 아스카상이었는걸요. AKB48은 악수회에도 갈 정도로 좋아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 이런 말 하긴 좀 뻔뻔한 것 같긴 하지만… 아는 사람이 '란제랑 닮은 사람이 있다'면서 보여줬던 것이 아스카상의 생사진이었어요. 2번째 싱글 언더곡인 '늑대에게 휘파람을' 의상을 입은 아스카상의 사진이었지요. 그 일을 계기로 노기자카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노기도코'를 보다 보니 2기생 모집 광고가 나왔기에 '아, 이건 응모 해 봐야지'라 생각하고 응모하게 되었거든요.
- 그랬군요. 그럼 아스카상, 아까 '선배답게' 대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했던 건가요?
아 : 학교에 대해서나 춤에 대한 상담을 자주 해 줬어요.
란 : 아! 아스카상이 안무 영상을 찍어서 보내주시곤 했기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아스카상에게 상담을 하면 가슴에 와 닿는 조언을 해 주곤 하셨거든요.
아 : 별 말을… (웃음)
란 : 아스카상은 본인은 물론이고 다른 멤버들도 객관적으로 보시거든요. 저는 그렇게 못 하는데…
아 : 란제가 그런 부분이 약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란 : 후후후
아 : 란제를 보며 '오해 사는 경우도 많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한 편으로는 지난 번 싱글에서 언더 센터에 서거나, 이번 싱글에서 선발에 든 것 처럼 노력이 평가받게 되어 잘 됐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 오해 받기 쉬운 성격이라는 면에서는 아스카상이랑 비슷한 면도 있다고 보는데요.
아 : 그렇죠. 저도 오해 받는 경우가 많은 편이니까 란제에게 눈이 갔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앞으로 고생 좀 하겠구나… 싶기도 했고.
란 : 저 개인적으로는 아스카상의 성격이 그렇다곤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스마트하면 스마트하지. 언제나 '왜 이 사람은 매사에 이렇게 대단한걸까' 라 생각하며 바라보곤 합니다.
아 : 별 말을 다 하네. (웃음)
- 아스카상은 '오해받기 쉬운 성격'을 어느 정도 극복했나요?
아 : 오해를 풀어보려고 노력하다 오히려 더 꼬인 경우가 여러 번 있었기에 요즘은 그냥 '될대로 되라'라고 신경 안 쓰려 해요.
- 자신을 꾸미지 않기로 한 건가요.
아 : 음… 물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할 정도는 아니에요. 스스로의 기분을 어느 정도 조절 할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 테라다상, 노기자카에 들어오기 전에도 '오해 사기 쉬운' 성격이었나요?
란 : 유치원때부터 외모만 보고 '성격 나쁠 것 같다'며 피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초등학생 땐 같은 반 친구들이 제 첫인상에 대해 '무섭다'고 쓸 정도 였고요. 그렇기에 어느 정도 익숙해 져 있었다 할까요. 노기자카에 들어 온 뒤로도 '또 오해 사겠지'라 생각했었고요. 요즘이야 그런 면도 좋아 해 주시면 좋겠다고 좋게 받아들이려 하지만요.
- 아스카상, 어릴 때 부터 외모와 성격간의 갭에 고민하곤 하셨나요?
아 : 아, 저도 외모 때문에 무서워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물론 초등학교 고학년때부터 중학교 때에 걸쳐서는 '말 걸어보면 금세 허둥대'곤 했기에 금세 얕보이곤 했지만요.
- 어릴 때 부터 감정을 드러내는 데 대해 거부감이 있었나요?
아 : 어릴 적에는 오히려 잘 하는 편이었어요. 물론 불특정다수 앞에서 무언가를 표현 해 내는 일이나 라이브 퍼포먼스 같은 거야 경험을 쌓은 지금이 더 능숙하리라 생각하지만, 단순히 다른 사람을 대하거나 감정을 전달하는 데 있어선… 지금은 하기 전에 아무래도 머릿 속으로 생각을 하게 되어서 말이죠. 예전이야 정말 '어린 애' 였으니까 무슨 말을 하건 용서가 되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요.
란 : 저는 교육 방침이 '생각하지 말고 느껴라' 였었기에…
- 이소룡의 명언이네요! 그러고 보니 언더 라이브 MC땐 무하마드 알리 이야기도 하셨었죠? 테라다 가문은 격투기를 좋아한다던가…?
란 : 네. 맞추셨네요. (웃음) 그렇기에 생각보다 감정이 앞서곤 해요. 그렇기에 저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한 편으로는 '거짓말을 해서 상처 받는 것 보다는 느낀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편'이 똑같이 상처를 받더라도 조금이나마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이야 걸리겠지만, 언젠간 '말은 저렇게 해도 나를 걱정해서 해 주는 말'이라는 걸 깨닫게 될 지도 모르고요. 지금까지 18년간을 그렇게 살아왔어요.
- 두 분 모두 좋은 의미로 성가신 타입이네요.
란 : 오. 직구를 날리시네요.
- 아니 '좋은 의미로' 말이에요.
아 : 성가시다는 말에 '좋고 나쁨'이 있나요. (웃음)
란 : '성가신' 건 그저 '성가실' 뿐 인걸요. (웃음)
- 두 분 모두 복잡하게 생각하는 타입이니까요. 그런 성향이 MC나 퍼포먼스에 배어나는 게 아닐까 싶어서 말이지요.
아 : 음… 뭐랄까요. 란제는 공격을 받으면 받을수록 성장하는 타입이라 생각해요.
란 : 그런 면도 없잖아 있다 생각해요. 오냐오냐 칭찬만 받기 보다는 혼나거나 비판을 받았을 때 '제대로 보여주마' 라고 불타는 타입이거든요.
- 그럼 아스카상은?
아 : 저는 어떤 쪽일까요. 후후후후
'지금 노기자카는 일치단결 할 필요가 있다'
- 17번째 싱글에서 아스카상이 프론트에 서게 되셨지요.
아 : 이번 싱글에선 마나츠와 함께 1열에 서게 되었어요. 대칭 자리에는 호리가, 지난 싱글에서도 옆자리에 서 있던 에토가 이번에도 옆자리에 서게 되었지요. 여러 모로 변화가 있었기에 신선한 기분으로 활동에 임하려 합니다.
- 선발이 21명이나 되다보니 '총력전'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아 : 그룹 입장에서 보자면 지금 같은 타이밍이 가장 위험한 타이밍일지도 몰라요. 지금이야말로 일치단결해야 할 타이밍이기에 이번 타이밍을 좋은 방향으로 가져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친한 멤버인 나카모토 히메카상이 이번 싱글 활동을 쉬게 되셨는데. 그에 대한 아쉬움은 있나요?
아 : 히메탄은 '무리를 하고 있을 때' 굉장히 알기 쉬워요. 사실 한 편으로는 '무리하는' 히메탄을 보는 것 보다 이렇게 '쉰다'는 결단을 내려 준 데 대해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아쉽고 쓸쓸하긴 하지만요.
- 나카모토상이 말하길, '아스카가 이른 시기에 자신의 변화를 눈치 채 주었다'고 하시던데요.
아 : 아까도 말 했지만, 보고 있으면 알기 쉬우니까요. 후후후.
- 나카모토상이 컨디션 불량으로 악수회를 쉬셨을 때, 바로 다음날 (1월 15일) 아스카상이 모바메로 나카모토상과의 투샷을 보내셨다더군요. 지금 생각 해 보면 그렇게 투샷을 보내신 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아 : 딱히 깊은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에요. 악수회 때 히메탄의 팬분들께서 제게 와 주시는 경우가 많고, 히메탄 팬분들 중에 제 모바메도 겸사겸사 함께 받아주시는 분들이 많기에 보내 드려야겠다 생각했을 뿐.
- 그러고보니 테라다상은 나카모토상과 함께 상 에투와르 활동을 같이 하시지요?
란 : 결성 당시에는 전원이 언더 멤버였지요. 그렇기에 '언젠가 모두 함께 선발에 들면 좋겠다'고 저희끼리도 이야기 했었고, 팬 여러분께서도 그런 얘기를 많이 해 주셨어요. 아쉽게도 이번에는 아쉽게도 나카모토상이 활동을 쉬게 되셨지만… 하지만 아이돌 멤버이기에 앞서 나카모토상은 한 사람의 인간이니까요. 사람이란 쉬지 않으면 지쳐버리기 마련이기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지'라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은 그저 나카모토상이 돌아오시기를 기다릴 따름입니다.
- 테라다상, '언젠간 아스카상과 같은 열에 서고싶다'는 마음은 있나요?
란 : 제 입으로 말하기는 너무 뻔뻔한 것 같은데다가, 아스카상이 그런 거 안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웃음)
아 : 좋아하는 지 아닌지는 상상에 맡길게. (웃음)
란 : 하지만 아스카상을 동경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고, 단순히 '선배님이니까', '귀여우니까' 같은 게 아니라 아스카상은 진심으로 '제가 갖지 못 한 것을 잔뜩 갖고 계신 분'이라 생각해요. 이런 마음은 언제까지고 변함 없고요.
- 아스카상, 멤버가 다른 멤버를 저토록 찬양을 하는 경우가 많나요?
아 : 잘 없죠. (웃음)
란 : 아니, 다들 아스카상을 보고 '얼굴이 귀엽다'고만 하니까요. 고참 티 내는 것 같아 좀 그렇지만, 저는 아스카상 외모 뿐 아니라 내면까지 좋아하는 사람이다보니.
아 : 정말 기쁘네요.
- 아스카상도 테라다상을 좋아하시지요? (웃음)
아 : 아니 왜 그렇게 실없이 웃으며 말씀하시는 건데요. (웃음)
- 그럴리가요. (웃음)
아 : 란제의 사고방식, 그리고 삶을 사는 방식에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깨끗하다'는 인상도 많이 받아요. 하지만 그렇게 사는 사람들 중에는 고생을 하는 경우도 많고, 진면목을 평가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도 많기에 그 때가 올 때 까지 상처 받지 말고,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란 : 정답이예요. (웃음) 감사합니다.
참고로 아스카가 보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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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husiastic Kyaiktiyo (열정적인 짜익띠유)
Part 1. 패션
센터를 경험하면서 '그래도 조금은 더 밝아져야지'라고 의식하고 노력했더니 실제로 조금이나마 밝아진 것 같아요. 그래선지 옷을 고를 때도 요즘은 패턴이 들어 간 화려한 옷도 입게 되었어요. 뭐, 말은 이렇게 해도 오늘 입고 온 사복은 전부 검정색 투성이이긴 하지만요. (웃음) 기대를 했던 일터에 화려한 옷을 입고 가면 설레 한다는 게 너무 티가 나서 일부러 피하는 것도 있고요.
작년 2월, CUTiE의 전속모델이 된 직후에는 한동안 화려한 옷들도 많이 입었는데, 제 역할이 무엇인지 알게 된 뒤로는 검정색 옷들을 더 자주 입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런 흐름 그대로 sweet의 모델이 되어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지요. 뭐, 검정색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빨간 옷 입으면 아무래도 '아스카 빨간 옷 입었어'라는 식으로 자기 주장하는 것 같기도 하잖아요.
모델이 된 뒤로 패션에 변화가 있었냐라… 아, 그렇네요. 발을 내보이지 않게 되었어요.
작년 초까지만 해도 옷을 살 땐 엄마나 마리카의 지시를 따랐거든요. 옷을 사러 가면 일단 전부 사진을 찍어서 엄마랑 마리카에게 보내고 선택을 받았어요. 아, 물론 마리카에게 허락을 받는 건 주로 코트라던가 좀 가격대가 있는 것들을 살 때지만요.
패션에 대한 집착이랄까… 치마의 라인에 고집이 있어요. 소위 말하는 '보통 디자인'은 잘 안 사는 것 같네요. 뭐, 애초에 직접 사러 가기 보다는 엄마가 사 온 것들을 이리저리 조합해서 입는 편이지만요. 개인적으로 코스프레는 잘 하지 않지만 이번 화보에서 코스프레 (지면에 실린 앨리스 코스프레)를 넣은 건 사실 팬분들께서 좋아하시기에… 앨리스 코스프레일 줄은 생각도 못 했지만 말이에요. (웃음)
Part 2. 노트
노트에 뭔가 쓰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매일 꼬박꼬박 쓰는 건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기분이 땡길 때나, 뭔가 찾아보다가 '이 말 괜찮네' 싶을 때 적어둔다던지, 책을 읽고 감상을 남기는 정도예요.
예를 들어, 저기 '독설과 폭언은 다르다'고 써 놓은 건 1년쯤 전에 쓴 건데, '독설은 하되 폭언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 삼아 써 놓은 거예요. 요즘이야 그다지 독설도 하지 않지만요. '노력이란 말은 도망 칠 때나 하는 말'이라는 아카시야 산마상의 말 (※원문은 '노력이란 말은 사어로 지정해야 한다. 노력이란 말은 진짜로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 도망 갈 길을 만들기 위해 하는 말이다.')을 써 놓은 건 공감했기 때문이고요. 저 스스로도 '노력'이라는 말은 안 쓰거든요. 누군가 '노력 하냐'고 물으면 '하지 않는다'고 하고.
'사람은 누구나 공통점을 갖고 있는 상대에게 가까워진다'는 말은 왠지 마음에 들어서 적어 두었어요. 예를 들어 좋아하는 연예인을 꼽을 때, 자신과 성격이 비슷한 사람을 꼽는 경우가 많다던가.
아, 그것 말고도 투어의 마지막 MC 같은 것도 노트에 적곤 해요. 열심히 생각하고, 생각 한 것을 적고, 그것을 보며 다시 생각해서 MC를 만들곤 했어요. 거기다 스테이지 위에서 느낀 점을 적어두기도 합니다.
Part 3. 키 워드
연기
흥미는 있지만 아직 미지의 세계네요. '죠시라쿠'는 딱히 연기를 했다기 보다는 제 성격대로 연기를 했었기에. 개인 PV도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제 원래 성격이랑 멀리 떨어 진 역할을 연기 해 본 적이 없어서 아직 연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 얼굴의 표정근들이 그리 활발히 움직이는 편은 아니라 생각하기에 연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연기에 도전을 한다면 연극쪽 보다는 영상물에 도전 해 보고 싶어요. '그 교실'의 MV에서 연기했던 '타인과 섞이려 하지 않는' 역할 같은 것도 해 보고 싶고, 아예 그와는 정반대의 역할도 해 보고 싶어요.
영화
보는 건 좋아해요. 하지만 영화관은 잘 가지 않는 편이라 요 전에 이쿠쨩이랑 'SCOOP!'를 보러 간 게 거의 2년만의 영화관 나들이였어요. 평소에는 잘 보지 않는 장르이지만, 이 영화라면 두 번 정도는 더 봐도 좋겠다 싶었던 작품은 '나비효과' 였고요.
챠이티요
원래는 '장소'명이고, 별다른 의미 없이 어감이 좋아서 쓰게 되었지요. 처음엔 로케를 가서 미얀마어를 검색하다가 별 생각 없이 '졸려챠이티요'라고 이야기 했더니 '괜찮다'고 반응이 와서 쓰기 시작했지요. 아무 생각 없이 어떤 말에 붙여도 그럴듯 한 데다가, 정말 어감이 안 맞는 말에는 앞부분 자르고 '~티요'만 붙이면 정말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어미지요. 팬 여러분께서도 '챠이티요' 많이 써 주시고, 미얀마에도 많이 가 주시기 바라요.
라이벌
딱히 없어요. 3년쯤 전까지는 좋은 의미로 멤버들에 대해 라이벌심을 갖고 있었지요. '지면 안되겠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당시만 해도 자존심이 강했달까요. 지금은 좋은 의미로 어깨의 힘도 빠졌고, 스스로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되었지요.
친구
저 친구 없는 거 잘 아시잖아요. 왜 물으시는 거예요.(웃음) 멤버들 이외에는 두 명 정도? '친구를 그렇게 많이 만들 필요는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그건 소수의 '깊은 관계의 친구'를 가진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거든요. 저 같은 경우 위에서 말했던 친구 두 명과도 그다지 깊다고는 하기 힘든 관계라서… 같이 밥을 먹곤 하지만 서로의 비밀을 속속들이 털어놓을 정도는 아니거든요. 기본적으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딱히 외롭다거나 힘들거나 하진 않지만 때때로 외로워 질 땐 매니저 언니에게 전화하곤 해요. (웃음)
드럼
계속 치고 있다…라기 보다는 오히려 요즘 들어 더 자주 치고 있네요. 얼마 전에 새로 드럼을 샀기에 앞으로는 매일 칠 생각이기도 하고요. 선보일 기회가 있느냐 없느냐는 차치하고라도 드럼 자체는 계속 할 생각이에요.
콤플렉스
거의 전부…예요. 얼굴이 작다는 말을 가끔 듣는데, 그게 싫거나 하진 않지만 딱히 좋은 일도 없잖아요. 게다가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 작지도 않고요.
하시모토 나나미
나나미에게 질문을 많이 하고, 상담도 많이 한 건 아무래도 나나미를 동경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나나미는 거짓말도 하지 않고, 생각하는 것도 저랑 비슷하기에 나나미의 조언은 금방 납득하게 되고, 나나미가 제시 해 준 길은 항상 옳다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지난 5년동안 둘이서 밥을 먹으러 간 적도 없고, 서로의 진심을 깊게 이야기 했냐 하면 딱히 그렇다고는 하지 못 할 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는 신기한 관계랄까요.
Part 4. 운동신경
체력측정인가요? 자신이 전혀 없는데요…
중1때 반복 옆뛰기는 그래도 잘 하는 편이었어요. 그 외에는 윗몸 일으키기 정돈가… 스포츠 관계로 했던 건 초등학교 5학년때 테니스 클럽에 들어 갔다가 금세 '나랑은 안 맞는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정도일까요. 그 이후로는 스포츠 관계론 완전히 포기했어요. 피구 같은 경우에는 언제나 필사적으로 피하기만 하다가 마지막까지 남으면 체력이 다 떨어져서 지레 알아서 나가곤 했죠. (웃음) 그런 면에서 보면 피하는 건 그래도 잘 하는 편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때때로 '운동신경이 좋았더라면 야구나 축구도 보러 다녔겠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Part 5. 책
'너희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요시노 겐자부로)를 읽고 '같은 일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 할 수도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 책 자체는 전전(2차대전 이전)에 쓰여 진 책이지만, 2번이었나? 개정이 되었기에 지금 읽어도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은 안 들어요.
'외투, 코' (니콜라이 고골)을 읽고는 '매사 진지한 사람은 손해를 본다'는 게 이런 거구나… 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야기 여기저기에 과장되고 재미있는 요소가 들어 가 있지요.
'도미노 쓰러뜨리기' (누쿠이 도쿠로)는 누쿠이상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입문용으로 읽어보셨으면 해요. 이 책으로 통해 매력을 느끼시고 누쿠이상의 좀 더 무거운 작품들로 파고 드셨으면 좋겠네요.
Part 6. 과거
유소년기
유치원에 다닐 때는 조금 낯을 가리긴 했지만 기본적으론 활발하고 붙임성이 좋은 아이였다고 해요. 항상 오빠들 흉내를 내곤했기에 괄괄하기도 했고요. 남자 아이들처럼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여자아이들이 하는 놀이는 그다지 하지 않았지만, 어릴 때 꿈이 미용사였기에 인형의 머리를 자르거나 물감으로 물들이거나 하기는 했어요. 그 덕분에 항상 인형들이 너덜너덜했지만.
초등학생기
2학년때까지는 모두와 사이가 좋았어요. 5학년 때에 어쩌다보니 눈에 띄는 아이랑 친하게 되었는데, 어떤 사건을 계기로 표면적으로는 친하게 지내도 마음속으로는 거리를 두게 되었어요. 6학년 때 취주악부 활동을 하며 후배들을 가르치는 게 얼마나 즐거운 지 알게 되었어요. 후배들 입장에선 엄청 좋은 선배였을걸요.
중학생기
중학생이 된 뒤, 본격적으로 화려한 중학교 생활을 즐겨보려 했는데, 주변 눈치를 보다보니 그러지도 못했어요. 하지만 분위기에 뒤쳐지기는 싫었기에 겉으로는 분위기를 잘 맞춰주는 척 했어요. 하지만 어느 때 부턴가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특유의 귀찮은 관계가 거슬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지금 생각 해 보면 그 당시 무리해서 분위기를 띄웠던 건 후회해요. 당시의 분위기 맞추는 캐릭터도, 노기자카 초기에 했던 딸기우유 캐릭터도 사실은 제가 아니었던 거죠.
Part 7. 가족
아빠가 딸에게
이미 16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마치 어제 일 처럼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2000년 크리스마스 때부터 새해까지 가족 5명이 외가인 미얀마에 갔었던 때의 일이지요. 당시 양곤은 건기에 접어들어 매일매일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이어졌었죠.
당시 우리 가족이 머물렀던 건 양곤시내에서 이라와디강을 따라 조금 내려 온 곳에 위치한 아스카의 외가댁이었습니다. 미얀마의 정부 고관이나 정재계 사람들이 은퇴해서 사는, 그럭저럭 고급 주택지였지요.
비록 그런 고급 주택지라 해도 당시에는 상하수도 시설이 완비되어있지 않아 생활폐수가 집 사이의 시궁창을 통해 흘러 내려가는 상황이었어요.
미얀마 생활 3일째, 아스카의 손발에 붉은 붓기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붉은 반점은 전신으로 퍼졌지요. 그걸 보며 '아… 담마진이 생긴건가. 아니면 설마 식중독?'이라고 걱정했지만, 알고 보니 큰 숲모기에게 물린 거였지요.
양곤에서 태어난 아스카의 오빠나 다른 친척들도 숲모기에게 물렸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많이 붓거나 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태어 나 처음으로 숲모기에게 물렸던 아스카는 정말 큰 일이었습니다. 붓기가 점점 심해지고 짓물러서 마치 큰 크레이터처럼 구멍이 뚫릴 정도였으니까요. 달 표면같다는 표현은 좀 오버하는 것 같지만 모기가 옷을 뚫고 물었던 것인지 얼굴 뿐 아니라 전신이 곰보가 되었어요.
간지러움은 점점 더 심해져, 결국 아픔으로까지 변했고요. 간지러움, 아픔 때문에 아스카는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런 아스카를 보며 저도 간지럽고 아픈 것 같았죠. 물론 가장 힘든 건 본인이었겠지만요.
저는 일이 있었기에 1월 5일에 도쿄로 돌아왔지만, 1월 20일경에 나머지 가족들이 돌아왔을 때에도 아스카의 몸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 있었어요.
지금도 그 당시를 떠올리면 안타까운 마음 뿐이지요.
엄마가 딸에게
아스카는 냉정하고 침착한 아이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금방 욱하곤 하기에 아스카를 보며 배우는 게 많아요.
큰 오빠가 동생에게
아스카가 10살때 쯤이었던 것 같은데, 제가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으려니 아스카가 제 등에 올라 타서 어느 사이엔가 말 놀이를 하게 되었던 기억이 있네요. 부끄럼이 많지만 잘 웃는 아이랍니다.
작은 오빠가 동생에게
오빠 입장에서 보자면, 어릴 적 부터 좀 드센 아이였어요.
어릴 때, 자주 싸움을 해서 엄마에게 혼나곤 했지요. 저희 집 같은 경우에는 화해하는 방식이 좀 독특한데요, 엄마가 싸운 아이들을 불러서 서로 바라보며 사과를 하고, 포옹을 하게 하곤했습니다. 보통 먼저 사과하는 건 저였는데, 아스카는 끝까지 '난 잘못한 거 없어'라며 우두커니 서 있곤 했어요. 결국 그것 때문에 엄마한테 더 혼나곤 했지만요. (웃음)
그런 성격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서, 저에게 말을 툭툭 던지기도 하고, 저도 모르는 새에 제 옷을 입고 나가기도 하고, 뜬금없이 연락해서는 'XX 사 와'라고 명령하기도 합니다.
한 편으로는 매년 엄마한테 이야기해서 발렌타인데이 초콜렛을 준비 해 주기도 해요. 이야기하는 바에 따르면 '그래도 오빠니까' 준다는 것 같긴 하지만. (웃음)
개인적으로 아스카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남들을 배려하고 있는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은 언제까지고 변치 않았으면 해요. 일이다 뭐다 힘들거라 생각하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다만 원하는 게 한 가지 있다면 제게도 좀 다정하게 굴어줬으면 좋겠네요. (웃음)
Part 8. 노기자카 46
- 14번째 싱글에서 처음 센터에 섰던 때를 되돌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아스카 (이하 '아') : 음… 지금 생각 해 보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즐거웠다'는 점이네요.
- 아스카상은 '변했'나요?
아 : 꽤나 변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지 모르지만, 저 스스로는 센터라는 자리에 대한 생각도 변했고, 라이브에 임하는 자세도 변했으며, 노기자카46라는 그룹 자체에 대한 생각도 변했거든요. 제 안에서 느끼는 변화라는 건 꽤나 큽니다.
- '긍정적인' 변화인가요?
아 : 그런 것 같아요. 사실 노기자카에 들어온 직후와 지금을 비교 해 보면 생각하는 방식이 거의 정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물론 그것이 '성장'인지 단순히 나이가 들면서 견해가 변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최근 들어서 사고방식이 많이 안정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 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 '한 여름의 전국투어' 당시에는 가슴을 울리는 명 스피치를 매 공연마다 하셨었는데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정말 힘든 매일매일이었지요?
아 : 투어가 끝난 뒤 한동안은 거의 넋이 나가 있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 앞에 서서 오래 이야기 하는 것 만으로도 괴로웠거든요. '아, 이런 걸 매일 해야 하는건가…'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계속 하다보니 결과적으로 '하길 잘 했어'라는 식으로 생각하게 되었지요. 물론 때때로 '이렇게 떠드는 이유가 있나'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런 시간을 가졌었기에 저에 대한 오해가 풀리신 분도 계시고, 멤버들에게도 제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 센터에 선 뒤로 듣기 싫은 말을 듣는 경우도 늘으셨을 것 같은데.
아 : 음…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떤 의견이건 받아들인다고 할까요… 구태여 저에 대해 검색 해 보거나 하진 않지만, 비판적인 의견에 대해서도 '참고로 하겠습니다'라고 생각하는 타입이거든요.
- '그룹을 위해'라는 생각은 있었나요?
아 : 물론 '그룹을 위해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런 것들이 전부 '저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렇기에 일부러 들으라는 듯 '그룹을 위해서'라고 내세우지 않아도 되지 않나 싶고요.
- 2017년 1월 25일에 첫 사진집이 나오지요?
아 : 네. '이렇게 해 봐'라던지 '저렇게 해 봐' 라는 연출을 별로 안 하셔서 결과적으로 제 평소 모습이 많이 담기게 되었어요. 촬영도 즐거웠고, 얻은 게 많았지요. 남성 팬 분들 뿐 아니라 여성분들께서도 가볍게 보실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 그 사진집은 '18세의 아스카상'을 그대로 담아 낸 작품이라 생각하는데요. 18세라는 나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 : 여러 모로 얻은 게 많은 1년이었다고 생각해요. 완전히 어른이 아니기에 어른들의 의무가 지워지지 않으면서 어린아이도 아니기에 어린아이들이나 할 일은 안 해도 되는 나이니까요. 보통 17, 18살을 가리켜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점을 이용할 수 있는게 좋았어요. (웃음)
- 그렇군요. (웃음) 나이가 드는 건 싫나요?
아 : 딱히 '항상 어린 상태로 있고 싶다'던지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아요. 흐름에 맡긴달까요.
- 노기자카 멤버들 중에는 '그룹에 있기에 시간이 멈춘 것 같다'는 멤버도 있는 모양이던데요.
아 : 저는 오히려 반대예요. 주변에 있는 보통 20대 전반 여성들보다 노기자카의 언니 멤버들이 더 '어른'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초창기엔 캐릭터도 불안정했고, 너무 어린애 같았기에 '시간이 멈추'는 건 싫기도 하고요.
- 2월에는 하시모토상이 연예계를 은퇴하시는데요, 본인도 '일반인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일을 할까'라는 생각 같은 것을 하곤 하나요?
아 : 걱정은 되지만, 아마도 금세 익숙해 질 거라 생각해요. 지난 5년동안 아이돌이라는 명목 하에 주변 사람들이 오냐오냐 해 줬던 건 사실이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지난 5년동안에도 항상 그 '오냐오냐'를 의심하며 살아 왔기에 별 문제 없을걸요. (웃음)
- 아스카상이 독서를 좋아하는 건 그런 사고방식과도 연관이 있는건가 싶네요.
아 : 어쩌면 그런 부분도 있을 지 모르겠네요.
- 아스카상, 지금 '싸우고 있는' 것은 있나요?
아 : 아뇨, 없어요. 기본적으로 승부를 거는 타입은 아닌지라. 납득이 안 되더라도 큰 문제가 안 된달까요. 아니 애초에 매사에 납득을 하려 하지 않는 타입이기도 하고.
- 최근에는 독설도 많이 줄었지요.
아 : 딱히 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질렸는 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독설 캐릭터'라는 말을 듣기 시작했을 땐 솔직히 '내가 독설하는 걸 바라'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그런 요구도 많이 줄었고요.
- 딱히 독설이 '캐릭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지금의 아스카상을 보면 딱히 장식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존재 자체만으로도 설득력이 있는 존재라고나 할까요.
아 : 어휴 별 말씀을요. 물론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합니다만. 그런 목표에 이상형이 정해 져 있는 건 아니예요. 애초에 장래에 대해서 딱히 생각하지 않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흐름에 몸을 맡기는 사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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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AKB그룹 신문 어워드 2016
사카미치 어워드 MVP / MIP
올 해부터 'AKB48 그룹 신문 어워드'에 사카미치 시리즈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인 멤버들에게 '사카미치 MVP'와 '사카미치 MIP' 부문을 신설하였습니다. 기념비적인 첫 MVP에 선정 된 것은 지난 해 부터 두각을 드러 내 왔으며, 8월에 발매 된 싱글 '맨발로 Summer'에서는 처음으로 센터에도 서게 된 사이토 아스카(18). MIP에는 '사일런트 마조리티'를 통해 인상 깊은 데뷔를 해 낸 케야키자카46의 센터, 히라테 유리나(15)가 선정되었다. '사카미치'의 미래는 물론이고 아이돌 업계 전체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 두 멤버들이 가진 귀중한 첫 대담이 실현!! 1기생 최연소 멤버 콤비가 생각하는 '46'그룹이란?
- 아, 갑작스러운 얘기지만 여기 표창장이요! 우선 히라테상부터.
히라테 (이하 '히) : 에?!?!
사이토 (이하 '아') : 이거 뭐예요?
- 아, 트로피요. 자, 그리고 이건 아스카상.
아 : 에에?!? 뭐지 이거, 이거 뭐예요? (웃음)
- 두 분, 수상 축하드립니다!
히 : 감사합니다!
아 : 감사합니다! 아, 이 트로피 무겁네요. (웃음)
- 지금까지 두 분의 관계성은 어땠나요?
아 : 이야기를 나눈 적은 별로 없긴 한데, 케야키쨩이 처음으로 M스테에 나갔을 때, 네루쨩, 히라테쨩이랑 이야기를 한 적은 있긴 하네요.
히 : 아!
아 : 근데 그 때 무슨 말을 했는 지는 기억이 안 나요. 후후후.
- 아스카상에게 히라테상의 인상은 어떤가요?
아 : 퍼포먼스가 대단하다는 인상이에요. 기술적인 면이 어떤 지는 사실 잘 모르지만, 표현력이 엄청나지요. 저 같은 경우엔 노기자카에 갓 들어 왔을 땐 뭘 하더라도 부끄러워서 망설이곤 했는데, 히라테쨩에게선 그런 게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다가, 모든 것을 똑부러지게 해 내는 게 정말 대단하다 생각합니다.
히 : 아… 그렇지 않아요… (고개를 저으면서 푹 숙인다.)
- 그럼 히라테상에게 있어 아스카상의 인상은 어떤가요?
히 : 전에 한 번 함께 잡지 표지를 찍은 적이 있거든요. 제가 긴장 해 있으려니 상냥하게 말을 걸어 주셨어요. M스테에 처음 나갔을 때도 '무대 좋았어'라고 이야기 해 주셨고요. '걸즈 어워드' 때에도 같은 브랜드 모델로 런웨이를 걷게 되었는데, '함께 힘 내자'고 이야기 해 주시는 등, 정말 상냥한 선배님이셔요.
- '걸즈 어워드' 땐 아스카상 말고 다른 노기자카 멤버들도 함께 출연했었죠?
히 : 네. 정말 다들 귀여우셨어요!! 평소에 옷은 어디서 사세요?
아 : 에?! 나는 그냥 적당하게 사서 입는데… 히라테쨩은 어떤 옷 좋아해? 어떤 스타일?
히 : 검은 옷 좋아해요.
아 : 아, 나도 그래.
히 : 와! 기뻐요!!
- 히라테상, 아스카상이랑 같이 옷 사러 가면 되겠네요.
히 : 아녜요.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아 : 저도 뭔가 폐 끼치는 것 같은데요. (웃음)
- 두분 다 소극적이네요. (웃음) 히라테상, 올 한 해는 어떤 해였나요?
히 : 지금까지 살아 온 가운데 가장 농도가 진한 한 해였어요. 데뷔를 하자마자 M스테에 나가기도 하고, 'FNS 가요제' 등 수 많은 음악 방송에 나갈 수도 있었고요. 그 중에서 가장 긴장했던 건 노기자카 선배님들과 함께 했던 'THE MUSIC DAY'였고요.
아 : 아, 함께 '계기'를 불렀던 무대?
히 : 만에 하나 실수라도 하면 큰 폐를 끼치게 되는 거니까요. 정말 엄청 긴장했어요.
- 환경에도 변화가 있었을 텐데요.
히 : 멤버들과 함께 외출을 하다 보면 알아 보고 말을 걸어주시는 경우도 있어요. 데뷔 직후에는 알아 봐 주시는 분들 대부분이 남성분이셨는데, 요즘엔 여성 분들도 알아 봐 주세요.
아 : 오~ 대단한걸!!
히 : 사실 상황이 너무 급하게 변해서 미처 따라가지 못 할 때도 많지만, 최대한 따라 가려고 노력은 하고 있어요.
- 아스카상, 케야키자카의 인상은 어떤 느낌인가요?
아 : 음악 방송에 함께 무대에 섰을 때도 그렇고, 노래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도 느끼는 건데, 저희 (노기자카)에 비해 환경에 익숙해 지는 것도, 성장하는 것도 속도가 빠르다는 느낌이에요. 사실 저희들 같은 경우에는 한동안 촌티가 빠지지 않았잖아요. (웃음) 케야키쨩은 이 짧은 사이에 엄청 귀여워 진 데다가, 노래 할 때의 표정 하나 하나조차도 데뷔 직후와 비교하면 엄청 바뀌었거든요.
히 : 어우, 아니에요. (고개를 가로젓는다.) 하지만 '신인'이라는 말을 방패삼아 응석을 부리지는 않으려고 하는 면은 분명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응석을 부리다 보면 언제까지고 성장하지도 못 하는데다가, 아무래도 노기자카 선배님들과 비교되는 부분도 있기에 '표정'면에 있어서는 다들 매우 노력하고 있어요. 안무를 맡아주신 TAKAHIRO선생님의 강렬한 세계관은 지켜가면서 케야키자카다운 부분 역시 발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데뷔 첫 해에 홍백가합전에 출장한다는 쾌거를 이루어 냈는데요.
아 : 정말 대단한 일이죠.
히 : 개인적으로는 사실 '기쁨'보다는 두려움과 불안밖에 느껴지지 않아요. 함께 출장하시는 분들을 보면 다들 엄청난 아티스트분들이기에 조금만 잘못해도 '쟤들은 초짜'라는 식으로 비추어 질 거고, 그러면 끝이라 생각하거든요. 리액션이 작은 그룹이다 보니 처음으로 홍백 출장 소식을 들었을 때도 '아, 그렇구나…'라는 반응을 보인 멤버들이 많았어요. (웃음) 물론 기뻐하는 멤버들도 있겠지만, 솔직히 저처럼 불안해 하는 아이들이 더 많을 것 같아요.
- 그럼 아스카상, 아스카상에게 올 한 해는 어떤 한 해였나요?
아 : 저 역시 노기자카에 들어 온 후 가장 농도가 짙은 한 해를 보낸 것 같아요. 처음으로 센터에 서게 되었다는 것이 아무래도 가장 크겠지만, 그 타이밍에 전국투어를 하고 있었다는 것 역시 엄청 큰 의미였거든요.
- 최근에 나온 싱글 '사요나라의 의미'는 처음으로 출하량으로 밀리언 셀러가 되었는데요.
아 : 실감이 안 돼요. 뭐라 하죠… 노기자카가 밀리언을 달성했다는 점은 물론 감사한 일이지만, 제가 그런 그룹의 일원이라는 실감이 안 된다고 할까요.
- 센터에도 섰는데요?
아 : 그렇긴 한데 그다지 '중심'이라는 느낌이 없달까요. (웃음)
- 악수회에도 많은 분들이 오시게 되었죠.
아 : 음… 분명 예전에 비해서는 많은 분들이 와 주시지만 개인적으로 '사람 많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아, 여성 팬분들이 늘어 난 것은 실감하고 있어요. 작년부터 패션잡지의 전속모델을 하거나 패션 이벤트에 나가거나 하는 기회가 늘었기 때문인지 급격하게 여성 팬분들이 느셨어요.
- 그럼 올 한 해 동안 변한 것이 있다면?
아 : 센터를 한 뒤로부터는 라이브에 임하는 자세나 노기자카라는 그룹을 대하는 마음이 바뀌었어요. 저 스스로가 멤버들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가 하는 것들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고 할까요… 아이돌은 기본적으로 주변에서 오냐오냐 해 주는 경향이 있잖아요. 주변 사람들이 다 상냥하게 대해주다보니 거기에 안주하고 순응하고 싶어질 때도 많아질 거라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지난 5년간 그런 '상냥함'을 의심하고,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노력 해 왔는데 이번 여름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주변 사람들의 '상냥함'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히 : 여름 라이브, 마지막 공연인 진구구장 공연을 보러 갔었거든요. 정말로 저희랑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다들 빛나보였어요. 특히 센터에 선 아스카상… 정말 대단했어요.
아 : 어휴, 아니야.
히 : 마지막쯤에 아스카상이 눈물을 흘리면서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아 : 후후후… 고마워.
- 두 분 사이에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바로 '1기생 막내'라는 점인데요.
히 : 아!!
아 : 그렇네요~
- 히라테상은 갑작스레 센터에 서게 되었지요.
아 : 이야… 저였다면 못 했을거예요. 히라테쨩에 가해지는 부담이 엄청났을텐데… 처음부터 '진지한 아이구나'라는 인상이 있었기에 더더욱 책임감을 느낄 것 같았지요.
- 책임감은 어떤가요?
히 : (조그맣게) 엄청나죠… (웃음)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기대는 걸 잘 못 해서요… 멤버들에게도 속 터 놓거나 하지 못 해요. 때로는 울음이 나거나 하기도 합니다만… 하지만 얼마전에 있었던 악수회중에 몸 컨디션이 엄청 안 좋아졌을 때, 처음으로 '아, 이 사람이라면 내가 기대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멤버가 생겼기에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어요. 악수회 레인에서 빠져나와 잠시 쉰 뒤에 시다 마나카와 모리야 아카네의 레인에서 함께 악수를 하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양 옆에서 저를 지탱 해 주면서, 팬분들 뿐 아니라 저도 즐겁게 해 주려고 엄청 노력했었어요. 첫 싱글 활동때는 모든 게 처음이었기에 눈 앞에 있는 것들을 필사적으로 해 나가는 것 만으로도 벅찼고, 그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기대고 말고 할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세컨드 싱글때는 그 때 나름대로 압박감이 엄청났었고 말이죠. 서드 싱글때도 그렇습니다만.
- 선발 발표를 할 때마다 보여주는 '각오를 다진 표정'이 인상적인데요. (웃음)
히 : (웃음)
아 : 아니~ 그건 그렇게 되는 게 당연하다니까요~ 당시에 제가 어땠는 지 같은 건 전혀 참고가 안 되겠지만.
히 : AKB48분들처럼 투표로 센터를 정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기가 제일 많다던가 뭔가 특출나게 뛰어나다던가 한 것도 아니라 어느 날 갑작스레 센터를 하라는 소리를 들은 거니까요… 조금이라도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갖고 센터에 서려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아 : 저는 다른 사람들 뒤에 서는 경우가 많았던 데다가, 언더에 있던 기간도 길었기에 그런 것들을 통해 배운 것들을 최대한 살리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한 발 물러서서 보면 현재 케야키자카가 하고 있는 방식도 굉장히 바람직한 방향 중 하나라 생각해요. 우선 한 명을 픽업하고, 여러 사람들이 그 '한 명'의 매력에 끌려 팬이 되고, 다른 멤버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된다고 할까요. 실제로 대성공을 거두고 있고 말이죠.
- 미디어에서도 MV에서도 우선 히라테상을 픽업하고 있지요.
히 : '후타리 세종'의 MV는 다른 멤버들도 꽤 나오기에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요. 퍼스트, 세컨드 싱글 때는 정말로 제 분량이 많아서… 물론 저에게 불만을 이야기 하는 아이는 없지만, 개중에는 '나는 MV에 거의 안 나왔다'는 이야기를 하는 아이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그럴 법도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기에 제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하지 못 하게 되었고…
아 : 듣다보니 불쌍하네요… 아직 어린데. (눈물이 맺히며) 힘들겠어요.
- 아스카상은 데뷔 당시 13살이었잖아요.
히 : 13살요?!
아 : 히라테쨩은?
히 : 14살이었어요.
아 : 별로 큰 차이도 없는데 뭐. (웃음)
히 : 하지만 들어 온 지 얼마 안 되어 바로 중 3이 되었는걸요.
아 : 나도 얼마 안 되어서 바로 중 2로 올라갔어. (웃음)
히 : 아, 그렇군요. 후후후 (웃음)
아 : 뭐, 조언을 해 보라 해도 솔직히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히라테쨩이 짊어지고 있는 건 너무 크단 말이죠. 지금은 힘들어도 긴 안목으로 봐서 나중에 이 때를 되돌아 보며 '그 땐 힘들었지만 그 때가 있어서 다행이야'라고 추억 할 수 있다면 된 것 아닌가 싶어.
- 노기자카와 케야키자카의 차이점은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히 : 제가 감히 케야키는 어떻다고 이야기 해도 될까 잘 모르겠지만… 노기자카 선배님들은 '청초한 아가씨'의 이미지가 있지만, 케야키는 '어른들에게 반항하는'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 : 최근 노기자카 곡들은 소위 말하는 '좋은 곡' 계열들이 많긴 한데, 때로는 '제복 마네킨'같은 노래도 있고, 의외로 다양한 곡들을 소화 해 왔어요. 그에 비해 케야키자카는 방향성이 정해 져 있는 느낌이에요.
히 : 때로는 '자매그룹인데도 장르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아 : 저 뿐만 아니라 멤버들 모두가 같은 생각일 거라 보는데, 좀 더 이야기를 나누거나 귀여워 해 주고 싶은데 지금은 그럴 기회가 잘 없네요.
- '46'그룹, 다시 말 해 사카미치 시리즈의 특징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개인적으로는 두 팀 모두 겸허한 멤버가 많고 마른 멤버들이 많다는 이미지인데.
히 : 아녜요. 스타일 좋은 건 노기 선배님들이시죠.
아 : 에? 노기선배? 지금 '노기 선배님'이라 했지? (웃음)
히 : 아, 저도 모르게… 케야키자카에 귀여운 아이들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노기 선배님들이 정말 귀여우시고 스타일도 좋은 분들이 많으셔서 말이죠. 저희들은 노기 선배님들을 보며 '어떻게 하면 저렇게 될 수 있을까'라는 이야기를 하곤 해요.
아 : 아니야. 케야키쨩도 다들 귀여운걸! 다들 스타일 좋고. 다리가 예쁜 멤버들이 많아!
- 오디션때 마른 체형인가 아닌가를 봤다고 하던데요.
히 : 아! 그러고 보니 오디션때 '머리를 올리고 한 바퀴 턴 해 보라'는 지시가 있었어요.
아 : 아, 그거 우리도 했어! 그런 식으로 평가하는 거라니까. (웃음)
- 그럼 체형 이외의 공통점은?
아 : 저희나 케야키쨩이나 좋은 의미로 '흥'이 부족하달까요.
히 : 정말로 그래요! 물론 대기실 같은 데선 신나서 큰 소리로 떠들곤 하지만, 뭐라 할까요… '파티 피플' 같은 느낌은 없어요. (웃음)
- 어떻게 보자면 '현실충'같은 느낌이라 할 수 있겠네요.
아 : 아! 그거예요 그거! 그리고 케야키 멤버들은 양 손을 공손하게 배 앞에 모으고 있는 이미지가 있어요. 그걸 보며 '저거 좋다'라고 생각하곤 해요.
히 : 아, 그거 사실 처음부터 스태프분들께 교육을 받은 거예요. 인사를 할 때도 의식해서 하고 있어요.
아 : 저희도 인사는 확실히 하는 편인데, 손을 어디다 두는지 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히 : AKB48분들처럼 반짝반짝거리는 의상이 없다는 점도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저희 멤버들은 노기 선배님의 '드레스'같은 의상에 동경을 갖고 있거든요. 머리 모양도 다양하게 시도하시고… 저희 같은 경우에는 각잡힌 제복인데다가 춤이 격하다 보니 아무래도 머리모양이 제한적이거든요. 그냥 저희에게 없는 걸 부러워하는 것 뿐일지도 모르지만요.
- 조금씩이지만 노기자카와 케야키자카간의 교류도 눈에 띄는데요.
아 : 솔직히 아직 기회가 적어서 케야키 멤버들에 대해서 잘 몰라요.
히 : 게다가 낯가림이 심한 아이들도 많아서…
아 : 응… 그거 우리도 그래. (웃음)
- 조금 더 교류가 활발해지면 좋겠네요.
아 : 개인적인 생각이긴 한데요, 노기자카 같은 경우에는 5년이나 이런 환경에서 활동을 해 오다보니 변화라는 데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들 자신도 그렇고, 팬 여러분도 큰 변화가 일어나는 데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남들 힘만 빌리는 것 같아 뭣하긴 하지만 스탭분들께서 강제적으로 노기자카와 케야키자카 사이의 접점을 늘려 주신다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다들 금세 그런 환경에 적응하게 될 거고, 서로간의 교류를 늘려 그룹 전체적으로도 더욱 더 큰 그룹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르지만, 억지로 밀어붙여 주시면 좋겠네요. (웃음) 그렇게 하는 편이 좋은 흐름으로 이어 질 거라 생각하거든요.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말이죠.
히 : 그렇게 말씀 해 주시니 기뻐요. 하지만 한 편으로는 역시 노기 선배님들과는 경험 해 온 것에서 격차가 있다 보니 함부로 노기 선배님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아도 되는 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아 : 뭐, 일단 내가 노기자카 멤버라는 점을 제외하고 객관적으로 보면 말이지 역시 히라테쨩이 말한 그런 '두려움'이 필요 한 부분도 분명 있다고 생각은 해. 아니, 어느 정도는 '두려워' 해 주었으면 하는 면도 있고. 하지만 말이야, 노기자카도 벌써 5년이나 활동을 해 오고 있기에 자신들이 서 있는 곳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고 생각하거든. 그런 자신감을 배경으로 해서 지금 이 순간 노력을 하고 있는 거기도 하고. 그렇기에 솔직히 말하자면 케야키자카가 '따라가겠습니다'라고 생각을 해 주었으면, 아니, 그렇게 생각 할 수 있도록 모범을 보여야만 한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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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기자카46 스페셜 대담 1
하시모토 나나미 X 사이토 아스카의 '거리감'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감'
- 노기자카46멤버 중에서도 특히 타인과의 '거리감'이 비슷하고,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두 사람. 그것도 두사람의 관계가 좋다는 게 재미있는데요.
사이토 (이하 '아') : 나나미와 둘이서 촬영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오늘 아침에 일을 하러 오면서 내심 좀 긴장했어요. (웃음) 하지만 촬영장에 들어 오고 보니 평소와 다름 없는 나나미의 모습이 보여서 긴장 안 해도 되겠구나… 라고 생각했지요.
하시모토 (이하 '나') : 뭐야 그거. (웃음) 아스카 얼굴이 워낙 작다보니까 얼굴 붓기를 어떻게 빼야 하나 고민 되어서 큰 일이었어요. 어제는 얼굴이 부을까 봐 짠 음식을 안 먹었을 정도인걸요.
- 두 분 모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 하셨네요. (웃음) 이번에는 그런 두 분사이의 '거리감'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만,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질문 하나만.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은 잘 하는 편인가요?
아 : 아뇨. 잘 못 하는 편이에요. 어릴 적에는 잘 하는 편이었는데 말이죠. 초등학교 입학식 때는 처음 보는 아이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다닐 정도로 활발한 아이였어요. 낯가림도 안 했고. 그랬던 게 이제 와선 정 반대의 성격이 되어버렸네요.
나 : 저도 마찬가지예요. 지금은 그런 걸 잘 못 하지만, 예전만 해도 그럭저럭 잘 했거든요. 길을 걷다 모르는 사람이랑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할 정도였어요. 하지만 언젠가 한 번은 길을 걷다 모르는 할아버지랑 눈이 마주쳐서 싹싹하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더니, 신기한 사람 다 본다는 식으로 저를 쳐다 보셔서… 그 날 이후로 낯을 가리게 되었어요.
- 그럼 사이토상에게도 그런 계기가 있었나요?
아 : 노기자카에 들어 와, 항상 여자아이들끼리 있게 되다 보니 사적으로는 혼자서만 지내고 싶어 지더라고요. 때로는 발이 넓고 사교성이 좋은 사람들을 보며 부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어차피 제게는 무리라고 생각해요. 뭣보다 귀찮아서…
나 : 사실 나도 그래. 기본적으로 칠칠치 못하고 기분파다 보니까 그런 내 성격을 이해 해 주는 사람, 그리고 나랑 비슷하게 칠칠치 못한 사람들 외에는 친해지기가 힘들어.
- 벌써부터 비슷한 부분이 발견 되었네요. 그럼 노기자카에 들어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다른멤버들이랑은 어떤 식으로 거리감을 유지했나요?
나 : 저는 거의 누구와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 사실 노기자카에 들어 오기 전에는 이렇게 여자들끼리만 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에 누구랑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 지 감이 안 잡혔거든요.
아 : 아,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는데, 나나미의 첫 인상은 '무섭다' 였어요. (웃음) 뭐랄까, 다가가기 힘든 아우라 같은 게 있었달까.
나 : 그랬을지도 모르겠네. 게다가 사실 아스카는 겨우 13살이었고 말이야. 사실 그 때만 해도 '13살 짜리 애들이랑 같은 커뮤니티에 속해있어도 되는 걸까'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아 : 저는 동년배인 미나미나 마아야랑 같이 지내는 경우가 많았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언니뻘인 멤버들이랑도 사이가 좋아졌지만, 사실 당시에는 '최연소'라는 점을 최대한 이용해서 귀찮은 것들은 언니들에게 미루곤 했죠. (웃음)
- 그랬던 두 분간의 사이가 급속하게 가까워 진 타이밍은 언제였나요?
아 : 처음부터 나나미가 제 오시멘이었어요. 오시멘이라고 공언한 것은 중 3때쯤 부터지만. 그런데 제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 한 뒤로 나나미가 그걸 들었는지 저를 귀여워 해 주기 시작하더라고요.
나 : 그런 거 아닌데. 오히려 내가 먼저 아스카에게 다가갔던 것으로 기억해. 아스카 같은 경우는 하는 행동들 하나하나가 전부 귀여웠거든요. 만날 때 마다 '오늘도 귀엽네!'라면서 귀여워 해 줬어요. (웃음)
아 : 그리고 요 2, 3년에 걸쳐 제 인격이 형성 된 뒤로는 진지하고 깊은 이야기도 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둘 다 너무 가깝지 않고 딱 좋은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 두 분이 함께 계실 땐 어떤 분위기인가요?
아 : 무리해서 이야기를 하려 하지 않고, 각자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죠.
나 : 그래서 함께 있을 때 마음이 편해요.
아 : 뭐랄까요. 때때로 나나미가 말을 꺼내는데,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참 무게가 있어요. '이 사람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깊은 신뢰가 있기에 나나미와 함께 있을 때는 저 역시 스스로를 꾸미거나 하지 않고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오래 오래 이런 관계를 유지 하고 싶어요.
나 : 아스카 같은 경우에는 중학생 때 부터 이 세계에 들어와서 그런지, 또래의 18살 아이들에비해 생각이 깊어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 편으로는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좀 더 즐기며 살아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인생을 즐겼으면 해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그럴 수 있는 좋은 환경 하에서 살아 가 주었으면 합니다.
아 : 와! 그 말, 정말 기쁘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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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 와 묻긴 어려운’
노기자카46 입문 가이드
~7가지 키워드로 알아보는 노기자카월드~
키워드 1
노기자카의 ‘지금’을 알 수 있는 ‘콘서트’
- 노기자카의 매력이 가득 담겨 있는 이벤트를 꼽아보자면 절대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콘서트이다. 노기자카의 콘서트에는 어떤 특색이 있는 것일까, 노기자카46의 캡틴인 사쿠라이 레이카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쿠라이 레이카 (이하 ‘사’) : 노기자카의 곡들 중에는 사람들에게 메세지를 전하는 곡들이 많다 보니, 콘서트를 연출 할 때 ‘차분하게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연출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중에는 관객 여러분과 소통하면서 즐길 수 있는 곡도 있기에,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또, 오케스트라 분들을 초빙하는 등, 라이브 연주가 많은 부분도 노기자카 다운 부분이라 생각해요.
- 처음으로 콘서트에 간 사람이라면 '어떤 식으로 응원을 해야 할 지 모르는' 경우가 많을텐데, 팁을 준다면?
마츠무라 사유리 (이하 '링고') : 콘서트에서 가장 분위기가 들뜨는 곡이라 하면 바로 '걸즈 룰'이죠. 곡이 시작되는 부분에 '마이얀!'이라고 콜을 넣는 부분이 있는데, 이 때를 대비해서 언제라도 '마이얀!'이라 외칠 준비를 해 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웃음)
- 노기자카의 콘서트라 하면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가장 정형화 된 것이라 하면 역시 전국을 도는 전국투어, 노기자카의 데뷔일인 2월 22일을 전후로 열리는 버스데이 라이브, 그리고 크리스마스 라이브를 들 수 있다.
사 : 전국 투어는 각 회장마다 각각 다른 노기자카를 '리얼타임'으로 보여드리는 공연이라 생각해요. 예를 들어 멤버들이 '하츠모리 베머즈'라는 드라마에 출연했던 작년 같은 경우에는 여름 투어 때 유니폼을 입고 등장하기도 했지요. 버스데이 라이브는 투어랑은 다른 느낌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곡들을 전부 부르지요. 데뷔 당시부터 지금에 이르는 그룹의 변천사를 볼 수 있는 공연이라 할까요. 그렇기에 공연 초심자분이시라면 버스데이 라이브를 통하여 '아, 노기자카라는 그룹은 이렇게 시작되고 성장 해 왔구나'라는 것을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의상 역시 당시의 공연의상을 입기에, 공연을 하는 저희 역시 당시의 일을 떠올리게 되지요.
- 올 해도 크리스마스 라이브가 열리게 되었다. 일정은 12월 6일~9일. 장소는 니혼부도칸.
키타노 히나코 (이하 '키이') : 크리스마스 시기에 라이브를 하는 아이돌 그룹은 많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저희들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의상 뿐 아니라 평소와는 달리 어른스러운 의상을 입거나 하기도 해요. 처음 오시는 분이라 해도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시지 않고 공연을 즐기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키워드 2
퍼포먼스로 승부하는 '언더 라이브'
- 노기자카의 라이브에는 멤버 전원이 출연하는 콘서트 (전체 라이브)와는 다른 개념이 존재한다. 선발 멤버가 아닌 소위 '언더 멤버'들만이 출연하는 '언더 라이브'가 바로 그것이다. 2013년에 처음으로 개최 된 이래로 올 해 들어서는 봄에 도호쿠지역 투어, 가을에 주고쿠지역 투어를 성공시킬 정도로 성장 해 온 라이브이다. 언더 라이브의 열기는 사쿠라이를 비롯한 선발 멤버들에게 있어서도 큰 자극이 되고 있다 한다.
사 : 언더 라이브는 전국 여러 곳을 찾아 가, 그 곳의 여러분들을 매료 해 왔고, 그렇게 새로이 팬이 되신 분들께서 전체 라이브에도 찾아 와 주시게 되었기에 그룹 차원에서 봐서도 매우 중요한 라이브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연출도 조금 변화가 생겨, 군무를 선보이는 등, 말 그대로 보는사람들을 빠져들게 하는 쇼로 진화 해 가고 있어요.
와다 마아야 (이하 '마아야') : 올 해 언더 라이브는 가사의 내용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연출을 생각 했습니다. 그렇기에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이 각각의 개성을 발휘하고 표현하며 퍼포먼스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멤버들이 골고루 MC에서 활약을 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멤버의 새로운 일면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지요.
카와무라 마히로 (이하 '롯티') : '어? 이 멤버, 알고보니 이런 면이 있었네'라고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공연입니다. 아마 언더라이브를 보시고 코토코나 아야네가 그렇게 말을 잘 한다는 점에 깜짝 놀라신 분도 적지 않을걸요. 전체 라이브와는 달리 화려한 연출은 없지만 그만큼 퍼포먼스가 눈에 잘 들어오기에 매번 필사적으로 춤에 통일성을 주려 노력하고 있어요. 즐거운 라이브가 될 거라고 자신하기에 보러 와 주셨으면 합니다.
사가라 이오리 (이하 '이오리') : 객석과 스테이지간의 거리가 가까워요. 땀방울이 맺힌 것이 생생하게보일 정도의 거리감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모니터가 설치 되어 있지 않기에, 자신의 오시멘만을 계속 바라보는 것도 가능하지요. 전체적으로 언더곡 중에 춤을 추기에 어울리는 곡들이 많기에 더욱 더 '라이브' 느낌이 납니다. '라이브'의 그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언더 라이브를 추천 해 드리고 싶어요.
키워드 3
멤버들에게 힘을 주는 '악수회'
- 멤버들과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서 인기가 높은 '악수회'. 하지만 아이돌의 악수회에 참가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가 보고는 싶지만 아무래도 좀…'이라는 장벽으로 느껴 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 : 노기자카46 멤버들 중에는 얌전하고 상냥한 아이들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이야기 하기 쉬울 것이라 생각해요. '무슨 말을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너무 고민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럴 땐 저희가 먼저 말을 걸면 되거든요. (웃음) 악수회를 해 보고 오시가 늘어났다고 하는 분들도 많으신데요 (웃음) 아마 제 레인에 서서 기다리시다가 옆 레인 멤버들을 보고 '귀엽다' 생각하고 가 보신 거겠죠.
이토 카린 (이하 '카린') : 처음 오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시간이 짧다보니 당황하곤 하시는데요, 처음 오실 때는 '이 말은 꼭 해야겠다'는 것을 정하셔서, 그 말을 확실하게 전달하시는 방법으로 즐겨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링고 : 제 레인에 오시는 분들 중 8할 가까이는 '귀엽네'라고 한 마디 하고 돌아가곤 하세요. 아니 이거 거짓말 아니에요. (웃음) 딱히 최근에 제가 어떤 활동을 했는 지 체크를 해 주시지 않아도 돼요. 단순히 실제로 만나서 받은 감상을 말씀 해 주시는 것만으로 충분하답니다. '생각보다 키가 크네' 같은 말도 괜찮아요. (웃음) 유원지에 놀러 오셨다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와 주시면 될 것 같네요.
이오리 : 개인적으로 팬 여러분의 말씀을 듣는 것도 좋아하기에, 일방적으로 자신에게 일어 난 근황 같은 것을 말씀 해 주시는 것도 괜찮아요. '시험 붙었다'던가 '곧 결혼한다' 던가. 실제로 그런 말씀 해 주시는 분도 계시고요.
에토 미사 (이하 '미사') : 제가 언더에서 활동을 하던 당시에는 지금과는 달리 언더 라이브도 없었기에, 오로지 악수회만이 '나도 이 그룹에 있어도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장소였고, 저를 버티게 해 주는 장소였어요. 팬 여러분께서 직접 오셔서 '지지 마, 힘 내'라고 격려를 해주시도 했고요. 그렇기에 지금도 제게 있어서 악수회는 정말 소중합니다.
- 악수회에는 CD에 들어 가는 이벤트 참가권을 사용하는 전국 악수회(전악)와,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를 미리 지정해서 신청하는 개별 악수회 (개악) 두 종류가 있다.
테라다 란제 (이하 '란제') : 전악은 멤버 한 사람당 악수 시간이 짧지만, 미니 라이브를 즐길 수 있거나 여러 멤버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처음 악수회에 참가 하시는 분이라면 우선 전악에서 여러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시고 좀 더 깊이 이야기를 해 보고 싶은 멤버가 생기시면 개악을 가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전악은 멤버들이 활동 의상으로 등장하지만 개악은 각자의 사복을 입고 참가한다.
사 : 사복을 입으면 평소와는 분위기가 다른 지, 좋은 평가를 해 주시는 경우가 많아요. 멤버들 각자도 팬분들을 즐겁게 해 드리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을 갈아입거나 하는 등 여러 모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키워드 4
팬들이 연출하는 '생탄제'
- 여타 아이돌 그룹과는 다른 '노기자카만의 특색있는 이벤트'라 하면 바로 팬들이 주도하여 열리는 '생탄제'를 들 수 있다. 48그룹의 생탄제는 기본적으로 극장 공연을 통해 열리지만, 극장이 없는 노기자카는 개별 악수회의 휴식 시간동안 '생탄제'를 여는 것이다.
사 : 사실 '생탄제'라 하면 딱 감이 오지 않는 분도 많으실거예요. 저 역시 아이돌이 된 뒤에야 생탄제에 대해 알게 되었거든요. 생일이 되기 전부터 팬분들께서 기획을 세우시고, 멤버가좋아하는 것들을 활용해서 레인을 장식 해 주시곤 한답니다. 말 하자면 그 날 하루 한정 '특별 레인'을 만들어 주시는 거죠. 생탄제 때는 멤버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시거나 함께 축하를 해 주시곤 하는, 1년에 한 번 뿐인 소중한 행사랍니다. '아, 이토록 팬분들께서 나를 받쳐 주고 계시는구나'라는 것을 실감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요. 생탄제를 열어 주시는 '실행위원회' 여러분께서 악수회에 오셔서 이야기를 해 주시기도 하기에, 그 모습을 보며 저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기운을 얻곤 해요. '제 생일 땐 특별하게 뭘 안 해 주셔도 된다'고 말씀 드렸음에도 정말 여러 모로 준비를 해 주셔서 올 해 생탄제 땐 '살아있는 게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팬 여러분의 사랑을 느끼고, 눈물이 났지요.
이오리 : 팬 여러분의 마음이 가장 잘 드러나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제 생탄제 때, 팬 여러분께서 제가 좋아하는 아무로 나미에상의 곡을 틀어 주시거나, 저희 노래 중에서 제가 부른 파트만 따로 편집해서 테이프를 만들어 틀어주시곤 했는데, 정말 기뻤어요.
- 생탄제는 어떤 멤버가 함께 참가하느냐, 어떤 멤버가 편지를 쓰고, 누가 읽느냐를 통해 멤버들간의 교우관계를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링고 : 팬 여러분끼리 생탄제를 통해 알게 되고, 친구가 되셔서 함께 밥을 먹으러 가곤 한다는 얘기를 듣곤 합니다. 악수회에 참가하는 게 처음이거나, 아이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필요하신 분들께는 생탄제를 활용 해 보시기를 추천 해 드려요. 금방 친해지실걸요.
키워드 5
청초하고 기품 있는 '의상'
- 노기자카46은 '사립학교의 아가씨'를 컨셉으로 한 제복은 물론이고, 청초한 이미지의 '무대의상'도 매력적이다.
사 : 특징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우선 '길이'를 얘기해야 할 것 같네요. (웃음) 스커트 길이를 길게 만들어서 기품을 남기고, 너무 화려하지 않고 어딘가 소박한 면을 강조한 의상들이 많거든요. 이런 의상들은 의외로 메우 세세한 부분까지 계산을 해서 만들기에 그 때 그 때의 유행을 접목시키곤 합니다. 아스카가 처음으로 센터에 발탁 되었던 '맨발 Summer' 무대의상을 예로 들어보자면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디테일들이 대거 채용 되어있었기에, 입는 사람 입장에선 정말 마음에 드는 의상이었어요. 액세서리 같은 경우에는 멤버들이 각자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제시하고, 대화를 통해 정하도록 하고 있기에 여성의 시선이 많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아요. 스커트 길이도 그렇고, 색상면도 차분한 톤이었기에 무대의상 뿐 아니라 사복으로 입고 싶어 질 정도였지요. "
이오리 : 저는 자주 다른 아티스트분들의 공연을 보러 가곤 하는데요, 그 때마다 의상에 주목해서 보곤 합니다. 노기자카의 경우에는 다른 팀들에 비하여 스커트 길이가 긴 편이기에 퍼포먼스에 집중하기 좋은 의상이라 생각해요.
링고 : 칼라가 달려있는 의상이 많다는 게 특징이겠지요. 칼라가 달린 의상을 사용함으로 하여 소녀다우면서도 기품 있는 모습을 연출 할 수 있다 생각해요. 어린 여자아이가 파티에 갈 땐 칼라가 달린 원피스를 입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오이데 샴푸' 의상을 좋아하는데요, 그 옷의 모습이야말로 가장 '소녀'다운 의상이라 생각하거든요. 한 사람이 그 옷을 입고 있는 것도 보기 좋지만, 그 옷을 입은 소녀들이 16명이나 서 있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워 보여요.
호시노 미나미 (이하 '호시노') : 저는 '하루지온이 필 무렵'이나 '지금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 같은 타입의 의상을 좋아해요. 최근 들어 무대 의상에 머리 장식이 생기거나 하는 경우가 많지요. 버스데이 라이브를 보다 보면 지금까지 의상들이 어떻게 변해 왔는 지가 한 눈에 들어와서 재미 있어요.
- 노기자카다움이 잘 배어 나오는 의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쿠라이는 '몇 번째 보는 푸른 하늘인가?'와 '너의 이름은 희망'의 의상을 꼽았다.
사 : 그 의상들을 입는 것 만으로 '나, 노기자카의 멤버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초기에 입었던 의상들은 그 당시 어렸기에 잘 어울렸다고 할 수 있는 의상들도 있지만, 저 두 곡 의상만은 어른이 된 지금 입어도 깔끔하게 어울리는 옷이라 생각합니다.
키워드 6
노기자카 '다움'이 잔뜩 들어 있는 '노래'
- 노기자카의 곡들은 전체적으로 인기가 높다. 다른 아이돌들의 곡들에 비해 어떤 점이 특징적인 것일까?
사 : 가사와 멜로디에 '그늘'이 져 있는 곡들이 많다는 것이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곡과는 달리 힘 있는 안무가 많다는 부조화가 오히려 깊은 맛을 내고 있다 생각해요. 뮤직 비디오 역시 해석의 여지가 많은 작품들이 많은 편이고요.
- 노기자카의 곡들 중에서 추천 해 줄만한 곡을 뽑는다면?
사 : 한 곡만 뽑기는 어렵지만… '제복 마네킨'은 꼭 들어 보셨으면 해요. 곡 뿐 아니라 뮤직 비디오도 독특하기에 뮤직비디오도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외에는 '슬픔을 잊는 방법'이나 '계기'역시 노기자카 특유의 덧없음, 감동이 잘 드러나는 곡이라 생각하고요. 콘서트에 와 보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제복 마네킨'이나 '걸즈 룰'을 미리 들어 두시면 콘서트 걱정이 없겠지요. (웃음)
- 노기자카의 가사는 전부 종합 프로듀서인 아키모토 야스시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다. 키타노 히나코가 '노기자카의 가사가 가진 세계관'을 분석 해 주었다.
키이 : 다른 아이돌 그룹의 곡들도 자주 듣는 편입니다만, 전반적으로 다른 그룹의 곡들은 '나와 다른 사람들'이나 '인기인인 너와 그렇지 않은 나'의 관계를 그린 곡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노기자카는 '너와 나'라는 관계성을 그린 곡들이 많고, 특히 고독을 그린 곡들이 많아요. 그런 가사의 세계관에 공감하며 듣는 분들이 많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키워드 7
다채로운 분야에서 활약하는 '개인 활동'
- 노기자카46에는 다양한 개성을 지닌 멤버들이 있고, 그런 멤버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을 하고 있다. 시라이시 마이, 니시노 나나세, 마츠무라 사유리 등은 패션 잡지의 전속 모델로서 활약하고 있으며, 이코마 리나, 이쿠타 에리카, 사쿠라이 레이카 등은 연극 쪽에서도 활약을 하고 있다. 이토 카린처럼 독특하게도 장기계에서 활약하는 멤버도 있을 정도.
사 : 멤버 각자가 여러 분야에서 활약을 하고 있기에, 내심 자랑스럽기도 해요. 단순히 '나도 한 번 해 볼까?'가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생각 하고 그에 맞추어, 자신을 갖고 각자의 활동 분야를 선택 해 가는 것은 좋은 일이라 생각하거든요. 저 역시 솔로 활동이 정말 즐거워요. 저도 이 그룹에 조금이나마 공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미사 : 멤버 각자가 한 사람의 엔터테이너로서 개성을 발휘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준 것이 바로 '노기도코'와 '노기중'입니다. 방송을 통해 이야깃거리가 생기기도 하고, MC이신 바나나맨분들께서 저희를 갖고 재미있게 살려 주시기도 하며 점차 멤버 각각의 캐릭터가 발휘 되게 되었거든요. 마츠무라가 대식가 기획 때 밥을 9공기나 먹으면서 캐릭터가 확립 되고, 그것이 나중에는 '백미님'이라는 곡으로 완성 된 것이 그 예라 할 수 있겠죠. 저 역시 '노기중'에서 '히토리노미' 기획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뒤로 그것이 캐릭터가 되어 일 관계로도 술과 관련 된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죠.
- 마지막으로 사쿠라이 캡틴에게 '노기자카 입문을 앞 둔 사람들에 보내는 메시지'를 부탁 해 보았다.
사 : 본인이 소속 된 그룹에 대해 이런 말을 하는 건 정말 팔불출 같아 보일 지도 모르겠지만, 모든 멤버가 참 귀여워요. (웃음) 그렇기에 처음에는 그룹 오시로 시작하는 분들이 많으시고, 오시가 있음에도 흔들리는 분들이 많으시죠. 물론 한 멤버만을 깊이 파시는 것 역시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웃음) 멤버들 중에 누군가 한 명은 반드시 여러분의 취향을 저격하는 멤버가 있으리라 자신합니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아키모토나 나카모토, 란제처럼 '프로' 아이돌에게 관심이 가실 거고 말이죠.
노기자카라는 그룹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변화 해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멤버들도, 그룹의 방향성도 계속 변해 가겠지요. 그렇기에 '새로운 그룹'을 보는 기분으로 지켜 봐 주시고, 응원 해 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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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기자카46이야기 Another Story
‘사요나라의 의미’가 갖는 의미
팬들이 절찬하는 ‘사요나라의 의미’
10월 20일.
음반 릴리스를 앞두고 ‘사요나라의 의미’의 MV가 선행공개되었다. 공개 직후, 팬들로부터 ‘울었다’, ‘최근 나온 MV중 최고의 작품’이라는 절찬이 쏟아졌다.
드라마 구성을 택한 이번 MV의 세계관은 몸에서 가시가 돋아나는 ‘가시인간(시진)’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 ‘가시인간’ 대표인 하시모토 나나미와 인간 대표인 니시노 나나세를 중심으로 하여, 1년에 한 번 열리는 축제를 준비한다는 내용이다.
하시모토 나나미는 이 MV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하시모토 : “이번 MV는 지금까지 제가 신세를 졌던 여러분,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 총 출동하여 만들어 주신 작품입니다. 소도구 하나에도 다 의미가 있고, 제가 좋아하는 작품인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캐릭터 디자인을 하신 사다모토 요시유키선생님께서 MV에 나오는 ‘책’의 일러스트를 맡아주시기도 했지요. 아, 개인적으로 ‘강철의 연금술사’ 1기 애니메이션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그 당시 원화를 맡으셨던 요시다 토오루상께서 병풍의 그림을 디자인 해 주시기도 했어요. 정말이지 제작 스태프분들의 그런 마음 씀씀이가 정말 기뻤습니다.”
본인 말대로 이번 작품을 위하여 하시모토와 관련이 있는 스태프들이 총 출동하였다고도.
대체 이 MV가 갖고 있는 ‘파워’란 어떤 것일까.
새삼스럽지만 지금 이 타이밍에 이 이야기를 해 보고자한다. 하시모토 나나미라는 사람의 ‘인생 마지막 MV’, ‘사요나라의 의미’에 대하여…
하시모토의 졸업.
모든 것이 급변하다.
2016년 9월 7일.
16번째 싱글의 타이틀곡 MV에서 메가폰을 잡게 된 야나기사와 쇼 감독에게 한 통의 연락이 온다. 노기자카46의 영상 프로듀서 카네모리 다카히로로부터의 연락이었다.
“감독님 죄송합니다. 지금 기획중인 것들을 전부 수정해야 할 것 같아요. …하시모토가 졸업을 한다고 합니다.”
야나기사와 감독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MV촬영이 시작되는 것은 약 3주 뒤. 그 짧은 시간동안 지금껏 만들어 온 세계관과 스토리를 전부 처음부터 검토하라는 이야기였다.
야나기사와 쇼. 올 한 해 큰 화제를 모은 ‘Pokemon GO’의 CM을 비롯하여 수 많은 걸작 CM을 만들어 낸 실력파 감독이다. 물론 노기자카 팬들에게는 ‘샤키이즘’이나 ‘걸즈 룰’, ‘깨닫고 보니 짝사랑’, ‘나, 일어나’ 등 많은 작품의 MV를 담당한 것으로 익숙한 이름이기도 하다.
야나기사와 “사실 이전까지 생각했던 스토리는 ‘몸 안이 가시투성이인 소녀가 있고, 그 아이는 주변에 섞여들지 못하고 붕 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시도 멋진 개성’이라며 자신을 이해 해 주는 친구를 만나고, 마지막에는 그 친구와 악수를 나눈다’는 이야기였지요. 사전에 카네모리상께서 ‘이번 작품 센터는 하시모토가 될 지도 모른다’고 하셨었기에 하시모토만이 소화 해 낼 수 있는 역할을 맡겨야겠다 생각했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가시’라는 소재에 착안하게 된 것은, ‘시저 핸즈 (국내명 가위손)’이라는 영화에서 따 온 것이에요. 다른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존재가 결국 자신이 있을 곳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하시모토의 사진집 이름이 ‘다정한 가시’였던 것도 있어서 그런 내용으로 하자 했지요.”
그 한 통의 전화를 계기로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크게 바뀌게 된다. 하시모토 나나미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도 있었기에, 카네모리씨와 야나기사와감독이 직접 많은 관계자들에게 참여를 독려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하시모토와 관련이 있는 각 장르의 프로들이 집결하게 되었던 것이다.
야나기사와 “콘티가 완성되기를 기다린 뒤부터 일을 시작하면 의상이나 미술쪽은 때에 맞출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우선 이미지부터 정하고 그에 맞추어 발주를 했어요. 예를 들자면 ‘마지막 장면은 스테이지 위에서. 스테이지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졸업을 표현하고, 거기에 노기자카를 떠난다는 의미도 담아봐야지’라는 이미지를 정한 뒤, ‘그러면 무대가 필요하겠네. 미술팀에 무대를 만들어 달라고 하자’고 발주를 하는 방식이었지요.”
9월 16일, 대략적인 콘티가 완성되었다. 스토리의 윤곽도 정해졌다. 야나기사와 감독은 로케 장소였던 시즈오카현으로 사전조사를 떠났다. 일견 스무스하게 진행되는 것 같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았다.
야나기사와 “어떤 장면을 찍을 지는 정해져 있었지만, 세세한 대사 같은 건 로케 장소에 가서 현장의 분위기에 맞추어 정할 생각이었어요. 로케 장소가 여러모로 제약이 있는 곳이었기에 콘티대로 찍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별 수 없이 많은 장면들이 컷되거나 바뀌었는데, 그러다 보니 당초 생각했던 스토리가 성립이 되지 않더군요…”
벽에 맞닥뜨린 야나기사와감독은 사전조사를 끝내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믿음직한 두 명의 전우’에게 SOS를 날렸다.
영상감독 3명이
심야,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여기 영상감독 두 명이 있다.
그 중 한 명의 이름은 야마기시 산타. 노기자카 관련 영상물에 많이 관여하는 감독이며, 하시모토와는 14번째 싱글 개인 PV ‘영 아메리칸’을 통해 인연을 맺은 감독이었다.
야마기시 “하시모토상과 같이 작업을 한 것은 ‘영 아메리칸’이 처음이었어요. 언젠가 한 번쯤은 함께 작업을 해 보고 싶다 생각은 했었지만, 실제로 작업을 해 보니 표정이 정말 좋았어요. 한숨을 쉰다던가 하는 것도 그렇고, 제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가슴을 자극하는 무엇인가가 있더라고요. 촬영을 한 뒤, 예전보다 더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의 이름은 유아사 히로아키. ‘그 날, 나는 갑작스레 거짓말을 했다’나 ‘다시 일어서는 중’ 등의 MV, 그리고 수 많은 개인 PV를 연출한 감독이다. 하시모토와는 5번째 싱글의 개인 PV, ‘하시모토 나나미님께’를 통해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유아사 “그 작품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하시모토상이 과거의 자신, 미래의 자신을 만난다는 것이었죠. 하시모토상이 언젠가 이 일을 그만두고, 시간이 지나 이 작품을 볼 것을 상정하고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마지막 컷은 당시 20살이었던 하시모토상에게 ‘그룹을 졸업하고, 은퇴를 한 미래의 자신에게 메세지를 보내달라’고 애드립을 요구했지요.”
그렇듯 하시모토와 인연이 있던 두 명의 영상감독들은 야나기사와 감독의 요청에 응하여 도 내 모처에 위치한 패밀리 레스토랑에 모이게 되었다.
야마기시 “갑자기 ‘내일 모레 촬영을 시작해야 하는데, 아직 스토리가 정해지지 않았어. 좀 도와줘’라고 연락을 하더라고요. 이 녀석 뭐 하는 건가 싶었죠. (웃음) 하시모토상의 마지막 작품인데 이 놈 보소!! 라는 생각도 했고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저 역시 하시모토상의 마지막 작품에 힘을 보탤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유아사 “MV촬영을 이틀 앞 둔 날 밤이었다니까요. (웃음) 그래서 그 날 밤을 꼴딱 새워가며 셋이서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대략적인 스토리도 정해 져 있었고, 콘티도 정해 져 있었기에 곡 전후에 들어 갈 드라마시퀀스의 대사와 스토리의 세세한 수정 정도였지만요.”
3명이나 되는 영상 감독들이 심야의 패밀리레스토랑에 모여 한 작품을 만든다.
보통 상상도 하기 힘든 공동작전이 시작 된 것이다.
야나기사와 “감독이라는 일을 오래 해 왔지만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그래도 두 사람 모두 하시모토상을 비롯하여 멤버들의 성격이나 캐릭터를 잘 알고 있었기에 진행이 빠르고 좋았지요. 그렇게 이해도가 높은 ‘뇌’가 3개나 있다 보니 혼자 하는 것 보다 10배 정도는 되는 스피드로 일이 진행이 되었어요. 그 덕분에 4시간 정도만에 완성이 되었죠. 그리고 저는 그 자리에서 바로 시즈오카로 돌아갔고요.”
이렇게 ‘사요나라의 의미’의 각본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촬영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스태프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각본 뿐만이 아니었다.
태풍이 직격!
엄습해오는 집중 호우와 추위
9월 19일. MV촬영 첫 날이 밝았다.
촬영 자체는 아침 이른 시간부터 시작되었지만, 공교롭게도 그 날은 태풍 16호가 시즈오카현에 근접한 날이었다. 엄청난 호우와 바람이 휘몰아쳤고, 그와 함께 엄습해 온 차가운 바람이 촬영을 방해했다.
그리고 다음 날 역시 날씨를 비롯하여 수 많은 트러블들이 일어났다. 그 때문에 촬영은 거의 진척되지 않았고, 결국 추가적인 촬영이 필요해 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 스태프들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다.
‘사요나라의 의미’ 타입 A에 실린 다큐멘터리에서 마츠무라 사유리가 이런 말을 남긴 바 있다.
‘야나기사와 감독님은 타협을 않으셔요. ‘여기 말고 회관 같은 데에서 촬영을 해도 되지 않느냐’는 의견에도 ‘아니, 여기여야만 해’라고 말씀을 하시곤 했어요. 그 모습을 보며 대단하다고 느꼈죠. 보통 대부분은 융통성을 발휘하거나 일정부분 타협하거나 할 법도 한데, 야나기사와 감독님은 절대 의견을 굽히지 않으셨어요.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이란 저런 사람을 뜻하는 거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츠무라의 그 말대로 야나기사와 감독을 비롯한 제작 스탭들은 현실과 절대 타협하지 않았던 것이다.
야나기사와 “분명 상황은 최악이었어요. 하지만 제작스태프들은 누구 하나 빼 놓지 않고 다들 ‘지금 우리는 엄청난 작품을 만들고 있어’라는 흥분과 실감을 느끼고 있었어요.”
촬영 3일째 일정과 이후 있었던 추가 촬영을 통하여 어찌저찌 전 커트 촬영을 끝냈다.
그렇게 수 많은 사람의 마음과 정성을 담은 채, ‘사요나라의 의미’ MV 촬영이 막을 내린 것이다.
‘사요나라의 의미’는
‘제작자’들이 보내는 메세지.
10월 20일.
‘사요나라의 의미’MV가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었다.
그 날에 대해 야나기사와 감독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야나기사와 “촬영 당시에는 정말 객관적으로 보고 있었기에 사실 이것이 하시모토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실감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정말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홀연하게사라 져 버리는 것 역시 하시모토상 답다면 하시모토상 다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체되는 느낌이 없달까. 그렇기에 그렇게 슬프지는 않습니다. 본인이 그러기를 원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야마기시 “하시모토상… 정말 아름다웠어요.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정말 슬프네요. 하지만 역시 저는, 하시모토상이라면 어디에 있어도 스스로를 굽히지 않고 심지있게 서 있을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기에… 졸업을 하건, 연예계를 은퇴하건… 마음 한 편으로는 납득이 되기도 합니다.”
유아사 “어째서인지는 모르겠는데, 처음 만났던 때 부터 ‘이 사람은 졸업을 하고 몇 년이 지난 뒤에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가 궁금해 지는 사람이었어요. 은퇴를 한다고 해도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예전부터 하시모토 나나미라는 사람을 이야기 할 때,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아 ‘언젠간 떠나버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 그녀는 내년 2월이면 ‘사요나라의 의미’의 MV 마지막 장면처럼 우리 앞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사요나라의 의미’는 그녀와 인연을 맺어 온 수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그녀에게 보내는 메세지이다. 우리들 앞에서 사라져 버리는 그녀, 하지만 그녀는 ‘사라져 버리기 전’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것도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그리고 진정 마지막 순간이 왔을 때에도 그녀는 그런 행복한 미소를 우리에게 보여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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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막 ‘히라노야 개화당 안’
미사 일행이 분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가문(집안 문장)이 들어 간 고급스러운 하오리를 걸친 초로의 신사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마이 : 어머, 소지로님 아니세요. 오랜만에 뵈어요.
소지로 : 이거 마이님 아니십니까. 아니 뭐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나봅니다?
마이 : 홍차를 사러 왔다가 이상한 사건에 휘말려버려서요.
소지로 : 사건이라니요?
쥰케이 :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히라노야와 이노우에자작간의 사건 말입니다.
소지로 : 아. 재무장관 말이군요.
마이 : 재무장관이 이 상점의 상품을 빼앗아가려 했지요.
소지로 : 참 난폭한 양반이군요. 뭐, 이노우에자작의 횡포는 워낙 유명하긴 합니다만.
마이 : 군인 출신이면서 명예란 걸 모르는 사람이에요. 뭐, 그래서 방금 저희가 쫓아 낸 참이랍니다. 그런 저열한 사람 정말 싫어요.
소지로 : 마이님이 아니셨으면 저도 하마터면 커피를 못 살 뻔 했군요. 이거 마이님께 감사 드려야겠는걸요.
그렇게 말한 소지로는 주변을 둘러보다 미사를 보고 놀란 듯 입을 열었다.
소지로 : 이 가게 점원인가? 처음 보는 얼굴이네만.
미사 : 네. 오늘부터 일 하게 되었습니다. 장부 정리 담당인 에토 미사라고 해요.
마이 : 장부 정리나 시키기엔 아까운 미모 아닌가요?
쥰케이 : 사실 이 아가씨, 꽤나 재미있는 방식으로 장부를 기입하더군요. 이 방법을 잘 활용하면 히라노야의 재판에 도움이 될 것도 같아 이 아가씨에게 그 방법을 배우고 있던 참입니다. ‘시와케 (이하 분개)’라고 하던가? 그나저나 자네는 이 ‘분개’를 어디서 배운건가?
미사 : 아… 누군가가 머릿 속에서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마이 : 정말로 무슨 병이라도 있는 건 아니죠? 아직 젊은 아가씨가 불쌍하기도 해라…
‘아니 저기 잠깐!! 멋대로 남을 병자 취급하지 말라고! 아까부터 이 여자 뭔가 되게 성질을 긁네…’
미사 : …아, 갑자기 머릿 속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커 졌어요. 잠깐만 쉬어도 될까요?
마후유 : 바깥 공기라도 쐬고 오는 게 어때요?
미사 : 그래야 할 것 같네요.
미사는 자리에서 일어 나 가게 문을 향해 잰 걸음으로 걸어갔다. 뿌옇게 흐려진 유리문을 힘껏 열어젖히고 보니 거리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고풍스러운 서양식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 서 있는 거리였다. 미사의 눈 앞으로 수 많은 마차들이 스쳐가고 있었고, 포장도 되지 않은 흙바닥에는 마차 바퀴 자국이 어지럽게 패여있었다.
‘아무리 봐도 메이지 시대를 재현한 세트장 같은데 말이야… 세트장이라고 보기엔 너무 크고… 꿈이라기엔 너무 현실적이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미사 : …이 목소리… 점점 커 지네… 어쩌지?
미사는 머리를 감싸며 주저앉았다.
쥰이치 : 괜찮으세요?
그런 미사를 본 쥰이치가 황급히 미사를 따라 나와, 미사를 부축하여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미사 : 감사합니다… 순간적으로 견딜 수 없어졌어요. 이젠 괜찮습니다.
마후유 : 어쩌면 말이죠… 미사상에게 강력한 수호령 같은 게 있는데, 그 수호령이 지금 우주적인 존재나 알 수 없는 생명체에게 빙의 된 건 아닐까요.
‘그렇다면 내가 미지의 생명체X라는 거야 뭐야.’
마이 : 어머 마후유상, 야한 것 뿐 아니라 그런 것도 좋아하시나봐요.
마후유 :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거라면 뭐든 좋아해요. 물론 순수문학도 좋아하고요. 요즘 읽고 있는 건 베니스의 상인이라는 작품이랍니다.
‘마후유가 셰익스피어를 읽는다니..’
소지로는 미사가 ‘분개’ 한 장부를 손에 들고는 찬찬히 훑어보기 시작한다.
소지로 : 아까 말씀하신 ‘증거가 될 지도 모른다’는 장부가 이건가요.
쥰케이 : 거기 적혀있는 ‘분개’는 거래를 원인과 결과로 나누어 각각 좌우에 기입하는 방식이라 하더군요. 그리고 그 원인과 결과는 항상 연동되고. 왼쪽을 ‘차변’, 오른쪽을 ‘대변’이라 부른다고 하는데… 듣다 보니 재미 있더군요.
쥰이치 : 돈을 빌려준다던가 하는 식의 ‘플러스 재산’이 증가하는 경우에는 차변에 쓰고, 그 결과 현금자산이 줄었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현금’이라는 계정과목을 대변에 쓴다고 하더군요.
‘설명 한 번 듣고 이렇게나 이해를 빨리 하다니… 역시 이거 현실이 아닌가봐.’
미사 : 반대로 돈을 빌렸을 때는 마이너스 재산, 다시 말 해 ‘부채’가 늘어났기에 그 부채의 증가를 ‘빚’이라는 계정항목으로 대변에 쓰지요.
쥰케이 : 그리고 분개를 할 때는 반드시 원인과 결과를 연동해서 써야 하니, 빚의 증가로 인해 생긴 ‘빌린 돈’은 ‘현금’이라는 계정항목을 이용하여 차변에 쓰면 되겠군. 그렇게 하면 장부에 기입 된 현금 잔고와 실제 현금 잔고가 일치하게 되겠고.
미사 : 장부를 기입 할 때는 한 번의 분개로 그 거래를 전부 완결시키기에, 말 하자면 분개는 그 거래의 ‘일기장’ 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소지로 : 호오… 그렇구만. 연동된다라… 지금까지는 생각도 못 했던 방법이지만, 동시에 매우 편리한 방법이겠어.
마후유 : 미사상, 그런데 그렇게 분개만 갖고 판단을 한다면 빌려 준 돈이랑 현금의 잔고가 얼마나 되는 지 오히려 알기 힘들지 않나요?
‘마후유 좋은 질문이야. 그 질문이라면 쉽게 대답 할 수 있어!’
미사 : 계정항목별 잔고는 따로 ‘총 계정원장’을 기입하면 되지요.
쥰케이 : 새로운 장부 이름이 나왔구만.
미사 : 분개는 분개장에 하고, 분개장와는 별도로 총 계정원장이라는 장부를 만들어서 함께 관리하게 되어 있어요.
소지로 : 그렇다면 실제로 그 ‘총 계정원장’이라는 걸 써 봐 주겠나? 아, 타도코로 점장, 히라노야의 장부를 멋대로 써야 할 것 같은데 괜찮겠나?
타도코로 : 괜찮습니다. 재무장관의 횡포에서 구해주신 은혜도 있고 말이죠.
미사는 연필을 들고 이노우에자작의 총 계정원장을 쓰기 시작했다. (분개와는 달리 장부 양 면을 사용. 이하 표를 장부에 비유하여 설명)
이노우에자작
차변 1/1 현금 200,000,000 15 현금 180,000,000
합계 : 380,000,000 |
대변
1/25 현금 20,000,000 31 잔고 360,000,000
합계 : 380,000,000 |
소지로 : 흠… 이건 다이후쿠쵸 두 장을 좌우로 나누어 기입하는 것이랑 같은 방식이군. 증가 한 것들을 ‘차변’에, 감소 한 것들은 ‘대변’에 나눠 쓰니 확실히 다이후쿠쵸보단 보기가 편하구먼. 그런데 어차피 이 ‘총 계정원장’을 쓸 거라면 딱히 분개를 할 필요도 없지 않나? 중복 되는 것 같네만.
미사: 총 계정원장을 처음부터 쓰는 건 아니에요. 총 계정원장은 어디까지나 분개의 결과를 옮겨적는 장부입니다. 분개를 우선 하고, 그 결과를 총 계정원장에 적는 것이지요.
쥰이치 : 똑같은 일을 두 번이나 하는 의미가 있나요? 번거롭기만 할 것 같은데…
마이 : 확실히 번거롭지 않나요? 처음부터 분개 같은 절차는 건너 뛰고 바로 총 계정원장부터 쓰면 될 일 같은데 말이죠.
‘그냥 그렇다고 하면 걸러 들어 주면 좋겠는데… 귀족들이란 이상한 데에서 머리가 잘 돌아가는구나. 아니, 애초에 헤이세이 시대에 귀족들이네 뭐네 계급이 나뉘는 것 자체가 이상해. 꿈도 아니고, 헤이세이 시대라는 것 보면 시간여행을 온 것도 아니고…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소위 말 하는 ‘평행세계’란 건가? 에이 설마…’
마후유 : 미사상?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해요?
미사 : 아, 갑자기 또 목소리가 들려서요…
마이 : 용한 기도사라도 소개 해 드릴까요?
‘좀 가만히 있어 주면 좋겠네. 이 여자… 그러고 보니 이 계정원장 옮겨 적는 것에 대해 누군가랑 이야기 했었던 것 같은데…’
마후유 : 미사상, 정말로 괜찮은거예요?
미사 : 아, 괜찮아요. 왜 옮겨 적느냐는 얘기 하던 중이었죠.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분개의 장점은 거래의 전모를 한 눈에 알 수 있다는 데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일부러 같은 내용을 다시 적는다는 건 모순된다고 볼 수 있죠. 기껏 분개를 해 놓고 이 장부 저 장부에 기입하는 건 지금까지 히라노야에서 사용하던 다이후쿠쵸랑 다를 게 없달까요.
쥰이치 : 그렇죠. 분개는 두 개의 계정과목을 연동시켜서 한 번에 거래를 완결시키는 게 특징이라 했으니 말이죠. 그렇다면 대체 왜 총 계정원장이라는 걸 써야 하는 건가요?
미사 : 애초에 ‘장부’란 건 거래에 대한 기록이니까 단순하면 단순할 수록 실수가 생길 가능성이 적어지기도 하고요. 처음에 분개를 하는 이유가 바로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예요. 한 번의 거래를 한 번의 분개를 통해 정리하고, 단 두 칸으로 나뉘어진 분개장을 사용하며, 대변과 차변에 같은 금액을 기입하기에 ‘분개’는 단순하고 그만큼 실수를 할 확률이 낮지요. 그러니까 처음에 ‘실수를 할 확률이 낮은’ 분개를 하고, 그것을 총 계정원장에 옮겨 적은 뒤 자세하고 복잡한 세부 내역을 적어 가는 게 합리적이라는 얘기예요. 총 계정원장에서는 여러 종류의 계정항목들을 사용하여 거래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입하기 때문에, 계정항목마다 페이지를 따로 사용하거든요.
현금
차변
1/25 이노우에자작 20,000,000 |
대변 1/1 이노우에자작 200,000,000 15 이노우에자작 180,000,000
|
마이 : 페이지를 따로 사용한다라…
미사 : 그러니까 장부 기입 도중에 착오가 생기지 않도록 근본이 되는 확실한 데이터가 필요 한 것이고, 그런 ‘근본이 되는 데이터’가 바로 분개 내역이라는 것이죠. 그렇게 하면 실수도 적고, 실수 하더라도 바로 잡기가 쉽지 않겠어요?
마이 :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네요.
‘그런 것 같은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고요!!’
미사 : 하루에 수십, 수백건의 거래를 한다 쳐 보죠. 그것도 계정항목을 여러 가지 사용한다면 (=장부 기입 항목이 다양하다면) 그 항목들을 하나하나 분리해서 쓰다 보면 혼동이 생기겠죠?
마이 : 그런것 같아요.
미사 : 그러니까 우선 분개를 한 내역을 분개장에 적고, 그 내용을 다시 총 계정원장에 옮겨적는다면 아무리 여러 종류의 계정항목을 쓴다고 해도 분개장과 대조 해 보면서 각각의 페이지에 옮겨 적기만 하면 되니까 간단하고 실수도 줄일 수 있지요. 분개만 제대로 되어 있다면 아무리 장부 기입을 잘못 해도 어디가 잘못 되었는 지 바로 알 수 있고요.
마후유 : 와! 정말 대단해요 미사상! 언제 어디서 그런 멋진 지식을 배운 거예요? 학교에선 이런 거 배운 적 없는데…
미사 : 음… 저 자신은 저 자신인데 제가 아닌 다른 자신이 알려 줬다고 해야 하나…
마이 : 또 그 이상한 말을 하시네요.
총 계정원장을 유심히 들여다 보던 소지로가 장부의 ‘대변’을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소지로 : 그런데 ‘잔고’는 왜 대변에 써 놓은 건가?
‘잠깐 본 것 만으로도 이렇게 여러 가지를 깨닫고 눈치 채다니. 대단하네. 그나저나 잔고를 왜 대변에 쓰는 거지?
미사 : 정확하진 않은데, 차변과 대변의 합계금액을 맞추기 위해서일거예요. 여기에 잔고를 써야지 차변 합계와 대변 합계가 일치하거든요.
소지로 : 어째서 차변과 대변의 합계금액을 일치시키는 건가?
미사 : 음… 그림으로 표현하면 이해하기 쉬우실 것 같은데요.
미사는 장부 빈 공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차변
빌려 준 돈의 증가액 (a) |
대변
빌려준 돈 감소액 (b)
|
차액 (a-b) = 잔고 |
미사 : 자산 계정과목, 이 경우에는 ‘빌려 준 돈’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 자산 계정과목을 적을 때 대변에 잔고를 써야만 차변의 합계 금액과 대변의 합계 금액이 일치 하게 돼요. 다시 말 해, 이런 경우에 ‘잔고’는 대변에 얼마를 ‘더해야’ 차변의 금액과 같아지느냐를 나타내는 뜻이라 할 수 있지요.
소지로 : 그렇군. 서양 사람들의 발상에 가깝구만.
미사 : 음?!
소지로 : 우리 일본사람들은 9800엔짜리를 팔고 1만엔 지폐를 받을 경우, 거스름돈을 계산 할 때 받은 1만엔에서 상품 대금 9800엔을 빼는 방식으로 생각하지. 하지만 서양 사람들은상품대금 9800엔에 얼마를 ‘더해야’ 받은 돈 1만엔과 같아지느냐를 계산하고. 소위 말하는 ‘가법적감산’이지. 그런 면에서 보자면 자네의 사고방식은 서양 사람들과 비슷하다 할 수 있겠어.
‘아, 그러고 보면 복식부기는 원래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다고 했지… 어? 이 얘기도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소지로 : 잔고를 적어서 대변과 차변의 금액을 일치시키는 것은 ‘이 장부가 정확하고 올바르게 기입 되어 있다’는 명확한 증거라 할 수 있겠구만.
쥰케이 : 결국 총 계정원장에 적혀 있는 각 계정항목들은 전부 대변과 차변이 일치하는 건가?
미사 : 애초에 분개를 할 때 대변과 차변에 같은 금액을 쓰니까요. 그 분개 내역을 근거로 적는 총 계정원장의 모든 계정항목 역시 ‘잔고’를 더한다면 반드시 차변과 대변의 금액이 일치하게 되죠.
쥰케이 : 분개, 그리고 그것을 근거로 적는 총 계정원장. 이 장부들만 있다면 재무대신의 의표를 찌르는 증거로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소지로는 품 속에서 회중시계를 꺼내어 시간을 보았다.
소지로 :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 개화당도 슬슬 닫을시간 아닌가. 나도 평소 장부 기입에 고생을 하고 있던 터이다 보니 어느 사이엔가 푹 빠져들었구만. 지금부터 모리타라는 교수와 식사를 하기로 되어 있는데, 여러분만 괜찮으시다면 함께 하시는 건 어떠신지? 마이님이나 쥰이치군도 곧 졸업을 앞두고 계시다 들었는데, 그 축하연을 겸하는 것도 좋겠군요.
마이 : 아 그거 좋네요. 쥰이치님도 괜찮으시죠?
쥰이치 : 소지로님 감사합니다.
소지로 : 그럼 바로 저희 집으로 가시죠. 자, 타도코로점장, 자네도 어서 가게 문 닫고 우리 집으로 오시게. 아, 장부 정리 담당 자네도 같이 오시게나.
미사 : 저도 괜찮은거예요?
쥰이치 : 그거 좋은 생각이시네요. 부디 와 주시죠.
소지로 : 뭐, 겸사겸사 자네도 와도 상관 없네.
마후유 : 겸사겸사군요…
마후유는 뾰루퉁하게 볼을 부풀렸다.
쥰케이 : 아 그나저나 아까 말했던 분개나 총 계정원장 같은 장부 기입방식을 부르는 이름이 있나?
미사 : 네. ‘복식부기’라고 합니다.
쥰케이 : ‘복식’ 부기? 계정과목 두 가지를 서로 연동시켜 기록하니까 ‘복식’이라 하는 건가? 재미있는 이름이구만. 사실 이렇게 보기 좋게 장부를 기입 한 건 본 적이 없는데, 이 ‘복식부기’는 자네가 개발한 방식인가? 영국이나 미국에서도 이런 방식을 본 적이 없어서 말일세. ‘대상인’이신 소지로님은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소지로 : 저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려. 해외에서 오래 생활하신 쥰케이님께서도 보신 적이 없을 정도면 확실히 자네가 개발한 방식 같은데 말이야.
‘내가 개발했다고? 이 세계… 어쩌면 복식부기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인건가?’
제 2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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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식부기 입문편
제 1막 ‘히라노야 개화당 가게 안’
배경 ‘서막으로부터 6년 전’
- 이 곳은 서력 2016년의 일본이다. 다만, 이 곳은 ‘복식부기’라는 개념이 없는 평행세계.
‘복식부기’가 없기에 자본집약적 공업 경제가 발전되지 않았기에 생활 양식은 메이지, 다이쇼와 크게 다름이 없는 수준에 머물러있다.
정치나 경제 역시 인구의 1%에 불과한 귀족들이 좌지우지하고 있어, 99%에 달하는 서민들은 근검한 생활을 강제당하고 있다.
이 세계의 특징이라 하면 인구 변화도, 급료나 물가 변화도 거의 없는 ‘극히 안정된’ 사회라는 점. 다만 이것은 다르게 해석하면 정체되어 있는 사회, 극도로 노회하여 활기가 없는 사회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내레이션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 사이엔가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니 고풍스러운 목조 건물 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낮은 칸막이 너머로 상품이 들어찬 쇼윈도가 늘어 서 있었고, 삼베로 만든 주머니나 양철 캔 같은 것들이 잔뜩 들어 차 있었다.
‘응? 여긴 대체 어디지?’
짙은 고동색 책상 위엔 메모용지로 보이는 종이들이 어지러이 흐트러져 있었다. 미사는 흐트러진 종이 중 한 장을 손에 들었다. 거기에는 누군가의 이름과 금액이 적혀 있었다.
‘뭐지 이거?’
정면 벽에는 큰 그림이 두 장 걸려 있고, 그 그림 사이에 타원형 거울이 걸려 있었다. 미사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에는 녹색 바탕에 붉은 색과 노란 색 세로 줄무늬가 들어 간 고소데(※소매가 없는 일본 전통 복식)를 입고, 푸른 리본으로 머리를 묶은 자신의 모습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마치 다이쇼시대의 여학생들이나 입을 법한 복장이었다.
‘어? 나 왜 하카마를 입고 있는 거지?’
미사는 아는 사람들이 없나 싶어 주변을 돌아 보았다. 가림만 건너편에서 자신과 비슷한 복장을 입고 삼베 주머니를 들어 나르고 있는 소녀의 모습은 어딘가 눈에 익었다.
‘어, 쟤 마후유네?’
미사 : 마후유상?
‘어? 나 왜 지금 상을 붙여서 부른거지?’
마후유 : 미사상 왜요?
‘마후유도 나한테 ‘상’을 붙여 부르네… 평소완 다른걸…’
미사 : 마후유상, 쇼윈도 정리 끝났어요? 난 장부 정리 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던 것 같아. 장부 적는 거 좋아하는데 어쩌다 잠이 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응? 생각과는 달리 말이 막 나오는데…’
마후유 : 정리 아직 안 끝났어요. 아무리 정리를 해도 어디선가 물건들이 나온다니까요. 끝이 안 나네요.
‘이거 무슨 대사 같은 건가… 뭐 저렇게 격식을 차려 딱딱하게 이야기 하는 거지… 메이지 시대나 다이쇼 시대가 배경인가?’
그 순간, 가게 안 쪽 문이 열리며 카키색 수트를 입고 베레모를 쓴 남자가 나타났다.손에는 삼베 주머니를 들고 있다.
타도코로 : 장부는 다 썼나?
‘장부? 아… 이거 촬영이구나. 어디선가 카메라가 찍고 있겠군.’
미사 : 아 죄송해요. 아직 하는 중이에요.
타도코로 : 아직 못 끝낸거야? 장부 정리를 잘 한다고 하길래 기껏 고용 해 줬더니만.
미사 : 열심히 하겠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원활하게 대사를 칠 수 있다니. 어쩌면 나, 타고 난 배우일지도 몰라!!’
타도코로 : 마후유군, 이 커피는 저기 있는 진열대에 놔 둬주게.
마후유에게 지시를 내린 남자는 다시 가게 안 쪽 문 안으로 사라졌다.
미사 : 마후유상, 오늘 며칠이었죠?
마후유 : 3월 10일이에요.
미사 : 아, 그럼 곧 졸업식이네요. 우리도 드디어 졸업 하는군요.
마후유 : 저는 좀 더 빨리 졸업 하고 싶은걸요. 빨리 사회로 나가고 싶어요.
미사 : 마후유상은 일 하는 걸 좋아하니까 그렇겠죠. 부럽기도 하네요. 저는 좀 더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다른 생각도 안 들고, 순수하게 즐거우니까.
마후유 : 고민거리라도 있나요?
미사 : 요즘 경기가 영 안 좋잖아요. 고향 집에서 만들어 파는 소주도 잘 안 팔린다고 하고…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며 정성을 들여 만들다 보니 가격이 좀 나가서 말이죠…
‘아, 소주 주조소 딸이라는 설정이구나… 어느 사이엔가 ‘술’ 이미지가 정착 된 걸까.’
마후유 : 헤이세이(※1989~)가 시작 된 지도 벌써 스물 여덟해 (※헤이세이 28년 = 2016년)네요. 어느 사이엔가 학교도 졸업을 앞두고 있고. 저 자신은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세월은 잔혹하게도 눈 깜빡 할 사이에 흘러 가 버리네요.
‘어? 메이지나 다이쇼가 아니라 헤이세이가 무대인거야?’
타도코로 : 이봐! 너희들 말이야, 수다 떨지 말고 일에 집중 좀 하지?
타도코로는 그렇게 말 하며 손에 들고 있던 삼베 주머니를 마후유에게 건넸다. 주머니를 건넨 타도코로는 미사가 앉아 있는 책상으로 다가와서는 장부를 손에 들고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타도코로 : 뭐야, 하나도 정리가 안 됐잖아. 너 말야, 정말로 장부 쓸 줄은 아는 거니? 좀 이따가 아야노코지남작님 댁에 미수금을 받으러 가야 하니까,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남작님 장부는 우선적으로 정리 좀 해 줘.
미사 : 알겠습니다.
미사는 생긋 웃으며 타도코로를 바라보았다. 미사의 미소를 본 타도코로는 머쓱한 듯 뒤돌아 서더니 마후유를 도와 상품 정리를 시작했다. 잠시 뒤, 실크햇을 쓴 남자가 건장한 남자들을 거느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이노우에 : 뭐, 이딴 허접한 것들이라도 팔아 치우면 최소한 이자 정도는 나오겠지. 얘들아, 여기 있는 것들 전부 쓸어 담아라!
타도코로 : 손님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남자들이 상품에 손을 대려 하자, 타도코로가 황급히 남자들의 손을 쳐 냈다.
이노우에 : 지금 뭐 하냐고 했나?! 기껏해야 서민주제에 지금 재무장관인 이 몸에게 말대꾸를 하는 게야?!
타도코로 : 아, 이거 실례했네요. 이노우에자작님이셨군요. 그런데 오늘 히라노 사장님은 가게에 출근하지 않았습니다만.
이노우에 : 사장이 있건 없건 그딴 건 상관 없어. 난 그저 빌려 준 돈의 이자라도 받기 위해 온 거고, 돈이 없어 보이니 상품이라도 받아 가려 하는 것 뿐이야.
타도코로 : 이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그 건에 대해서는 지금 재판이 진행중이지 않습니까.
이노우에 : 자네는 귀족을 대하는 기본적인 예의가 되어먹질 않았구만. 감옥에서 예의 범절을 배워 볼 텐가?
타도코로 : 제 행동에 무례한 부분이 있었다면 사과 드립니다. 하지만 상품을 가져 가시면 나중에 제가 사장에게 크게 혼이 나오니, 부디 그만 두어 주십시오.
이노우에 : 네 녀석이 혼이 나건 말건 이 몸이 알 바는 아니지. 자, 이놈들아 뭣 하고 있느냐! 어서 상품들을 밖으로 나르지 못 할까!
그 순간, 짙은 자주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가게로 들어선다. 마이였다. 그리고 마이의 뒤를 따라 키요하라 쥰케이와 그 아들 쥰이치도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쥰케이와 쥰이치는 흰 바지 위에 진남색 자켓을 걸치고, 목에는 실크 스카프를 두르고 있다.
마이 : 어머 이게 누구세요. 재무장관님 아니신가요.
이노우에 : 오늘도 변함없이 아름다우시군요. 마이님.
이노우에가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마이 : 뭔가 소란스러워서 들어 와 봤는데, 무슨 일 있으신가요?
이노우에 : 이 가게 사장인 히라노라는 자에게 돈을 빌려 주었는데, 원금은 커녕 이자조차도 갚으려 하지 않지 뭡니까. 별 수 없이 물건이라도 받아 가려 온 참입니다.
마이 : 어머 그런가요. 그건 그렇고 참 저급한 얘기네요. 재무장관쯤 되시는 분이 그런 일 까지 하실 줄이야…
이노우에 : 아니 뭐, 이 근처에 볼 일이 있어 온 김에 겸사겸사…
쥰케이 : 이노우에자작, 오랜만이구만.
이노우에 : 아, 키요하라 후작각하. 오랜만에 뵙습니다.
쥰케이 : 그러고 보니 우리 아들놈은 처음 만나는 것 아닌가? 쥰이치, 재무장관이신 이노우에 자작님이시다. 인사 드려라.
쥰이치 : 처음 뵙겠습니다. 키요하라 쥰이치라 합니다.
이노우에 : 아, 잘 부탁하네.
쥰케이 : 아까 얘기가 나왔던 ‘이자’ 건 말이네만, 히라노야 상점이랑은 지금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지 않던가?
이노우에 : 건방지게도 재무장관인 이 몸을 고소 할 줄이야. 정말 화가 나더군요.
쥰케이 : 재무장관 자네는 히라노야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고 주장하는 한편, 히라노야는 오히려 자기들이 자네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고 하는 것 같던데?
이노우에 : 이 몸이 돈을 빌려주었다는 증서가 있으니 재판까지 갈 것도 없는데 말이지요.
쥰케이 : 하지만 생각 해 보면 히라노야는 본디 환전이 본업이니 말일세. 개인적으로는 환전을 본업으로 하는 히라노야가 현금이 부족해서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린다는 게 영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단 말이지. 자, 어떤가. 차라도 한 잔 하면서 자네의 주장을 들려주지 않겠나. 우리 아들놈 공부도시킬 겸, 마이님께 상거래의 묘미도 알려 드릴 겸 해서 말이야.
마이 : 그거 재미있겠네요.
이노우에 : 아… 거 뭐냐… 아, 오늘은 급한 일이 있기 때문에 다음 기회에 하도록 하죠.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이노우에는 황급히 가게를 떠났다.
타도코로 : 마이님, 쥰케이님, 쥰이치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마이 : 재무장관씩이나 되어서 하는 짓은 강도나 다름 없네요. 전 저 사람 정말 싫어요.
쥰케이 : 군인 출신으로 재무장관 자리까지 기어 오른 사람입니다. 필요에 따라선 물리력을 쓸 수도 있다는 얘기겠지요. 이번에 타겟으로 삼은 건 이 히라노야 상점이군요. 정말 큰 일이겠소.
‘이거, 귀족들은 하고 싶은대로 뭘 해도 괜찮다는 설정인가? 메이지 시대는 정말로 그랬다는 얘기는 들은 적 있지만…’
쥰케이 : 예나 지금이나(※메이지 시대 초기에 실제로 일어났던 ‘오사리자와 동광산사건’ 이야기) 귀족이 상인에게 돈을 꿔 놓고 체면이다 뭐다 하며 오히려 상인이 귀족에게 돈을 꿔 간 것 처럼 문서를 위조하는 악습이 끊이질 않는군요. 놀라운 일입니다.
마이 : 그런 악습이 있나요?
쥰케이 : 예전에는 고작 ‘서민’이 자기보다 신분이 높은 귀족에게 돈을 빌려준다는 건 ‘무례’한 일이라며, 차용증을 쓸 때 형식적으로 ‘귀족이 돈을 빌려 준 것’으로 쓰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아서 그 악습이 사라졌다고 생각했었습니다만… 지금 재무장관이 하는 짓은 그런 악습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네요.
타도코로 :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저희 히라노야는 외환과 환전을 주력 사업으로 번창한 기업이지요. 그렇기에 재무장관님께 돈을 빌릴 필요는 전혀 없다는 것이 저희 사장, 히라노의 주장이기도 합니다.
‘아까부터 계속 환전이 어떻다 얘기를 하는데,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쥰이치 : 아, 새로 온 직원이신가요?
쥰이치가 미사 쪽으로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아, 이제 내가 대사를 할 차례구나’
미사 : 네. 오늘부터 일하게 된 에토 미사라고 합니다. 장부 정리 담당이지요.
쥰이치 : 미사라… 이름이 참 예쁘군요.
미사 : 감사합니다. 아…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쥰이치 : 질문? 하시죠.
미사 : 아까 전에 ‘실제론 빌려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차용증은 빌린 것으로 기입하는 악습’에 대해 말씀 하셨습니다만, 차용증을 엉터리로 쓰더라도 장부를 보면 누가 누구에게 돈을 빌렸는 지 한 눈에 알 수 있지 않나요?
쥰케이 : 장부만 보고 그걸 알 수 있다는겐가?!
미사 : 아마도요… 아직 그 장부를 보지 않았으니 확신은 못 하겠지만요.
쥰케이 : 그렇군. 그럼 문제는 장부가 어디 있느냐인데…
타도코로 : 그 장부라면 여기 있습니다. 재무장관이 사람을 사서 훔쳐 갈 지도 모르는 일이라, 재무장관의 다이후쿠쵸(※매매장부)만은 이 곳에 숨겨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다이후쿠쵸라고? 그런 이름은 처음 듣는데… 그나저나 이 촬영, 엄청 길게 하네. 언제쯤 끊어 가려나…’
다시금 가게 안으로 들어 간 타도코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장부 한 권을 손에 들고 나왔다.
‘와…세로 쓰기에다가 한자 투성이잖아. 이것만 봐서는 잘 모르겠는데…’
미사 : 음… 죄송해요. 이 장부만 봐서는 확실히 히라노야가 돈을 빌린 것으로 되어 있네요. 하지만 이 내용이 맞는 지 아닌 지는 이것만 갖고는 증명 할 수 없겠는걸요.
‘이상하네… 외운 적도 없는 대사가 자연스레 나오는데. 뭐랄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말을 하는 것 같달까… 아, 어쩜 이거 촬영이 아니라 꿈을 꾸고 있는건가? 꿈이라기엔 묘하게 현실적인데… 뺨이라도 꼬집어 볼까? 어?! 팔이 안 움직여… 역시 꿈인가…’
타도코로 : 역시 차용증이 저래선 재판에서 이기긴 힘들겠지요?
쥰케이 : 귀족에게 돈을 빌려 주고 차용증은 반대로 쓰는 풍습이 있다는 것 정도는 재판관들도 알고 있을터이니, 그 차용증이 그렇게 쓰여졌다는 것만 증명 해 내면 될 거라 생각은 하네만…
마이 : 재판에서 지면 이 가게도 없어지겠군요.
타도코로 : 아무래도 금액이 금액이니 말이죠… 특히나 이 개화당은 사장이 취미삼아 시작한 가게다 보니 가장 먼저 문을 닫겠지요.
마후유 : 이대로라면 제 일자리도 사라져버리겠네요.
마이 : 어머, 새로 들어 온 직원이 한 명 더 있었군요.
마후유의 표정은 어딘가 화가 난 것 처럼 보였다.
미사 : 그럼 저도 해고되는 건가요?
타도코로 : 그러고 싶진 않지만 가게가 망하면 별 수 없지…
마이 : 여기 홍차가 맛있는데… 망하면 곤란해요.
‘무엇보다 큰 문제는 장부 기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거야. 이런 이상한 장부 말고 제대로 된 복식부기로 장부를 적으면 좋았을텐데…. 아, 어차피 꿈인데 하고 싶은 대로 해 보면 재미 있을 지도 모르겠어!! 자, 그럼 시와케(※부기용어. 국내에선 보통 ‘분개’라고 불림. 거래의 내용을 차변과 대변으로 나누어 기입하는 것. 차변은 빌린 돈(차입)을 기입하는 쪽, 다시 말 해 복식부기부의 왼쪽을 뜻하고, 대변은 빌려 준 돈 (대여)을 기입하는 쪽, 다시 말 해 복식부기부의 오른쪽을 뜻함)부터 하자, 시와케!! 저 장부를 시와케 해서 다시 정리 하면 되겠지. 자… 시와케 한다고 얘기 하는 거야!!’
미사 : 저기… 시와케 해 보면 될 것 같은데요…
마이 : 시와케? 그게 뭔가요?
미사 : 아니 뭐냐고 물으시면 저도 잘 설명은 못 하겠지만…
마이 : 지금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미사 : 아니… 사실 아까부터 계속 머릿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 오는 것 같아서요. 아까부터 누군가가 ‘시와케를 하고 계정과목을 보면 빌린 돈인지 빌려 준 돈인지 한 눈에 알 수 있다’고 이야기 하는 게 들려와요.
마이 : 머릿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고요? 시와케를 한다? 계정과목? 농담도 때와 장소를 가려 주셨으면 좋겠네요.
미사 : 죄송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머릿 속에서 누군가가 ‘시와케 하게 해 줘’라고 소리 치고 있는걸요… 정말 죄송하지만 이노우에 자작님의 건, ‘시와케’란 걸 해 봐도 될까요?
‘아, 갑자기 내 생각대로 몸이 움직이네.’
미사는 옆에 놓여있던 연필을 주워 들고는 장부 여백에 ‘1/1 이노우에 자작 200,000,000 / 현금 200,000,000’이라고 적었다.
타도코로 : 엥? 지금 뭐 하는 거야?
미사 : 아무래도 이게 ‘시와케’란 것 같아요.
쥰이치 : 자기가 써 놓고 ‘같다’니… 꽤나 특이한 아가씨군요.
미사 : AB형이긴 합니다만…
‘나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여기서 혈액형 얘기가 왜 나와…’
쥰케이 : 호오… 이 ‘시와케’란 거, 왠지 흥미가 생기는걸. 좀 더 자세히 설명 해 주겠나?
미사가 시와케 한 장부를 손에 들고 찬찬히 훑어 보던 준케이가 입을 열었다.
‘아, 관심을 가져 주는 사람이 있네!! 그럼 먼저 차변과 대변에 대해 설명을 해야겠다. 차. 변. 대. 변…. 아, 왜 이렇게 입이 마음 먹은대로 움직이지 않지.’
미사 : 차변과 대변…
쥰이치 : 차변?
미사 : 시와케를 할 땐 장부 칸을 좌우로 양분 해서 쓰거든요.
마이 : 가로쓰기를 하시네요. 세련된 서양풍이군요.
미사는 벽에 걸린 그림들, 다시 말 해 고야의 ‘벌거벗은 마하’와 ‘옷을 입은 마하’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미사 : 음… 저 그림을 이용해서 설명을 해 볼게요.
마후유 : 옷을 벗은 여인의 그림으로?
미사 : 음… ‘프란시스코 고야’라는 유명한 화가의 그림이지요.
마후유 : 고야? 미사상, 미술 공부도 하셨었나요?
미사 : 아, 미술은 그렇게 잘 알지 못 하는데… 그러고 보니 나, 어째서 저 그림을 알고 있는 거지?
‘어? 나, 고야에 대해 이렇게 잘 알았었나?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래도 이젠 내 생각대로 말이 나오는구나.’
마이 : 네. 유명한 그림이죠. 옷을 입은 마하와 벌거벗은 마하.
마후유 : 추리 소설이라면 좋아하지만 미술쪽은 영…
마이 : 당신에게 한 말 아니에요.
마이의 냉정한 말에 마후유는 토라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미사 : 제 기준으로 왼쪽에 있는… 그러니까 ‘옷을 입은 마하’를 ‘차변’이라 해 보죠. ‘차변’은 재산이 늘어나는 것을 뜻합니다.
미사는 일어나서 진열장 앞에 놓여 있던 커피 주머니를 들더니 ‘옷을 입은 마하’앞에 놓았다.
미사 : 반대로 오른쪽에 있는 ‘벌거벗은 마하’는 ‘대변’에 해당됩니다. 당연히 ‘대변’은 재산이 줄어 드는 것을 뜻하죠.
거기까지 이야기 한 미사는 책상 위에 놓여 있던 과도를 집어서 ‘벌거벗은 마하’ 앞에 놓았다.
마후유 : ‘재산이 줄었’으니 옷을 벗게 되는 건가요. 괜히 두근거리네요.
마이 : 어머, 그런 거 좋아하셨어요?
마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마후유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마후유는 실제로 야한 거 좋아하지. 평소 보여주는 성실하고 진지한 모습만 봐선 상상도 하기 힘들지만 말야.’
미사 : 아, 말씀 드리는 것을 깜빡 했는데, ‘재산’에는 두 종류가 있어요. 플러스 재산과 마이너스 재산이 그것이죠.
‘아까보단 훨씬 수월하게 말이 나오긴 하는데… 이거 뭔가 로보트를 조종하는 것 같네. 내가 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어. 이거 어쩌면 꿈이 아닐지도..’
쥰이치 : 마이너스 재산이라… ‘돈을 빌리는’ 것을 뜻하는 건가요?
미사 : 네. 보통 플러스 재산은 ‘자산’, 마이너스 재산은 ‘부채’라고 부른답니다.
쥰이치 : 자산과 부채라… ‘재산’을 두 종류로 나눈다는 얘기군요.
미사 : 그럼 과연 이노우에자작에게 빌려 준 돈은 과연 ‘플러스 재산’일까요? ‘마이너스 재산’ 일까요?
마이 : 어머! 지금 저한테 질문 하시는 거예요?
마후유 : 아! 알겠어요! ‘플러스 재산’이죠!!
미사 : 정답!! 나중에 돌려 받을 수 있는 재산이기에 ‘플러스 재산’이지요. 다시 말 해 ‘자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 해, 빌려 준 돈이 늘어난다는 것은 다시 말 해 ‘자산’이 늘어 나는 거죠.
그렇게 말 하며 미사는 커피가 든 삼베 주머니를 더 가져 와서 ‘옷을 입은 마하’ 앞에 쌓았다.
미사 : 자, 그럼 옷을 입은 마하 앞에 ‘자산’이 늘어 났으니, 이노우에 자작에게 빌려 준 2억엔은 ‘차변’에 쓰겠습니다. (1/1 이노우에 자작 200,000,000 / ) 아까 말씀 드린 ‘계정과목’- 이건 시와케를 할 때 쓰는 용어입니다만- 을 적는 방법은 다양해요. 그냥 빌려 주거나 빌린 금액만 쓰는 경우도 있지만, 누구에게 돈을 빌렸냐, 빌려 줬느냐를 알기 편하도록 사람의 이름을 쓰는 경우가 일반 적이에요. 여기에 이노우에 자작이라 쓴 것도 그래서고요. 이렇게 이름을 쓰면서 기입하는 것은 ‘인명계정’이라 합니다.
마후유 : 그럼 저 ‘옷을 입은 마하’는 저 ‘자산’을 자기 주머니에 넣겠군요.
미사 : 그렇게도 생각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남들에게 돈을 빌려주게 되면 자신이 갖고 있는 현금은 줄어들게 되죠. 자신의 자산이 줄어든 것은 ‘대변’, 다시 말 해 오른쪽에 기입을 해야겠지요. 이 경우에는 ‘현금’이 줄어들었으니, 오른쪽 ‘벌거벗은 마하’ 쪽에 그 내역을 기입합니다. (1/1 이노우에자작 200,000,000 / 현금 200,000,000)
‘아… 저 그림, 잊혀지지 않겠네.’
미사 : 이렇게 내역을 나누어 적는 것을 ‘시와케’라 합니다. 포인트는 한 번의 거래를 한 번의 시와케로 정리해야 한다는 점. 시와케만 딱 봐도 그 거래에 대해 전부 알 수 있도록 적어야 하는 것이죠.
마이 : 아까부터 ‘시와케’라는 말을 계속 하는데, 그건 그 쪽이 쓰는 장부의 이름인가요? ‘다이후쿠쵸’랑 다른 종류의 장부?
‘그러고 보니 ‘시와케’는 너무 당연한 개념이라 딱히 그 이름이 어떤 의미를 갖는 지 생각도 안 해 봤네… 저렇게 대 놓고 물어보니 할 말이 없어…’
미사 : 음… 시와케는 말이죠… ‘계정과목’을 활용해서 거래를 나누어 정리하는 것을 뜻해요. 아까 말씀드린 ‘차변’과 ‘대변’으로 나누어 기록하는 것이죠. 시와케를 하는 장부는 ‘시와케쵸’ (시와케장부)라고 부르고요.
쥰케이 : ‘대변’에 현금 2억엔이라 쓴 것은 그 돈을 이노우에자작에게 빌려주어 현금자산이 줄어들었기 때문이고, 반대로 그 결과 이노우에자작에게 ‘빌려준 돈’이라는 자산이 생겼으니 ‘차변’에 쓴다는 얘기구만. 이 ‘시와케’만 보아도 이번 거래, 다시 말 해 이노우에자작에게 2억엔을 빌려주는 ‘거래’의 전모를 한 눈에 알 수 있군 그래.
미사 : 다시 말 하자면 ‘현금이 줄어 든 것은 빌려 준 돈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쥰케이 : 그렇군. 두 개의 ‘계정과목’은 서로 연동되어 있는 게로군. 원인과 결과, 겉과 속처럼 서로 떼어 놓을 수 없는 존재구만.
‘키요하라 후작… 상당히 댄디하고 멋진 사람이네.’
쥰케이 : 아까전에 아가씨가 ‘시와케를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다’고 했는데, 그건 결국 히라노야가 행한 모든 거래들을 이 룰에 따라 ‘시와케’ 해 두면, 결국 원래 히라노야가 갖고 있던 재산에서 2억엔이 늘었는지 줄었는지만 파악하면 그 2억엔이 빌린 돈인지 빌려 준 돈인지를 알 수 있다는 얘기겠구만.
마이 : 쥰케이님. 조금 알기 쉽게 설명 해 주시겠어요?
미사 : 2억엔을 빌려 주었다면 현금 잔고가 줄어 들었을테니까요.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매일 현금 잔고를 체크 할 것 아닙니까. 2억엔을 빌려주었다면 어느 시점에선가 현금 잔고가 2억엔 줄어들었겠지요.
쥰이치 : 하지만 잔고를 확인 할 생각이라면 딱히 ‘시와케’라는 걸 안 해도 되는 것 아닌가요? 어차피 잔고 파악은 그 날 장사가 끝난 시점의 잔고를 적는 거니까 의미도 없어 보이고.
쥰케이 : 물론 잔고는 장사가 끝난 시점의 잔고를 적겠지. 문제는 말이다, 잔고가 ‘어째서 그렇게 되었느냐’라는 점이지. 그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그것도 누가 보더라도 금세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이야. 그래야만 증거로서 의미가 있는 게고.
‘정답입니다!!’
마후유 : 미사상, 질문이 있는데요.
미사 : 뭔가요?
마후유 : 시와케를 할 때, 가로쓰기를 하는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에… 질문이란 게 그거였어? 음… 그러고 보니 애초에 시와케는 왜 좌우로 나눠서 적는 걸까? 세로쓰기로 위 아래로 나눠도 될텐데…. 아!!’
미사 : 한두건이라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수 많은 거래를 ‘시와케’ 하기 위해서는 가로쓰기가 더 편하니까요. 가로쓰기를 하면 숫자들이 정렬되잖아요. 숫자가 정렬되면 나중에 합계를 내기도, 계산을 하기도 훨씬 편하거든요.
마후유 : 와… 무슨 암호같네요. 실제 암호라면 너무 간단한 암호겠지만요. 하지만 그런 ‘단순함’ 속에 깊은 뜻이 숨겨 져 있는 것만 같아요.
제 1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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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토 미사 : 노기자카46의 멤버인 에토 미사가 복식부기라는 개념이 없는 평행세계 의 에토 미사와 겹쳐져 버린 존재. 이 평행세계에서 유일하게 ‘복식부기’를 알고 있는 존재. 평행세계의 미사는 에토 주조의 상속녀로, 온가쿠여학원에 다니기 위해 도쿄에 상경 한 상태였다.
미츠모토 소지로 : 거상. 돈으로 귀족 작위를 산 법제귀족.
미츠모토 다카미 : 소지로의 장남.
키요하라 쥰케이 : 후작. 명문 귀족가문의 젊은 당주. 대자본가.
키요하라 카즈코 : 쥰케이의 아내.
키요하라 쥰이치 : 쥰케이의 아들. 다카미의 소꿉친구.
마이 : 왕가의 공녀.
마후유 : 미사가 다니는 ‘온가쿠여학원’의 친구.
모리타 : 테이코쿠대학 법학부 교수. 주식회사 법제조사회 좌장.
이노우에 : 자작. 오오쿠라쇼(대장성 장관, 국가의 예산, 재무, 통화, 금융, 증권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 악랄한 방법을 동원 해 가며 돈을 모으는 수전노.
코노에 : 시호쿄(사법성 장관. 국가의 사법을 총괄하는 부서). 주식회사 법제 책임자.
타도코로 : 히라노야가 운영하는 수입식품 전문점 ‘개화당’의 점장.
키노시타 : 관동 일일신문 기자.
‘에토 미사는 자본가에 붙어먹는 마녀이다!!’
모리타 교수가 뿌린 전단지를 손에 든 군중 중 일부가 갑자기 ‘마녀사냥을 시작하자!’고 소리를 지르며 행진을 시작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다름아닌 주식회사 노기치코의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는 회장이었다.
모리타 교수 역시 그 곳에 있었다.
흰 원피스를 입고, 알이 굵은 진주 목걸이를 찬 미사가 단상에 올랐다.
“주주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주식회사 노기치코 임시주주총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동의(動議, 안건을 제안하는 것)합니다!”
모리타가 갑자기 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토 미사는 자본가들에게 아첨하는 마녀요!! 그녀가 자본가들에게 있어 빼 놓을 수 없는 ‘복식부기’라는 도구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요!! 이런 마녀가 우리 노기치코에 있어선 안 되오!! 이에 해임을 요구하는 바요!!”
모리타의 말에 회의장이 소란스러워졌다.
“방금 전에 저, 에토의 대표이사직 해임에 대한 동의가 있었습니다만, 이는 여러분께 나누어 드린 소집 통지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의장 교대를 청합니다!! 애초에 마녀가 의장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오!! 의장을 교대하시오!!”
모리타가 그렇게 외치며 의장석을 향해 달려 나가기 시작 한 순간, 회장 뒤편에서 검은 그림자가 날아들어 모리타를 제압했다. 다카미였다. 다카미의 셔츠는 피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다카미상, 그 피는…?!”
미사가 다카미를 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굉음과 함께 회장 문이 산산조각났다.
성난 군중이 문을 부수고 ‘마녀다! 저기 마녀가 있다!!’ 며 회장으로 쏟아지듯 몰려 든 것이다.
‘미사, 도망쳐!!’
다카미가 고개를 돌려 미사쪽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미사는 경직된 채 옴짝달싹하지 못 했다.
‘아…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 버린 거지… 6년 전, 개화당 책상에서 내가 눈을 뜬 이후, 이 세계는 너무나도 많이 변해 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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